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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위하여 -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
김형경 지음 / 창비 / 2013년 11월
평점 :
인간을 이루는 性은 남자와 여자 단 둘, 심플하다. 각자의 성으로 태어난 이상 어필하고 싶은 성만 선택하고 이해하면 될 일이니 서로를 안다는 일이란 얼마나 간단하고 쉬운 일인가.
그러나 실상 상대를 꿰뚫어 이해한다는 사람, ‘나의 마음 너의 마음 이심전심’ 이렇게 눙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은 차라리 경이롭다. 주위에 마음 읽기가 자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필시 착각 속에 빠져 사는 바보이거나 비슷한 바보들로 둘러싸인 바보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제아무리 만리장성을 통과하고 자유의 여신상을 사라지게 한다는 데이비드 카퍼필드라도 사람의 마음까지 꿰뚫는 마술을 부린다는 소리는 못 들어 봤다. 평생 연구만 해온 심리학 박사라거나 사람의 마음만을 읽는 노동자로 한평생 살아갈 지라도 모두의 마음을 다 가질 수는 없다. 물론 사랑을 독차지 할 수 있는 어여쁜 사람이 될 수는 있겠지만 완벽하게 상대를 아는 사람이기란 불가능 한 것이다. 그것은 상대에 달린 것이 아니라 결국 나의 문제이며 각자의 끝없는 가지와 같은 마음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다.
비약인가 싶지만 노인들의 경우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한 평생 알고 겪은 상대에 대한 앎과 경험치로 말하자면 그쯤의 나이가 되보면 그야말로 만능 소통가가 따로 없을 정도로 완벽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나이가 많고 적고와 전혀 무방할 정도로 개인적 기질과 인내심, 배려만 존재할 뿐 더 이상의 특출자는 없다라는 것을 알게 된다. 즉 평생을 다 바쳐 이해해보려도 마음의 길을 다 헤아리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 자명한 것이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상대를 위해 상처주지 않을 말을 골라내야 하는 수고, 이해한다는 고갯짓, 신뢰의 눈빛을 끊임없이 연출해내야 하는 타당과 맞부딪치며 태도의 문제에 항상 직면 한다. 만약 이 경계의 꼿꼿함을 피곤해해 포기해 버린 사람이된다면 그는 필시 누군가로부터 알게 모르게 소통 장애를 겪게 될 것이고 이마저도 어려워지면 미움까지 사게 되는 불통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상대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만이 나라는 사람을 반영하며 투영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배려라는 나태함에서 영원히 자유로울 수 없는 것, 결국 우리는 사랑하는 상대의 마음 하나도 쉽게 얻지 못하는 바보로 살다 죽는 인생인 것이다.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만큼의 세상을 알아간다는 일일 것이다. 치기어림을 벗어나 세상과의 간극을 좁혀가는 이해와 배려 융화하는 법을 알아가는 과정은 그리 녹녹치 않은 여정이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어도 합당한 언행을 하지 않는 어른들도 허다하다는걸 아는 순간 어느새 어른이 되어 버린다. 저절로 얻어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죽어도 나와 맞지 않는대도 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야하는 이유가 가치 있는 일임을, 관계란 이해와의 싸움이며 고되어도 지속되어야만 하는 이치라는 것을 알게 되는 시기가 찾아온다. 나이를 먹는 일이란 이런 일일 것이다.
더불어 살아가기가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고는 해도 다행히 세상에는 엄연한 규칙과 질서가 있다. 보다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한 나름의 단련들이 주위 사람들의 배려와 이해 속에서 이루어지며 정립되는 것이다. 그러니 가급적 나를 둘러싼 세상이 좀 더 이해하기 쉬운 터전으로 일궈질 수 있도록 제 정원을 가꾸는 일도 어른이 된 이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이며 권리이다. 삶은 끊임없이 ‘다르다’라는 차이의, 실로 우주만큼의 공백을 여실히 느끼는 일이지만 꿋꿋이 서로를 향해 걸어 나가는 나선형의 걸음걸이를 닮아 있으니 또 부지런히 걸어내는 운명을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이다.
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를 읽으니 새삼 남자와 여자란 어쩌자고 이렇게 닮지 못했을까란 생각이 절로 든다. 음과 양의 상징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서로 다름과의 융화를 도모하라는 자연의 이치는 어쩌면 이다지도 극명하게 얄궂은가 싶다.
이 책은 저자가 오랜 시간 칼럼을 쓰면서 비축된 이성으로서의 남성을 거듭 이해해보려 노력한 결과물이다. 소설가가 쓴 심리학적인 접근이란 점도 재미있고 생각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다 그럴 만한 이유들이 있더라 하는 낱낱의 정찰을 밝히는 글이라 흥미롭다. 참으로 다양한 남자들이 여러 유형으로 나뉘는 듯 하지만 그 연원은 참으로 나약한 이유들 뿐이어서 때로 애처롭기까지 하다. ‘그의 말도 안 되는 행태의 이유가 고작 유아기 때의 트라우마 때문이었다고?’ 거의 대부분의 문제들이 이러한 식의 문제로 도달하는 허무함은 어쩐지 믿고 싶어지지 않을 만큼 협소해 보인다. 단순히 도식화되기보다 예측불가능한 사람이여라라고 부르짖고 싶어진다. 사람은 결국 과거의 상처와 영광에서 영원히 자유롭지 못하는 것일까. 그렇다 해도 마음 길 다 헤지 못하는 건 또 무언지.
유형별로 묶어 이해해본들 막상 대면하며 상대해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쯤이면 다 뭉개버리고 그냥 각자의 성에서 좀 더 근사한 ‘어른’의 역할을 해내면 어떨까 싶어진다. 상대방에게 내보이고 싶어지는 나의 이해를 각자의 방법으로 펼쳐 보이는 일 말이다. 남자, 여자라는 타고난 기질의 차이를 매순간 부딪치며 다투게 된다 해도 상대를 향한 끊임없는 긴장과 이완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고 싶다. 어른이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간 이상 무엇과 결별하고 또 맞이해내는 순환을 이어나갈지 ‘잘 아는 어른’이 되고 싶다. 부디 그런 어른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고 싶어진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