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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에 처음으로 장거리 여행을 준비했다. 가장 멀리 가본 곳이 우리나라 바로 위의 중국 연변이었으니, 인도에의 여행은 각오를 단단히해야 할만큼 긴장되는 것이었다. 미국엔 댈 것도 없고 유럽에도 미치지 못한 거리지만 어쨌든 3시간 반이란 시간을 뒤쫓아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한 달 정도로 계획된 여행이었기에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지만 무엇보다 고심한 것은 여행지에 들고갈 책이었다. 처음엔 가방 무게를 줄이는 방법으로 괴테의 ‘파우스트’를 떠올렸다. 두 권이지만 한 달이고 두 달이고 곱씹어서 읽을만한 고전이기에 사색의 도구로 안성맞춤이겠다 싶었다. 하지만 별로 읽고 싶지가 않았다. 먼 나라까지 가서 골치아프게 ‘파우스트’라니. 그래도 고전 하나쯤은 챙기는 것이 좋아보여 알베르 카뮈의 ‘이인’을 챙겼다.


김영하는 ‘랄랄라 하우스’에 여러가지 독서법을 모아놓았다. 그중 가장 으뜸되고, 부유한 독서법은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에 직접 찾아가 풍경 가운데서 글을 읽는 것이었다. 내 생에 이 부유한 독서법을 체험할 날이 언제나 또 있을까. 그래서 괜찮은 인도 소설을 뒤져 찾아낸 것이 살만 루슈디의 ‘한밤의 아이들’이었다. 그런데 두 권짜리 소설이라니. 짐을 줄여야 하나 아니면 가장 부유한 독서법을 체험해봐야하나 한참을 고민했다. 결국엔 짐을 줄이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이인’과 ‘한밤의 아이들 1,2’ 이렇게 세 권 정도라면 어떻게 가방에 쟁여볼 만할텐데, 내 가방엔 이미 책이 한 권 들어가 있었다. 향수병을 달래기 위해 ‘현대문학 4월호’를 챙겨놨던 것이다.


근데 사실 여행지에서 가장 잘 읽었던 책은 친구가 가져온 알랭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이었다. 여러 예술가들의 사례를 빌려 여행에 대해 탐구한 이 에세이집은 여행의 가운데 놓인 나에게 절절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나 이 한 문장 ‘나의 기대 속에서 공항과 호텔 사이에는 진공 밖에 없었다.’는 절묘했다. 그 예상치 못한 진공 속에서 나는 얼마나 많은 사건을 경험했던가.


이 책을 여행의 막바지에 읽어서 굉장히 아쉬웠던 점이, 책의 끝에 나오는 여행법이 대단히 인상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여행중에 마주친 풍경들을 소유하고자 하는데 가장 단순한 방법은 바로 사진을 찍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로 풍경이 소유되었다 생각하고 다시 그 사진들을 꼼꼼히 탐색하거나 감상하지 않는다. 작가는 온전히 그 풍경을 내것으로 만드는 방법으로써 스케치를 제시한다. 그 풍경을 직접 그려봄으로써 그저 눈으로 훑을 때는 찾아보기 어려운 점들을 애정깊게 살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림을 그리는 재주가 없었으므로 작가가 제시하는 다른 방법인 ‘말 그림’을 이용하여 풍경을 언어로 적어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매력적인 작업을 여행이 끝날 무렵에야 알게 되어 안타까웠다.


외국 고전, 한국 단편이나 시, 에세이 등을 두루 읽어본 결과 여행지에서는 에세이가 적합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여행지에서 느끼는 여유와 훌륭한 문학작품들은 얼핏 어울리는 듯싶지만 깊은 탐닉을 요구하는 문학작품들을 읽다보면 문득 여행의 본질이 흐려지는 듯했다. 애초에 쉬기 위해 떠나간 휴양지라면 이야긴 달라지겠지만, 내가 여행한 인도는 숙소를 벗어나기만 하면 소설이 펼쳐지는 곳이었으므로. 적어도 숙소에선 가벼운 에세이로 머리를 식혀줄 필요가 있었다.


다음 여행에는 에세이를 들고가는 편이 낫겠다 싶지만, 사실은 무거운 외국 고전이 어울릴 법한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관련 도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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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평가단 10기 활동을 마무리합니다.

잠시 먼 곳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엔 부랴부랴 신간평가단 리뷰를 마쳤는데, 여행을 다녀오니 마무리 페이퍼를 쓰게 되네요. 어느덧 신간평가단 활동이 습관처럼 삶에 배어난 듯 싶었습니다. 여행때문에 11기는 신청하지 못했는데 괜한 아쉬움이 듭니다.

















10기 신간평가단 활동을 하며 받은 소설들을 추려봤습니다. 9기 활동을 하면서 느낀 거지만 활동을 끝내고 책들을 모아보면 그 다양한 스팩트럼에 놀라게 됩니다.


일본문학은 총 5권 이었고, 한국문학은 3권이었습니다. 이외 외국문학은 4권이었습니다. 일본문학은 대부분 읽기 쉬운 스타일의 가벼운 소설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 사이에 품격 있는 추리문학도 3권이 섞여 균형을 이뤘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조금 애매하지만) 외국문학의 경우에는 스릴러 2권 SF 1권 연애소설 1권으로 마치 6개월 동안 작정하고 분배한 듯한 다양성을 보였습니다. 새삼 신간평가단 담당자분의 노고가 느껴집니다.


제가 주로 읽는 한국문학은 3권이 들어 있었습니다. 자신의 문학적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김경욱 부터, 김훈이나 윤성희 같은 유명 작가까지 한 권도 버리기 아까운 소설들이었습니다. 보통 공짜로 받는 신간평가단 소설들이라 하면 광고가 잘 되지 않는, 질낮은 작품들로 꾸려질 거란 편견을 가지게 되는데 알라딘 신간 평가단의 소설들은 담당자분이 직접 심사해 좋은 작품을 보내준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준이 높았습니다. 리뷰를 대가로 무료로 증정받은 소설이니 억지로 좋은 리뷰를 써야겠다는 부담을 갖지 않아도, 좋은 평을 내릴 수밖에 없는 작품들이었습니다. 그런 부분이 재차 신간평가단에 신청을 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신간평가단 소설중에 가장 맘에 들었던 소설은 역시,


이 작품 입니다. 윤성희 작가의 '웃는동안'. 다른 평가단 분들은 분명 '스노우 맨'을 뽑을 것 같지만. 소신 있게, 저는 윤성희 작가를 선택합니다. 이 작품집엔 정말 주옥같은 작품들이 많이 실려 있었습니다.

윤성희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에 애정을 듬뿍 가지고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작가입니다. 처음엔 다소 산만한 이야기 전개에 당황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 이야기의 행간 사이에 그녀가 만들어놓았을 수많은 이야기들을 생각해보면 쉽사리 문장을 건너뛰지 못할겁니다. 그 매력을 많은 분들이 느껴보셨음합니다.


그럼 제 맘대로 이번 평가단 소설들의 베스트 5를 선정해볼까요. 이미 베스트 1로 윤성희의 소설을 골랐으니 4권만 더 추려보겠습니다.


첫째로, 루스 렌들의 '활자 잔혹극'


추리 소설에 사회성을 가미한 작품이라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추리 소설 자체로의 매력보다 '문맹'이라는 키워드를 추리문학의 전면으로 끌고 나온 과감성이 돋보인 작품이었습니다.



둘째로, 고이즈미 기미코의 '변호측 증인'


이 작품은 '활자 잔혹극'과는 다르게 추리소설 본래의 매력에 충실한 작품입니다.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그 반전은 대단히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이 작품이 없었더라면 '달리의 고치'에 한 표를 줬을테지만. 이건 못 이겨요.



셋째로, 요 네스뵈의 '스노우 맨'


베스트 1의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였던 작품입니다. 정말 훌륭한 스릴러였어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전개가 일품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스노우맨'의 끔찍성은 다가오지 못한 듯싶지만, 재미 측면에선 따라올 소설이 없었습니다.



넷째로, 김경욱의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


굉장히 고민되는 작품 선정이었습니다. 김훈의 '흑산', 애증의 소설 대니얼 H. 윌슨의 '로보포칼립스'가 순위에 있었습니다. '흑산'은 과하게 실험적이라, '로보포칼립스'는 스필버그가 만들어낸 거품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허술한 이야기 때문에 배재했습니다.


이 소설은 다른 김경욱의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성향을 보입니다. 조금 더 현실 참여적이고 하드보일드한 작품들인데, 나름의 매력이 있어 선정했습니다. 이야기의 완결성 측면에선 당혹스런 작품들이 조금 보입니다만, 작가의 의도로 알고 해석했습니다. '태양이 뜨지 않는 나라'와 같은 작품과 같이 드러나는 이미지가 강렬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평소에 잘 접하지 않는 작품들을 읽고 분석을 하고 리뷰를 한다는 것이 저에겐 참 즐거운 체험이었습니다. 가끔은 맘에 안들어 투덜거리기도 하고, 파악이 힘들어 혼란스러울 때도 있었습니다만 언제 또 이런 작품들을 읽어볼까 생각해보면 신간평가단 활동은 분명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또! 이왕이면 다른 분야에서 리뷰를 써보고 싶습니다만, 워낙 경쟁자들이 몰리는 추세라 잘 될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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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2월 달엔 신인작가 중견작가의 소설들이 고루 출판되었다. 국내 독자들로부터 굉장한 사랑을 받고 있는 김영하와 김연수의 작품은, 서로의 작품 성향이 전혀 다르니만큼 함께 읽기 즐거운 소설들이다. 거기에 전아리 김사과까지. 다양한 독서를 할 수 있는 달임에 분명하다.


1. 김영하, 너의 목소리가 들려, 문학동네


김영하 작가가 5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소설. <검은 꽃>, <퀴즈쇼>를 잇는 '고아 트릴로지'의 마지막 작품이다. 스스로 우울 속으로 걸어들어가서 쓴 고아들의 이야기, 커튼을 내린 방안에서 녹음된 빗소리를 들으며 골방에서 써내려간 이야기이다. 그래서일까?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기저에는 슬픔의 덩어리가 몸을 낮추고 한껏 웅크리고 있는 듯하다. - 알라딘 소개글


김영하의 신작 장편이다. 출판 시기가 교묘한 것이, 이상문학상으로 한껏 주목을 받은 다음에 2개월 정도 텀을 두고 바로 장편을 내놓았다. 전작 '퀴즈쇼' 이후로 5년 만에 내놓는 작품이니만큼 대단히 반갑다. '검은 꽃'의 국가 단위에서부터 '퀴즈쇼'의 개인 단위까지 소설의 집중력을 서서히 좁혀온 작가가 이번 소설에선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된다.


2. 김연수, 원더보이, 문학동네


소설가 김연수가 <밤은 노래한다>(2008) 이후 사 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소설. 2008년 봄에 청소년문예지 「풋,」에 연재하기 시작해 끝을 비워놓은 상태로 연재를 끝냈던 <원더보이>가 연재를 중단한 지, 꼭 이 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났다. - 알라딘 소개글


난 사실 김연수가 국내에서 이리도 많은 독자층을 거느리고 있는 지 몰랐다. 사실 그의 소설은 그리 대중적이지 않다. 시처럼 난해하고 복잡한, 하지만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그의 소설은 그 문장 만큼이나 세밀한 감수성으로 가득차 있다. 그럼에도 그의 소설이 읽고 싶고, 그의 문장에 끌리는 것은 그가 쓰는 글에 차마 매몰차게 대하지 못할 문학적 매력이 숨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3. 김사과, 테러의 시, 민음사


2005년 등단 이후 저돌적이고 폭발적인 에너지, 강렬한 이미지, 개성 넘치는 문체로 한국 문학의 '무서운 아이'로 불리며 가장 개성적이고 문제적인 작가로 꼽혀 온 작가 김사과의 다섯 번째 책. 2010년 「세계의 문학」 겨울호에 전재되었던 작품으로, 민음 경장편 시리즈 그 다섯 번째이기도 하다. - 알라딘 소개글


감히, 문제작가라고 칭할만한 김사과의 경장편이다. 첫 장편 소설 '미나'에서부터 발칙한 젊은 작가의 등장을 선언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던 작가다. 때문에 그녀의 소설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듯하다. 그럼에도 소설집 02를 비롯해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면서 끊임없이 문학상의 최종후보작에 이름을 내걸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녀의 소설에 대한 평가는 특이한 소설에 대한 단기간의 관심에만 머무는 것은 아닌 듯하다.


4. 전아리, 앤, 은행나무


제2회 세계청소년문학상과 제3회 디지털작가상 대상 수상으로 차세대 한국 문단을 이끌 기대주로 주목받아온 작가 전아리가 본격 문학을 선언하고 새 작품을 내놓았다. 장편소설 <앤>은 등단 이후 한국 문단의 천재로 불렸던 그가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호흡을 고르며 그간 준비했던 역량을 쏟아 부은 작품이다. - 알라딘 소개글


일반적인 젊은 작가로서는 차마 짊어지지 못할 정도의 많은 수상 경력을 가진 작가다. 어릴 때부터 신동으로 주목 받았고, 20대의 젊은 나이에 각종 상을 싹쓸이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다. 청소년 문학에서부터 본격 문학까지 전방위 활동을 하는 작가라, 어떤 식으로 성장할지 대단히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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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3-05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라 한국작가들의 맛있어 보이는 작품들이 많군요.
개인적으로 김영하를 한번도 읽어본적이 없어서 기대가 슬슬 되는걸요...

백운호 2012-03-06 00:07   좋아요 0 | URL
김영하 좋죠... 개인적으로 김영하의 힘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소설은 '검은꽃'이 아닐까 싶어요 ㅎㅎ
 
<소설>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1월 출판계의 가장 큰 이슈는 아무래도 어니스트 헤밍웨이 아닐까. 누구나 흔하게 그의 이름을 거론하지만 정작 제대로 읽어본 사람은 별로 없는. 읽어 봤다 해도 누군가의 손에 의해 변형되고 삭제된 어린이용 책을 읽어봤을 뿐일. 그동안은 저작권 체결이 어렵다는 문제로 불법해적판이나 일본어중역판, 혹은 어린이용 도서들만이 출판될 뿐이었다. 작년 말 저작권 시효가 만료되어 이제 제대로 헤밍웨이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헤밍웨이의 많은 작품이 봇물터지듯 쏟아졌는데, 그 모든 작품을 신간 평가단 추천 도서로 올릴 수는 없고 몇 권만 추리기로 했다.


1.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1권. 20세기 미국문학사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소설. 불운과 역경에 맞선 한 늙은 어부의 숭고하고 인간적인 내면을 강렬한 이미지와 간결한 문체로 그려낸 작품이다. 작가 헤밍웨이의 원숙한 인생관 위에 독보적인 서사 기법과 문체가 훌륭하게 응축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의 필생의 걸작으로 꼽힌다. - 알라딘 책소개


헤밍웨이 하면 늘 언급되는 명작이다. 그저 노인과 바다와 청새치만으로 얼마나 굵직한 이야기를 뽑아낼 수 있는지 증명하는 소설이며, 그 단순한 도구만으로 얼마나 무거운 주제의식을 기워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소설이다.



2. 어니스트 헤밍웨이, 태양은 다시 뜬다, 한겨례출판


헤밍웨이의 첫 장편소설. 여러 면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스물일곱 살의 헤밍웨이는 이 작품을 통해 평단의 극찬과 대중의 호응을 함께 받으며 일약 문단의 총아로 떠올랐다. 1차대전 이후 방황하던 세대를 지칭하던 '로스트 제너레이션'이란 말이 유명하게 된 것도 이 소설 때문이었고, '빙산 이론' 혹은 '생략 이론'이라고도 불리는 헤밍웨이의 힘 있는 단문체로 완성한 첫 소설이기도 하다. - 알라딘 책소개


'무기여 잘 있거라'가 더 눈에 밟히긴 했지만 헤밍웨이의 첫 장편이란 점에서 이 소설을 넣어봤다. (절대 민음사 판본이 맘에 들지 않기 때문은 아니다.) 왠지 모르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대사가 떠오르는 이 소설은 '헤밍웨이 읽기'에 선행되어야 할 소설이 아닐까.


3. 천명관, 나의 삼촌 브루스 리 1, 예담


그의 출세작 '고래'의 충격 이후로 천명관은 늘 기다리는, 늘 기대하는 작가가 되었다. 그의 단편집 '유쾌한 하녀 마리사'나 장편 '고령화 가족'모두 빼놓지 않고 읽었다. 하지만 제도권 밖의 놀라운 상상력을 보여준 '고래'와 같은 작품은 아직 들려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매번 아쉽더라.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이번에도 기대해본다. 이 무조건적인 믿음이란!


알라딘 책 소개 - 할아버지가 바깥살림을 차려서 낳은 서자로 들어와 어릴 때부터 눈칫밥을 먹으며 성장한 삼촌에게 이소룡은 비루한 자신의 인생을 구원해 줄 그 무엇이다. 그러나 태생부터 원조나 본류가 될 수 없었던 삼촌의 운명은 험난하기만 하다. 이소룡을 추종했으나 끝내 저 높은 곳에 다다르지 못하고 모방과 아류, 표절과 이미테이션, 짝퉁인생에 머물게 되는 한 남자의 기구한 삶이 70년대 산업화, 80년대 군부독재와 민주화혁명, 90년대 본격 자본주의 시대를 배경으로 파란만장하게 펼쳐진다.


4. 조르주 페렉,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 문학동네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의 두번째 작가, '조르주 페렉' 선집 1권이다.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은 문학과 인문학의 경계에서 지성과 사유의 씨앗이 된 작품들을 위한 상상의 서가다. 문학과 인문학을 두루 포섭하는 창의성과 실험성, 작품성을 갖췄으나 뚜렷한 범주로 분류되지 않는 애매한 위상 때문에 제대로 평가되지 못한 작품들을 모았다. - 알라딘 책소개


이 작가는 로쟈님의 서재를 통해 알게 된 작가다. 총 7권으로 이루어진 조르주 페렉 선집의 첫 권이라는데, 관련 정보를 찾아보면 꽤 유명한 사람인 듯싶다. 왜 난 처음들어보지? ㅋㅋ 굉장히 전위적인, 혁신적인 글쓰기로 이름이 높은 사람 같은데 접해보지 않고선 섯불리 평하긴 어려울 것 같다. 알지 못하지만 동물적 감각으로 끌리는 데가 있어, 구입을 고려하며 서점에 들렀었는데 그 얇은 책 두께와 무시하지 못할 가격으로 일단 구입을 보류했다 -_-; 알라딘 신간 평가단에 찔러보는 것도 그러한 이유가 있음을 무시하진 못하겠다.


이번 달은 여기까지다. 그 외에 눈길을 끌었던 소설들은,














이런 작품들이 있다.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굳이 추천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따로 리뷰를 작성하기도 했으며) 리스트에 담진 않는다. 매달 눈에 띄는 소설들을 선정하는 작업은 어려운 일이다. 죄다 재미있어 보이고, 죄다 읽고싶으니. 사실 막노동에 가까운 작가의 고행으로 일군 모든 작품 중에 버릴 것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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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2-03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그런 것이었군요. 전부터 헤밍웨이는 너무나 유명했는데 그의 책은 별로 보지 못한 것 같아서 이상했어요. 이번을 기회로 저도 헤밍웨이를 한 번 제대로 접해보고 싶은걸요. 이상문학상 작품집이 약간 달라진 것 같아서 관심이 가기도 하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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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11년이 다 갔다. 12월에 출간된 소설들 중 맘에 드는 책들을 훑으며 1월에 읽을 책들을 정리하는 과정이 다가오는 신년을 대비하는 것 같아 벅차다.


1. 최진영, 끝나지 않는 노래, 한겨레출판


1927년에 내성면 두릉골에서 태어난 두자를 시작으로 그녀가 우여곡절 끝에 낳은 쌍둥이 수선과 봉선, 수선의 딸인 고시원에 사는 대학생 은하와 군대에 가 있는 봉선의 아들 동하까지의 이야기를 1930년대부터 2011년 현재까지 현실적으로, 아름다우면서 쓸쓸하게 담아냈다. - 알라딘 리뷰


최진영 작가는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리뷰)'이란 작품으로 한겨레 문학상을 수상했다. 전 작에서는 어린 소녀의 목소리를 훌륭하게 모사해내며 이름 없는 떠돌이 소녀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내었다. 그녀의 소설을 읽으며 다음 작품이 궁금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마주하게 되었다.


2. 윤성희, 웃는 동안, 문학과지성사


현대문학상, 올해의 예술상, 이수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수상 작가 윤성희. 자신만의 독창적인 소설 세계를 구축하여 시간이 지나면서 이를 더욱 탄탄하게 형성해온 작가 윤성희의 소설집이다. 소설집으로는 2007년 펴낸 <감기> 이후 4년 만이다. 2011년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인 '부메랑'을 비롯하여 총 10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 알라딘 리뷰


올해 '부메랑'으로 황순원 문학상을 수상한 윤성희의 소설집이다. 표지를 보고 끌리듯이 책을 선택해 놓고는, '내가 이전에 윤성희의 소설을 읽은 적이 있던가.' 의문이 들었다. 혹시나 어디 수상집이나 문예지에서 마주친 적은 없을까. 책장을 뒤져보았다. '2008년 이상문학상 작품집'에 그녀의 소설이 실려 있었다. '어쩌면' 이란 작품이다. '귀신이 나왔던 작품'이라는 어렴풋한 기억이 든다. 그러고보니 '귀신 나오는 소설을 자주 썼다'던 신문 서평도 어렴풋이 떠오른다. 잘 모르겠으면 읽어보는 게 답이다. 그래서 일단 신간 리스트에 끼워 본다.


3. 전성태 외, 2010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현대문학


2012년 제57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소설가 전성태가 제57회 현대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당선작 '낚시하는 소녀'는 "우리 언어의 풍부하고 품격 있는 사용도, 시간과 상황과 사건, 인물의 움직임들이 한 치의 낭비 없이 탄탄하고 치밀하게 얽혀 단편소설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작품(소설가 오정희)"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 알라딘 서평


한 해를 마무리하는 데 수상소설집 만큼 좋은 책이 있을까. 계간지 2010년 겨울호에서 2011년 가을호까지. 월간지 2010년 12월 호부터 2011년 11월 호까지 문학계를 달구었던 단편의 액기스만 모았다. 전성태의 작품은 현대문학 8월호에서 읽었는데, 모녀의 힘든 삶을 평화롭고 아름답게 그려놓았다는 인상이 기억에 남아 있다. 박민규부터 편혜영까지, 이 책은 현대소설의 종합선물세트다.


4. 김미월, 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 창비


2011년 제29회 신동엽창작상을 수상하며 촉망받는 젊은 작가로서의 저력을 확인한 김미월의 소설집. 김미월 작가는 이번 소설집을 통해 허황된 낙관도, 세련된 냉소도 아닌 다만 꾸밈없는 현실 직시야말로 격려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일상과 유리된 거대담론이 아닌 잔잔하고 소박하되, 하찮게 여겨서는 안될 귀중한 순간들의 포착을 통한 현실 진단은 놀라우리만큼 적확하다. - 알라딘 서평


김미월의 소설은 2011년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에 실려 있던 '안부를 묻다'가 너무 좋아서 기억에 담아 두었던 작가다. 있지만 가지 못하는 주인집 아랫집과 들어가지 못하는 방과 관련한 어린아이의 눈에 비친 서스펜스가 놀라웠던 작품이었다. 작품집이 나왔으니 그녀의 다른 면면도 관찰할 기회가 생겨 좋다.


쓰다 보면 독서 편력이 이런지라 한국 현대 문학만 자꾸 담긴다. 여러 장르의 여러 국가의 소설들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소설만 읽기도 아직 버겁다는 느낌이다. 다음 달에는 좀 다양한 신간들을 담아보려 노력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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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1-03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에 현대문학 수상집이 나와서 관심있게 봤는데 제 마음에 쏙 드는 작가는 없었어요.. 아는 작가는 편혜영인데 편혜영의 단편 참 좋은데 요즘에는 영 읽기가 싫은거 있죠?

소설파트는 좋겠습니다 ㅠㅠ 이렇게넘쳐나구요

백운호 2012-01-05 10:23   좋아요 0 | URL
어 저도 편혜영 작가 참 좋아해요! 평범한 일상을 괴기스럽게 바꿔놓는 그 능력이란 ㅎㅎ 저는 이번 작품집에 좋아하는 작가들이 많아서 좋았요. 김연수도 있고 박민규도 있고 편혜영도 있고요. 대상작품도 이전에 잡지에서 읽었는데 훌륭한 단편이란 인상이 있어서 망설임 없이 구입했네요 ㅎㅎ! 신간평가단이신가봐요. 한 달에 5편밖에 꼽질 못하니까, 소설 파트는 선별하느라 머리가 아프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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