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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대하여
파스칼 키냐르 지음 / 문학과지성사
"마지막 왕국에 스스로를 유폐한, 왕의 귀환!"
<은밀한 생>의 작가 파스칼 키냐르의 '마지막 왕국' 연작 두번째 책. 그 스스로 나는 이 '마지막 왕국'에서 죽어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을 정도로 애착을 보인 시리즈이다. 소설, 에세이, 시 같은 전통적 분류의 체계에서 벗어났다. 생각의 편린을 모아둔 문장은 집요하고 고되다. 사랑에 빠질 때마다, 소설을 쓰거나 읽을 때마다 바뀌는 것은 '과거pasee'이다. 키냐르가 언어화하는 옛날은 이것과는 다른, 영원하고 절대적인, 이미 사라진 어떤 시점, 즉 '옛날jadis'이다.
철학적인 사유의 집요함은 자폐를 앓은 작가의 경력과도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밑줄을 긋고, 북마크를 해가며 읽어야 할 문장으로 가득하다. 예를 들면 '한 사람의 삶은 언제나 다른 삶일 수 있다. 더 나은, 더 강렬한, 더 나쁜, 더 짧은 삶일 수도 있는 것이다.' 같은. 텍스트는 열려있다. 가히 사유의 바다라 할 만한 이 책에서, 독자는 키냐르 정신의 정수를 수확해 자신의 사고를 확장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 문학 MD 김효선
책 속에서 : 다른 시간은 이곳에, 그리고 자신의 은신처에 있다. 그래서 새로운 세계, 즉 느닷없이 울부짖음, 추위, 젖, 갈증, 허기를 알게된 세계는 어둡고, 따스하고, 멀리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갈증이 즉시 해소되고 허기가 곧바로 충족되는 예전 세계의 환각을 일으킨다.
더 멀리,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자궁 속의 세계 이전의 다른 절대 세계, 태아로서 어린애가 체험했던 세계보다 앞선 세계, 보이지 않는 세계가 있다. 성적인, 알몸의, 욕망의 세계가 있다. 환각이 아닌 상상의 세계, 원초적 이성애적 장면의 세계가 있다. 즉, 옛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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