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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우주
움베르토 에코, 장클로드 카리에르 대담 / 열린책들
"애서가, 장서가, 독서가, 작가의 사위일체"
전자책의 등장으로 정말 책이 사라질까? 책이 운명의 기로에 선 지금,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성 움베르토 에코와 장클로드 카리에르가 만났다. 매체와 정보 보관, 수용의 상관 관계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영화, 방송 등 다른 매체를 지나 결국 책으로 돌아와 두 사람의 독서, 장서, 저술에 대한 이야기에 이른다. 간단히 정리하면 이 책은 존재하지 않거나,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책들, 읽히지 않는 책들과 읽히기를 기다리고 있는 책들, 혹은 더 이상 읽히지 않게 될 책들에 대한 이야기다.(언뜻 이해가 안 가면 다시 꼼꼼히 읽어주시기 바란다.)
이들의 깊은 사유와 시대를 넘나드는 안목은 사실 당연하다, 배울 점도 충분하다. 오히려 이 책의 매력은 세기의 지성이란 두 사람이 학자연하지 않고 마치 재미난 놀이에 흠뻑 빠진 소년처럼 즐겁게 떠드는 데 있다. 특히 고서 수집 이야기를 나눌 때면 사회자가 끼어들 틈도 주지 않고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은근히 신경전도 벌인다. 단언컨대 이 책에서 구텐베르크의 은하계와 책의 우주를 함께 읽어내지 못해도 좋다. 그저 책 이야기에 젖어 아직 읽지도 않고 또 영원히 읽지도 않을 책들을 서가에 잔뜩 쌓아 두고 있는 마음 속 죄의식을 씻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유쾌한 경험이다. 책이란 무릇 그저 좋은 것 아니겠는가.
기껏 애서가와 장서가가 되려고 아등바등하는 자신을 돌아보니, 애서가, 장서가, 독서가, 작가로 쉴 새 없이 변신하며 책과 책에 비친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두 선배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의 결론은 당연하다, "책은 결코 죽지 않는다.", 존명!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고백합니다만, 나는 마흔 살이 돼서야 <전쟁과 평화>를 읽었답니다. 하지만 읽기 전에도 그 작품의 핵심적인 부분은 알고 있었죠. 누가 <천일야화>를 첫 쪽부터 마지막 쪽까지 읽었겠습니까? 누가 정말 <카마수트라>를 읽었겠습니까?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 책에 대해서 얘기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 책의 내용을 설명하기까지 합니다. 따라서 이 세계는 우리가 읽지 않았지만, 우리가 그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책들이 수두룩합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떻게 우리가 그 책들을 알게 되느냐를 아는 것입니다.(움베르토 에코, 295~2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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