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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 파크
폴 오스터 지음 / 열린책들

"우리, 힐링 없는 세계를 헤쳐 나가자"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하다. 고통과 행운은 우연이나 운명이라고 이름 붙여진 알 수 없는 힘을 통해 다가온다. 따라서 인간은 무방비 상태에 있다. 마치 눈에 가리개를 씌운 채로 걸어가는 것과 같다. 여기에 ‘왜’라고 물으려면, 즉 맞서려면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질문하지 않고 도망칠 수 있는 길이 주어진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좀더 안락한 생활과 더 많은 수입, 또는 원대한 ‘꿈’으로 눈을 돌리면 삶이라는 압도적인 수수께끼를 잊을 수 있다. 그러나 수수께끼는 사라지지 않는다.

폴 오스터의 신작 <선셋 파크>는 이 삶이라는 수수께끼를 직시하고 그곳을 향해 걸어가는 청춘 군상들을 그린다. 그들은 미래를 계획하는 대신에 현재를 관찰하면서 자신들의 인생을 갑작스레 바꿔 놓은 우연을 화두로 품고 용맹정진한다. 그러는 와중에도 폭탄 같은 우연들이 삶 속으로 연거푸 떨어진다. 점점 더 자욱해지는 굉음과 연기 속을 청춘들이 걸어간다.

그들의 인생은 더 나아졌는가? 모른다. <선셋 파크>는 더 나은 인생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다만 어쩌면 그 ‘달리는’ 일이 중요할 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스펙터클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웅대한 운명의 자태를 그려오던 폴 오스터가 <선셋 파크>에서 보여주는 이 작은 권유는 어쩌면 몇몇 나이 든 작가들이 보여주는 뻔한 노파심일 수도 있겠다. 물론 나는 이 작품이 취한 그 ‘포즈’가 위무의 손길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촌스럽게 손 내밀 필요가 있을까? 글쎄. 그랬으면 좋겠다. 필요한 일이었으면 좋겠다. 이 책이 당신에게 힐링을 돌파하고 전장으로 걸어나갈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다.
  
- 소설 MD 최원호

책 속에서 : 캘리포니아 에인절스의 구원 투수였던 도니 무어는 1986년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다섯 번째 경기에서 9회에 보스턴 레드 삭스의 승기를 꺾도록 투입되었다. 에인절스는 처음으로 우승기를 손에 넣으려는 순간을 눈앞에 두고 1점차로 앞서 가고 있었지만, 투 아웃에 1루에 주자가 출루한 상황에서 무어가 스포츠 사상 가장 불운한 피칭으로 기록될 투구를 했다. 보스턴 외야수 데이브 헨더슨에게 장외 홈런을 맞은 것이다. 그 홈런으로 경기 흐름이 뒤집혔고 에인절스는 결국 경기에서 졌다. 무어는 그때의 굴욕에서 다시는 일어서지 못했다. 그 인생을 바꾼 투구를 한 3년 후, 야구계를 떠난 그는 금전적으로나 결혼 생활에서나 궁지에 몰려 아마도 제정신이 아니었는지 세 아이들이 있는 자리에서 아내와 부부싸움을 벌였다. 그는 총을 들고 나와 아내에게 세 발을 쏘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그런 다음 총구를 스스로에게 돌려 자기 머리를 날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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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만든 먼나라 이웃나라 15 : 에스파냐
이원복 글.그림 / 김영사

"국민 교양만화 먼나라 이웃나라 최종편"
 '국민 교양만화' 먼나라 이웃나라가 2011년 중국 근현대 편, 2012년 시리즈 전면 개정판을 펴낸 데 이어, 열다섯 번째 나라 에스파냐 편을 끝으로 지난 35년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18개월만에 출간된 신작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독자들의 기대에 보답하듯 압도적으로 방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화려한 문화와 열정적인 국민성, 극단으로 흥망성쇄를 거듭해온 역사의 부침에 이르기까지,탁월한 압축과 감각적인 연출의 묘를 발휘하며 한 국가의 기원부터 미래의 향방까지 내다본다. 
 
저자는 '500년 전에 벌어진 에스파냐의 융성'과 몰락이 시사하는 바를 강조하면서, '한국과 닮은 그들의 역사가 국내 독자들에게 특별한 공감을 안겨줄 것'이란 기대를 내비친다. 에스파냐의 뿌리, 국민성에 대한 치밀하고도 입체적인 탐구는 최종편에서도 여전하다. 이보다 더 선명하게 다가올 수 있을까 싶은 생생한 정보들이 쉽게 휘발되지 않는다는 점, 이 또한 먼나라 이웃나라를 애독해온 1,700만 독자가 동의하고 매번 새 책을 펼칠 때마다 기대하는 사실일 것이다.
 - 어린이 MD 이승혜

머리말 중에서 : 
전 세계를 제 짚 앞마당처럼 누비며 호령하던 대제국의 영광은 세계 최정상에 오르는 순간부터 이미 사양길로 접어드는 기묘한 역사적 운명에 봉착했다. 이는 순수한 종교 정신에 얽매어 다른 문화와 종교를 포용하지 못하고, 독선적이고 폐쇄적인 문화를 고집한 데 따른 필연적 결과였다. 글로벌 시대가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문을 걸어 잠근 에스파냐의 역사는 그 후 수백 년간 고난과 수모의 길을 걸었다. 이러한 에스파냐의 역사는 이제 막 다문화 사회, 글로벌 문화에 당면한 우리에게 귀중한 교훈을 던져준다. 때문에 '에스파냐 편'을 꼭 다루고 싶었고, 드디어 독자 여러분에게 선보이게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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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인문학
리 보틴스 지음, 김영선 옮김 / 유유

"인문학으로 우리 아이 키우는 법"
많은 부모가 아이에게 고전을 권한다. 그들은 고전이 훌륭하다고 믿으며 아이가 고전을 읽기를 원한다. 그런데 이런 고전 읽기를 통해 아이가 무엇을 얻기를 바라는 걸까. 혹시 <오만과 편견>이나 <모비딕> 같은 작품에 대해 한두 마디 할 수 있고, 관련한 이야기에 소외감을 느끼지 않기를 바라는 건 아닐까. 이 책은 고전 읽기를 통해 ‘고전의 내용’이 아닌 ‘고전을 읽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고전공부법은 문법, 논리학, 수사학으로 구성되는데, 각각 기본 어휘와 개념을 익히고, 사실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비교해서 판단하고, 생각이나 지식을 적절한 말이나 글로 다른 이에게 설명해서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다시 말해 무엇이든 아는 게 아니라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저자는 2500년 동안 이어진 고전공부법을 대안교육 방법론으로 내세우며, 자신의 아이와 함께 나누고 성장한 과정을 풀어낸다. 교육과정뿐 아니라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아이를 전문화, 분업화를 통해 분절된 삶으로 유도하는 사회 구조의 문제, 소위 전문가 교육이라 불리는 체제에서 부모가 어떻게 소외되는지 등을 되짚고, 고전공부가 아이의 인생에 어떻게 보탬이 되는지를 수학, 지리, 역사 등 개별 영역부터 읽기, 쓰기, 말하기 등 보편 영역까지 꼼꼼하게 알려준다. 내 아이를 교양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이라면, 더불어 나 역시 교양 있는 부모가 되고 싶은 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인문학으로 우리 아이 키우는 법'이라 하겠다. 
 
인문 MD 박태근

이런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 
- 자기가 가진 학습 잠재력에 못 미치는 아이 때문에 애태우는 부모
- 왜 업무의 기초부터 새로 가르쳐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는 고용주
- 좌천과도 같은 자리 이동에 좌절하여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성인
- 대리 부모 노릇을 하기보다는 아이를 제대로 교육하고자 하는 교사
- 아이를 유능한 사상가와 지도자로 키우는 법을 알고자 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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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변종모 지음 / 허밍버드

"여행작가 변종모 신작, 낯선 길 위의 따뜻한 기억들"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의 저자 변종모 작가가 1년 만에 펴낸 신작 산문집. 친구도, 가족도, 연인도 대신할 수 없는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그는 자주 길을 떠났다. 인도, 파키스탄, 쿠바, 그루지야, 아르헨티나 등 수많은 길을 걸으며 보낸 시간이 10년. 오랜 여행을 하는 동안 낯선 곳에서 허기를 채워야 했고, 그런 만큼 다양한 음식들을 접했다. 길 위에서 처음 만난 이들은 보잘것없는 한 끼라며 내밀었지만, 작가에게는 배고픔을 달래준 음식 이상의 의미였다. 따뜻한 위로,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게 해주는 힘.

이 책은 작가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 사람들 사이에 소박하게 놓였던 음식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 특유의 감성과 섬세함으로 낯선 이들과 나눈 한 끼 식사의 기억들을 하나 둘 꺼내놓는다. 레시피도, 이름도 없는 음식들은 여행지의 풍경과 여행자의 마음과 함께 때로는 쓸쓸하게, 때로는 뭉클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그려진다. 이 한 권에 담겨진 사람과 사람, 사람과 음식의 이야기를 읽는다면, 따뜻한 밥상을 받을 때의 기쁨과 설렘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 에세이 MD 송진경

 
책 속에서 : 무작정 길을 나선 건 내가 알지 못하는 당신들 때문이었다. 길은 내가 떠났지만 나를 묶어놓은 것은 길이 아니라 낯선 당신들이었다. 때로는 내가 선택한 그 공간에서 오히려 더 큰 공허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당신들은 끝내 당신들의 좁은 옆자리를 내게 나누었다. 그리고 처음 보는 당신이 나에게 밥은 먹었느냐고 따뜻하게 물었을 때, 나는 비로소 두고 온 곳의 내 소중한 사람들을 뜨겁게 떠올렸다. 나의 공허가 무엇인지 나의 빈 곳이 어디이지, 내가 알지 못하는 당신들이 알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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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 3번 안석뽕
진형민 지음, 한지선 그림 / 창비

"제17회 창비 좋은 어린이 책 대상"
전교 회장 선거에 출마한 재래시장 떡집 아들 안석진의 파란만장 선거운동기. '공부 잘 하는 애들 위주로 돌아가는' 학교에서 회장 후보로 적격인 기호 1번, 엄마의 등쌀에 못이겨 출마한 기호 2번, 수학 시간 좀 줄여달라는 문제의 기호 3번 안석뽕까지. 세 명의 어린이 회장 후보가 열띤 경합을 벌이는 일주일간의 이야기다.

선거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재래시장 코앞에 냉큼 들어선 대형마트가 시장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위협한다. 장난처럼 시작된 회장 선거는 아이들의 진정한 바람과 고민에 가 닿고, 우리 사회의 관습적인 구조의 문제가 더이상 어른들만의 것이 아님을 환기시킨다. 제17회 창비 좋은 어린이 책 원고 공모의 고학년 부문 대상 수상작. 신인 진형민 작가가 굵직한 데뷔작으로 한국아동문학계에 출사표를 던진다.
  
- 어린이 MD 이승혜

책 속에서 : 
기호 1번 고 경 태
1. 모두가 공부 잘 하는 1등 학교를 만들겠습니다.
2. 교실도, 복도도, 운동장도 깨끗한 학교를 만들겠습니다.
3. 친구끼리 서로서로 사이좋은 학교를 만들겠습니다.
1등 후보 고경태와 함께 명품 학교 만들어요!
 
"공약이 저런 건가 보지?"
"쳇, 저거 다 하나 마나 한 소리 아냐? 고경태 저 자식, 공부 잘하는 학교를 자기가 어떻게 만들 건데? 시험 볼 때마다 답이라도 가르쳐 줄 건가? 그리고 또 뭐? 깨끗한 학교를 만들어? 어유, 저걸 콱 그냥. 아까 우유 먹고 우유갑 아무 데나 던지고 간 게 누군데!" - 본문 49~50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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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와 그 적들
이나미 지음 / 추수밭

"콤플렉스는 나의 힘"
 융 심리학자 이나미 박사는 한국인의 고유한 심리에 관심을 두고 설화와 민담, 문학 작품을 연구해왔고, 10대부터 90대까지 전 세대에 걸친 풍부한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인의 집단 심리와 사회 현상을 정신분석의 관점에서 관찰해왔다. <융, 호랑이 탄 한국인과 놀다>가 전자의 맥락이라면 <오십후애사전>과 <괜찮아, 열일곱 살> 같은 책이 후자의 과정이라 하겠다. 이번 책 <한국사회와 그 적들>은 이런 연구의 총체적 결과물로 한국사회의 집단심리를 콤플렉스라는 창을 통해 분석한다.
 
욕망에 사로잡힌 물질에 대한 선망, ‘툭’ 치면 ‘욱’ 하는 분노의 감정, 제사와 차례처럼 모두가 피하는 축제에서 드러나는 가족의 현실 등 한국사회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열두 가지 콤플렉스는 어쩔 수 없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자책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는 콤플렉스의 병적인 부분에 가려진 성장 가능성을 함께 바라보자고 제안한다. 돈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이 부자가 될 수 없듯이, 콤플렉스를 제대로 이해하면 콤플렉스를 적이 아닌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본문에서 열거하는 열두 가지 콤플렉스는 이제 열두 가지 가능성으로 새롭게 읽혀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이 책에서 자신을 발견해보시길 권한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엄밀한 리얼리즘의 시각으로 보자면, 인간은 행복한 순간보다 고통스러운 순간이 훨씬 더 많게 태어난 존재다. 그러나 ‘자아’와 ‘개인의 의지와 행복’, 그리고 ‘소유하고 소비하는 삶’을 강조하는 오늘날에는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나만은 꼭 많이 누리고 항상 행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화가 난다’는 유아적인 논리에 사회 전체가 빠져들고 있는 것 같다.(301, 3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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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
김탁환 지음 / 살림

"조선 은행 백년사, 김탁환과 선한 자본"
<불멸의 이순신>, <노서아 가비>의 작가 김탁환이 대한민국 자본 탄생의 역사를 그렸다. 19세기말 개항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은행의 탄생을 주도하는 이들의 가쁜 삶을 치열하게 상상했다. 개성상인의 아들 장철호가 장사꾼에서 기업인, 다시 은행가로 변신하는 사이 반대편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박진태와 탐욕의 화신 권혁필이 있다.
 
삶의 밑바닥에서 돈을 모으고, 자본을 만들고, 마침내 은행을 설립하는 과정. 권모술수와 살인, 음모와 치정이 난무하는 불구덩이 속, 인물은 선명하고 이야기는 호쾌하다. 영화를 보듯 선명하게 그려지는 탐욕의 질주, 자본의 의미를 되묻게 한다. 작가 스스로 “변치않는 인간의 탐욕에 관한 보고서이자 선한 자본에 대한 작가 나름의 묵상이었다.”고 이 소설을 설명했다.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피 말리는 경쟁은 부두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야. 개항이 되고 외국인들이 조계지에 정착한 후부터 10년 동안 인천은 완전히 달라졌어. 개항 전 제물포는 작은 포구였지. 가난했지만 돈 때문에 언성을 높이거나 돈 때문에 행복하거나 돈 때문에 불행한 이는 없었어.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비슷비슷한 고생을 했으니까. 개항과 동시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지. 벼락부자들이 등장했고 일확천금을 꿈꾸며 뜨내기들이 모여들었고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피 터지게 싸웠어. 그리고 경쟁에서 도태된 이들은 금방 알거지로 전락했지. 적당히 얻고 적당히 잃고 적당히 위로하며 사는 건 지금 인천에 어울리지 않아. 이긴 자는 전부를 갖고 진 자는 전부를 잃어. 중간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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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먹다
황교익, 정은숙 지음 / 따비

"이주민의 도시 서울, 삶의 고단함을 음식으로 달래다"
<서울을 먹다>라는 제목, 맛 칼럼니스트로 활약하는 황교익과 <막걸리 기행>으로 알려진 정은숙, 두 명의 저자, 차례에 열거된 종로 빈대떡, 장충동 족발, 영등포 감자탕 등 익숙한 서울 곳곳의 먹자골목. 누가 봐도 맛집 기행인데, 이 책은 스스로 맛집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묻는다. “무엇이 서울음식인가”
 
그러게나 말이다.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서울에서 전주식당은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서울음식을 하는 곳은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굳이 찾자면 조선 궁궐에서 먹던 음식이라 하겠지만, 영 시원찮은 대답이다. 이 책은 “서울 사람들이 두루 먹으며, 또 그 음식을 먹으면서 자신이 서울이라는 문화공동체 안에서 살고 있다고 느끼게 해 주는 음식”을 서울음식이라 부른다. 그리고 한때 서울 사람들이 즐겼고, 지금 서울 사람들이 여전히 기억하고 찾는 음식을 찾아 나선다. 그곳에는 물론 맛난 음식이 있지만, 그곳을 지나간 사람과 그곳을 지키고 있는 사람도 함께 맛볼 수, 아니 만날 수 있다. 음식에 역사와 문화가 담겼다는 다소 뻔한 이야기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현장을 만나니, 입과 혀는 간질간질 마음은 몽그락몽그락 피어오른다. 서울 타향살이 서러움과 고단함을 달래준 먹을거리로 오늘 저녁을 준비해보면 어떨까 싶다.
 
사족. 이 책을 펴낸 따비 출판사는 음식 관련 책을 줄곧 펴내는 곳이다. 사장이 미식가인 줄은 알 수 없지만 생긴 걸로 보아 탐식가임은 분명하다. 음식에 대한 욕심만큼 맛난 책 꾸준히 만들어주시길 바란다. 그간 따로 소개할 공간이 없었기에 이번 기회를 빌려 짧게나마 응원을 보낸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서울을 먹다>는 맛집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어떤 독자는 그때 그 시절을 되새기며, 또 어떤 독자는 서울의 옛날과 어머니 아버지의 옛날을 상상하며 그 식당들을 찾아 음식을 먹어 보았으면 한다. 음식은 입과 혀로만이 아니라 마음으로도 맛볼 수 있다. 부디, 서울의 삶을 담고 있는 식당들이, 골목들이, 돈벌이에 걸리적거린다는 이유로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훗날에, 이 책이 예전 서울의 모습을 찾아보는 사료로만 남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4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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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일상에서 길어올린 신경숙 짧은 소설"
“달에게 먼저 전해진 이 이야기들이 가능하면 당신을 한번쯤 환하게 웃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당신의 한순간에 달빛처럼 스며들어 반짝여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신경숙이 길어올린 스물여섯 개의 짧은 이야기. 능청맞게, 다정하게, 섬세하게 풀어놓는 이야기가 때론 웃음짓게 하고 때론 읽기를 멈추고 곱씹게 만든다.
 
주인의 무관심 속에서도 제 할 일을 끝낸 물옥잠이 내는 성실한 삶의 빛, 마흔 세 마리의 길고양이를 돌보던 고양이 남자에게 마흔 네 마리째의 고양이가 다가오는 순간을 목도하는 뜨거움, “우리는 죽을 때까지 사는 법을 새로 배워야한다”라고 말하는 이의 깨달음 같은. 소소한 이야기가 달에게, 당신에게 다가와 빛이 될 것이다.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세월이 흘러가고 나도 이 도시에 나의 삶을 갖기 시작했죠. 나의 삶이 새로 생긴 나의 가족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어머니가 계시는 그곳과는 몸도 마음도 멀어졌지요. 처음 어머니 곁을 떠나오던 그때처럼 시간만 나면 어머니가 계시던 곳으로 향하던 마음도 옛일이 되었지요. 그러다가 오늘 아침, 브레히트의 시를 읽는 순간에 그때 어머니가 어떻게 집에 돌아갔는지 처음으로 생각하게 됐던 것입니다. 어떻게 그동안 단 한 번도 어머니가 그 밤길을 어떻게 돌아갔을지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을까요.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는 새삼스런 깨달음과 어머니를 향한 뒤늦은 후회가 남아 이렇게 모르는 당신께 메일을 쓰고 있습니다.
정말 그녀가 이처럼 가볍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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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소리 내 울지 않는다
송호근 지음 / 이와우

"서울대 송호근 교수, 아픈 50대를 위로하다"
 ‘아프니까 청춘’이라지만, 아픈 청춘은 그래도 행복하다. 아파할 수도, 소리 내 울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우리 시대의 50대는 아파할 수조차 없다. 그들은 자식과 노모의 부양을 책임져야 하고, 더욱이 교육, 주택, 생활비, 노후 문제에 대한 부담까지 짊어져야 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사회학자, 서울대 송호근 교수가 베이비부머들의 삶에 포커스를 맞춰 자전적 에세이를 펴냈다.

베이비부머들은 1955~63년 사이에 태어난 전후 세대로서 전국에 약 715만 명이 존재한다. 저자는 농업세대와 IT 세대, 근대와 현대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는 의미에서 그들을 ‘가교 세대’라고 부른다. 이 책에서 저자는 ‘가교 세대’인 베이비부머들의 경험, 가치관, 가족 책임, 행동양식과 사고방식 등을 실제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게 그려낸다. 더 나아가, 그들이 처한 서글픈 현실 문제들을 저자 자신의 솔직한 경험과 함께 풀어내며 아픈 50대들에게 깊은 위로를 건넨다.  
- 에세이 MD 송진경

책 속에서 : 
쑥스럽기 짝이 없지만, 나를 이렇게 환히 드러낸 최초의 책을 쓰게 된 것도 ‘세상을 향한 30년 여행’을 중간결산 해야 할 시점이 되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더불어 ‘나를 향한 여행’이 시작되어야 함을 자신에게 알려주기 위해서이다. 30년 만에 나를 향해 돌아오는 나는 후회와 아쉬움으로 풀이 죽어 있을 것이다. ‘어느 날 귀로’에서 베이비부머들이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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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그림 동화 심리 읽기
오이겐 드레버만 지음, 김태희 옮김 / 교양인

"동화는 너무 생생하고 삶은 너무 환상적이다"
동화를 분석하고 비평하는 책은 많다. 동화가 다루는 시대를 역사의 관점에서 살펴보기도 하고, 인물이 놓인 상황을 사회학의 방식으로 구조화하기도 한다. 물론 동화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따져 묻는 게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방법이다. 심층심리학이란 방법론으로 그림 형제의 동화를 들여다보는 이 책은, 동화에서 이야기되는 것이 등장인물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등장인물의 마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집중한다.
 
조금 더 설명해보면 이렇다. 저자는 살아 있는 사람의 인생 이야기인 것처럼 동화를 읽고, 소설이나 동화를 듣는 것처럼 살아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새겨들을 때에야 참된 의미가 밝혀진다고 말한다. 심리학자로서 숱한 임상 경험을 통해 현실 속의 ‘재투성이’와 ‘라푼첼’을 만나본 경험이 삶과 문학 사이의 차이를 서서히 좁혀 “동화는 너무 생생하고 삶은 너무 환상적”이라는 깨달음으로 이끈 게 아닐까. 네 편의 동화를 읽고(각 동화의 전문을 책에 실었다.) 각각 100여 쪽이 훨씬 넘는 섬세하고 치밀한 심리 분석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억압이나 불안 같은 정신분석의 개념이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쓸모 있는 도구라는 걸 깨닫게 된다. 혹시라도 이 과정에서 내 안의 ‘가시장미 공주’나 주변의 ‘영리한 엘제’를 찾게 된다면, 당신은 한 편의 동화와 한 사람의 삶을 동시에 바라보는 생생하고 환상적인 경지에 이른 것이다. 미리 축하의 말을 전한다.
인문 MD 박태근

추천사 : 사랑이 불안보다, 인간성이 상황과 규범의 속박보다 강하다는 것이 언제나 동화에서만 참일까? 한 편의 동화를 이해하려면 삶 자체가 동화적일 수 있음을 최소한 어느 정도는 믿어야 한다. 그 모든 실망과 낙담, 의심에도 불구하고 동화에서 형상화하는 꿈은 뿌리 뽑히지 않는다. 우리가 동화를 주로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것은 이 세상에 나오는 아이는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동화가 꿈같이 행복한 사랑을 꿈꾸는 것과 같이.(3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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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브레스트
요 네스뵈 지음 / 비채

"잔혹함 대신에 비애와 맞선 해리 홀레"
시리즈 순서상 <레드브레스트>의 이후 이야기인 <스노우맨>과 <레오파드>가 국내에 출간되었을 때, 독자들은 기존의 북유럽 스릴러들과 다른 (사실상 영미 스릴러에 가까운) 정서를 가진 해리 홀레 시리즈를 독특한 느낌으로 받아들였다. 빠른 템포와 연이은 반전, 싸이코패스 살인마의 잔혹한 범죄 행각,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고독한 형사와 같은 요소들은 해리 홀레를 미국식 스릴러에 익숙한 한국 독자들에게 좀더 편안하게 다가설 수 있게끔 만들었다.

반면에 해리 홀레 시리즈가 헤닝 만켈과 같은 북유럽 특유의 애수를 보여주기를 기대했던 독자들이 다소 실망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레드브레스트>는 그런 정서를 품고 있다. <레드브레스트>에서 해리 홀레는 잔혹한 절대악에 맞서는 대신에 노르웨이가 풀지 못한 역사적인 숙제와 마주친다. 2차 세계대전 때 나치와 반나치 세력으로 나뉘어진 노르웨이의 근대사가 드리운 그림자는 21세기에도 신나치의 형식으로 살아 움직이고 있었고, 해리 홀레는 평범한 사람들이 남몰래 쌓아 온 어둠과 싸워야 한다. 자신이 몸담은 세계를 상대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슬픔을 동반한다. 때문에 <레드브레스트>는 기존에 출시된 시리즈에 비해서 좀더 느리고 신중하다. 말하자면 최근의 해리 홀레 시리즈와 기존의 ‘북유럽 스릴러 정서’의 중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더 빠르고 강렬한 작품을 원한 분들은 이 초기작이 다소 만족스럽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요 네스뵈라는 좋은 작가가 세계 시장을 무대로 보편적인 스릴러를 쓰기 전, 북구의 쓸쓸함을 품고 있던 시절의 작품을 기대했던 독자들은 비로소 만족할 만한 소설을 만난 셈이다. 싸이코 악당들을 상대하느라 바쁜 해리 홀레가 언젠가 다시 이 세계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 소설 MD 최원호

 
추천사 : 
반전을 거듭할수록 우아해지고 더욱 아름다워진다.
-뉴욕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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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향기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끝나지 않는 일에 목숨을 거는 까닭은"
워커홀릭 박씨는 매일 자정이 넘어서야 집에 도착한다. 선잠에서 깬 아이가 졸린 눈을 비비며 묻는다. “아빠, 일은 언제 끝나?” 박씨는 차마 입을 떼지 못한다. 일찍(?) 퇴근해 아이와 놀아주겠다는 약속을 몇 주째 지키지 못해서다. 토라진 아이는 이렇게 말한다. “아빠는 왜 끝도 없는 일을 매일 해?”
 
작년 <피로사회>로 한국을 찾아온 재독철학자 한병철의 신작 <시간의 향기>를 읽으며 떠올린 장면이다. 모든 시간이 일에 수렴되어 ‘남는 시간’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현대인의 삶을 잠시라도 돌아본다면(물론 이걸 돌아볼 시간조차 없을 테지만) 충분히 공감할 이야기 아닐까. 질문은 이렇게 이어진다. 도대체 일은 왜 끝나지 않는 걸까, 시간은 왜 늘 모자란 걸까, 그렇게 바쁘고 치열하게 살아도 왜 돌아보면 남는 게 없는 걸까.
 
한병철은 이런 현상을 시간의 위기, 시간의 질병이라 진단한다. ‘빠름 빠름 빠름’을 외치는 가속화, 이를 비판하는 느리게 살기는 잘못된 진단과 해법이라 말하며, 흐름이 소멸되어 리듬과 질을 상실한 탈시간화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꼬집는다. 인간은 시간 위에 존재한다. 탈시간 위에서는 의미도 삶도 구성할 수 없다. 당연히 일은 끝나지 않고, 일에 목숨을 걸어도 달라지는 건 없다. 그간 아끼고 쪼개 쓴 아까운 시간은 잊어도 좋다. 그런 시간은 애초에 시간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시간의 향기>에서 한병철이 제안하는 ‘다른 시간’을 찾아보기 바란다. 물론 ‘피로사회’를 극복하는 해답도 바로 이 책에 있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인생은 더 이상 단계, 완결, 문턱, 과도기 등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오히려 하나의 현재에서 또 다른 현재로 바삐 달려갈 뿐이다. 그들은 그렇게 나이를 먹어가지만 늙지는 않는다. 그러다가 불시에 끝나버리는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죽는 것이 그 어느 시대보다도 더 어려워진 것이다.(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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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왕과 가련한 왕비
나카노 교코 지음 / 이봄

"슬픈 인생도 딱 한 번"
옛 왕족들은 행복했을까. 먹고 사는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들도 행복하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다.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마치 거래하듯 결혼을 주고받는 문화 속에서는 정서적인 행복을 찾기 힘든 게 되려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특히 여성들은 거의 일방적인 피해자였다. 남성 위주의 지배체제 하에서 그들은 어떤 선택도 할 수 없는 위치에 갇혀버리곤 했던 것이다.

<잔혹한 왕과 가련한 왕비>에는 수없이 이루어진 이 슬픈 ‘계약’ 관계 중에서 서양 역사상 가장 유명한 다섯 가지의 사례를 들어 보인다. 그 중에는 벨라스케스의 유명한 그림 ‘시녀들’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마르가리타 공주도 있다. 집안의 영광을 위해 원치 않는 결혼을 하고, 그 결혼 생활을 통틀어 단 한 번도 가정이 주는 행복을 느끼지 못했던 불행한 운명이 그녀 앞에 드리워져 있다. 권력은 사랑을 꽃봉오리째 앗아갔고, 단 한 번인 인생은 그렇게 피우지도 못하고 스러졌다.

특히 이 책 속에는 비운의 여성들이 아직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기 전의 모습부터 비극에 집어삼켜진 뒤까지 다수의 초상화가 수록되어 애잔함을 더한다. 그녀들의 얼굴과 옷차림에 묻어난 삶의 흔적들을 보노라면 운명은 때로 이토록 가혹한데도 인생은 한 번 뿐이라는 사실이 마음 한구석에 맺힌다. 서둘러 꽃 피우고 떠나갈 봄자락에 읽기 좋은 책이다.
 
- 소설 MD 최원호

책 속에서 : 
메리 스튜어트가 프랑스에서 몸에 익힌 품위는 비정한 술수러 점철된 정치의 영역에서는 아무 쓸모도 없었다. 하지만 삶의 마지막 국면을 맞았을 때 메리는 자신의 처형 장면을 프랑스풍의 장엄한 의식처럼 연출하려 했다. 정통의 왕녀로서, 또 우아함의 본보기로서, 자기 쪽이 엘리자베스보다 훨씬 뛰어남을 온 세상에 보여주고 죽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자면 평정을 유지하며 위엄 있게 단두대에 오르는 것은 물론, 임종의 의식에 걸맞은 차림을 갖추는 게 매우 중요했다… 메리는 참으로 맵시 있는 차림새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줄 터였다.
 -p.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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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마법사들
프랭크 모스 지음 / 박미용 옮김 / RHK

"'기술이 충분히 진보하면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 - 아서 클라크"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대학에서 추천받은 수재들이 2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학해 인류의 난제를 풀어내고 숙원을 실현해내는 곳이 있다. 학문의 융합과 창의력을 중시하는 어느 집단이나 롤모델로 삼으며 벤치마킹하는 곳, 바로 MIT 미디어랩이다. 지금도 이 세계 최고의 연구소에서는 '인간을 위한 기술'이라는 구호를 바탕으로 미디어.예술.의료 등 전 산업에 IT를 접목시켜 학문 간 경계를 넘나드는 획기적이고 창의적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주차 중에 충전이 이루어지는 자동차부터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쓰는 ATM(은행자동입출금기)까지, 모두 MIT 미디어랩의 작품이다.

이 책은 이 연구소에서 5년간 소장으로 재임하면서 MIT 미디어랩을 세계 최고로 성장시킨 프랭크 모스의 현장 이야기를 다룬다. 미디어랩의 교수진과 연구생들을 '마법사와 제자들'로 애칭하며 동고동락한 경험과 삶의 방식을 바꿔놓을 혁신적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현장에서 길어 올린 통찰이 흥미진진한 에피소드와 함께 담겨 있다. 
 - 경제경영 MD 채선욱

추천사 : 우리가 일하고, 즐기고, 생활하는 방식을 바꾸어 놓은 환상적인 발명이 MIT 미디어랩의 창의적인 무질서에서 비롯되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대담한 발견과 무한한 도전의 주역인 디지털 마법사들의 소설 같은 이야기가 아주 신선하고 매력적이다. - 에릭 슈미트 (구글 CEO)

과학기술 분야나 사업에서 성공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에 나오는 특별한 통섭의 접근법을 따라야 할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혁신에 달려 있다. 이 책에는 매 페이지마다 세상을 변화시킬 깜짝 놀랄 아이디어가 넘쳐흐르며, 독자들을 혁신으로 이끌 힌트가 숨어 있다. - 채드 헐리 (유튜브 공동창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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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철학
조경란 지음 / 창비

"술 한 잔, 소설 한 문장, 조경란"
조경란이 5년 만에 펴내는 신작 소설집. 여덟 편의 단편 속, 대부분 ‘그녀’인 주인공들의 일상이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재현된다. 도쿄의 이자까야에서, 봉천동의 옥탑방에서, 낯설고 새로운 도시에서 걷고 먹고 마시고 우는 동안, 외로운 사람들은 더 외로워진다. 밥 한 술, 술 한 잔을 먹고 넘기듯, 잘 정돈된 문장을 소화시키는 동안 소설 속의 산책하는 이들의 일상과 공명한다.
 
단절과 고독에 처한 인물들의 섬세한 내면 묘사가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고 타인과 만나는 차분한 시선과 어우러져 더없이 짙은 정서적 파문을 낳는다. “그동안 허공을 날고 있었던 게 아니라 이 세계에서 자꾸만 미끄러지고 있었던 것일까요”(파종 中) 같은 의문이 드는 일요일, 집어들기 좋은 아름다운 소설.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나는 보지 않고서도 쇠공을 던지고 줍고 다시 던지는 아이를 본다. 그 공이 날아가는 궤적도. 그것은 마치 내 힘의 크기 같아 보인다. 내가 보는 것이 현재다, 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나는 또 무순에게 말한다. 네가 정말 위대한 투포환 선수가 되고 싶다면 너는 지금의 그 원처럼, 그 보호된 고독 속에서 네 삶을 살아야 할 거라고. 그건 무순이 나에게 하는 말이었을까. 누가 누구에게 하는 말이었을까. 정원 등을 켜야 할 텐데, 막무가내로 잠이 쏟아진다. 쇠공이 쿵, 떨어지는 간격이 점차 길어졌다. 그 속에 한 사람은 동작 하나하나마다 실전의 순간을 염두에 둔 자세로 공을 밀어내고 떨어진 공을 반복적으로 줍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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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시공
정수복 지음 / 문학동네

"사유하는 산책자 정수복 신작, 책에 관한 거의 모든 것!"
<파리를 생각한다>, <파리의 장소들>,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에 이어 정수복 작가가 ‘책 읽는 사람들의 시간과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펴냈다. 전작들에서 파리와 프로방스의 골목에 숨어 있는 ‘사색과 영감의 장소’들로 독자들을 이끌었다면, 이번 새 책에서는 특정 장소가 아닌, 책을 읽는 시간 그리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거의 모든 공간들을 소개하며 책의 세계로 안내한다.

‘독자 권리 장전’이란 흥미로운 글로 책을 열며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이 책은, 계절의 순환과 인생의 사계에 따른 책 읽기, 그리고 서재, 거실, 다락방, 풀밭, 카페, 지하철, 서점, 도서관 등 책을 읽을 수 있는 다양한 공간들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 사이사이 자연스럽게 양서와 책 읽는 사람들이 등장하여, 책과 사람과 시공간이 어우러지는 진풍경을 만들어낸다. 책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이 책을 통해 책 읽기의 즐거움을 다시 발견하고, 책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 에세이 MD 송진경

추천사 : <책인시공>은 책을 시간과 장소라는 특정한 맥락에 갖다 놓고 따뜻한 시선으로 섬세하게 살핀다. 책이 아직 우리 곁에 있음에도 나는 깊은 향수와 비애에 젖어 이 책을 읽었다. 책이 없는 시간과 공간, 인생을 상상할 수 없는 이들이라면 그 심사가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_ 김영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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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동무
최규석, 김수박, 굽시니스트, 정훈이 외 지음 / 창비

"함께 가야 할 인권의 길, 그래서 어깨동무!"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하고 유명 만화가들이 참여한 창비 인권 만화 시리즈의 세 번째 칙이다. 만화라는 매체 특유의 힘으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이미 필독서로 자리 잡은 <십시일反>, <사이시옷>이 차별을 다뤘다면 이번 책은 '인권' 자체의 개념에 주목한다.

만화가 정훈이가 특유의 이등신 캐릭터로 인권의 사각지대를 빗대어 말하면, 최규석은 보다 사실적인 그림체로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노동탄압의 현장을 고발한다. 손문상의 서정적인 작화가 강정마을의 현실을 보듬으면, 굽시니스트의 선명한 펜선은 온갖 난관을 거쳐 온 인권의 역사를 조명하는 식이다.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실을 피부에 와 닿도록 일깨우는 것, 그래서 이해에 그치지 않고 행동하기를 촉구하는 것. 정해진 목적을 위해 서로를 희생해야한다는 식으로 구는 세상을 향해 그 목표를 누가 정했는지부터 따져보자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 모두 다함께 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너와 나의 권리를 찾는 길, 이 길은 함께 가야만 유효해지는 길이고, 그래서 이 책의 제목 또한 <어깨동무>이다.
- 만화 MD 김재욱


책 속에서 : 
그들은 노동귀족이다. 그들은 이기주의자다. 그들은 테러리스트, 전문시위꾼, 외부세력이다. 정부와 언론은 끝없이 그들이 맞아도 되는 이유들을 설명하고 우리는 이해 당한다. 하지만 어떤 이유를 들더라도 그들은 사람이다. 우리는 피 흘리는 사람을 만나면 그 피를 멈추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한다. - ‘맞아도 되는 사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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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지곤지 잼잼
최숙희 / 푸른숲주니어

"최숙희 작가가 들려주는 단동십훈 전통놀이"
칭얼거리는 아기를 달래려 강아지, 곰, 고릴라 등 동물들이 나서고 제각기 흥겨운 노래와 몸놀이로 아이와 놀아준 뒤, 아이는 스르르 잠이 든다. 곤지곤지 잼잼, 도리도리 짝짜꿍… 단동십훈은 오랜 옛날부터 전해온 우리 민족의 전통 육아법이다. 앉고, 서고, 걷고, 뛰는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추어진 몸 놀이에는 아이가 올바르고 행복하게 자라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다. 할머니가 손주에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우리 전통 놀이를, 최숙희 작가 특유의 사랑스러운 그림과 이야기로 풀어냈다. 책 속 CD에는 최숙희 작가의 맑고 다정다감한 목소리로 직접 읽어주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단동십훈의 의미와 놀이법까지 상세히 담겨 있다.
 - 유아 MD 강미연

책 속에서 : 
강아지는 머리를 살랑살랑!
요리 보고 조리 보고,
조리 보고 요리 보고!
“도리도리! 도리도리!
귀여운 우리 아가, 슬기롭게 자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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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인간
KBS 공부하는 인간 제작팀 지음 / 예담

"치열한 공부 전쟁의 현장 보고서"
공부하는 인간, 호모 아카데미쿠스. 호모를 앞에 붙인 ‘OO하는 인간’이 하나 늘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런데 이 책은 공부하는 방법을 다룬 기존의 책들과 달리 공부를 문화 양식으로 바라본다. 유대인의 공부법을 파헤치는 게 아니라 유대인이 왜 그렇게 공부에 집중해왔는지, 그들만의 공부 방법은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 살펴보는 식이다. 이렇게 여러 지역, 인종, 문화권의 다양한 공부 양식을 조사하며 인류 공통의 문화이자 과제인 공부의 현상과 본질을 알아보자는 게 기획의 취지다.
 
KBS 글로벌 다큐멘터리로 진행된 기획은 하버드 대학교 졸업생과 재학생 네 명이 주축을 이루는데, 대치동 학원가의 꺼지지 않는 불에 놀라고, 자신들도 제대로 풀지 못하는 수학 문제를 척척 풀어내는 고등학생들에 다시 한 번 놀라는 재미나고 의미 있는 모습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후 시야를 넓혀 표준에 집착하는 일본의 공부, 암송과 암기에 기반한 인도의 공부, 인구만큼이나 가장 치열한 중국의 공부 등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공부 전쟁을 2년에 걸쳐 취재하고 정리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견한 공부의 미래는 '소통과 협력'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공부 방식인 고시원과 독서실 공부를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참, 중요한 결론이 하나 더 있다. "공부에는 '끝'이 없다."는 사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공부는 인류 보편의 테마이자 인류 문명의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며, 그 자체가 인류 문명을 이해하는 하나의 문화 코드다. 따라서 공부를 보면 과거의 우리가 보이고 현재의 우리, 미래의 우리가 보인다. 그러므로 아무리 험난하고 힘들어도 공부는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 미래에도 인간이 가야 할 길이다.(3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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