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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 3번 안석뽕
진형민 지음, 한지선 그림 / 창비

"제17회 창비 좋은 어린이 책 대상"
전교 회장 선거에 출마한 재래시장 떡집 아들 안석진의 파란만장 선거운동기. '공부 잘 하는 애들 위주로 돌아가는' 학교에서 회장 후보로 적격인 기호 1번, 엄마의 등쌀에 못이겨 출마한 기호 2번, 수학 시간 좀 줄여달라는 문제의 기호 3번 안석뽕까지. 세 명의 어린이 회장 후보가 열띤 경합을 벌이는 일주일간의 이야기다.

선거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재래시장 코앞에 냉큼 들어선 대형마트가 시장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위협한다. 장난처럼 시작된 회장 선거는 아이들의 진정한 바람과 고민에 가 닿고, 우리 사회의 관습적인 구조의 문제가 더이상 어른들만의 것이 아님을 환기시킨다. 제17회 창비 좋은 어린이 책 원고 공모의 고학년 부문 대상 수상작. 신인 진형민 작가가 굵직한 데뷔작으로 한국아동문학계에 출사표를 던진다.
  
- 어린이 MD 이승혜

책 속에서 : 
기호 1번 고 경 태
1. 모두가 공부 잘 하는 1등 학교를 만들겠습니다.
2. 교실도, 복도도, 운동장도 깨끗한 학교를 만들겠습니다.
3. 친구끼리 서로서로 사이좋은 학교를 만들겠습니다.
1등 후보 고경태와 함께 명품 학교 만들어요!
 
"공약이 저런 건가 보지?"
"쳇, 저거 다 하나 마나 한 소리 아냐? 고경태 저 자식, 공부 잘하는 학교를 자기가 어떻게 만들 건데? 시험 볼 때마다 답이라도 가르쳐 줄 건가? 그리고 또 뭐? 깨끗한 학교를 만들어? 어유, 저걸 콱 그냥. 아까 우유 먹고 우유갑 아무 데나 던지고 간 게 누군데!" - 본문 49~50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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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와 그 적들
이나미 지음 / 추수밭

"콤플렉스는 나의 힘"
 융 심리학자 이나미 박사는 한국인의 고유한 심리에 관심을 두고 설화와 민담, 문학 작품을 연구해왔고, 10대부터 90대까지 전 세대에 걸친 풍부한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인의 집단 심리와 사회 현상을 정신분석의 관점에서 관찰해왔다. <융, 호랑이 탄 한국인과 놀다>가 전자의 맥락이라면 <오십후애사전>과 <괜찮아, 열일곱 살> 같은 책이 후자의 과정이라 하겠다. 이번 책 <한국사회와 그 적들>은 이런 연구의 총체적 결과물로 한국사회의 집단심리를 콤플렉스라는 창을 통해 분석한다.
 
욕망에 사로잡힌 물질에 대한 선망, ‘툭’ 치면 ‘욱’ 하는 분노의 감정, 제사와 차례처럼 모두가 피하는 축제에서 드러나는 가족의 현실 등 한국사회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열두 가지 콤플렉스는 어쩔 수 없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자책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는 콤플렉스의 병적인 부분에 가려진 성장 가능성을 함께 바라보자고 제안한다. 돈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이 부자가 될 수 없듯이, 콤플렉스를 제대로 이해하면 콤플렉스를 적이 아닌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본문에서 열거하는 열두 가지 콤플렉스는 이제 열두 가지 가능성으로 새롭게 읽혀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이 책에서 자신을 발견해보시길 권한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엄밀한 리얼리즘의 시각으로 보자면, 인간은 행복한 순간보다 고통스러운 순간이 훨씬 더 많게 태어난 존재다. 그러나 ‘자아’와 ‘개인의 의지와 행복’, 그리고 ‘소유하고 소비하는 삶’을 강조하는 오늘날에는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나만은 꼭 많이 누리고 항상 행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화가 난다’는 유아적인 논리에 사회 전체가 빠져들고 있는 것 같다.(301, 3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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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
김탁환 지음 / 살림

"조선 은행 백년사, 김탁환과 선한 자본"
<불멸의 이순신>, <노서아 가비>의 작가 김탁환이 대한민국 자본 탄생의 역사를 그렸다. 19세기말 개항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은행의 탄생을 주도하는 이들의 가쁜 삶을 치열하게 상상했다. 개성상인의 아들 장철호가 장사꾼에서 기업인, 다시 은행가로 변신하는 사이 반대편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박진태와 탐욕의 화신 권혁필이 있다.
 
삶의 밑바닥에서 돈을 모으고, 자본을 만들고, 마침내 은행을 설립하는 과정. 권모술수와 살인, 음모와 치정이 난무하는 불구덩이 속, 인물은 선명하고 이야기는 호쾌하다. 영화를 보듯 선명하게 그려지는 탐욕의 질주, 자본의 의미를 되묻게 한다. 작가 스스로 “변치않는 인간의 탐욕에 관한 보고서이자 선한 자본에 대한 작가 나름의 묵상이었다.”고 이 소설을 설명했다.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피 말리는 경쟁은 부두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야. 개항이 되고 외국인들이 조계지에 정착한 후부터 10년 동안 인천은 완전히 달라졌어. 개항 전 제물포는 작은 포구였지. 가난했지만 돈 때문에 언성을 높이거나 돈 때문에 행복하거나 돈 때문에 불행한 이는 없었어.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비슷비슷한 고생을 했으니까. 개항과 동시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지. 벼락부자들이 등장했고 일확천금을 꿈꾸며 뜨내기들이 모여들었고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피 터지게 싸웠어. 그리고 경쟁에서 도태된 이들은 금방 알거지로 전락했지. 적당히 얻고 적당히 잃고 적당히 위로하며 사는 건 지금 인천에 어울리지 않아. 이긴 자는 전부를 갖고 진 자는 전부를 잃어. 중간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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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먹다
황교익, 정은숙 지음 / 따비

"이주민의 도시 서울, 삶의 고단함을 음식으로 달래다"
<서울을 먹다>라는 제목, 맛 칼럼니스트로 활약하는 황교익과 <막걸리 기행>으로 알려진 정은숙, 두 명의 저자, 차례에 열거된 종로 빈대떡, 장충동 족발, 영등포 감자탕 등 익숙한 서울 곳곳의 먹자골목. 누가 봐도 맛집 기행인데, 이 책은 스스로 맛집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묻는다. “무엇이 서울음식인가”
 
그러게나 말이다.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서울에서 전주식당은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서울음식을 하는 곳은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굳이 찾자면 조선 궁궐에서 먹던 음식이라 하겠지만, 영 시원찮은 대답이다. 이 책은 “서울 사람들이 두루 먹으며, 또 그 음식을 먹으면서 자신이 서울이라는 문화공동체 안에서 살고 있다고 느끼게 해 주는 음식”을 서울음식이라 부른다. 그리고 한때 서울 사람들이 즐겼고, 지금 서울 사람들이 여전히 기억하고 찾는 음식을 찾아 나선다. 그곳에는 물론 맛난 음식이 있지만, 그곳을 지나간 사람과 그곳을 지키고 있는 사람도 함께 맛볼 수, 아니 만날 수 있다. 음식에 역사와 문화가 담겼다는 다소 뻔한 이야기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현장을 만나니, 입과 혀는 간질간질 마음은 몽그락몽그락 피어오른다. 서울 타향살이 서러움과 고단함을 달래준 먹을거리로 오늘 저녁을 준비해보면 어떨까 싶다.
 
사족. 이 책을 펴낸 따비 출판사는 음식 관련 책을 줄곧 펴내는 곳이다. 사장이 미식가인 줄은 알 수 없지만 생긴 걸로 보아 탐식가임은 분명하다. 음식에 대한 욕심만큼 맛난 책 꾸준히 만들어주시길 바란다. 그간 따로 소개할 공간이 없었기에 이번 기회를 빌려 짧게나마 응원을 보낸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서울을 먹다>는 맛집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어떤 독자는 그때 그 시절을 되새기며, 또 어떤 독자는 서울의 옛날과 어머니 아버지의 옛날을 상상하며 그 식당들을 찾아 음식을 먹어 보았으면 한다. 음식은 입과 혀로만이 아니라 마음으로도 맛볼 수 있다. 부디, 서울의 삶을 담고 있는 식당들이, 골목들이, 돈벌이에 걸리적거린다는 이유로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훗날에, 이 책이 예전 서울의 모습을 찾아보는 사료로만 남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4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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