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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재발견
정민 지음 / 휴머니스트
"정민, 다산과 우리를 잇는 지적 네트워크의 링크"
정민 교수는 오랜 기간 18세기에 천착해왔고, 그중에서도 다산에 푹 빠져 지냈다. 다산이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고 배열해 체계적이고 유용한 지식으로 가공했는지를 간명하게 드러낸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이 5년 전에 나왔으니, 대표적인 한문학자 정민 교수에게도 다산은 깊고 넓은 존재임이 분명하다.
이번 책 <다산의 재발견>은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대개 정민 교수가 최초로 찾아내 소개한 다산의 편지들을 재료로 삼아 외부와 단절된 공간인 유배지 강진에서 어떻게 지적 네트워크를 조직하고 운영했는지를 살핀다. 전작이 먹기 좋게 발라낸 살코기였다면 이번 책은 사료와 이를 해석한 학술논문을 재료로 구성한 뼈대다. 먹기에는 불편하지만 씹을수록 고소함이 피어난다. 정민이 다산을 읽듯 말이다.
재미난 건 정민 교수가 자료를 찾아다니고 분석하여 나누는 모습이, 생활 공간의 구성에서 가족, 교우, 제자 교학에 이르기까지 생의 절정을 지식 탐구와 네트워크 형성에 쏟은 다산의 열정과 묘하게 겹친다는 점이다. 다산이 하나의 노드라면 이 책은 200년의 시간을 넘어 다산과 우리를 이어주는 네트워크의 링크라 하겠다. 정민이 다산에게 그러하듯 말이다. - 인문 MD 박태근
저자의 말 : 오랫동안 몰입해온 다산 관련 글을 한자리에 모았다. 다산 친필이 있다는 말만 들으면 어디든 찾아갔다. 새 자료를 수소문해서 만나고, 정리해서 번역하고, 논문으로 썼다. 손에 넣지 못하면 안절부절 몸이 달았다. 그렇게 모은 자료로 쓴 논문이 20편을 퍽 넘겼다. 지금도 나는 새 자료 소식만 들리면 어디고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다. 그간에 쓴 글을 통해 바짝 마른 형해에 숨을 불어넣어 생명의 신호를 포착하게 했다고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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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먹고살기
우석훈 지음, 김태권 그림 / 반비
"우석훈 경제대장정의 하이라이트 응용경제학 시작!"
<88만원 세대>부터 <촌놈들의 제국주의>와 <괴물의 탄생>까지 이어진 한국경제대안 시리즈. <생태요괴전>과 <생태페다고지>에서 <디버블링>으로 이어진 생태경제학 시리즈. 우석훈의 경제대장정 기획의 마지막은 응용경제학으로 문화, 농업, 과학기술, 언론과 정당 네 권으로 이루어진다. 이번 책 <문화로 먹고살기>는 응용경제학 시리즈의 첫 책으로 경제대장정 시리즈 마지막 마디의 시작이다.
<문화로 먹고살기>라는 제목, 토건을 묻고 문화생태계를 살리자는 선언만 보면 뻔한 소리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번 책은 방송, 출판, 영화, 음악, 스포츠 다섯 분야의 문제를 꼬집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문화 산업의 특성을 살피지 못하고 규모의 확대와 수출 역군으로만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편향을 지적하고, 화물선이나 항공모함과는 달리 사람이 주인인 유람선에 문화를 비유하며, 시작한 곳으로 되돌아와도 모두가 불만이 없는 가치의 확대재생산을 각 영역에서 구체화한다. 똑같이 수치로 문화를 보는 시선인데 방향은 정반대다. 여러 분야에 조응하며 나름의 해법을 찾아내는 경제학의 유연함이 즐겁다.
또한 전 MBC 사장인 최문순 강원도지사, 변영주, 류승완 감독과 배우 박중훈, 붕가붕가레코드 곰사장과 <한겨레21> 안수찬 기자 등 현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살아있는 목소리를 충분히 들어 수치에 가려진 진실에 다가서려 노력한 점도 높이 사고 싶다. 어려운 여건임에도 문화생산자로 살고 싶어하는 20대에게 보내는 우석훈의 애정, 말뿐 아니라 구체적 대안에 이르려 노력한 열정에도 박수를 보낸다. 모쪼록 경제대장정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저자와 독자 모두 재미와 의미를 만끽하길 기대한다. - 인문 MD 박태근
저자의 말 : 우리가 신경 쓸 것은, 우리 문화를 성공적으로 산업화하여 얼마나 수출할 것이냐가 아니라, 생산자든 기획자든 문화를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세끼 밥을 제대로 챙겨먹는가, 그리고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에 올라 앉아 자살을 고민하지는 않는가…… 그런 것들이 아닐까? 맨 앞줄의 선수들도 세끼 밥을 보장할 수 없다면 번영은커녕 대를 잇기도 어렵다. 우리는 문화를 팽창의 논리로만 보았지, 재생산의 눈으로는 보지 않은 것 같다. 누군가 일일이 조정하고 기획할 필요는 없다. 다만 더 많은 젊은이들이, 더 많은 여성들이 문화 영역으로 들어오고, 그들이 좌절하지 않고 정상적인 생활인의 삶을 영위할 수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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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궤도 세트 - 전2권
배명훈 지음 / 문학동네
"‘이야기의 완전체, 이 소설 온다, 배명훈 온다!"
독자의 눈을 잡아 끄는 휘황찬란한 이야기의 향연. 혹은 삶의 비의를 날카롭게 포착할 줄 아는 눈밝은 이야기의 감동. 우리는 이런 소설들을 두고 ‘좋은 소설’이라 말한다. 첫 소설집 <타워>로 대중을 놀라게 한 소설가 배명훈의 첫 장편소설 <신의 궤도>는 확실히 좋은 소설이다. 15만년 후, 지구보다 덜 발달된 문명을 택한 행성 나니예. 아무나 건드릴 수 없는 제일 높은 선반 위에 아주 작은 ‘신’이 있다. 신의 궤도를 추적하는 자들의 삶에 얽혀있는 배신과 음모, 갈등과 사랑, 혁명과 낭만. 이 소설은 새로운 이야기의 틀을 설계해 아주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행성 재벌의 ‘숨겨진 딸’ 은경(무려 출생의 비밀이다)은 언니 경라의 음모로 아버지를 암살하려 했다는 누명을 쓰고 냉동이 된다. 깨어난 곳은 십오만년 후의 낯선 행성. 아버지의 빨간색 삼엽기를 타고, 그녀는 사랑과 낭만의 행성 전쟁사속으로 빠져든다. 이복동생의 열여덟살 생일에 칼을 선물해 자살을 종용하는 언니 같은, 캐릭터의 구체성도 훌륭하다. 캐릭터와 이야기가 어우러져 영리한 이야기가 독자의 시선을 붙든다. 스릴, 쇼크, 서스펜스. 어느 것하나 부족함이 없다. <신의 궤도>는 2011년의 소설을 논할 때 반드시 거론해야 할 작품이 될 것이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잠깐만요. 수사님. 수사님한테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면……” 하지만 그가 성큼 다가와 복부에 칼을 찔러넣은 순간 은경은 그만 말문이 막혀버렸다. 이야기를 좀더 들어줄 줄 알았는데. 바클라바가 아니라고 해도, 누군가의 장난이었다고 해도, 적어도 이 사람은 두번째 세상에서 만난 첫번째 친구가 틀림없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수사님한테 어떤 사람인지 알면 절대로 그런 말은 못 할 거예요. 십오만 년이나 날아온 일이 모두 허무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그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말문이 막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마저도 완전히 끊어져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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