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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과 문워킹을
조슈아 포어 지음, 류현 옮김 / 이순(웅진)

"내 머릿속에서 지우개를 꺼내는 방법"
뭔가 기억나지 않을 때, 나이 탓인가, 디지털 치매인가 등등 고민에 휩싸인다. 그러다 며칠 지나면 기억이 나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잊고 마음 편히 살아간다. 한편 어떤 사람은 1분 안에 뒤섞인 카드 56장을 순서대로 머리에 집어넣고 차례로 풀어낸다. 그런가 하면 보통 사람도 수천 장의 이미지를 주르륵 보여주고 두 개를 골라 어떤 게 먼저 나왔는지 물으면 90%가 정답을 말한다(고 한다. 사실 보지 않아서 믿을 수는 없다).

이렇듯 다채로운 기억의 양상을 추적한, 아니 경험한 이야기를 따라가보자. 저자 조슈아 포어는 전미 메모리 챔피언십(기억력 대회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을 취재하러 갔다 우연히 기억의 비밀에 흥미를 느껴 1년 동안 기억의 마스터들에게 훈련을 받고, 기억에 관한 다양한 연구 사례를 취재하고, 엄청난 기억력의 소유자와 빈약한 기억력의 소유자를 만나며 기억을 묻고 듣는다. 결국 1년 후 같은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미국 대표로 세계 대회에까지 출전한 그는, 여전히 불필요한 걸 기억하고 중요한 걸 잊는 보통 사람이다.

이렇듯 기억을 둘러싼 신나는 체험만으로도 즐거운데, 이 책은 다량의 기억을 외부 저장 장치로 옮기는 데 성공한 현대 문명, 기억에서 색인과 검색으로 변모한 지식 체계, 기억의 방법에 있어 여전히 고대로부터 멀어지지 않은 인간에게 여러 질문을 던지며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구현한다. 특히 암기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너무나 갑작스런 의미 축소를 빠른 시간에 경험한 한국사회의 교육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문득 저자가 동아시아 문화의 주산과 암산을 경험해보았으면 어땠을까, 두뇌를 넘어 몸의 기억까지 함께 다뤘다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어쨌든 영단어가 잘 외워지지 않거나, 방금 전 들은 이야기가 기억나지 않는다면 이 책을 만나 당신의 기억을 깨울 적절한 때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  모험을 가장한 과학 저널리즘이자 인간의 기억에 대한 탐구가 생동감 있게 가미된 교양 소설. 우리가 어떻게 기억하는지, 어떻게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으라.(조나 래러, <프루스트는 신경과학자였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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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없는 사람
심보선 지음 / 문학과지성사

"<슬픔이 없는 15초>가 지나고, 심보선이 왔다"
“가끔 슬픔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난다.”고 했던 시인 심보선이 돌아왔다. 2008년 출간되어 눈 밝은 시 독자에게 꾸준히 사랑 받아 온 <슬픔이 없는 십오 초>이후 3년, 시인이 낸 두 번째 시집이다. 여전히 슬픔이 가득한 세상, 시인이 그리워하는 대상은 눈앞에 없는 사람이다. 발문을 쓴 진은영의 말대로, 우리에겐 ‘부자 아버지를 갖는 행운’이 없었고, 따라서 언어의 저택은 우리의 소유가 아니다. 그러나, 그래서, 우리는 허름하게 부서진 건물 안에서 만나 연인이 되고, 친구가 될 수 있다.

시인이 찾아낸 ‘기쁨과 슬픔 사이의 빈 공간에 딱 들어맞는 단어 하나’는 바로 사랑이다. “매미 한 마리가 땅바닥에 배를 뒤집은 채 느리게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 주는 일”(좋은 일들)처럼 사소한 것이어도 좋다. 용산과 한진에 필요한 것도, 사실 아주 사소한 것이 아니었겠는가. 이 시집은 예술의 적요한 고독 대신 마주잡은 손의 온기를, 침묵이 아닌 소요와 동반을 말한다. 내내 그리워하는 일, 그리하여 그의 서정이 반갑다. - 문학 MD 김효선 

책속에서 :  우리는 초대장 없이 같은 숲에 모여들었다. 봄에는 나무들을 이리저리 옮겨 심어 시절의 문란을 풍미했고 여름에는 말과 과실을 바꿔 침묵이 동그랗게 잘 여물도록 했다. 가을에는 최선을 다해 혼기(婚期)로부터 달아났으며 겨울에는 인간의 발자국 아닌 것들이 난수표처럼 찍힌 눈밭을 헤맸다. 밤마다 각자의 사타구니에서 갓 구운 달빛을 꺼내 자랑하던 우리. 다시는 볼 수 없을 처녀 총각으로 헤어진 우리. 세월은 흐르고, 엽서 속 글자 수는 줄어들고, 불운과 행운의 차이는 사라져갔다. (나날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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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맨 Idea man
폴 앨런 지음, 안진환 옮김 / 자음과모음

"21세기의 지도를 바꾼 아이디어맨"
빌 게이츠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MS)를 세운 공동창업자 폴 앨런의 책이다. 아마 대다수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의문을 품을 것이다. MS에 빌 게이츠 말고 다른 '헤드'가 있었나? 빌 게이츠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는 동안 폴 앨런이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로 1974년 12월 빌 게이츠에게 최초의 PC인 알테어 8800에 돌릴 베이식(BASIC) 개발을 위한 협력을 제안한 이도, 21세기의 지도를 바꿨다고 평가 받는 1975년 MS 창립 당시 빌 게이츠의 옆에 서 있던 이도 폴 앨런이었다.

음악, 스포츠, 우주를 두루 사랑한 저자의 인문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아이디어와 빌 게이츠의 경영적 행동력의 만남. 책은 "마치 지미 헨드릭스의 기타 솔로 연주를 보는 것과 같다"는 찬사를 들을 정도로 창조적이고 혁신적으로 사고하는 폴 앨런과 그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매력적인 스토리들로 가득하다. - 경제경영 MD 채선욱

추천사 : 상대적으로 빌 게이츠나 현재의 CEO인 스티브 발머에 비해 국내에는 덜 알려져 있지만, 미국에서는 빌 게이츠 만큼이나 유명하고 열정적으로 세상을 살아간 인물로 평가된다. (중략) 단지 IT기술이나 사업에 성공하는 비즈니스맨으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했던 열정적인 한 인간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책이다. - 정지훈(<거의 모든 IT의 역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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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시모키타자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좋아하니까 믿는 거예요."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들은 대부분 치유에 대해 말한다. 이때 상처는 치유되기 위해 발생한다. 바나나의 소설에서 해결되지 않는 상처는 없다. 그 해결책이 고독이나 홀로서기라고 해도, 어떻게든 사람은 성장하고 상처는 그 주춧돌이 된다. 이번 신작 <안녕 시모키타자와>도 예외는 아니다. 슬픈 사건이 생기고, 그 상처를 안은 채로 누군가는 살아가야만 한다. 그래서 바나나의 신작이 나올 때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다른 무엇도 아닌 ‘이번에는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그녀의 소설들은 관계에서 상처입은 자들이 들려주는 생존기, 회복과 치유의 천일야화다.

<안녕 시모키타자와>는 역대 바나나의 소설들 중에 가장 순진하다고 할 수 있다. 상처 입은 사람들은 그곳에 모여 서로 기대어 쉰다. 타인을 믿고 친구가 되어 고통과 기쁨을 나눈다. 어릴 때나 가능했던 그런 순진한 전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성인’ 독자들처럼, 소설 속의 주인공 역시 그런 순진함을 덥썩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언젠가 놀라운 일들은 생기게 마련이고, 이 소설 안에서는 그것이 신뢰의 형태로 나타났다. 그 신뢰는 아마도 작가 자신이 현재 살고 있는 시모키타자와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좋아하니까 믿는다. 그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 전해오는 믿음의 비결이다. <안녕 시모키타자와>는 그 비결을 차분히 설명하는 작가의 흐뭇한 고백 같은 소설이다. - 문학 MD 최원호

책속에서 : “엄마 아까 뭔가에 지는 것 같다고 했는데, 그게 뭐야? 아빠?” “아니. 인생은 반듯하게 제대로 살아야 한다는 거짓 가르침에 질 것 같아. 제대로 살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생길 것 같아서 열심히 기를 쓰고 살아왔는데, 생각할 수 있는 가혹한 일 중에서도 정도가 아주 심한 일이 벌어졌잖니. 아빠가 빚을 지기 전에 죽어 준 게, 그나마 고마운 일이라니 너무 슬픈 일이야. (중략) 그 사람이 죽은 게 엄마 탓이라고는 생각지 않아. 하지만, ‘어른이 되어 반듯하게 제대로 살다 보면 어떻게든 된다.’라는 가르침으로 나를 세뇌한 이 세상 모든 것에, 지금은 그저 반항하고 싶은 기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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