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IT 회사에 간 문과 여자 - 비전공자는 어떻게 엔지니어가 되었을까?
염지원 지음 / 모로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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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유익한 책이었다. 가끔 지은이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발견하고 흠칫하거나 당황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기엔 주저하게 된다. 모두 다 맞는 소리를 야무지게 하니까 읽다 보면 은근 피곤해서. 그래도 중요한 것은 이 책으로 도움받을 수 있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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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는 진짜 뭐 아는 게 없더라. 여자였는데…" 같은 식이다. 말하는 사람이 굳이 성별을 언급하지 않을 때도 누군가는 "여자야?"라는 질문을 던진다. 여자 엔지니어들에게는 늘 사족으로 따라붙는 말이다.

실력이 별로거나 일을 잘 못하는 엔지니어의 모습에 여성의 라벨을 붙이는 일은 개방적인 문화를 가진 업무 환경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건 단순히 기분 나쁜 일 정도가 아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이상한 거지"라고 넘어갈 일도 아니다. 긍정적인 여성 롤모델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부정적인 모습들만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축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그냥 해봐야 강해진다.

어떤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그냥 해보지, 뭐’라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힘과 용기야말로 강함이다.

고정관념 위협이란 자신이 속한 사회적 집단의 부정적 고정관념에 부응할까 불안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고정관념 위협은 왜 발생할까? 현재까지는 고정관념을 상기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정신적 처리를 하느라 주어진 과제에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가설이다.

인간은 외부 정보 처리를 할 때 단기적으로 작업기억이라는 것을 사용하는데, 작업기억은 한계가 있는 영역이라 고정관념 위협 상태에 있는 사람은 이 한정적인 자원의 일부분을 사실상 못 쓰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내가 뭔가 하려고 하면 쏠리는 지나친 관심, 숨 쉬듯 접하는 성차별적인 발언들, 회식 메뉴를 정하는 사소한 일에도 "남자는 고기지!" 따위의 의미도 없고 필요도 없는 말들이 쌓여 나를 피로하게 만들었다.

생활에서 만나게 되는 작은 말들과 행동들이 얼마나 성차별적인가를 매일 생각하는 건 고역이었다.

어느 한켠에 차곡차곡 쌓이던 부정적인 여성의 모습들은 ‘어쩌면 내가 그럴지도 몰라’라는 생각으로 너무 쉽게 이어졌다. 그래서 한계에 달했을 때 페달을 놓고 쉰 다음 다시 돌리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빠져버렸다. 조금만 더 분발하면 될 일 앞에서 더 쉽고 더 잘게 박살나버린 것이다.

그 이야기가 여기저기 퍼져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던 내게까지 들려오는 과정에서 그의 실력, 열정, 커리어에 대한 포부는 온데간 데없이 사라져버렸다. 그저 그의 ‘예쁜 얼굴’만 남았다. 눈물 쏙 빠지는 과정을 거쳐 마침내 시장에서 능력을 인정받아도 여자는 엔지니어가 아닌 여자로 남는 것이다.

조직 자체의 남초 현상은 왜 어느 누구도 농담 삼아서라도 지적하지 않았을까?

많은 책에서 "당신을 여성 중 한 명이 아닌 독특한 가치를 가진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세요" 같은 조언을 한다. 하지만 주니어이자 여자이자 엔지니어인데 페미니스트이기까지 한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 게 어렵다.

사실 ‘여자가 일하기 좋은 회사’라는 말 자체가 여자가 일하기 좋은 회사가 아니라는 반증이다.

능력을 보여주고 성과를 창출해 회사와 개인의 성장을 견인해야 하는 현장에서, 특정 성별에게 좋은 회사라고 표현하는 것은 그 특정 성별의 입체성을 완전히 삭제하고 지나치게 일반화화하기 때문이다.

더 넓은 풀에서 더 많은 여자가 각자의 생애주기를 거치면서도 전문가로서 계속 발전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주는 회사가 여자가 일하기 좋은 회사다.

·가정 양립에서 멈추지 않고 앞으로의 일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IBM의 전CEO 지니 로메티Gi­nni Ro­metty는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 관심 없다, 당신이 우리 조직에 있을 능력이 증명되었다면"이라고 말했다.

지니의 말은 이제IBM이 다양성, 즉 개인의 속성에 중심을 두는 조직이 아닌 아닌 포용력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을 의미했다.

2015년 맥킨지Mc­Kin­sey 및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직 내 직원들의 성별과 인종이 다양할수록 사업성과지표가 좋아졌다고 한다.

다양성은 좀 더 물리적인 개념으로 조직에 유색인종, 여성 등이 몇 명인지, 이들을 얼마나 승진시켰는지가 지표로서 작용한다. 이에 비하면 인클루전은 측정하기가 좀 어렵다. 조직에서 일하는 유색인종과 여성 등이 자기효능감과 만족감을 느끼는지, 조직에 잘 정착해서 성과를 낼 수 있는지 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성공한 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자로서의 정체성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내가 만났던 많은 여자 리더는 특별히 여자라서 차별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자리까지 오는 건 남자든 여자든 힘든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런저런 일들을 겪어보니 어떤 과정을 거쳐 여자라는 정체성을 지우는지, 어떻게 성공한 여자들이 등장하게 되는지 이제는 이해가 된다.

슬프게도 자본주의 사업장은 여성성이라는 것이 거세된 공간이니까.

소리내서 말하지 못한 것들을 품고 있지만 나는 끝까지 내가 원하는 회사에서 웃는 얼굴로 성공할 것이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내가 여자라서 지나야 했던 많은 일을 삭제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일상적인 성차별 발언들을 얼마나 견디며 이 자리에 왔는지, 동양인 여자라는 이유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얼마나 많았는지 꼭 말할 것이다. 무력해질 때마다 기록하고 세상에 내보일 것이다. 일하는 여자로서 나의 최저 방어선은 여기다.

선택적 박애주의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나는 그들을 여자라는 이유로 좋아한다.

같은 여자를 갈아넣어 본인의 위상을 지키는 여자도 있다. 이럴 때면 정말 괴로워진다.

열정이 넘치고 송곳 같은 돌파력을 가진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다른 매니저들이나 동료들과 부딪히는 일이 꽤 있었다고 한다. 그런 일들은 거의10년 전 일이었는데도 여전히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았다.

무섭도록 능력 있지만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여자를 만난 것도 괴로웠다.

온몸을 불사르며 일하는 열정가이자 대단한 기술자였지만 시니어들이 갖춰야 할 어른의 자세는 없었다. 예를 들면 비난 없이 건설적인 피드백을 정확히 주는 것, 조직과 개인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조언해주는 것, 다른 사람이 많이 모인 미팅에서 본인이 하고 싶은 말과 상대방에게 필요한 말을 구분해서 하는 것 등 말이다.

‘할 말은 하는 쿨한 실력자’라는 스스로의 모습에 취해 있는 것 같기도 해서 더 진이 빠졌다.

글과 영상으로 배운 페미니즘은 나 개인의 생활을 너무도 어렵게 만들었다. 많은 점에서 그랬지만 특히 여자 동료와의 관계가 그랬다. 모든 여자를 지지하고 싶은 마음은 나 스스로를 옥죄다가 욕심으로 바뀌었다. 다른 여자들도 나처럼 모든 여자를 응원해줬으면, 일터든 생활이든 여성 인권 증진에 관심을 가졌으면 싶었다. 여성을 혐오하는 사람들처럼 다양한 여성의 모습을 인정하지 못하고 여성을 뭉뚱그려 평면적으로 본 것이다.

미워하는 여자를 한 개인으로 보고 그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내 갈 길을 가면 되는 건데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힘들게 했다.

모든 개인은 서로 다른 맥락 속에서 살아간다. 누구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모두가 나처럼 생각하길 바라는 것은 상처를 자처하는 길이다.

일을 하다 보면 싫은 여자들은 계속해서 생기겠지만 그들을 여자가 아닌 개인으로 봐야 한다.A와B와C는 되도록 피하겠지만, 나쁜 말들로 그들을 욕하고 싶어질 때면 남들이 아닌 일기장 앞으로 달려가 쏟아낼 것이다. 개인만 싫어하고 여자는 사랑하기 위해 택한 소소한 전략이다.

창업한 친구들을 만날 때면 나는 특히 더 작아진다. 그들은 빛을 내며 달리고 있다. 해결하고 싶은 세상의 문제가 있고, 실제로 세상에 멋진 결과물들을 내놓고 직원들 월급도 준다. 자신의 일과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들의 눈은 정말로 빛이 난다.

나는 대개 내 에너지를 쏟아부어 전력투구하지만 종종 그에 합당한 결과를 손에 쥐지 못할 때도 있고, 그 노력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쉽게 폄하될 때도 있다.

열심히 사는 성실한 사람일수록 부서지기 쉽다. 강한 것은 부러지고 약한 것은 부서지는데, 성실한 사람은 약해서 부서진다.

"솔직히 지금도 열심히 하는 게 무서워서 대충 할 수 있는 건 대충 하고 있어요. 열심히 하다가 상처 받는 게 무서워서. 그래도 쓸쓸해요. 무언가를 열심히 하려는 마음을 억누르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고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되는 쪽을 선택한 적도 없었으니까."

열심히 한다는 것에는 미련한 구석이 있지만, 당장은 보상이 주어지지 않을 수 있지만, 열심히 산다고 당장 집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언젠가 반드시 열심히 했다는 경험 때문에 웃는 일은 생긴다.

시간을 날려버렸다고 생각했던 시절, 너무 열심히 살아서 너무 미웠던 과거의 나 덕에 알게 된 것들은 어디 가지 않고 내 안에 있었다. 사는 게 힘들어 가끔 잊어버리긴 했지만 사라지지는 않았다.

배우고 보니 서핑이 너무 좋아서 여행 내내 서핑을 했다. 서핑은 일어서는 그 짧은 순간이 너무 즐겁고 짜릿하지만 그렇게 일어서려면 배, 엉덩이, 허벅지 근력이 필요하다. 너무 재미있어서 계속 타고 싶었지만 근력 운동을 일절 하지 않던 시절이라 몇 번만 타면 해변에 누워 쉬어야 했다.

열심히 사는 건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근력을 기르는 것이다. 근육이 생기기는 하는 건가, 운동한다고 되는 건가, 소용이 있는 건가 싶다. 하지만 서핑처럼 인생의 재미를 더해주는 순간들을 맞이하려면 열심히 살아온 시간으로 다져낸 근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파도 위에 더 오래 서 있을 수 있다.

내가 존재하는 순간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고, 작아도 필요한 일들을 찾아 해내는 성실하고 기계적인 태도. 이렇게 살아낸 시간이 있는 사람은 정말 멋지다. 꿈이나 소명 같은 건 있어도, 없어도 상관없다. 각자의 인생 전략은 저마다 다르다. 물론 타인의 전략을 평가절하 하면서 우월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열심히 살아온 시간이 사라지진 않는다. 분명히 ‘그렇게 살기를 잘했어’라는 순간이 찾아올 때가 있다. 그 순간들을 두 팔 벌려 맞이하고 동료들의 그런 순간들을 지켜보면서 함께 기뻐할 수 있다면 충분히 멋지고 아름다운 삶 아닐까? 그러니 부디 다른 사람의 열심도, 스스로의 열심도 무시하지 말자. 누가 왜 이렇게 열심히 하냐고 빈정대면 쳐다도 보지 말고 지나가자.

이제 사람들의 냉정한 반응에 괜히 혼자 상처 받았던 신입사원 때의 나는 없다.

매달 돈을 받는 데 따르는 책임이 있다는 것과 다른 사람들 역시 같다는 것을 알게 돼서인 것 같다.

불필요하게 날을 세워 말한다거나 상대가 불편할 만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듣는 사람이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면 굳이 힘든 얘기를 하지도 않는다.

신입사원일 때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는 속마음을 너무 드러내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그냥 나를100퍼센트 보여주고 이해받고 싶었다. 왜 그러면 안 되는 건지, 어떻게 해야 마음을 숨길 수 있는 건지 잘 몰랐다. 그래서 괜히 세상이 야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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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언어가 삶이 될 때 - 낯선 세계를 용기 있게 여행하는 법
김미소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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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내용이 자주 반복되니까 좀 지루했고, 뭔가가 다가오지 않았는데 그건 어쩌면 지은이의 말대로 모든 사람의 경험과 능력등은 고유하니까 그로 인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이 지은이의 개인적인 모든 경험, 고민과 노력에 의한 결과물이라는 것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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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4-28 16: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디오북 애용자인데 라로 님은 이북 애용자이십니당~~

라로 2022-04-28 19:46   좋아요 3 | URL
하하 페크님! 저로 인해서 페크님이 오디오북 처음 시작하신 줄 알았는데요?? 예전에??^^;;; 암튼 저는 영어책은 오디오북으로 주로 듣고 한국 책은 이북으로,, 그런데 종이북도 넘 많아요.ㅎㅎㅎ
 

태어나고 자란 곳, 공부한 곳, 일하는 곳이 모두 다르니 어떤 문화를 따라야 할지도 몰랐다.

자신의 모국어(A)와 제2언어(B) 사이의 언어를 중간언어(interlanguage; Selinker, 1972)라고 부른다.

오래 쓰지 않거나, 공부를 멈추거나, 쓰고 있던 표현만 쓰게 되면 발전이 점점 둔화되어 멈춰버리는데, 이때 언어가 화석화되었다고 말한다.

학습자는 언어A에서 언어B로 이행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언어와 의사소통 자원 간의 경계를 넘어서 자신의 의사소통 능력을 확장시켜 가는 사람이다.

자신이 구사할 수 있는 언어를 하나하나 더해가는 것보다, 언어 간의 경계를 넘어서 상대와 협력하며 목적을 달성하는 게 더 중요하다.

언어는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다.

한 언어를 완벽히 구사한다거나 한 문화에 완벽히 적응해야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경계에 선 자유를 누렸으면.

유튜브에서 명동 길거리 브이로그를 찾아다가 보여주었다. "여러분, 교과서의 예는 정말 전형적인 길거리 음식이고, 실제로 명동에 가면 이런 음식들이 있어요. 랍스터도 팔고 조개도 팔고 문어 꼬치도 있어요. 맛있긴 하지만, 바가지에 주의하세요"라고 알려주면서.

백남준이란 이름은 교과서에서 스치듯 본 게 전부였다. 유치원에서 박물관으로 소풍을 갔을 때 텔레비전 여러 대가 높이 쌓여 있는 곳을 지나갔고, 그게 백남준과 관련이 있었다는 것 정도밖에 기억이 나질 않았다. 겨우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을 찾아서 수업을 하긴 했지만, 내가 잘 모르는 것이라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교과서를 집필한 사람들이 좀 윗세대인가 보다 생각하고 넘어갔다. 교재를 만든 사람과 내 경험이 워낙에 달라서 가끔은 학생들에게 무엇을 보여주어야 할지도 잘 알 수가 없었다.

교재에서 그리고 있는 세계와 학습자가 실제로 경험하며 살아가는 세계는 비슷할 수도 다를 수도 있다. 비슷하다면 좋은 교재를 찾은 것이고, 다르다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도구로 삼기 이전에 오히려 박탈감을 부추길 수도 있다.

상대와 내가 서 있는 자리의 차이를 인식해야 상대의 조언과 경험이 나에게 어느 정도 가치가 있을지 가늠해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내가 소수자의 위치에서 다수자의 언어를 말하며 다수자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면 자신을 계속 검열하게 되고 소심해진다.

언어는 사회, 정체성, 권력, 차별과 똑 떨어진 진공 상태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상투적인 말이지만, 인생은 실전이었다.

내가 말하는 언어가 곧 내가 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말하는 언어로 나를 빚어나갈 수는 있다.

타고나는 정체성도 있지만, 자신이 만들어가는 정체성도 있다.

외모를 바꾸기는 상당히 어렵지만, 입고 다니는 옷, 언어 선택, 말투, 수업 스타일 등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정체성도 있으니까.

이렇게 짝으로 묶여서 함께 쓰이는 단어를 ‘연어(collocation)’라고 부릅니다.

단어는 항상 짝지어 다닙니다. 그 짝을 찾으려면 이런 연어를 찾아주는 온라인 도구를 사용하면 편해요.

어떤 학원이 잘 가르치는지 수소문하기 전에 한 가지 생각해야 할 게 있다. 자신의 학습 목적이 뭔지, 왜 외국어를 배우고 싶은지, 시간, 에너지, 자원을 얼마나 쓸 수 있는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지 등 자신에 대한 질문을 먼저 해보아야 한다.

외국어 학습의 재료는 여기저기에 널려 있다. 중요한 건 재료를 내 목적과 삶에 맞게 녹여서 내게 필요한 자료로 만드는 일이다.

평소 내가 말을 할 때 잘 쓰지 않는 표현을 입으로 말해보는 게 표현의 가짓수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되었다.

영어로 말하는 날이 많지는 않았지만, 운전할 때만이라도 꾸준히 입을 풀어준 게 꽤나 도움이 되었다.

‘시간을 내서 외국어를 이만큼 공부해야지!’ 같은 결심을 하면 작심삼일도 어렵다.

삶에 외국어를 녹이려면, 일단 내 삶이 어떤지부터 알아야 한다.

외국어를 배워서 뭘 하고 싶은지, 무엇에 흥미가 있는지, 얼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들일 수 있는지. 이 세 가지 질문의 답에 맞게 학습 재료를 고르고, 딱히 대단한 에너지나 결심 없이도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레 실천할 수 있을 만큼의 계획을 짜보면 된다.

운동도 처음 헬스장에 가는 게 어렵지, 일단 가면 어떻게든 하는 것처럼, 외국어도 처음 시작하는 건 어렵지만 일단 연습하는 습관이 삶에 녹아든 이후로는 쉽게 이어갈 수 있다.

학습의 재료는 어디든지 널려 있다. 중요한 건 재료를 내 삶에 녹여서 자료로 만드는 일이다.

"경력이 짧은 강사는 학생이랑 자신을 구분하려고 일부러 엄격한 기준을 세워서 학생한테 따라오라고 해. 아직 미숙한 걸 들키고 싶지 않은 거지."

"여러분, 계란후라이에는 뭐죠? 소금 후추 케첩 간장? 네 방금 뭐라고 했어요? 핫소스라고요? 오케이 그것도 좋죠. 근데 뭐? 된장이요? 아뇨 아무리 제가 한국인이라도 그건 아니죠. 음식에 어울리는 조미료가 있는 것처럼 단어도 함께 어울리는 아이들이 있어요. 우린 그걸 연어라고 부릅니다. get이 계란후라이라면 조미료는 on, out, back, in 등등이 될 수 있겠네요. get on, get out, get back, get in 모두 다 잘 쓰이는 표현이죠. 그런데 아무리 같은 전치사라도 get vis-a-vis라고는 잘 안 쓰겠네요. 그게 계란후라이에 된장 같은 느낌이에요."

영어 문단도 똑같습니다. 가장 위의 문장과 가장 아래의 문장이 딱 맞게 내용을 감싸고 있어야 해요. 이때 위의 문장을 주제 문장(topic sentence)이라고 부릅니다. 아래 문장 역시 내용을 딱 감싸줘야겠죠. 이 문장을 마무리 문장(concluding sentence)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계속 만났냐고요? 아뇨,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제2언어를 배울 때, 특히 말하기나 쓰기를 연습할 때는 아무 말 대잔치를 하는 게 중요하다. 말은 생각을 그대로 끄집어낸 결과가 아니다. 생각은 총체적인 반면 말은 순차적이다.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를 말로 바꾸려면 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듯 어디에 초점을 맞출지를 먼저 결정하고, 어울리는 단어 그릇을 골라 생각 조각을 담고, 문법이라는 규칙에 맞게 단어를 배치하여 차려내야 한다. 총체적인 생각을 순차적인 말로 풀어내려면 이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비고츠키는 "생각은 말로 변형되어 가면서 재구성된다. 생각은 낱말로 표현되는 게 아니라 완성된다"라고 말했다(Vygotsky, 1987, p. 251).

말로 개념을 하나하나 풀어내다 보니 생각이 한층 더 정리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생각은 말을 통해서 완성된다.

제2언어를 배울 때 아무 말 대잔치를 해야 하는 이유는 생각을 제2언어로 완성하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다.

어느 정도 표현의 도구가 모였다면, 스스로 말해보며 생각을 완성해 가는 연습이 꼭 필요하다.

분명히 똑같은 생각인데도 한국어로 표현할 때와 영어로 표현할 때는 방식도 다르고, 규칙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다. 이 연습을 자주 해야 나의 생각을 언어로 잘 담아낼 수 있다.

동사는 짝과 함께 쓰이거나 형태를 바꿀 때 파생되는 의미가 많으므로, 핵심 의미를 외울 때 함께 살펴보면 표현의 폭을 한층 더 넓힐 수 있다.

《Corpus of Contemporary American English》

단어와 문법을 엮어 설명하는 개념을 영어로는 lexicogrammar, 한국어로는 어휘-문법이라고 부른다.

어휘와 문법은 상호 불가침의 영역에 있는 게 아니라, 서로 교류하며 뻗어나가는 관계다.

사람이 관계 속에서 존재하듯이, 영단어도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사람이 친구, 동료, 가족 등과 교류하며 성장해 나가듯, 단어도 다른 단어, 문법, 표현과 관계를 맺으며 의미를 만들어나간다.

다른 단어 및 문법과의 관계를 살피고 확장해 나가는 공부가 필요하다.

언어마다 시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 우리는 시간을 과거-현재-미래 순서로,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으로 뻗어나가는 수평선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중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시간을 수평선뿐만 아니라 수직선으로도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Boroditsky, 2001),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글을 쓰는 아랍어 화자는 시간 또한 오른쪽 끝에서 왼쪽 끝으로 진행된다고 상상한다(Bergen & Lau, 2012). 시간은 모두에게 같은 방식으로 흘러가지만, 시간을 바라보는 관점은 언어마다 다른 셈이다.

한 경제학자는 현재와 미래를 엄격히 구분하는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미래를 위한 행동(저축, 금연 등)을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덜 할 거라는 가설을 세워서 검증하기도 했다(Chen, 2013).

현재와 미래가 엄격히 구분되는 언어를 쓰면 미래가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고, 현재와 미래의 구분이 약한 언어를 사용한다면 지금 이 순간과 미래가 가깝게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시제는 말 그대로 시간을 다루고, 상은 그 시점에 일어나고 있는 행위의 내적 구조를 다룬다(Larsen-Freeman & Celce-Murcia, 2015).

쉽게 말하면 시제는 특정 행위가 언제 일어났는지를, 상은 내가 그 행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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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4-28 16: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상대와 내가 서 있는 자리의 차이를 인식해야 상대의 조언과 경험이 나에게 어느 정도 가치가 있을지 가늠해 볼 수 있다는 뜻이다.˝ - 엄청 중요한 말이라고 생각해요. 같은 말이라도 듣는 사람의 처지나 경험에 따라서 무척 달라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것을 우리는 간과하는 경향이 있죠.

라로 2022-04-28 19:48   좋아요 2 | URL
이 저자가 제 딸 또래는 아니지만 많이 어린데요,, 글을 참 차분차분 조근조근 자기의 생각을 잘 풀어나가네요. 생각이 바른 사람이라 좋은데 저는 뭔가가 또 삐걱거리는지 완전히 좋지는 않았어요. 저런 글이 무척 많아서 그랬나? 싶기도 하고요.^^;; 페크님은 이 책을 어찌 읽으실지 정말 궁금합니다.^^
 

내 인생에 끊임없이 회자되는 이야기라 이번을 마지막으로, 차라리 내 입으로, 남들이 반면교사 할 수 있게라도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쓴다.

돌이켜보면 그때는 너무 간절했던 것 같다. 넘지 못할 것만 같은 산들을 넘어 그 자리까지 갔고, 어려웠던 기술 면접도 넘겼었다. 정말 이제는 고지가 너무 가까이 와 있었다. 조금만 더 버티면 여기에 올 수 있다는 어떤 긴박함, 내가 정말 해냈다는 그 벅참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피터지게 열심히 살았는데 내가 여기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게 더는 없는 것 같아 애가 달았다.

다니던 회사에서는 이해받지 못한 채 쌓여가기만 하던 억울한 마음, 그간 열심히 살았던 기억 등이 모두 눈물로 나온 것 같았다

버티고 버텼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갑자기 참기 어려워지는 때가 찾아온다.

눈물은 꼭 화장실에 모두 두고 나와야 한다. 사무실에는 절대 들고 오면 안 된다.

언젠가 안부를 묻던 누군가에게 "너무 힘들어서 울고 싶어요"라고 나름의 넉살을 떨며 얘기한 적이 있다. 그러자 그는 "괜찮아, 여자애들은 꼭 한 번씩 울더라"라는 말을 했다. 애초에 눈물이 많게 태어나서 조금 억울하긴 했지만 이 말을 듣고 나니 절대 울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좀 충격적이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필사적으로 참았기 때문이다. 그 사람 뒤에는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며 정말 꾹 참으려 했다.

내가 한 거라곤 회사에 다닌 것뿐인데 이렇게 여러 가지 척도로 성장 중이다.

눈물 많은 사람들이여, 끝없는 연습만이 살 길이다.

전문성을 갖고 싶어 미칠 것 같던 내가 생각한 선택지는 세 개였다. 내 친구들처럼 로스쿨에 가는 것, 이왕 들어온IT 업계에서 새로운 일을 해보는 것, 퇴사를 하는 것.

딱 원하던 자리는 아니었지만 이미 절치부심한 상태였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공격력이 머리끝까지 차 있었다.

그때 내게 엔지니어가 된다는 선택은 로스쿨 대신이었으므로 나는 스스로를 로스쿨 학생들과 비교했다. 그들에 비할 바는 안 되겠지만 그들만큼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했다. 그 결과 문과생이지만IT 업계에서 테크 포지션(엔지니어들과 기술을 간접적으로 다루는 사람들을 함께 지칭하는 말)으로 일할 수 있었다.

그때 내 목표는 엔지니어들과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 되는 거였다. 그래서 뭔가 직접 많이 해보기보다는 관련 기술 서적과 자격증 위주로 공부했다.

사노 유타카가 쓴 《인프라 엔지니어의 교과서》(김성훈 옮김, 길벗,2014)

《그림으로 공부하는IT 인프라 구조》(김완섭 옮김, 제이펍,2015)

그래서ITIL?Infor­ma­tion Tech­nolo­gy In­fras­truc­ture Library이라는 교육과정을 지원받아 공부했다.

이때는IT 서비스 운영을 위해 어떤 프로세스가 필요한지, 전체 라이프사이클은 어떻게 되는지를 배웠다.

데이터베이스나 애플리케이션

생활코딩과 코드카?데미?code­ca­demy를 시작했다(셀프 서비스로 공부할 수 있는 소스가 많다는 걸 인지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한 것이다).

기본적인 웹 서비스의 구조, 인프라의 필요성, 실생활에서 애플리케이션이 작동하려면 필요한 것, 프로그램의 정의, 아주 기초적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법 등을 배울 수 있었다.

지디넷 등에서 산업 기사들을 보며 모르는 단어들을 정리했고, 남는 오전 시간에는 코드카데미에 있는 커리큘럼을 마치려 했다.

마친 뒤에는 프로그래머스?pro­gramm­er­s에 들어가서 아주 기본적인 알고리즘 문제들을 풀었다. 오후에 시간이 남을 때는 고객사의 아키텍처 문서들을 보면서 거대한 시스템을 이해해보려 했다.

나는MTA: Win­dows Ser­ver Ad­minist­ra­tion Funda­men­tals(Cer­tified 2017), 리눅스마스터1급(실기 탈락),IBM Cer­tified Solu­tion Ad­visor - Cloud Com­put­ing Archi­tec­ture V5,RHCSARed Hat Cer­ti­fied Sys­tem Ad­minist­ra­tor,RHCERed Hat Cer­ti­fied En­gine­er,AWS C­er­ti­fied Solu­tions Archi­tect - As­so­ci­ate 같은 것들을 땄다.

강남으로 학원을 다녔다고 했는데 패스트캠퍼스에서 저녁7시30분부터10시30분까지 수업을 들었다. 당시 프로젝트 매니저가 ‘Node?.js’를 쓸 거라고 해서 자바스크립트 수업을 들었다.

남은 주말 시간은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과제를 하는 데 썼다. 그런데 프로젝트 기술 스택?tech stack이 조금 달라져서 스프링 부트를 배우려 또 패스트캠퍼스에 다녀야 했다. 이때 도커?Dock­er 코스도 들었다. 학원을 안 다닐 때는 온라인 강의 플랫폼 인프런Inf learn에서 백기선님 강의를 종류별로 다 듣고, 배운 내용을 실제 토이 프로젝트를 구현해보는 데 썼다. 정말 내 모든 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해 썼던 것 같다.

사실 눈물이 난 가장 큰 이유는 이렇게까지 노력하는데 앞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나처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가려는 방향을 최대한 많이 탐색해본 다음 공부를 시작하는 게 좋다.

만약 개발자가 되고 싶다면 먼저 이 세 가지 직군을 검색해본 다음 나오는 글들을 다 읽고 관련 유튜브 영상도 본 뒤 관심 있는 분야를 정해야 한다.

나는 프론트엔드 개발자, 백엔드 개발자, 데이터 엔지니어 등 엔지니어 직군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 없이 다짜고짜 공부를 시작해 시행착오가 많았다.

어느 정도 관심 가는 분야를 알았다면 자바스크립트, 파이썬, 자바 등 언어를 선택한 다음 해당 분야의 생활코딩을 들어보며 자신의 관심을 검증해보는 게 좋다.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아야 나아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에는 운영체제 내에서 리눅스, 유닉스, 윈도우를 쓸 것을 생각하고 공부했다면 지금은IoT, 데이터 분석, 머신러닝, 웹 애플리케이션처럼 전혀 다른 성격의 기술들을 다채롭게 활용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물론 각 분야 안에서도 일정 수준의 전문적인 지식을 갖춰야 한다.

주제에 대한 강의 영상을 정말 많이 봤고 여러 문서들을 종합해 학부 때처럼 단권화하는 방식으로도 공부했다.

필요한 정보가 어느 정도 수집됐다고 판단되면 내가 설명할 수 있게끔 스토리라인을 짰다. 그러면 정보가 비어 있는 곳을 알게 되면서 스스로 채워넣을 수 있었다. 이때는 다른 전문가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내가 가진 바가지의 크기는 같은데 담아야 하는 물의 양이 늘어난 상황이라 내 욕심만큼 속도가 안 난다고 느끼기도 한다.

3개월 전,6개월 전에는 전혀 몰랐던 것들을 지금은 알고 있다. 깊이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지만 기술을 이용해 할 수 있는 일들의 너비를 넓혀가는 것 역시 엔지니어로서 재미있는 일인 것 같다.

나는 스스로에게 답을 주지 못하면서도 그냥 버텼다.

가슴 아프도록 치열한 나날들이었지만 버티는 건 정답이었다. 몰입 없이는 변신도 없다. 여전히 많이 부족해 계속해서 공부하는 중이지만, 과거의 내가 버텨주지 않았다면 지금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전혀 하지 못했을 거다.

몰입하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몰입하기까지 잔머리 굴리는 데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는 것, 일단 해보는 것.

내 커리어는 전환의 연속이었다. 첫 회사에서 직무를 두 번 바꿨고 두 번째 회사로 이직하며 세 번째 직무를 경험했다. 지금은 또 전혀 다른 네 번째 직무를 시작했다. 모든 직무가 처음이니 매 순간 눈물 나는 노력이 필요했다.

가끔씩 ‘내가 어쩌다 이걸 하고 있지? 왜 이걸 하고 있지?’ 같은 생각이 들면 절반은 혼란스럽고 절반은 자랑스러웠다.

내가 정말 이 직무에 맞는 사람인지, 앞으로도 잘할 수 있을지 계속해서 의심했다.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은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 그 자체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은IT 업계의 숙명이고, 이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모든 직무 제1의 적성이다.

새로운 뭔가를 접하고, 배우고, 그것을 잘하게 되는 ‘배움’의 사이클 자체에 자신이 있다면 겁낼 필요 없다.

받아들이는 정보를 조직화해서 나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일이었다.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한 것이 크게 도움이 됐다.

나무의 줄기를 짚고 나서 가지를 보고 가지에 달린 잎들을 그리는 흐름 자체를 천천히 익힌 것이다.

긴 시간 동안 읽는 전공서, 긴 글로 풀어내야 하는 시험 등은 문과생들이 대학생활 내내 터득하게 되는 소중한 기술이다. 이 능력은 회사에 있는 그 누구도 훈련시켜줄 수 없다.

고객들은 문제의 한가운데에 있기 때문에 상황을 정의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걸 어려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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