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끊임없이 회자되는 이야기라 이번을 마지막으로, 차라리 내 입으로, 남들이 반면교사 할 수 있게라도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쓴다.

돌이켜보면 그때는 너무 간절했던 것 같다. 넘지 못할 것만 같은 산들을 넘어 그 자리까지 갔고, 어려웠던 기술 면접도 넘겼었다. 정말 이제는 고지가 너무 가까이 와 있었다. 조금만 더 버티면 여기에 올 수 있다는 어떤 긴박함, 내가 정말 해냈다는 그 벅참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피터지게 열심히 살았는데 내가 여기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게 더는 없는 것 같아 애가 달았다.

다니던 회사에서는 이해받지 못한 채 쌓여가기만 하던 억울한 마음, 그간 열심히 살았던 기억 등이 모두 눈물로 나온 것 같았다

버티고 버텼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갑자기 참기 어려워지는 때가 찾아온다.

눈물은 꼭 화장실에 모두 두고 나와야 한다. 사무실에는 절대 들고 오면 안 된다.

언젠가 안부를 묻던 누군가에게 "너무 힘들어서 울고 싶어요"라고 나름의 넉살을 떨며 얘기한 적이 있다. 그러자 그는 "괜찮아, 여자애들은 꼭 한 번씩 울더라"라는 말을 했다. 애초에 눈물이 많게 태어나서 조금 억울하긴 했지만 이 말을 듣고 나니 절대 울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좀 충격적이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필사적으로 참았기 때문이다. 그 사람 뒤에는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며 정말 꾹 참으려 했다.

내가 한 거라곤 회사에 다닌 것뿐인데 이렇게 여러 가지 척도로 성장 중이다.

눈물 많은 사람들이여, 끝없는 연습만이 살 길이다.

전문성을 갖고 싶어 미칠 것 같던 내가 생각한 선택지는 세 개였다. 내 친구들처럼 로스쿨에 가는 것, 이왕 들어온IT 업계에서 새로운 일을 해보는 것, 퇴사를 하는 것.

딱 원하던 자리는 아니었지만 이미 절치부심한 상태였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공격력이 머리끝까지 차 있었다.

그때 내게 엔지니어가 된다는 선택은 로스쿨 대신이었으므로 나는 스스로를 로스쿨 학생들과 비교했다. 그들에 비할 바는 안 되겠지만 그들만큼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했다. 그 결과 문과생이지만IT 업계에서 테크 포지션(엔지니어들과 기술을 간접적으로 다루는 사람들을 함께 지칭하는 말)으로 일할 수 있었다.

그때 내 목표는 엔지니어들과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 되는 거였다. 그래서 뭔가 직접 많이 해보기보다는 관련 기술 서적과 자격증 위주로 공부했다.

사노 유타카가 쓴 《인프라 엔지니어의 교과서》(김성훈 옮김, 길벗,2014)

《그림으로 공부하는IT 인프라 구조》(김완섭 옮김, 제이펍,2015)

그래서ITIL?Infor­ma­tion Tech­nolo­gy In­fras­truc­ture Library이라는 교육과정을 지원받아 공부했다.

이때는IT 서비스 운영을 위해 어떤 프로세스가 필요한지, 전체 라이프사이클은 어떻게 되는지를 배웠다.

데이터베이스나 애플리케이션

생활코딩과 코드카?데미?code­ca­demy를 시작했다(셀프 서비스로 공부할 수 있는 소스가 많다는 걸 인지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한 것이다).

기본적인 웹 서비스의 구조, 인프라의 필요성, 실생활에서 애플리케이션이 작동하려면 필요한 것, 프로그램의 정의, 아주 기초적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법 등을 배울 수 있었다.

지디넷 등에서 산업 기사들을 보며 모르는 단어들을 정리했고, 남는 오전 시간에는 코드카데미에 있는 커리큘럼을 마치려 했다.

마친 뒤에는 프로그래머스?pro­gramm­er­s에 들어가서 아주 기본적인 알고리즘 문제들을 풀었다. 오후에 시간이 남을 때는 고객사의 아키텍처 문서들을 보면서 거대한 시스템을 이해해보려 했다.

나는MTA: Win­dows Ser­ver Ad­minist­ra­tion Funda­men­tals(Cer­tified 2017), 리눅스마스터1급(실기 탈락),IBM Cer­tified Solu­tion Ad­visor - Cloud Com­put­ing Archi­tec­ture V5,RHCSARed Hat Cer­ti­fied Sys­tem Ad­minist­ra­tor,RHCERed Hat Cer­ti­fied En­gine­er,AWS C­er­ti­fied Solu­tions Archi­tect - As­so­ci­ate 같은 것들을 땄다.

강남으로 학원을 다녔다고 했는데 패스트캠퍼스에서 저녁7시30분부터10시30분까지 수업을 들었다. 당시 프로젝트 매니저가 ‘Node?.js’를 쓸 거라고 해서 자바스크립트 수업을 들었다.

남은 주말 시간은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과제를 하는 데 썼다. 그런데 프로젝트 기술 스택?tech stack이 조금 달라져서 스프링 부트를 배우려 또 패스트캠퍼스에 다녀야 했다. 이때 도커?Dock­er 코스도 들었다. 학원을 안 다닐 때는 온라인 강의 플랫폼 인프런Inf learn에서 백기선님 강의를 종류별로 다 듣고, 배운 내용을 실제 토이 프로젝트를 구현해보는 데 썼다. 정말 내 모든 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해 썼던 것 같다.

사실 눈물이 난 가장 큰 이유는 이렇게까지 노력하는데 앞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나처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가려는 방향을 최대한 많이 탐색해본 다음 공부를 시작하는 게 좋다.

만약 개발자가 되고 싶다면 먼저 이 세 가지 직군을 검색해본 다음 나오는 글들을 다 읽고 관련 유튜브 영상도 본 뒤 관심 있는 분야를 정해야 한다.

나는 프론트엔드 개발자, 백엔드 개발자, 데이터 엔지니어 등 엔지니어 직군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 없이 다짜고짜 공부를 시작해 시행착오가 많았다.

어느 정도 관심 가는 분야를 알았다면 자바스크립트, 파이썬, 자바 등 언어를 선택한 다음 해당 분야의 생활코딩을 들어보며 자신의 관심을 검증해보는 게 좋다.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아야 나아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에는 운영체제 내에서 리눅스, 유닉스, 윈도우를 쓸 것을 생각하고 공부했다면 지금은IoT, 데이터 분석, 머신러닝, 웹 애플리케이션처럼 전혀 다른 성격의 기술들을 다채롭게 활용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물론 각 분야 안에서도 일정 수준의 전문적인 지식을 갖춰야 한다.

주제에 대한 강의 영상을 정말 많이 봤고 여러 문서들을 종합해 학부 때처럼 단권화하는 방식으로도 공부했다.

필요한 정보가 어느 정도 수집됐다고 판단되면 내가 설명할 수 있게끔 스토리라인을 짰다. 그러면 정보가 비어 있는 곳을 알게 되면서 스스로 채워넣을 수 있었다. 이때는 다른 전문가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내가 가진 바가지의 크기는 같은데 담아야 하는 물의 양이 늘어난 상황이라 내 욕심만큼 속도가 안 난다고 느끼기도 한다.

3개월 전,6개월 전에는 전혀 몰랐던 것들을 지금은 알고 있다. 깊이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지만 기술을 이용해 할 수 있는 일들의 너비를 넓혀가는 것 역시 엔지니어로서 재미있는 일인 것 같다.

나는 스스로에게 답을 주지 못하면서도 그냥 버텼다.

가슴 아프도록 치열한 나날들이었지만 버티는 건 정답이었다. 몰입 없이는 변신도 없다. 여전히 많이 부족해 계속해서 공부하는 중이지만, 과거의 내가 버텨주지 않았다면 지금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전혀 하지 못했을 거다.

몰입하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몰입하기까지 잔머리 굴리는 데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는 것, 일단 해보는 것.

내 커리어는 전환의 연속이었다. 첫 회사에서 직무를 두 번 바꿨고 두 번째 회사로 이직하며 세 번째 직무를 경험했다. 지금은 또 전혀 다른 네 번째 직무를 시작했다. 모든 직무가 처음이니 매 순간 눈물 나는 노력이 필요했다.

가끔씩 ‘내가 어쩌다 이걸 하고 있지? 왜 이걸 하고 있지?’ 같은 생각이 들면 절반은 혼란스럽고 절반은 자랑스러웠다.

내가 정말 이 직무에 맞는 사람인지, 앞으로도 잘할 수 있을지 계속해서 의심했다.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은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 그 자체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은IT 업계의 숙명이고, 이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모든 직무 제1의 적성이다.

새로운 뭔가를 접하고, 배우고, 그것을 잘하게 되는 ‘배움’의 사이클 자체에 자신이 있다면 겁낼 필요 없다.

받아들이는 정보를 조직화해서 나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일이었다.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한 것이 크게 도움이 됐다.

나무의 줄기를 짚고 나서 가지를 보고 가지에 달린 잎들을 그리는 흐름 자체를 천천히 익힌 것이다.

긴 시간 동안 읽는 전공서, 긴 글로 풀어내야 하는 시험 등은 문과생들이 대학생활 내내 터득하게 되는 소중한 기술이다. 이 능력은 회사에 있는 그 누구도 훈련시켜줄 수 없다.

고객들은 문제의 한가운데에 있기 때문에 상황을 정의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걸 어려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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