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 왕의 고뇌
에밀 아자르 지음, 김남주 옮김 / 마음산책 / 2012년 6월
품절


어리석음이 세상을 비추면 우리는 모든 걸 알고, 모든 걸 이해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나는 그에게 흐뭇하고 따뜻한 우정을 느끼기까지 했다. 우리는 타퓌 씨 같은 바보들에게 빚진 게 많다. 이들의 모습을 보고, 이들의 말을 들으면 고뇌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고뇌의 이유와 방법을 알게 되고, 부분적인 설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나는 여덟 번째 계단에 서 있었다. 내 얼굴은 이해와 공감과 성스러움으로 빛났을 것이다. 마치 사원에서 영원을 경배하는 것처럼 외경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다. 타퓌 씨는 좀 불안해 보였다. 그 정도로 내 표정이 환했던 것이다.-108쪽

한 사내에게 삶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건 매일같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는 만족스러웠다. 정말이지 도움이 절실한 사람에게 도움을 준 것이다.-109쪽

내가 끊임없이 그 생각을 하는 게 아니다. 빈데로 죽을 운명이 끊임없이 나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111쪽

'사랑이 우리를 깨우네'라는 샤를 트레네의 샹송 가사를 염두에 두고서다. 사랑과 생기는 같다. 그리고 그 노래는 아주 멋지다.-116쪽

여자의 일생에서 꽃을 받을 수 있을 때, 꽃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여자가 더 이상 꽃을 받을 수 없게 되었을 때, 꽃을 받는 일이 점차 뜸해지다가 완전히 없어졌을 때, 꽃의 역할은 훨씬 더 중요하다.-127쪽

나는 멸종 위기의 종을 전부 보호하는 데 찬성한다. 왜냐하면 지금 가장 필요한 일이니까.-128쪽

다른 것들에 관심이 없으면 자기 자신에게 지나치게 몰입하기 마련이죠, 마드무아젤 코라.-132쪽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것은 사적인 동기에서 나온 행동이 아니었다. 인류의 손을 잡는 게 불가능하니 눈앞에 있는 사람의 손이라도 잡아야 하지 않겠는가.-136쪽

전혀 가슴 아픈 내용이 아닙니다. 하지만 결국 같은 얘기에요. 우리가 마음에 대해서 침묵하면 할수록 정말 해야 할 말을 하는 셈이 됩니다. 마드무아젤 코라.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있을 경우에는 말이에요.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음으로써 빛나는 것들이 있지요. 해가 부끄러워 숨어버릴 정도로 찬란히 빛나는 것들 말이에요.혹시 몽둥이를 치켜든 캐나다인 사냥군을 두려움에 찬 눈으로 쳐다보는 새끼 바다표범 사진을 보신 적이 있나요? 그런 지독한 감상주의를 말이에요.-138쪽

하지만 나 역시 때때로 진짜 쓰레기 같은 인간이 되기를 꿈꿀 때가 있다. 더 이상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그런 상태 말이다.-144쪽

무엇이든 일을 하면서 보낸 세월은 그냥 허송한 시간과는 달랐다.-153쪽

"나 자신에게 익숙해지기가 무척 힘들어, 자노."
나는 하마터면 그래요, 알아요, 그 나이가 참 잔인하죠,하고 말할 뻔했다. 하지만 말없이 그녀의 말을 들어주는 게 훨씬 도움이 될 터였다.
"젊음이 너무 일찍 왔다 가는 것 같아. 그렇게 쉰 살이 되고, 습관을 바꿔야 하는 거지...."
그녀의 얼굴은 온통 눈물 투성이었다. 나는 그녀의 가방을 열어 손수건을 꺼내 건냈다. 무어라 할 말이 없었다. 그녀를 위해 무슨 말이라도 해야 했는데 말이다. 무슨 말이라도 상관없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크고, 훨씬 보편적인, 정말이지 세계 차원의 문제였으므로.-157쪽

우리 모두는 자기 앞의 생을 마주하고 있어요. 나도 그렇죠. 겸손하게 말이에요.

이 세상 모든 존재를 안을 만큼 긴 팔을 가진 사람은 없다. 그런 점에서 그녀는 내게 도움이 되었다. 모든 종을 안는 대신 그녀 하나만 안으면 되었으니까.-159쪽

사람이란 복종하고 따르는 경향이 잇고, 그녀의 나이가 많은 것은 사실이었으므로, 상대를 복종시키는 기득권이 있다는 사실을 덧붙일 필요가 있다.-161쪽

하지만 자연이 수명을 정해놓을 경우 으뜸가는 의무는 자연에 맞서는 것, 자연이 당신의 장부에 적어놓은 햇수와 노쇠와 죽음을 거부하는 것 아닌가.


내가 그렇게 한 것은 그녀를 위해서가 아니라 원칙을 위해서였다.-162쪽

시간이란 아름다운 쓰레기에요. 그걸로 충분하다고요.


늙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끔찍한 일이었다.-163쪽

내가 사랑을 나눈 대상은 그녀 혼자만이 아니라 온 세상 사람들이었다. 호송차량 칸칸마다 들어 있는 모든 죄수들이었다. 무력감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니겠는가.-164쪽

나는 마르셀 케르모디, 예전 이름은 자노 라팽이다.-165쪽

나는 그때까지 누군가를 그 정도로 행복하게 해준 적이 없었다.-166쪽

경험없는 어린 소녀가, 자신이 상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고 증명하려 애쓰는 건 얼마나 감동적인가.-167쪽

"미래가 무엇을 예비해두었는지 우리는 모른다."면서 멋진 일들이 기다린다는 듯이 기쁨에 찬 미소를 짓는 그 사람 말이다.

우리 머릿속에 아무도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런 순간이 있다는 건 행운이다. 세상의 평화란 바로 그런 것일 터.-168쪽

시간이 개입하는 순간 열여덟 살짜리 소녀는 자취를 감춘다. 시간은 내가 아는 가장 뛰어난 변장사다.-169쪽

모든 건 저절로 드러난다.-171쪽

사실, 저는 그렇게까지 배우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그저 저 자신이 되고 싶지 않은 것뿐이에요. 언제난 좀 지나친 느낌이 들거든요. 그러니까 우선,,,,-172쪽

우리 사이에는 빚진 게 없는 거죠. 어머니가 자기 아이를 그렇게 사랑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일 겁니다. 나중에 회상할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두려는 거죠.-173쪽

아버지는 두 손을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입을 다물었다. 그는 식탁위에 놓인 믿음직하고 정직한 빵을 바라보았다. 그 빨은 그와 기막히게 닮아 있었다. 사람이 자기보다 훨씬 읅은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예순 살 된 백발의 남자말이다.-179쪽

나는 아버지에게, 아버지의 확실하고 믿음직하고 정직한 시골빵에 애정을 느꼈다. 하지만 굳이 사랑을 느낄 필요는 없었다. 사람이 숨 쉬듯이 사랑한다면 사랑에 수반되는 모든 게 호흡기 질환인 줄 알테니까.-179쪽

감동을 주거나 두렵게 하는 것으로부터 거리를 두기 위해, 멀어지기 위해, 감정으로부터 너 자신을 떠어놓기 위해 그러는 거라고. 그건 일종의 자기방어라고 할 수 있어. 네가 고뇌에 시달린다고 하자. 너는 네 고뇌를 사진 속에 있는 건조한 상태로 환원함으로써 그것으로부터 멀어지려 하는 거야. 감정을 차갑게 식히는거지. 눈물이 난다고 해보자. 너는 그 눈물로부터 멀어지고 싶어서 사전에서 눈물이라는 단어를 찾는 거라고.-181쪽

척은 동물적인 조연함이 담긴 눈빛으로 나에게 힐긋 눈길을 던졌다. 안경 쓴 눈으로 상대와 거리를 둘 줄 아는 사람은 그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언제나 이미 알고 있던 것처럼 반응한다. 마치 자신이 스물다섯 살이 아니라 열두 살인 것처럼.-182쪽

사랑Amour 자신보다 상대방의 안녕을 원하고, 그에게 헌신하고자 하는 경향

사랑Amour 어떤 가치에 대한 사심없고 깊은 집착


그것이 어떤 가치인지는 서술되어 있지 않았다. 빌어먹을 사람들 같으니. 자기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 그의 오른편에 앉아 그 아름답고 단단하고 정직한 시골 빵을 결배하기라도 해야 한단 말인가. 어떤 가치에 대한 사심 없고 깊은 집착이라니...나는 즉각 다시 서점으로 들어갔다. 가치 있는 것은 여러 해를 기다려주지 않으니. 지금 당장 그것이 필요했다.-193쪽

잠에서 깨어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하며 얼마나 경이로울 것인가. 인산이 몇 살부터 진정으로 시간을 아끼기 시작했는지 나는 잘 모른다.-195쪽

만약 우리가 감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마침내 평화를 찾게 될 터였다.-202쪽

불행한 이에게는 중요하지 않게 취급되는 것만큼 나쁜 일은 없었다.-204쪽

보나 피데bona fide - 좋은 품질을 보증한다는 의미였다.-207쪽

솔로몬씨는 이미 최종적인 얼굴을 갖고 있다던, 척이 했던 말을 생각했다.-212쪽

나는 경의를 품고 눈길을 내리깔았다. 깊은 생각에는 마땅히 경의를 표해야 하는 법.

그의 나이에서 오십여 년을 덜어낼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지 했으리라.-214쪽

"별들에 이르도록 펼쳐지는""씨 뿌리는 자의 장엄"(빅토르 위고)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서컷의 어릿광대"에 해당하는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215쪽

척의 말에 따르면 형이상학적으로 절망하는 건 바로 형이상학이 부재하기 때문이었다.-216쪽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뭔가를 만나는 행운이 올 때, 절대 그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217쪽

여자들은 젊은 남자보다 나이 든 거물을 쳐다본다네.
젊은 남자는 아름답지만 나이 든 이들은 위대하니까.-222쪽

젊은이의 눈에는 불꽃이 있지만
노인의 눈에는 빛이 있는 법!-223쪽

하지만 누군가 스스로 자신을 나쁜 놈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바로 그가 나쁜 놈이 아니라는 증거다.-224쪽

열한 살이었어요. 어머니는 그전에는 날 떠날 수가 없었어요. 아직 남자가 없었거든요.-226쪽

마드무아젤 코라, 부족한 것을 모두 가지려 들면 어떻게 되겠어요....한계를 지어야 합니다. 모든 걸 한꺼번에 그리워할 수는 없으니까요.-227쪽

나는 알린과도 말을 그리 많이 나누지 않았다. 우리는 말로 서로를 안심시킹 필요가 없었다. 그녀 곁에 없을 때조차 나는 늘 그녀와 함께였다. 그녀를 알지 못한 채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살아올 수 있었는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내가 그녀 곁을 떠나는 순간 그녀의 모습은 점점 더 커졌다.-230쪽

여든네 살이라는 나이에는 주어진 것에 트집을 잡으면 기분이 좀 나아질 테니까. 그게 바로 철학인 거지.-238쪽

알다시피 삶은 눈을 갖고 있고, 행복한 사람은 눈에 띄기 마련이라서 말이야.-239쪽

이런 장면은 옛날부터 연출되었을 터였다. 그러니 나는 역사적인 인물인 셈이었다. 내 역할을 연기하기로 마음먹었다.-252쪽

시원찮은 농담에 웃어주면 언제나 기운이 나는 법.-258쪽

극기란 모든 것을 잃을까 봐 너무나도 두려워서, 더 이상 두려워 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모든 것을 포기하는 거랍니다. 그걸 고뇌/라고 부르죠. 마드모아젤 코라, 두려움이라는 말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요.


사람이 행복해지면 삶이 중요해져요. 그러면 죽음을 더더욱 두려워하게 되고요.
-269 /270쪽

사랑할 만하지 않은 사람과도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걸 사람들은 결코 이해하지 못하지. 지금은 나 역시 어떻게 그를 사랑할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어. 하지만 사랑은 이해하는 게 아니야. 그냥 그런 거야.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 계산이 가능한 게 아닌 거야. 내 일생을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바보짓이었어. 하지만 나는 단 한번도 계산을 해본 적이 없어. 인생을 샹송처럼 살았어. 사람이 젊을 때에는 언젠가 늙는다는 걸 상상할 수 없는 법이야. 너무 먼 미래의 얘기거든. 그래서 상상을 초월하는 거야.-278쪽

지금 내가 나 자신이 될 수 없다면, 아프으로도 영원히 그렇 수 없으리라. 계속해서 다른 존재들로부터 안식처를 구하히라.

농담할 때야말로 가장 옳은 말이 나오는 법.

나한테 위대함에 열광하는 감수성이 있다는 척의 말은 옳다.-283쪽

햇빛, 반짝이는 커피, 반들거리는 버터 크루아상, 그리고 코끝을 간질이는 입맞춤과 함께 잠에서 깼다. 최고의 순간은 언제나 사소한 것들로 이루어지는 법.-294쪽

내가 타인들로부터 안식처를 찾는 건 나 자신의 정체성이 결여되어 있기 떄문일 거야. 나한테 스스로를 돌보는 데 필요한 정체성이 없어. 내가 누군지, 무엇을 원하는지, 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모르는 거야, 알겠어?-2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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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 왕의 고뇌
에밀 아자르 지음, 김남주 옮김 / 마음산책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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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 이 단어는 언제나 나를 기쁘게 한다. 그 말이 거기, 사전 안에 있는 걸 확인하면 마음이 놓인다.-5쪽

어느 순간 이젠 너무 늦었다는 자각, 삶이 결코 우리의 빚을 갚아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닫는 때가 오는 거야. 그래서 고뇌가 시작되는 거지.-7쪽

"부끄러운 일이오. 세상이라는 이 '기성복'은 날이 갈수록 입고 있기가 무거워지는 것 같소.


사람이란 나이를 먹을수록 타인과의 교류가 필요한 법이니 말이다.-11쪽

자원봉사자들중에서 자기 처지가 더 낫다는 만족감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그 일을 하려는 이들을 가려내야 했다./


예를 들어 젊은이에게 인기가 없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자. 그들은 사람들로부터 줄곧 배척을 당하고, 스스로 못났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태를 만회하기 위해 정신과 의사가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12 /13쪽

이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건 바로 도움이니까.-15쪽

믿음이 없더라도 한계는 있어야 한다. 한계가 없는 경우에는 믿을 수가 없다.


아담인지 이브인지 듣도 보도 못한(이것은 내가 좋아하는 표현이다. 이런 표현이 여전히 에덴동산과 관계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노인이 택시 할부금의 나머지를 갚아주겠다는 제안을 하고 있는 것이다.-17쪽

척의 말에 따르면, 박애란 언제나 지배의 한 방식이고 자신이 죽재한 부를 용서받기 위한 수단인데, 1978년에(당시 캄보디아에서는 크메르루즈가 프놈펜을 점령하고 정권을 장악했다.) 최고의 코미디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이면이나 그 속에 뭔가가 숨어 있다고, 그것이 갑자기 튀어나와 모든 것을 바꿔놓을 수 있다고 생각해도 좋다. 하지만 설명이 가능해지면, 그 뭔가는 사라지고 그것을 이루는 부품들만이 남는다.-18쪽

전설적인 시대라는 건 어쩌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닌지도 모른다고.

-19쪽

"저는 외모는 험상궂어도 눈빛만은 온기와 편안함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람이 뭔가를 줄곧 생각하다 보면 나중에는 그것을 잊을 수도, 용서할 수도 없게 되는 법이므로 그의 뇌리에 문득 그런 계획이 떠올랐으리라.(중략)화산으로 치자면 솔로몬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은 휴화산이었다.-21 쪽

현대의 가장 큰 혁명이라면, 갑작스럽게 세상을 지나치게 환하게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중략)그것이 '바로 우리가 문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거죠.

제가 걱정하는 것은 우리가 무감각해지는 과정입니다.-24쪽

미스터리란 언제나 희망의 문을 열어주는 법이므로.

'프레타포르테'라는 표현에 크게 집착했다. 그에게 그 단어는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었다.(중략)

선의에 찬 표현은 언제나 조금 슬픈데, 그 표정은 자신이 무엇을 상대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나오는 순간 아이가 무엇을 할 것 같소? 울기 시작한다오. 이제 기성복 같은 삶이 시작되기 때문이라오...기성의 고통,즐거움,두려움,근심이 시작되는 거요. 고뇌는 차치하고도,,,,삶, 그리고,,,요컨대 그 전체가 기성복과도 같소. 위로, 희망, 사람들이 책에서 배우는 것들, 이른바 다양한 철학들도,,,역시 기성복이라오. 어떤 게 너무 낡고 진부해지면 시대의 취향에 맞추어 새로 기성복을 만들어내는 거라오,,,."-28 / 29쪽

솔로몬 씨가 망각을, 망각 속에 매몰된 이들을, 이 세상에 태어나 사랑하고 살다가 아무 흔적 없이 죽어간 이들을, 과거에 누군가로 살다가 이제는 무(無)와 먼지가 되어버린 존재들을 견딜 수 없어 했다는 사실을 그때는 깨닫지 못했다.


때때로 솔로몬 씨는 과거를 바로잡고 싶어하는 듯했다. 문제의 사태에 개입해서 일어난 일을 바꿔놓고 싶어했던 것이다.-33쪽

솔로몬 씨는 항변하는 사람, 시위하는 사람이었다./

이름 없는 사람들에게 관심 있는 사람은 없소, 하지만 그들 역시 이 세상에 태어나 사랑하고 희망하고 고통스러워했소, 태어나서면서부터 고통이라는 기성복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종점에 이를 때까지 그 기성복을 겸허히 입고 있었다오. 따라서 '이름없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은 그 자체로 거칠고 불쾌하고 참기 힘든 거요. 내 보잘것없는 능력으로는 그걸 받아들일 수 없다오."

"명예로운 그 무엇을 위해 이러는 거요."-34 /35쪽

자신을 사랑해주던 존재를 잃으면 끔찍한 외로움에 휩싸이게 되지만, 애초에 잃어버릴 사람이 없는 건 그 이상으로 끔찍한 외로움이라오.-38쪽

재능은 모든 걸 덮어주는 법이라오.-40쪽

아무것도 사지 않고 서점을 나오는 일이 내게는 거북하다.-43쪽

몸집이 작으면 작을수록 누군가를 더 필요로 하는 법이다./

사람들이 당신을 바라보고 이렇게 말할 거예요. 이런, 여기 세월의 무게를 견디고 살아남은 사람이 있군그래 하고 말이에요.

요즘은 진짜 남자다운 남자가 없어요. 악당들도 사업가의 얼굴을 하고 있다니까.-58 / 59쪽

"젊고 아름다웠던 때의 습관. 상대의 마음에 들려는 습관 같은거 말이야. 모든 것이 지나가 버렸지만 그것만큼은 놓지 않는 그런 사람들이 있잖아."
"자기 자신에게 집착하는 여자만큼 슬픈 것도 없지."-64쪽

요즘은 동물적 자력 같은 걸 찾아볼 수 없으니까요. 요즘 보이는 건 모두 예쁘장하고 귀여운 남자들 뿐이에요.-66쪽

오늘날의 샹송은 젊은이들을 위한 것이네. 다른 것들처럼 말일세.


리타 헤이워스나 헤디 라머, 디타 파를로처럼 한때를 풍미했던 사람들을 잊어버린다는 건 부끄러운 일입니다.-73쪽

누군가를 깡그리 잊었다면, 그 사람에 대해서는 이러쿵 저러쿵하지 말고 입을 닥치고 있어야 한다./


사전이야말로, 모든 것이 설명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정신적 안정을 누릴 수 있는 세상에서 유일한 공간이다.-74 / 75쪽

언제나 상상의 여지가 있는 게 좋다. 너무 높이 올라가다 보면 언젠가는 떨어져서 체면을 구기는 법. 현실에서는 아직 완전히 가동되지 않는 무언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종종 목격하지 않았던가.-77쪽

궁주의 찬사와 유명세만큼 잃고 나면 슬픈 것도 없지.-80쪽

세상에는 수많은 불행들이 있고 그것들이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내가 여기서 이렇게 이 추억을 언급하는 것이 여러분에겐 놀라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디서든 인간의 삶이란 시작되고 끝나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환기할 필요가 있다. 바로 그렇기 떄문에 삶에 지나친 기대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83쪽

우리는 모두 위험에 빠진 사람들 돕기를 게을리하는 죄를 늘 짓고 있지 않나.-86쪽

시간은 아름다운 배설물, 새끼 바다표범을 죽이듯이 살아 있는 채로 당신의 껍질을 벗긴다.


사랑이란 언제나 자기보다 작은 걸 필요로 하거든요, 자노.-88쪽

운이란 여자 같은 거예요. 일단 가지려고 원해야 하죠. 잘됐어요.-91쪽

유머Humour 진지한 태도 이면에 숨은 우스꽝스러움. 잔인하고 신랄하게 세상의 부조리함을 강조한다. 유대인에게서 조화롭게 드러난다.-97쪽

"발에서 냄새나."
"사는 게 그런 거야."
"제기랄."
"또 무슨 일이야? 네 표정이 영 그런 걸....."
" 너 혹시 마드무아젤 코라라고 알아? 옛날에 가수였어. 솔로몬 씨가 나에게 적극적으로 가보라고 했던 사람이야."
"알아. 그런데?"
"내가 그여자에게 데이트하자고 했어."
"그럴 필요는 없었을 것 같은데."
"누군가는 그럴 필요가 있잖아. 그렇지 않으면 세상은 북극 같을 테니까."-98쪽

서양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자신에게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 때 동양적 지혜를 구하게 되지."-100쪽

"얼굴에 주먹을 맞음으로써 진짜 사내가 된다는 조르주 카르팡티에의 말이 무슨 뜻인지 자네도 알지 않나?"-103쪽

갈미수씨는 결코 흥분하는 법이 없다. 고비를 넘긴 사람이다.


"잘했네. 자네 나이의 다른 젊은이들처럼 폭탄을 터트리는 것보다는 샌드백을 두드리는 게 훨씬 낫지."-104쪽

하지만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들 수는 없는 법.-105쪽

인간이란 언제나 타인을 필요로 한다. 자기 자신을 증오하면서 평생을 보낼 수는 없으니까.


그는 도움이 필요했다. 무엇을 더 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 무엇에 메달려야 할지 도대체 모르는 상태가 될 때, 무엇이든 할 일을 발견하게 되면 훨씬 기분이 좋아지는 법이다. 그 할 일이란 것이 양탄자 위에 떨어진 담배꽁초나 열려 있는 승강기 문에 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1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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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Encounters Human Behavior Student's Book with Audio CD : Listening, Note Taking, and Discussion (Package)
Miriam Espeseth 지음 / Cambridge University Press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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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 학교 영어 듣기 수업교재라고 해서 샀다. 처음엔 가격이 3만원이 넘어서 식겁했는데 다시 주문하려고 보니 가격이 반이나 내려가 있었다. 저렴하게 사게 되어 감사할 뿐이고 아이는 잘 사용해서 고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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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카를라 3부작 1
존 르카레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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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먼저 보고 영화가 너무 좋아서 문학성도 높다는 존 르 카레의 책을 읽고 싶어 주문했다. 왜 그의 책을 높이 사주며 영화로도 여러 편 만들어지는 지 알겠다. 그의 다른 책도 찾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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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트 이스트우드 : 영화의 심장을 겨누고 인생을 말하다
하워드 휴스 지음, 이경아 옮김 / 나무이야기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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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가 사랑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에 대해서 좀 더 잘 알 수 있게 해준 책이다. 그의 필모그래피가 생생하게 나와 있고 작품의 제작과정과 관련된 내용에 관한 정보도얻을 수 있다. 팬이라 꼭 읽어봐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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