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 왕의 고뇌
에밀 아자르 지음, 김남주 옮김 / 마음산책 / 2012년 6월
품절


불멸, 이 단어는 언제나 나를 기쁘게 한다. 그 말이 거기, 사전 안에 있는 걸 확인하면 마음이 놓인다.-5쪽

어느 순간 이젠 너무 늦었다는 자각, 삶이 결코 우리의 빚을 갚아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닫는 때가 오는 거야. 그래서 고뇌가 시작되는 거지.-7쪽

"부끄러운 일이오. 세상이라는 이 '기성복'은 날이 갈수록 입고 있기가 무거워지는 것 같소.


사람이란 나이를 먹을수록 타인과의 교류가 필요한 법이니 말이다.-11쪽

자원봉사자들중에서 자기 처지가 더 낫다는 만족감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그 일을 하려는 이들을 가려내야 했다./


예를 들어 젊은이에게 인기가 없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자. 그들은 사람들로부터 줄곧 배척을 당하고, 스스로 못났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태를 만회하기 위해 정신과 의사가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12 /13쪽

이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건 바로 도움이니까.-15쪽

믿음이 없더라도 한계는 있어야 한다. 한계가 없는 경우에는 믿을 수가 없다.


아담인지 이브인지 듣도 보도 못한(이것은 내가 좋아하는 표현이다. 이런 표현이 여전히 에덴동산과 관계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노인이 택시 할부금의 나머지를 갚아주겠다는 제안을 하고 있는 것이다.-17쪽

척의 말에 따르면, 박애란 언제나 지배의 한 방식이고 자신이 죽재한 부를 용서받기 위한 수단인데, 1978년에(당시 캄보디아에서는 크메르루즈가 프놈펜을 점령하고 정권을 장악했다.) 최고의 코미디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이면이나 그 속에 뭔가가 숨어 있다고, 그것이 갑자기 튀어나와 모든 것을 바꿔놓을 수 있다고 생각해도 좋다. 하지만 설명이 가능해지면, 그 뭔가는 사라지고 그것을 이루는 부품들만이 남는다.-18쪽

전설적인 시대라는 건 어쩌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닌지도 모른다고.

-19쪽

"저는 외모는 험상궂어도 눈빛만은 온기와 편안함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람이 뭔가를 줄곧 생각하다 보면 나중에는 그것을 잊을 수도, 용서할 수도 없게 되는 법이므로 그의 뇌리에 문득 그런 계획이 떠올랐으리라.(중략)화산으로 치자면 솔로몬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은 휴화산이었다.-21 쪽

현대의 가장 큰 혁명이라면, 갑작스럽게 세상을 지나치게 환하게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중략)그것이 '바로 우리가 문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거죠.

제가 걱정하는 것은 우리가 무감각해지는 과정입니다.-24쪽

미스터리란 언제나 희망의 문을 열어주는 법이므로.

'프레타포르테'라는 표현에 크게 집착했다. 그에게 그 단어는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었다.(중략)

선의에 찬 표현은 언제나 조금 슬픈데, 그 표정은 자신이 무엇을 상대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나오는 순간 아이가 무엇을 할 것 같소? 울기 시작한다오. 이제 기성복 같은 삶이 시작되기 때문이라오...기성의 고통,즐거움,두려움,근심이 시작되는 거요. 고뇌는 차치하고도,,,,삶, 그리고,,,요컨대 그 전체가 기성복과도 같소. 위로, 희망, 사람들이 책에서 배우는 것들, 이른바 다양한 철학들도,,,역시 기성복이라오. 어떤 게 너무 낡고 진부해지면 시대의 취향에 맞추어 새로 기성복을 만들어내는 거라오,,,."-28 / 29쪽

솔로몬 씨가 망각을, 망각 속에 매몰된 이들을, 이 세상에 태어나 사랑하고 살다가 아무 흔적 없이 죽어간 이들을, 과거에 누군가로 살다가 이제는 무(無)와 먼지가 되어버린 존재들을 견딜 수 없어 했다는 사실을 그때는 깨닫지 못했다.


때때로 솔로몬 씨는 과거를 바로잡고 싶어하는 듯했다. 문제의 사태에 개입해서 일어난 일을 바꿔놓고 싶어했던 것이다.-33쪽

솔로몬 씨는 항변하는 사람, 시위하는 사람이었다./

이름 없는 사람들에게 관심 있는 사람은 없소, 하지만 그들 역시 이 세상에 태어나 사랑하고 희망하고 고통스러워했소, 태어나서면서부터 고통이라는 기성복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종점에 이를 때까지 그 기성복을 겸허히 입고 있었다오. 따라서 '이름없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은 그 자체로 거칠고 불쾌하고 참기 힘든 거요. 내 보잘것없는 능력으로는 그걸 받아들일 수 없다오."

"명예로운 그 무엇을 위해 이러는 거요."-34 /35쪽

자신을 사랑해주던 존재를 잃으면 끔찍한 외로움에 휩싸이게 되지만, 애초에 잃어버릴 사람이 없는 건 그 이상으로 끔찍한 외로움이라오.-38쪽

재능은 모든 걸 덮어주는 법이라오.-40쪽

아무것도 사지 않고 서점을 나오는 일이 내게는 거북하다.-43쪽

몸집이 작으면 작을수록 누군가를 더 필요로 하는 법이다./

사람들이 당신을 바라보고 이렇게 말할 거예요. 이런, 여기 세월의 무게를 견디고 살아남은 사람이 있군그래 하고 말이에요.

요즘은 진짜 남자다운 남자가 없어요. 악당들도 사업가의 얼굴을 하고 있다니까.-58 / 59쪽

"젊고 아름다웠던 때의 습관. 상대의 마음에 들려는 습관 같은거 말이야. 모든 것이 지나가 버렸지만 그것만큼은 놓지 않는 그런 사람들이 있잖아."
"자기 자신에게 집착하는 여자만큼 슬픈 것도 없지."-64쪽

요즘은 동물적 자력 같은 걸 찾아볼 수 없으니까요. 요즘 보이는 건 모두 예쁘장하고 귀여운 남자들 뿐이에요.-66쪽

오늘날의 샹송은 젊은이들을 위한 것이네. 다른 것들처럼 말일세.


리타 헤이워스나 헤디 라머, 디타 파를로처럼 한때를 풍미했던 사람들을 잊어버린다는 건 부끄러운 일입니다.-73쪽

누군가를 깡그리 잊었다면, 그 사람에 대해서는 이러쿵 저러쿵하지 말고 입을 닥치고 있어야 한다./


사전이야말로, 모든 것이 설명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정신적 안정을 누릴 수 있는 세상에서 유일한 공간이다.-74 / 75쪽

언제나 상상의 여지가 있는 게 좋다. 너무 높이 올라가다 보면 언젠가는 떨어져서 체면을 구기는 법. 현실에서는 아직 완전히 가동되지 않는 무언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종종 목격하지 않았던가.-77쪽

궁주의 찬사와 유명세만큼 잃고 나면 슬픈 것도 없지.-80쪽

세상에는 수많은 불행들이 있고 그것들이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내가 여기서 이렇게 이 추억을 언급하는 것이 여러분에겐 놀라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디서든 인간의 삶이란 시작되고 끝나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환기할 필요가 있다. 바로 그렇기 떄문에 삶에 지나친 기대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83쪽

우리는 모두 위험에 빠진 사람들 돕기를 게을리하는 죄를 늘 짓고 있지 않나.-86쪽

시간은 아름다운 배설물, 새끼 바다표범을 죽이듯이 살아 있는 채로 당신의 껍질을 벗긴다.


사랑이란 언제나 자기보다 작은 걸 필요로 하거든요, 자노.-88쪽

운이란 여자 같은 거예요. 일단 가지려고 원해야 하죠. 잘됐어요.-91쪽

유머Humour 진지한 태도 이면에 숨은 우스꽝스러움. 잔인하고 신랄하게 세상의 부조리함을 강조한다. 유대인에게서 조화롭게 드러난다.-97쪽

"발에서 냄새나."
"사는 게 그런 거야."
"제기랄."
"또 무슨 일이야? 네 표정이 영 그런 걸....."
" 너 혹시 마드무아젤 코라라고 알아? 옛날에 가수였어. 솔로몬 씨가 나에게 적극적으로 가보라고 했던 사람이야."
"알아. 그런데?"
"내가 그여자에게 데이트하자고 했어."
"그럴 필요는 없었을 것 같은데."
"누군가는 그럴 필요가 있잖아. 그렇지 않으면 세상은 북극 같을 테니까."-98쪽

서양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자신에게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 때 동양적 지혜를 구하게 되지."-100쪽

"얼굴에 주먹을 맞음으로써 진짜 사내가 된다는 조르주 카르팡티에의 말이 무슨 뜻인지 자네도 알지 않나?"-103쪽

갈미수씨는 결코 흥분하는 법이 없다. 고비를 넘긴 사람이다.


"잘했네. 자네 나이의 다른 젊은이들처럼 폭탄을 터트리는 것보다는 샌드백을 두드리는 게 훨씬 낫지."-104쪽

하지만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들 수는 없는 법.-105쪽

인간이란 언제나 타인을 필요로 한다. 자기 자신을 증오하면서 평생을 보낼 수는 없으니까.


그는 도움이 필요했다. 무엇을 더 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 무엇에 메달려야 할지 도대체 모르는 상태가 될 때, 무엇이든 할 일을 발견하게 되면 훨씬 기분이 좋아지는 법이다. 그 할 일이란 것이 양탄자 위에 떨어진 담배꽁초나 열려 있는 승강기 문에 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1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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