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회사에서 하는 일은 데이터를 고치는 막중한 임무. 다음주면 다 마칠듯. ㅠㅠ 내가 하나라도 잘못하면 큰 일이 나기 때문에 두 눈을 부라리며 하고 있는데 정말 지친다. 몸을 움직이지 않지만 눈을 뜨고 뭔가에 집중하는 것도 에너지가 엄청 소비가 된다는.
일이 끝나면 너무 허기지고 지쳐서 어제도 그렇게 오늘도 그렇고 내가 좋아하는 Top`s Burger에서 햄버거를 사먹고 집에 왔다. 아보카도까지 넣어서 먹었는데 어제는 생각이 나지 않더니 오늘은 냉면 생각이 간절하다.
나도 박찬일 쉐프처럼 어려서부터 메밀을 좋아했다. 박찬일 쉐프는 자신의 `냉면질`이 수염이 채 나지 않던 중학생 시절에도 자체 진화를 했다고 하는데 나의 냉면질도 그 시절인 것 같다. 학교가 끝나면 버스를 타고 부모님의 가게가 있던 시장에 내려서 냉면값을 받아 육교를 건너 `오미진`이라는 분식집 비슷한 곳에 거의 매일 갔다. 그 시절의 나에 대한 기억은 엄마에게 냉면값을 받아 오미진에 가서 지금도 가끔 떠올리면 군침이 흐르는 오미진의 특냉면을 먹는 것. 기억력이 저질인 나에게 내 중고등 학교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오미진 냉면은 보물과도 같다. 아마도 오미진 냉면은 화학조미료를 그럴듯하게 버무린 맛이겠지만 우래옥이니 평양면옥이니 하는 정통 식당도,,,,, 내겐 오미진을 능가하지 못한다. 지금도 오미진 냉면이 그립다.
추억의 절반은 맛인지, 아니면 맛의 절반은 추억인지 모르지만 햄버거를 먹으며 추억을 떠올리고 있다는. ;;;;
자칭 타칭 냉면 냉면고수인 나의 입맛을 가장 잘 알아 준 사람은 친정 엄마인데,,,,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국엔 엄마가 생각난다. 평양 냉면을 정말 좋아하셨는데. 돌아가시기 전에 황금 정원을 계획하실 때도 고기맛 보다도 냉면 잘하는 주방장을 뽑으라고 그렇게 성화셨었는데...그런데 그런 주방장 하늘에서 별따기더라는.
암튼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펼쳐본다.
˝ 내가 냉면광이 된 것은 어머니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입학과 졸업을 축하하는 가족 회식 자리는 무조건 냉면집을 선택할 만큼 냉면 애호가셨다. 살림살이가 빤해서인지, 아니면 어머니의 기호가 유별나서인지 평양면옥이니 우래옥이니 하는 정통 식당보다는 시장 통의 B급 집들을 더 좋아하셨다. 비싼 쇠고기를 쓰지 않는 집들이니 국물에서는 밍밍한 닭 냄새가 났다. 어머니는 그 냉면을 불과 서너 젓가락에 다 밀어 넣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물리적 통각, 그러니까 국수가 목이 미어지게 넘어가면서 목구멍을 아프게 자극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맛이라고 떠들고 다니는 것도 어머니에게서 사사한 바일 것이다. 짜장면이랑 우동이든 냉면이랑 두툼하게 말아서 목구멍이 미어지도록 몰아넣어야 제맛이라는 내 주장 말이다.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P. 312~313`
`L은 냉면의 종류에는 물냉면을 비빔냉면, 회냉면에 칡냉면, 야콘냉면이 있고 응용으로 섞다니냉면이나 물비빔냉면이 있다는 등의 대도시 거주 냉면광들의 신경질적인 이론을 전혀 용납하지 않는다. 그는 냉면 전문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 냉면은 오로지 평양식 물냉면, 그 하나뿐이라고 단언한다. -성석제의 소풍중에서
오미진의 냉면은 비빔냉면이었다. 평양식 물냉면을 좋아하지만 육수맛이 정말 맛있는 집에서만 평양 냉면을 시켜먹는다. 그래서 대부분 함흥 냉면을 주로 먹는다는. 아~~~~ 냉면 먹고 싶구나~~~~.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