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의 노래 제목 중에 'Ask Me Why'라는 게 있는데 지난 번 페이퍼의 제목으로 빌려왔었고 이번에 제목으로 빌려 온 'Tell Me Why'도 있다. (닐 영의 노래도 있구나..) 뭐 그렇다는 싱거운 얘기다.
오늘 아침에 아이들 여권을 갱신하느라 미국 대사관에 가야 하여서 온 가족이 다 함께 KTX를 타고 서울, 광화문에 도착했다. 오전 9시 30분 약속이라 우리는 대전에서 7시 14분 기차를 타고 용산역에 내려서 전철을 타고 광화문에 도착했는데 그 여정이 쉽지 않았다. 이제는 훌쩍 커버렸지만, 지하철의 계단을 오르락거려 본 적이 없는 해든 이가 잠이 덜 깬 상태에서 힘들다며 보챘기 때문에 올라야 할
계단마다 남편은 해든 이를 안아주어야만 했다. 더구나 1호선 지하철 안에서는 지하철이 터질 만큼 꽉 차서 종로 3가에 도착 할 때까지도
해든 이를 안고 있어야 했다. 남편을 과소평가하다가도 저 큰 아이를 덜렁 안고서 지하철 그 높은 계단들을(갈아타는것도 장난 아니더라는;;) 올라가는 남편을 보면
제임스 본드에게 느끼는 그런 느낌까지는 아니라도 관대한 눈길을 보내게 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네가 그렇게 열심히 운동하더니
성과가 있긴 있구나."라며 다시 평가절하하려는 심보가 생기기도. ( ")
오늘 부모님과 여동생은 시제를 드리러 갔다. 오늘이 음력 10월 1일이라 새벽부터 나가셨나 보다. 식당에 와 보니 직원들뿐인데
히터를 얼마나 오래 틀어놨던지 후끈후끈하더라는;;; 날씨가 점점 추워지니 이 큰 공간을 데울 일이 걱정이다. 더구나 요즘처럼 장사가 안 될 때는 그 걱정으로 엄마는 잠도 안 오시나 보다. 사서 고생이라는 말이 있는데 우리가 식당을 시작한 일이 바로 그런 일이다. 세를 줬으면 난방비니 직원 월급이니 쓰레기로 버려지는 음식이니 그런 거 신경 안 써도 되는데…. 오늘은 식당을 시작한 이후 최악의 매출일 것 같다. 손님이 어찌 이리도 없을까!!! 이 바빠야 할 시간에 페이퍼 올릴
여유가 있다는 것은 정말 심각한 일이다. 단골손님 중 한 분은(오늘도 갈비탕을 드시러 오셨다. 그분은 우리 집 갈비탕과 우거지를
정말 무척 좋아하신다!!) 아침에 눈을 뜨면 식당에 손님이 바글거리는 상상을 하라고 하시는데 내가 상상을 안 해서 그런가??
아니면 그제처럼 힘들어 죽겠다는 투정을 부려서 그런가? 괜히 엄마에게 미안하면서 손님이 없는 이유가 나 때문인 것 같은 죄책감이
든다.
아참!! 손님이 없어 페이퍼를 쓰기 시작했지만 정작 페이퍼에다 쓸 이야기는 다른 것이었는데. 하긴 요즘 명사가 잘 떠오르지 않는 것을 느끼며 윤정희씨가 출연했던 영화 '시'의 대사가 떠오른다. "명사가 중요하잖아요?"라는 대사와 함께 먼저 기억을 못 하는 단어가 명사라는 사실. 아무튼, 영화 (시)는 정말 훌륭한 작품이었고 나는 명사를 조금씩 잊어가고 있다.ㅜㅜ
세 아이의 여권이 모두 기간이 만료되었다. 남편은 이번 방학에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에 가려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다시 여권을
만들어야 했다. 보통으로 미국 여권을 만들 때 우리가 모든 서류를 준비하고 인터넷으로 신청한 뒤 아이들과 부모 모두 대사관에 가서
우리가 작성한 모든 기록이 사실이라는 것을 사무관(?) 앞에서 선서(?)하고 부모가 사인하는 것으로 신청이 접수되는데 밑의 두 아이는 그렇게
했지만, 올해 16세가 된 딸아이는 우리의 사인도 필요 없이 달랑 딸아이의 사인만 필요로 했다. 좀 많이 놀랐다.
감개무량하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한국에서는 아직도 미성년자로 부모의 동의가 필요한 나이인데 미국에서 16세란 완전히 독립된 인간이 된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아서….
딸아이가 자신의 신처청서에 사인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아이가 여권이 나오면 훌쩍 떠나가 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상상까지 하게
되었다. 어떤 신중한 느낌이 들었는지 신처청서에 사인을 하는 아이의 모습이 자못 진지했다. 하긴 미국이었다면 운전면허
딴다고 친구들과 난리도 치고 했을 텐데…. 나는 한국에 나와서 참 좋았는데 대사관 안에 들어가면서 남편이 N군에게 하는 말을 듣고
있자니 남편과 아이들이 희생한 부분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참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오늘 밤에는 얼마 남지 않은 [레미제라블]2권을 다 마치고 3권으로 넘어가리라,,불끈.
그리고 내 서재를 찾아주시고 위로해 주시고 허접한 글을 읽어주시고 즐찾해주시는 알라딘 친구들을 위해 닐 영의 노래를 골라봤다. 뭐, 다들 아는 노래겠지만~~~.^^;;
Neil Young - Tell Me Why
부모님과 여동생은 오늘 저녁 손님이 별로 없을 줄 알고 시제 갔다 오는 길에 여주 아울렛에 들렀단다. 쳇 괜히 억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