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지막하게 일어나서 씻고 플루샷을 맞으러 갔다. 요즘 우리 동네도 한국 사람들이 살기 시작하는 건지 약사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외모와 영어 발음과 그녀의 이름을 보니까. 어쨌든 그래도 "혹시 한국 사람인가요? 저도 한국 사람이에요, 넘 반가워요!" 라는 말을 10년 전이라면 내가 먼저 꺼냈겠지만, 이제는 외로움(?)에 익숙해졌는지 한국 사람을 만나도 예전처럼 오두방정을 떨지는 않는다.


그런데 지금까지 예방 접종을 받으면서 오늘처럼 성의 없이 주사를 놔주는 약사는 처음이었다. 더구나 한국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가 너무 실망스러웠다. 간호사들도 예방주사를 주기 때문에 우리는 어떻게 예방주사를 줘야 하는지 자세히 배우고 실습도 하고 하는 시간을 갖는다. 간호학교는 좀 군대 같은 면이 있어서 교수가 가르쳐 준대로 그대로 하지 않으면 제대로 할 때까지 괴롭힘을 당한다. 어쨌거나 그래서 나는 그 과정이 익숙한 사람인데 이 사람은 내가 팔을 걷어붙이자 알콜 스왑으로 한 번 아주 가볍게 쓱 문지르지도 않고 위에서 아래로 아주 살짝 가져다 대고 주사를 놓는다는 말도, 내 팔을 두 손가락으로 꽉 잡아서 내가 아픔을 느끼지 않게 하지도 않고 공중에서 한 손으로 주사를 찌른 뒤 안전 핀을 제거하지도 않아서 바늘이 위로 한 채로 밴드를 붙이고 끝이었다. 


너무 어이가 없으면 말이 안 나오는 법이다. 나는 운전하고 돌아오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한순간 돌아가서 어디서 배웠냐고 물어보면서 앞으로 나에게 주사를 준 것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주사를 주면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으나 어이없는 상태가 너무 오래되었는지 거의 집에 왔기 때문에 포기했다. 기름값도 비싼데,, 더구나 내가 그런 말을 하면 재수 없다는 생각만 하지 고치기나 하겠어? 뭐 그런 생각도 들고. 어쨌든 잘 배웠으면 배운 대로 잘 하기를 바란다. 배우기는 잘 배웠으면서 멋대로 하지 말고. 


어쨌든 집에 갔다가 공부할 거 챙겨서 사무실에 왔다. 와서 어제 안 먹은 국수를 데워서 먹었다. 그리고 후식으로 민트 초콜릿 집과 피스타치오를 두고 고민하다가 이번엔 하겐다즈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저번에 마트에 가니까 하겐다즈가 세일이기에 파인트 사이즈 10개와 바로 된 거 3 박스(한 박스에 3개 들어 있다)를 사다가 냉동실에 넣어뒀기 때문에 나는 요즘 아이스크림 부자다. ^^;;

어제 못 먹은 국수

이렇게 함께 온 육수와 양념장을 넣고 먹는 거다. 여긴 특별히 고수가 많이 들어가서 좋았다. 더구나 어젯밤부터 비가 와서 날씨가 흐리니까 따뜻한 국물이 들어간 국수가 그만이었다!


입에 맵고 짠 기운이 많아서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하겐다즈 쵝오다!!ㅠㅠ


맛있는 음식은 늘 이렇게 사람을 무장해제하는 능력이 있다. 그러니까 모든 것이 다 잘 될 것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일단 음악 들으면서 좀 걷고 공부는 좀 있다 하는 것으로.


어제 비가 오려고 해서 그런가 구름이 하늘을 가득 덮었다. 이렇게

구름이 더 많아지고 비가 더 자주 오는 캘리가 되기를 바란다.


OMORI - Pure Imagination


늘 읽었다고 생각하지만 읽지 않은 책 <총, 균, 쇠>가 양장판으로 나왔구나. 이 책도 읽어야 하고, 파우스트도 읽어야 하고,,,, 지구에 일 년 동안 아무도 책을 만들지 않는 기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있는 책 읽게. 어찌 이렇게 매일 읽고 싶은 책이 눈에 들어오는지... 하지만 오늘도 잘 지키고 있다 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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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6 07: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17 0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psyche 2022-10-17 1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작년에 코비드 부스터를 한국 약국에서 맞았는데 주사를 너무 잘 놓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역시 한국 사람이 잘 놓는구나 하면서 그 다음부터는 일부러 거기 가서 백신 맞고 있거든요. 그런데 사실 한국 사람이라고 다 똑같을 수 있나요.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 있는 건데. 그런데도 한국 사람이 못하면 더 실망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마음이겠죠?
그리고 저 국수 진짜 맛있어 보이네요! 하지만 고수가 많다니.... 전 아직도 고수가 별로예요.
그리고 라로님도 민초파시군요 저도요. ㅎㅎㅎ 저는 하겐다스 보다 벤 앤 제리 더 좋아해요. 아니면 탈렌티

라로 2022-10-17 15:16   좋아요 0 | URL
한국 사람들은 정말 뭘 해도 잘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 한국인은 정말 넘 실망이었어요. 기가막혀서,,, 요즘 젊은 사람들이 다 그런 건 아닌데,,, 아주 특이한 사람을 만났어요,,^^;;;
저 국수 맛있었어요!! 대만식이라 양념이 좀 특이한데 고수가 들어가니까 전 그 양념 맛이 덜 느껴져서 좋았어요. 그리고 원래 타코니 뭐 그런 멕시칸 음식 먹을때도 고수 넘 좋아하고요.
민초파!!!^^ 우리는 입맛도 비슷해!!^^
근데 원래 벤 앤 제리 더 좋아하시는 건 알았는데 탈렌티?? 처음 들어봐요!! 마트에서 파나요??

꼬마요정 2022-10-17 2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사 맞기 무서워하는 사람도 많은데 실망이네요ㅜㅜ 알콜솜으로 닦아주는 건 기본 아닌가요ㅜㅜ
지구에 일 년동안 아무도 책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거 대찬성입니다. 읽을 책이 너무나 많아요ㅜㅜㅜㅜ 그 와중에 하늘은 참 이쁩니다^^

라로 2022-10-18 01:17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알콜 솜으로 최소한 15초는 문질러줘야해요. 아무튼 우리는 읽을 책이 너무 많은 책동지!! 그나마 전자책은 공간에 쌓이지 않으니 다행이에요. 😂😂😂 하늘은 구름이 있어야 넘 이쁜 것 같아요. 그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