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의 나는 정말 심심했나? 하루에 저렇게 많은 글을 올렸다니. 짧은 글을 주로 올리니까 여러 개 올리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니나 좀 심했다 싶긴 하네. 한 페이퍼에 다 써도 되었을 것을. 늘 때 지난 후회.
6년 전 오늘은 일요일이었다. 나는 일욜에 두 끼만 먹는 것으로 가족을 훈련 시켰더니 편하다고 썼고, 가즈오 이시구로의 <The Remains of the Days>와 <The Freedom Writers Diary>를 반즈 앤드 노블에서 사 왔는데 그중 가즈오 이시구로의 책은 필사를 해보려고 샀다고 썼네. 하아~~~ 나여!
결론부터 말하자면, 6년 전에 그런 기특한 이유로 책을 사 놓고 필사를 안 했다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를 먼저 읽었는데 너무 좋아서 <남아 있는 나날>도 읽었고
그것도 좋아서 필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달려가서 책을 사 왔지만, 필사는 고사하고 그 이후로 가즈오 이시구로는 잊고 지냈구나. 하지만, 변명이라면 나는 그 당시 간호 대학을 갈 목표를 세우고 간호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열심히 학교를 알아보고 그러느라 못했다는 것이 기억난다. 물론 일도 하고 있었고. 그 이후로는 학교를 계속 다녀야 해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지. 지금도 학교를 다니고 있으니 필사는 마음뿐이다.
어슐러 르 귄 여사의 책 <Words are My Matter>도 너무 좋아서 필사해 보겠다는 심정으로 아마존에서 주문해서 받았는데, 언제??ㅎㅎㅎㅎ
좋은 책을 만나면 이렇듯 종이 위에 만년필로 써보는 거 좋아하는 나. 내가 좋은 글을 쓸 수 없으니까 남이 쓴 좋은 글 써보는 것이 은근 대리 만족이 되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손으로 뭐 하는 거 좋아하니까 그런 것일까? 필사한다고 머리에 더 잘 들어오거나 공부가 되는 사람은 아니니까 필사해서 더 좋은 글을 쓰자, 뭐 이런 취지는 분명 아니다. 그냥 쓴다는 단순한 노동을 사랑하는 듯.
아직 가즈오 이시구로의 다른 책을 읽지 않았는데 새 책이 나왔다니!!
이 책은 또 언제 읽을 것인가? 내 시간은 늘 부족한데 작가들은 열심히 쓰고 있으니, 나는 하나인데 다수의 작가를 상대하려니. 내 몸이 둘이라면 상황이 좀 달라질까??ㅎㅎㅎㅎ
몸이 둘이라면 이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옛날 영화인데 참 재밌게 봤어서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영화이다. 특히 또 다른 내가 있다면 하기 싫은 일은 또 다른 나에게 시키면 좋긴 하겠다는 생각에. 영화의 제목은 마이클 키튼과 앤디 맥도웰이 주연한 [Multiplicity] (1996).
출처: rogerebert.com
일도 해야 하고 집에서 가장 역할도 하면서 와이프도 도와줘야 하는 주인공은 결국 자신의 클론을 만들어 그런 일들을 해결하면서 자신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데 결론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다시 봐야 한다) 기억나는 것은 그래도 시간이 모자라서 클론이 클론을 만들고, 그러다 보니 갈수록 이상한 클론이 나오고, 더구나 클론이라도 성향이 다 틀리고 해서 엉망진창이 되었던. 그러니까 과학적으로 몸이 두 개라면 해결될 것 같은 문제는 사실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교훈(?). 그러니 한 몸으로 어떻게 해서든 버리거나 포기할 것은 과감하게 버려서 우선순위를 정해 할 수 있는 것만 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는 생각에 닿게 된다.
내가 버릴 것은? 뭔지 알지만, 그것을 당장 버리기는 힘들다. 시간을 좀 더 주자고 계속 나 자신과 협상하고 있는데, 그러기에는 더 중요한 것을 잃고 있으니,,, 이래서 나는 늘 밑지는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인지. 바보짓 그만해야 하는데... 끊고 맺고를 잘 못하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점인 것 같구나. 끊을 것은 끊자!!! 연연하지 말자고 라로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