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일하고 와서 마음이 진정이 안 되었는지 잠이 안 와서 알라딘에 글 올리고 집에 가서 남편에게 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얘기해 주면서 몸으로 그 환자를 막으며 헬프, 헬프 소리치던 것을 재현했다. 남편이 재밌다고 웃으면서, 그래도 이상한 사람이 많으니까 다치지 않게 조심하라고 한다. 


시어머니는 친구분과 점심 먹으러 나가시고 해든이는 자기가 마카로니 앤 치즈를 만들어 먹을 거라고 하고, 나는 입맛이 없다고 하니까 남편이 사다 줄 테니까 먹고 싶은 거 말하라고 해서 결국 타이 식당에서 내가 좋아하는 매큼시큼한 비프 샐러드, 해든이가 좋아하는 레드 카레, 그리고 치킨 사테를 사가지고 왔다. 남편이 사러 간 사이에 나는 샤워를 했다.


해든이 요즘 스스로 만들어 먹는 취미(?)가 생긴 것인지, 엄마는 주로 피곤에 쩔어 있고, 매일 아빠가 만들어 주니까 미안해서 그런 것인지 뭔지 모르지만, 간단한 것은 스스로 만들어 먹으려고 한다. 착한 녀석. 오늘 함께 타이 음식을 먹으면서 하는 말이, "엄마 오늘 저녁에 내가 김치볶음밥 만들어 줄게요."란다. 늦게 자니까 아무래도 늦게 일어날 것 같아서 다음에 만들어 달라고 했다. 어떻게 만들지 모르지만, 사실 쪼끔 기대가 된다는.ㅋ


타이 음식을 맛있게 먹고 큰아이들과 짧은 채팅을 했다. 큰아들은 수업 끝나고 점심을 만들어 먹을 거라며 부엌에서 전화를 받았다. 그동안 살도 찌고 근육도 늘리고 싶어서 많이 먹고 운동도 열심히 했는데 요 며칠 아파서 키운 근육이 다 줄어들었다며 다시 치킨 브레스트를 이용해서 음식을 먹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열심히 뭔가를 만든다. 나중에 들어온 딸은 학교에서 공짜로 주는 음식을 먹으러 간다며 나중에 얘기하겠다며 나갔다. 우리 딸네는 둘 다 학생이라 먹고살기 힘들어서 그런가? 아니면 알뜰한 아이라서 그런가? 그런 생각이 잠깐 들었다. 사위가 이번에 졸업하고 직장을 구하면 형편이 피겠지? 그런데 이 시기에 직장을 구할 수나 있을까? 채팅하면서 혼자 머릿속이 복잡했다. 남편은 '고민한다고뭐해결되냐파'라서 계속 웃긴 것만 올리고.ㅋㅋ


그러다 도저히 쏟아지는 잠을 못 참겠어서 이제 그만 자겠다고 하면서, "사랑해, 내 가족!"이라고 했는데, 보통 때 같으면 아이들이, "나도"가 다인데 오늘은 큰 아들이 (딸은 이미 공짜 음식 먹으러 간다고 나간 상태), "우리는 엄마를 더 사랑해!"라고 하는 거다. 너무 감동. 그 감동을 품으며 잤다.




지금까지 잤는데 좀 전에 남편이 나를 깨우면서, "그만 자고 공부하러 가."란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더 잘까 했는데 남편 말이 맞으니까 일어나서 잠옷 위에 카디건과 패딩 조끼에 어그 신고 나왔다. 다시 좀비 차림으로. 이제부터 공부해야지.


집에서 나오면서 보니까 주문한 Sailor 만년필이 도착했다. 애정 했던 TWSBI가 다 망가지고, 다른 것들은 다 불량이 (어떻게 4개나 불량이 올 수 있지!!ㅠㅠ)와서 다시는 TWSBI 안 산다 결심하고 Sailor를 주문했는데 대 만족!!! 몽블랑은 촉이 너무 두꺼워서 일기 쓰기용으로 사용하기엔 좀 불편해서 잘 안 사용하게 된다.ㅠㅠ 어쨌든 내가 주문한 것은 Sailor 핑크색 만년필인데, 다음에 노랑과 검정 콤보로 사고 싶다. 어쨌든 방금 일기를 썼는데 필기감이 너무 좋네. 


투명해서 좋다. 그리고 TWSBI ECO느낌도 나고. TWSBI ECO 선물한 적이 있는데 그 만년필은 괜찮은지 궁금하다. TWSBI 만년필 싸고 좋다고 내가 그렇게 칭찬을 했는데,,, 역시 싼 것은 비지떡인가??? 너무 실망. ㅠㅠ


이것은 내가 사고 싶은 것. 내 하이드로 플래스크랑도 셋트가 되겠지.ㅋ 그런데 촉이 실버라서 좀 꺼려진다. 하지만 노란색에 골드촉도 그리 이쁠 것 같진 않다. 바이 컬러로 된 것이면 딱 좋을텐데..아무튼 계속 만년필 쇼핑 중.



읽어보고 싶은 만년필과 관련된 책들.

박완서 선생님의 저 책은 오고 있으니까, 곧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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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3-18 20: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해든이가 만든 김치 볶음밥! 진정으로 막둥이의 사랑이 듬뿍 담긴!! 라로님 만년필로 일기까지 몽블랑은 싸인 용인거 같아여 ㅋㅋ 파버카스텔리 묵직해도 펜촉이 정말 부드럽게 종이와 맞닿아서 잉크 번짐도 없네요

라로 2021-03-18 20:53   좋아요 3 | URL
아직 해든이가 만들어 주지 않았는데 오늘 점심으로 만들어 보라고 할까봐요.ㅋㅋ

파버 카스텔 모델이 많던데 어느거죠?? 저는 손이 작은 편이라 큰 만년필보다 작고 슬림한 것을 선호하는데 추천하실 만년필 있으면 알려주세요!!!^^

라로 2021-03-18 20:57   좋아요 3 | URL
방금 검색해보니까 Faber-Castell Pear Wood 멋진데요!

scott 2021-03-18 22:18   좋아요 3 | URL
라로님 제가 필기구 덕후 그중에서도 만년필 종류별로 수집(특히 펜촉)하는데
파베 덕후 샤프까지
파베 만년필중에 부담없이 두루 쓰이는게 ‘룸 메탈릭‘이에요
몸통이 두툼하고 무거워서 한손에 쥐거나 필기할때 불편 할줄 알았는데
룸 메탈릭 한번 손에 쥐어보면 정말 그립감이 편해요
펜촉도 금방 닳지 않고 튼튼(수제로 만든다고 ㅋㅋ_) 하고 부드럽게 써져서 종이 표면에 긁힘이 없어요.(잉크 양이 적당히 나옴)
라로님이 쓰시는 세일러도 필기감 좋고 편하죠
그다음 괜찮은 펜은 FaberCastell Emotion Chrome F으로 스틸촉이지만 부드럽게 써지고 목재라서 좋은데 이펜은 손이 큰사람 용이에요
룸 메탈릭은 손이 작거나 여성들이 선호 한다고 ㅋㅋ

미미 2021-03-18 21:40   좋아요 2 | URL
만년필의 세계! 빠져보고 싶습니당ㅋㅋ귀한 정보들이 오고가는군여! 책도 있구여~꿀꺽ㅋㅋ

라로 2021-03-18 22:46   좋아요 3 | URL
일단 저렴한 것으로 시작해보세요, 미미님. 예전이었다면 TWSBI를 추천했을텐데, 제가 정말 거의 7자루 사놓고 하나 건지고 폭망했는데 그 하나마저 망가져서 이제 Sailor로 눈을 돌렸어요. 그런데 좋아요. Sailor 싼 것도 (달라로 $30정도) 좋다는 리뷰 뿐이에요. 그리고 스캇님이 말씀하신 파버 카스텔의 loom도 좋은 것 같아요. 저는 비싼 건 몽블랑 한자루인데, 스캇님 말씀처럼 몽블랑은 (제것 F nib)은 서명용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Sailor찜해놓은 것(위에 노란색 말고) 사고 싶은 희망사항. 넘 비싸서^^;;;

붕붕툐툐 2021-03-18 22: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라로님 넘나 다정한 가족들~ 하트 뿅뿅하고 갑니다~😍😍

라로 2021-03-18 22:48   좋아요 2 | URL
제가 저 맛에 살지요~~!! 감사감솨~~~!!🥰😍😘

psyche 2021-03-20 0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엄마를 더 사랑해! 라니 !! 쏘 스윗!!
해든이의 김치볶음밥도 궁금합니다. 아 이뻐라. 저희집 엠군은 혼자 있을때는 아주 가끔이지만 요리를 하기도 하고 자기 스낵같은 건 알아서 꺼내먹고 그랬는데 코로나 이후 누나가 집에 온 다음에는 하나도 안 하네요.

2021-03-20 0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21-03-21 01:30   좋아요 1 | URL
정말 요즘 우리 엔군이 너무 스윗해서 꿈인지 생시인지,,,계속 그러길 바래요. ^^;;
저도 해든이의 김치볶음밥이 너무 궁금한데 내일까지 일해요. ㅠㅠ 일 끝나면 만들어 달라고 해서 먹어보고 보고서 작성하겟습니다.ㅋ
아니, 정말 엔양이 얼마나 잘 해주기에 누나 온 다음에 하나도 안 하다니!! 또 엔양에게 감동하는 댓글로 마무리 되겠습니다요. ^^;;;

2021-03-21 0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