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한잔에 담은 산야초 이야기
전문희 지음, 김선규 사진 / 웅진윙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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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갓진 곳보다 사람이나 가축이 다니는 길에 잘 자라는 질경이는 밟히고 찢기면서 쓸모없어 보이지만 약초 전문가들은 이 풀을 극찬한다. 인삼이나 녹용 못지않은 훌륭한 약초라 우리 조상들은 민간요법, 구황식물, 밥반찬으로 아주 유용하게 써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몸에 좋기로 이만한 풀이 또 있을까 싶을 만큼 쓰임새가 다양하다.

질경이는 다양한 효능만큼이나 이름도 다양하다. 마차가 다니는 길가나 바퀴자국이 난 곳에 잘 자란다고 하여 차전초, 차과로초, 차전채라고 불린다. 길옆에 잘 자란다고 하여 길짱구, 길장귀라는 이름도 있다. 잎 모양이 개구리의 배 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배부장이, 배짜개, 빼뿌장이로도 불린다.

이 밖에도 부이, 질경이, 대차전, 차피초, 야지채, 차화, 뱀조개씨, 마제초라는 이름이 있는데, 한 식물에 붙여진 이 많은 이름은 그만큼 질경이가 사랑받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요즘 사람들이야 잡풀로 외면하고 마는 질경이라지만 옛사람들은 사랑하고 아끼던 약초이다. 오죽하면 '죽은 사람을 보게 해주는 풀'이란 전설까지 생겼으랴.

어떤 이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자 꿈속에 나타나 한번만이라도 보게 해달라고 백일기도를 올렸다고 한다. 그랬더니 기도 마지막 날에 머리칼이 하얀 노인이 나타나 "인간세계와 영계의 법도가 엄연하거늘 어찌 보고 싶어하는가?"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을 꼭 한 번만 보고 싶다고 애원하자, 제삿날에 질경이 씨앗으로 기름을 짜서 불을 밝히면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노인이 하라는 대로 하자 과연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났는데, 퉁퉁 불고 썩어가는 모습으로 나타나 아무 말 없이 원망스럽게 쳐다보더니 사라지더라는 것이다.

죽은 사람에 대한 마음을 끊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던 그 사람은 이렇게 해서 비로소 정을 끊을 수 있었다나! 이때부터 이미 죽은 사람을 보고 싶어 오매불망하는 사람에게 '질경이씨 기름으로 불을 켜라'고 말해주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이는 질경이씨 기름이 저승에 있는 사자도 불러 올만큼 영혼을 맑게 한다는 뜻에서 나온 전설일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산에서 정신 수련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마음을 맑게 하기 위해 질경이 씨앗 기름을 쓰는 사람들도 있다. 조상들은 질경이를 오래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언덕을 쉽게 뛰어넘을 만큼 무병장수한다고 믿었다. 또 간 기능을 활발하게 하고 황달에 효과가 있는 등 여러 가지 병에 만병통치약으로 쓰일 만큼 활용범위가 높다.

"질경이는 훌륭한 약초일 뿐만 아니라 무기질, 단백질, 비타민, 당분 등이 많이 들어 있는 영양가 높은 산나물이기도 하다. 옛날부터 봄철에 나물로 즐겨 먹었고, 삶아서 말려두었다가 묵나물로도 먹었다. 소금물에 살짝 데쳐 무치기도 하고, 기름에 볶기도 하며, 국거리로도 일품이다. 질경이 잎은 쌈을 싸먹어도 맛있다. 흉년에는 질경이 죽을 쒀 구황식품 역할을 했다. 질경이 씨앗으로 기름을 짜서 메밀국수를 반죽할 때 함께 넣으면 국수가 잘 끊어지지 않는다." - 책속에서

우리 땅, 우리 조상들이 약차로 음용하던 우리의 전통 차 재현

몇 년 전 저자 전문희의 <지리산에서 보낸 산야초 이야기>가 세간의 시선을 끈 적이 있다. <야생초 편지>(황대권)가 우리에게 흔히 잡풀로만 알고 있는 야생초들도 어엿한 식물이요, 몸에 좋은 먹을거리임을 알게 했다면, 저자(전문희)의 산야초 이야기는 우리 주변의 풀들이 우리 몸을 살리는 약초임을 알게 한 것이다.

저자는 어머니 간병을 위해 10여 년 전 지리산으로 들어가 야생초들을 차로 만나면서 몸으로 직접 느끼고 터득하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책을 썼다. <지리산에서 보낸 산야초 이야기>에 우리 몸을 살리는 산야초를 계절별로 분류, 채취하고 만드는 방법을 조목조목 설명하여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다. 덕분에 건강을 찾은 이들이 어디 한둘이랴.

저자는 지금은 자신의 경험을 함께하는 '건강을 위한 산야초차 모임' 대표를 맡고 있으며, 지리산에서 직접 채취한 산야초로 백초차, 칡꽃차, 쑥차, 감잎차, 으름차, 연잎차, 인동초차, 뽕잎차 등을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이런 녹록한 경험을 바탕으로 나온 책이다.

책속에는 주변에서 흔히 보는 식물들을 차로 만드는 방법이 자세히 수록되어 있다. 아울러, 산야초를 차로 마실 때 알고 있어야 하는 것들과 주의할 점, 식물 이야기를 넉넉하게 실었다.이런이런 식물들이 몸에 좋다는 것은 들었지만, 어떤 부분을 어떻게 먹어야 좋을지 망설이고 고민해 본 사람에게는 썩 유용한 산야초 지침서가 될 듯하다.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50여 종의 차는 댓잎차(대나무), 감잎차, 싸리나무잎차, 쑥차, 냉이차, 진달래차, 산수유차, 벚꽃차, 난꽃차, 백목련차, 개나리꽃차, 해당화차, 꽃다지차, 동백꽃차, 제비꽃차, 찔레꽃차, 아까시꽃차, 탱자차, 구기자차, 돌배차, 도토리차 등 대부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식물로 만드는 것들이다.

대나무 잎이나 싸리나무 잎과 꽃, 닭의장풀은 차로 마실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터라 의외였다. 대나무 잎으로 만든 댓잎차는 정신을 맑게 하고, 닭의장풀차는 비만과 당뇨에 좋으며, 싸리나무잎차는 혈압을 내리게 한다. 이들뿐이랴. 전혀 먹을 수 없을 것으로만 알고 있던 식물들의 뛰어난 약효들은 화학 배열의 생산물인 인공적인 약들을 무색하게 한다.

민들레 역시 차로 만드는 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민들레차는 커피처럼 맛이 쓰고 색깔도 비슷하여 '민들레 커피'로도 불린다고 한다. 자연이 허락하는 만큼만 얻어 차로 만들어 마셔볼까? 민들레 커피는 어떤 맛일까? 민들레 노란 향이 날까?

"이번에는 차의 재료를 잎, 전초, 꽃, 뿌리, 열매로 각각 분류해 나름대로 일관성을 갖고자 했다. 이번 책에서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차의 종류와 제다법을 좀 더 다양하게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것이다. 그래야 주변의 산야초로도 차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산과 들에서 채취하는 산야초로 만든 차를 소개하다 보니 자연과 생명과 환경에 대한 내 감회와 소견도 함께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비중을 두고 고민한 것은 건강에 대한, 아니 건강을 잃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이 책을 읽는 분들이 '건강'이라는 단어 하나에 담긴 다양한 의미와 삶의 내용을 진실하게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 책을 내면서

+++질경이차 만드는 법

[차 만들기]
①봄부터 여름까지 뿌리째 채취해 흐르는 물에 잘 씻어준다.
②물기를 뺀 후 적당한 크기로 썰어 가마솥에 덖어내거나 물을 끓여 증기에 1분 정도 쪄낸다.
③김을 식히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둔다.

[차 마시기]
건조된 재료 2그램을 다관에 넣고 끓는 물을 여러 차례 부어 우려내 마신다.

[차전차 만들기와 마시기]
질경이 씨(차전차)를 차로 마들 경우에는 여름에서 초가을에 채취해 약한 불에 서서히 볶아 놓았다가 질경이씨 5그램에 물 2리터를 붓고 물이 반으로 졸 때까지 달여 하루 세 차례 마신다.

[효과]
①기침, 안질, 임질, 심장병, 난산, 출혈, 종독 증상에 두루 써옴
②이뇨와 진해, 해독 작용, 변비, 천식, 백일해에는 특효
③질경이를 달여 매일 차로 마시면 천식, 관절통, 위장병, 부인병, 신경쇠약, 축농증에 효과가 있다.
④생잎을 불에 쬐어 부드럽게 해서 종기에 붙이면 좋고 소금에 비벼 아픈 이에 물고 있으면 치통이 멎기도 한다. / 책속에서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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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07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들레 커피나 질경이차가 어떤 맛을 낼지 한번 먹어보고 싶군요. 너무 쓸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군요.ㅋ

필터 2007-09-08 12:03   좋아요 0 | URL
이 책을 적어도 3~4월에 읽었다면 참 좋았을 것을..이란 생각을 했었습니다. 전에부터 민들레나 질경이가 우리 몸에 좋다는 것은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차를 끓이면 좋은지 몰랐거든요.아마도 내년 봄에는 그 맛을 확실히 음미해보고 알려 줄 수 있을 듯...물론 내년까지 이렇게나마 블로그 지기로 소통이 가능하다면요.

잠시 짱돌이님 서재에 들렀습니다.우선 눈에 띄는 공통점을 하나 느꼈답니다. 궁금하시죠? 그런데 감성적인 코드라 어째 말하기가 좀...하지만 반갑습니다.

비로그인 2007-09-08 18:23   좋아요 0 | URL
감성적인 코드라.. 어떤 것일까요? 혼자서 연구해봐야 겠는걸요.^^
내년 봄이 기대되는 군요. 아마도 굉장히 쓸 것 같아요. ~.~;
 
나무의 죽음 - 오래된 숲에서 펼쳐지는 소멸과 탄생의 위대한 드라마
차윤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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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갈나무 투쟁기>를 통하여 식물의 치열한 생존을, <숲의 생활사>를 통하여 숲 속 생명들의 위대함을 감동 있게 보여 준 '숲 학자 차윤정'의 새 책 <나무의 죽음>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나무의 또 다른 면들을 보여 준다.

저자는 "큰 나무의 죽음은 숲에 주어지는 위대한 유산"이라고 말한다. 나무는 죽고 쓰러지고 썩어 흙으로 돌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과정을 거칠 뿐이지만, 죽은 나무 한그루는 살아 있을 때보다 훨씬 많은 생물들에게 먹이로서, 주거지로서 활용되기 때문이다.

자연 상태에서 제 수명을 다하고 죽어가는 나무. 이 나무는 단지 5%의 살아있는 세포로 유지되다가 완전히 죽는 순간 40% 이상의 살아 있는 세포로 채워지게 된단다. 죽어 쓰러진 나무 한 그루는 썩어서 흙이 되거나, 기껏해야 땔감으로 밖에는 쓰이지 않을 것 같은데….

이 나무 한 그루의 죽음은 숲과 또 다른 생명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딱따구리의 막중한 임무는 나무를 죽이는 것?

 "고요한 숲에 뒤영벌 한마리가 긴 산란관을 나무줄기에 꽂습니다. 이 작은 벌의 산란이 곧 나무에게 어떤 일을 야기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맵시벌 또한 나무줄기에 산란관을 꽂고 알을 낳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나무속의 애벌레 몸속에 산란을 하는 것입니다. 나무줄기에 산란관을 꽂는 곤충들은 참 많습니다. 왜송곳벌의 소름끼치는 송곳은 어떤 단단한 나무도 비켜갈 수 없습니다. 목질 속의 애벌레가 깨어나면서 나무속을 갉아먹기 시작할 것입니다. 유지매미의 애벌레는 나무속에서 깨어나 나무 굴을 파고 땅속으로 들어가 나무뿌리를 먹고 자랍니다. 나무는 비록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처럼 다양한 시련을 겪게 됩니다. 이런 시련들은 언젠가 큰 나무를 쓰러뜨리게 될 것입니다." - 책 속에서

나무에 산란관을 꽂고 알을 낳는 수많은 곤충들의 애벌레를 잡아먹고 사는 딱따구리는 단단한 나무를 뚫기에 적합한 특수한 뇌 근육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시속 20~25km의 속력으로 나무를 두드려도 정교한 연골로 이루어진 뇌 근육은 충격을 흡수하여 머리가 부서지는 것을 막아준다.

딱따구리는 왜 하필 딱딱한 나무를 통해서만 먹이를 얻는 생존 방식을 선택한 걸까? 그 이유를 확실하게 단언할 수 없지만, 여하간 딱따구리에게 걸린 나무는 재수가 없어 보인다. 인간들이 연장으로 구멍을 뚫듯, 당당하게 서 있는 나무에 모질게 구멍을 뻥 뚫고 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자연을 깊이 알지 못하는 우리들의 얄팍한 생각일 뿐이다.

딱따구리는 아무 나무나 좋아하지 않는다. 구멍을 내려면 우선 부피가 커야 하는데, 그렇다고 부피가 크다고 모두 좋아하진 않는다. 재미있게도 딱따구리가 좋아하는 나무는 오래된 숲의 부피가 큰 나무,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죽은 나무에만(우리들 눈에는 살아있는 나무로 보일지라도 이미 죽은) 구멍을 뚫는다. 그것도 최근에 죽은 나무를 우선적으로.

더욱 명백한 사실은 죽어가는 나무의 본격적인 분해는 딱따구리가 구멍을 뚫으면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딱따구리의 부리에는 나무를 부패시키는 다양한 곰팡이 포자가 묻어 있고, 깃털에는 목재에 구멍을 내고 썩히는 다양한 곤충들이 서식하고 있다. 그래서 딱따구리가 나무에 앉는 순간, 이 균들은 나무에 상륙하여 새로운 삶을 개척하기 시작한다.

숲 속에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죽은 나무'

새나 바람을 통해 날아든 이끼 홀씨와 지의류 균에 몸의 일부를 내어 준 나무, 그리하여 이끼가 파랗게 돋은 나무는 이미 죽었거나, 오래전부터 죽음을 향하고 있던 나무다. 이런 나무 중에서 딱따구리에게 선택받은 나무는 죽음을 훨씬 앞당길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나무의 남은 힘이 쇠잔해질수록 나무에는 훨씬 많은 생물들이 깃들 수 있게 된다.

죽은 나무는 딱따구리에게 선택 받았기 때문에 비로소 제 몸을 완전히 다른 생명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것이다. 죽은 나무를 차지한 수많은 생물들에 의해 나무는 산산이 부서지면서 흙으로 흡수되어 새로운 생명들의 원천이 된다. 나무로서도 자연으로서도 딱따구리의 부리는 여간 고마운 것이 아니다.

죽은 나무가 수많은 생물들에게 제 몸을 내어 준 후, 땅으로 몸을 누이는 순간, 이제까지는 나무를 스치기만 했던 새로운 생물군들이 주변으로 몰려든다. 나무가 수평으로 서 있을 때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작은 곤충들이 몰려들고, 심지어는 너구리나 뱀처럼 큰 생물들이 나무 등걸을 터전으로 삼기도 하면서 쓰러진 나무 주변에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것만이 아니다. 넘어진 나무 등걸이 썩어 가는 동안 또 다른 나무들의 낙엽이 쌓여 언덕을 이루면서 숲에는 새로운 지형이 형성되기도 한다.

땅위에서만? 계곡에 쓰러진 나무는 물의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 또 길게 누운 나무 등걸에 새로운 것들이 걸리고 쌓이기를 되풀이 하면서 물속에 작은 섬과 같은 새로운 지형이 만들어 지기도 한다. 나무 한그루가 만들어낸 새로운 지형은 이제까지 살던 생물군과는 또 다른 생물들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 죽은 나무 한그루가 만들어내는 장엄한 생명의 드라마다.

<나무의 죽음>은 수명을 다한 나무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고, 죽은 나무가 어떤 과정으로 자연으로 돌아가는지를 감동스럽게 보여 준다. 숲 박사 차윤정은 오래된 나무 한그루가 선채로 죽고, 쓰러지고 분해 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과정과 나무 한그루의 죽음을 전후한 주변 생물들 간의 관계, 죽은 나무가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죽어서도 천년을 산다는 주목나무는 그러나 축복 받은 나무가 아닙니다. 나무는 죽어 다양한 생물들에게 자신을 내어줄 때 더욱 행복할 것입니다. 주목이 사는 고지대는 건조하고 추워서 자신을 쪼개 흙으로 돌려보내 줄 조력자들이 부족합니다. 나무는 그저 세월에 풍화되어 하얀 백골로 버틸 뿐입니다." - 책 속에서

낙엽 하나 허투루 쓰지 않는 '자연'

산림자원학과 산림환경학을 전공하였으며, 현재 생명의 '숲 가꾸기 운동본부'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저자가 들려주는 생생한 환경 생태계 관련 지식도 재미있지만, 이런 지식들을 뒷받침 해주는 150여 장의 관련 사진들을 보는 재미도 만만찮다.

처음으로 보았다. 딱따구리의 다양한 구멍들과 나무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수많은 곤충들, 그리고 나무의 수많은 모습들을 말이다. 더불어 나무를 둘러싸고 수많은 생물들이 벌이는 치열한 생존의 모습도 새로 알게 된 사실이다. 단지 5% 정도의 살아있는 세포로 유지되던 죽은 나무가 본격적인 분해가 이뤄지기 시작하면 40% 이상의 살아있는 세포로 채워진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다.

나무는 죽는 순간 모든 것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숲을 끊임없이 진화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리하여 오래된 숲을 더 이상 적막하고 음산한 공간이 아닌, 새로운 생물들의 터전이 되게 한다. 이런 과정을 생동감 있게 보여주는 <나무의 죽음>은 이제까지 우리가 만나 온 자연 생태계 관련 책들과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진, 그런 책이다.

살아 있는 나무가 아닌 죽은 나무를 통해 만나는 자연과 생명계는 훨씬 숭고하고 강렬하였다. 그동안 죽어가는 나무를 보면 마음이 안타까웠었다. 또 죽어 넘어진 나무 등걸을 썩으면 그만인 하찮은 것으로만 봤었다. 하지만 이런 나의 시각이 지극히 단순하고 좁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낙엽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는 것이 자연이라는 사실도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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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집의 향기, 나무 - 나무 칼럼리스트 고규홍의
고규홍 지음 / 들녘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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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4일 천연 기념물(천연기념물 제470호)로 지정된 화성 전곡리의 물푸레나무는 수령 350여년 추정의 노거수이다. 이 나무는 높이 약 20m, 가슴높이 줄기둘레 4.68m로, 물푸레나무로는 보기 드물게 크고 아름답게 자랐다.

물푸레나무는 크게 자라는 활엽수로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다. 하지만 화성 전곡리의 나무처럼 아름답고 크게 자라기란 힘들다.

목재의 재질이 단단하여 괭이자루 등 각종 농기구나 생활 용품 등을 만드는데 워낙 유용하게 쓰여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무껍질은 건위제나 소염제 등의 한방 재료로 사용한다. 때문에 노거수로 자랄 수 있는 세월이 모자란다.

화성 전곡리 물푸레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 전에 유일했던 천연기념물 물푸레나무는 파주 적성면의 수령 150년짜리. 이보다 훨씬 크게 자란 나무가 화성의 물푸레나무다.

화성 전곡리의 이 물푸레나무는 6.25이전까지 마을 주민들의 신앙적 대상이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나무에 의지하여 가뭄이 들면 단비를 기다리며 기우제를 지냈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동제(당굿)를 지냈다. 뭇사람들의 억울한 하소연인들 듣지 않았으랴.

화성 전곡리의 물푸레나무는 사람들과 슬픔과 기쁨을 함께 한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나무가 영영 묻힐 뻔했다. 이런 나무를 일아 본 사람은 고규홍씨. 어떤 단체가 아닌 개인이 신청하여 천연기념물이 된 유일무이한 경우다.

<옛집의 향기, 나무>는 화성 전곡리의 물푸레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게 한 나무 칼럼니스트 고규홍의 신간이다. <이 땅의 큰 나무>, <절집나무>, <알면서도 모르는 나무 이야기>로 이미 국내 노거수에 관한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진 걸로 인정받은 저자가 사람들의 사연을 품고 있는 노거수 23그루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다.

시조작가로 시조의 현대적 부활을 위한 신운동과 고전 발굴 연구에 힘썼던 국문학자 이병기. 민족의 말과 글을 보존하기 위한 청소년 교육에 힘쓰다가 조선어학회사건에 연루되어 투옥(1942년)되었던 가람 이병기.

전라북도 익산시 여산면 원수리 선생의 생가 앞마당에는 탱자나무 한그루가 정원수로 꼿꼿하게 서 있다.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조국의 얼을 지키기 위해 타향 멀리에서 생활해야 했던 선생은 항상 고향을 그리워했다. 선생이 이승에서의 삶을 마치는 순간까지 지켜보았을 저 한그루의 탱자나무. 이 집의 탱자나무만큼 곧게 서 있는 탱자나무를 아직 본적이 없다. 결코 곧게 자라는 나무가 아닌데, 어쩌면 이렇게 올곧게 자랐을까? 나무도 키우는 사람의 색깔과 분위기를 따르는 것일까. 갖은 협박과 압제에도 굴하지 않았던 선생의 이미지를 그대로 빼어 닮았다. 오래된 옛집에서 겉은 사뭇 온유해 보이지만 서릿발 같은 가시를 세운 아주 특별한 탱자나무 한그루를 만난다.-이병기 생가의 노거수 탱자나무 편에서.

워낙 크고 날카로운 가시가 달린 가지가 서로 엉켜들면서 자라다 보니 울타리로는 그야말로 적격인 나무가 탱자나무다. 오죽하면 적의 침입을 막고자 성의 울타리로 심었을까. 인천 강화도에 가면 성의 울타리로 심어진 탱자나무들을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여염집의 울타리로 즐겨 심던 탱자나무, 과수원 울타리로 즐겨 심던 탱자나무, 시골 학교 울타리로 심어지던 나무, 어쨌거나 탱자나무는 울타리로 기억되는 나무다. 하지만 선생의 생가 탱자나무는 마당 한가운데 우뚝, 당당하게 서 있는 조경수다.

선생의 조부가 심었다는 이 나무는 200살가량으로, 현재 전북 기념물 제112호로 지정되어 있다. 탱자나무가 제일 길게 자라는 높이는 3m가량, 하지만 이 나무는 현재 5m에 줄기 둘레만 60cm라니 놀랍다. 주인의 꼿꼿함을 먹고 자란 나무라 이처럼 꼿꼿한 걸까?

옛사람의 사연을 간직한 나무는 이것만이 아니다. 대구 도동서원의 은행나무는 연산군 4년에 무오사화를 일으킨 김종직의 제자라는 이유만으로 억울한 죽음을 당한 김굉필을 그리워하는 어떤 이가 심은 것이다.

도동 서원의 상징목인 이 나무의 수령은 400년가량. 김굉필의 죽음을 아파하는 사람들이 바라보며 마음 달랬을 나무요, 역적의 자손으로 앞날이 막힌 후손들의 몰락을 아프게 바라보았을 나무다. 억울한 죽음을 하소연 한 나무, 그 가지 하나가 땅을 기듯 자라고 있다.

이 나무는 어찌나 크던지, 30년 전에 가지 하나가 부러졌는데 부러진 그 가지하나가 8톤 트럭 하나를 가득 채웠다고 한다.

우리나라 마지막 주막으로, 문화재 지정을 할 거라는 '예천 삼강리 주막'에는 한그루 회화나무가 쓸쓸하게 서 있다. 예로부터 선비집안의 이삿짐에 반드시 챙겼다는 학자수인 이 나무는 양반가 사랑채에나, 서원 혹은 누각에나 어울릴까 주막에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강변 가 주막에는 버드나무나 어울릴 듯하지만, 버드나무 대신 서 있는 것은 한 그루 회화나무. 2005년 10월 초하룻날에 죽은 우리나라 마지막 주모를 회상하는 듯 서 있는 이 나무가 있는 주막은 예전에는 낙동강을 나룻배로 건너 온 사람들이 반드시 머무르던 곳이다. 그러니 이 나무는 수 백 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지켜보았으랴.

이 회화나무뿐일까? 나주 쌍계정의 푸조나무, 봉화 청암정의 왕버들, 담양 면암정의 굴참나무, 화순 물염정의 벚나무, 정선 고학규 가옥의 뽕나무, 예안 향교의 무궁화 등 전국 옛집에서 사연 특별한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을 나무 23그루가 책 속에 등장한다.

모 일간지 12년 기자 생활을 접고 10년 동안 나무만 쫓아 매해 5만 킬로를 작정하고 다니는 저자가 어떤 날은 수백리 길을 갔음에도 나무가 마음을 열어 주지 않아 되돌아 온 사연이 있거나, 이미 본 나무이건만 님 보듯 그리워서 설렌 마음으로 찾았던 나무 등이다.

나무를 좋아하는 터라, 정확히 말하면 잎이 돋기 전의 나뭇가지들을 좋아하여 삶의 위안을 그들로부터 어지간히 받기도 하는 터라, 나무 이야기나 실컷 들어 보자고 선택한 책이었다. 특별한 나무들을 덕분에 어지간히 만났다.

무엇보다 각별하게 얻은 것이란, 나무는 저를 아껴주는 사람의 마음을 먹고 자란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를 바라보아주는 사람을 거울삼아 그 모습을 닮아 자란다는 것이다. 또한, 나무 한그루를 통하여 만나는 역사나 옛집의 향기, 옛사람들의 고단한 세월을 만나 봄도 자못 남달랐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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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잠자리 생태도감 - Odonata of Korea
정광수 지음 / 일공육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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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잠자리의 눈은 정지된 사물에 대한 형체 판단이 잘 안되는 단점을 가지고 있어서 사진에서처럼 자동차의 매끄러운 면을 물로 착각하여 그 곳에 산란을 하기도 한다."-책 속에서


짝짓기 모습으로 자동차 지붕에 산란하는 잠자리 한 쌍과 햇볕을 덜 받아 체온을 떨어 뜨리고자 물구나무(?) 선 잠자리


<한국의 잠자리 생태 도감>에서 자동차 지붕위에 산란을 하고 있는 잠자리에 대한 설명을 보면서, 돌탑이나 불상, 꽃 등 아무 곳에나 알을 낳아 우담바라를 피우는 '풀잠자리'에 대한 궁금증이 어느 정도는 풀렸다.

물론 풀잠자리는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잠자리가 아니기에 이 책에서는 만날 수 없다. 하지만 수면으로 착각하고 자동차 위에 산란을 하는 잠자리와 어느 정도는 관련이 있어 보인다. 곤충들은 숫자는 다르지만 비슷한 눈을 가졌기 때문이다.

나의 눈길을 끄는 또 한 장의 사진은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는 잠자리 모습이다. '잠자리는 왜 물구나무서기를 할까?' 어린 시절 냇가에서 자주 보았지만 그 이유를 모르던 터라 기억에 남아있고 늘 궁금했었는데, 이 책에서 그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땀을 배출하여 체온 조절을 할 수 없는 잠자리가 해를 향해 물구나무서기를 함으로써 햇볕이 닿는 면적을 최대한 줄여 체온이 올라가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한국의 잠자리 생태 도감>은 이처럼 풍부한 화보로 일반인들도 읽기에 좋도록 만든 잠자리 도감이다. 책을 펴는 순간 먼저 놀란 것은, 책 앞부분에 실은 잠자리 125종의 암컷과 수컷의 실제 크기 사진들이다.

'이렇게 잠자리 종류가 많았나?' 많아 보았자 15종 정도나 있을 것 같았던 잠자리 종류가 많은 것도 놀랍지만, 아무리 커보았자 10cm가 되지 않는 잠자리를 구분해내는 사람들이 더 신기하다.

비전문가로서 전문가들도 쉽게 내지 못하는 <한국의 잠자리 생태 도감>이란 책을 내 전문가들을 놀라게 한 정광수(46)씨를 지난 11일 서울 연신내 물빛공원에서 만나 그의 잠자리와의 6년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국내에 잠자리 전문가가 단 한사람도 없다면 믿겠는가?"

-잠자리는 어떤 곤충인가?
"곤충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잠자리는 좋아할 만큼 사랑받는 곤충이다. 굳이 구분하라면 익충이다. 간혹 양어장과 같은 시설에 알을 낳아 잠자리 유충이 어린 물고기를 잡아먹기도 하나, 그에 비해 훨씬 많은 해충을 잡아먹어 우리에게 이익을 주는 곤충이다. 잠자리가 나는 원리는 비행기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관찰거리가 된다."

-전 세계 잠자리는 몇 종이며 화석으로도 발견되는가?
"현재 보고된 전 세계 잠자리 종류는 5574종이고 남북한 합하여 125종, 그중 국내에서 발견되는 것은 101종이다. 북한에는 70여종이 서식하는 걸로 추정하지만 정확하지 않다. 계속 새로운 종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화석으로 발견되는 잠자리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3억 5천만 년 전의 원시 잠자리의 날개는 1m 가량인데 2억 5천만 년 전에 이미 살아가는데 불편하지 않을 만큼 진화했기 때문이다."

-생물학을 전공하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잠자리를 선택하였는가? 아니면 생물 관련 일을 하기 때문에 이런 책이 가능한가?
"지금 하는 일은 잠자리와는 전혀 상관없다. 어린 시절에도 잠자리를 거의 모르고 자랐다. 산을 좋아하다보니 산에 자주 가는데 6년 전 거금을 들여 사게 된 디지털카메라에 찍힌 잠자리 사진이 무척 신기했다. 그때부터 잠자리만 보이면, 아니 잠자리를 만나러 쉬는 날마다 산과 들을 찾았다. 좀더 많은 잠자리를 찍기 위해 관심을 두고 쫒아 다니다보니 잠자리의 다양한 종류와 생태적인 특징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 잠자리 연구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
"잠자리가 사랑을 받는 것에 비해 연구는 매우 미약하다. 잠자리만 연구한 사람도, 잠자리 관련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도 현재 국내에는 없다. 일본이나 유럽 여러 선진국에서는 30~40년 전에 이미 어느 정도 자료는 다 정리해 둔 상태이며 잠자리 연구가 활발하다. 요즘 디지털 카메라 보급이 활발하여 나와 같은 많은 일반인들이 생물에 관심을 보이는 반면 국내 자료는 너무 미약하다. 잠자리만이 아니라 다른 생물들도 마찬가지다. 생물에 대한 국가적인 관심이 아쉽다."

-국내 잠자리 전문 연구자가 없다면 이와 같은 잠자리 도감이 이전에도 없었나?
"몇 년 전에 잠자리 관련 책이 두 권 나왔다. 한권은 메뚜기와 함께 잠자리에 대해 비중을 어느 정도 두었고, 다른 한권은 잠자리만 다루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전식이라 일반인이 참고하기에는 불편하다는 평이 많다. 게다가 이 두 권은 같은 잠자리를 두고 상반적인 내용도 있고 오류도 많이 보인다는 것이 잠자리관련 동호회 회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그밖에도 생물 관련 책마다 잠자리에 대해 언급하지만 40년 이전의 것을 순서만 다르게 베끼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럼, 국내에 잠자리 도감이 없다는 이유가 책을 낸 동기인가?
"그렇다. 6년 전 잠자리에 빠져 쫓아다니기 시작할 때 마땅히 참고할만한 책이나 자료가 없어서 무척 답답했다. 6년 전의 나처럼 또 다른 누군가가 잠자리 연구를 한다면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125종의 한반도 서식 잠자리, 게다가 종류마다 암컷과 수컷이 모두 다르고 보면 250종을 구분해야 한다. 관심을 두면 쉽게 구분이 될 만큼 잠자리마다 특성이 뚜렷한가?
"아니다. 구분이 쉽지 않다. 작게는 1.5cm정도부터 커보았자 7~9cm의 잠자리를 쫒아 다닌 지 3년 정도 되니까 비로소 구분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모르는 잠자리가 많을 것이다. 계속 새로운 종이 발견되니 말이다. 잠자리에 관심이 있다면 일단 사진을 찍어 잠자리 도감들을 찾아 비교해보는 방법이 일반인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잠자리, 앞으로 최소한 10년은 더 쫒아 다닐 것

-앞으로 관찰하거나 연구하고 싶은 곤충이 있다면?
"앞으로 10년 정도는 잠자리를 더 쫒아다닐 것이다. 이 정도의 성과는 아직 미비한 수준이다. 잠자리와 관련하여 꿈이 있다면 북한에 사는 잠자리를 관찰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는 것이다. 생물 생태계 관련 연구는 남북한 공동 연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의미를 말해 달라.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고 활용하기 좋도록 사진을 최대한 많이 넣었다. 사진만 1천 여 장이 넘는다. 사진 중에는 현재 국내에서 전혀 발표된 적이 없는 자료들도 많다. 잠자리 해부 사진이 그렇다. 성형 의사인 친구가 책을 위해 해부를 해주었다. 10,000~28,000여 개에 달하는 잠자리의 낱눈과 시신경을 찍은 사진은 국내 어디에도 없는 자료로 전문가들도 감탄하는 것이다. 또한 국내 미 기록 종 2종을 실은 것도 의미 있다."

-그렇다면 이 책에 만족하는가?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아니다. 아직 멀었다. 마땅한 잠자리 도감이 없어서, 6년 동안 잠자리를 쫓아다니고 관찰, 공부한 것을 정리하여 우선 출판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앞으로 더 많이 보충할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좀더 세분하여 계속 책을 낼 계획이다. 독자층이 한정되어 있음에도 책을 내자고 제의해 준 출판사와 잠자리를 해부 해 준 친구(성형외과 전문의)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또한 외국 출장을 나갔다 오는 길에 공부에 도움이 되라고 표본을 구해다 주신 분들께도 고마움이 크다."

비전문가가 냈는데도 전문가들이 감탄하고 있는 것이 <한국 잠자리 도감>이다. 이 책을 낸 정광수씨는 2005년에 서울대공원 개관 20주년 초청 '한국의 잠자리 특별전'을 열만큼 전문가들이 이미 인정한 상태다. 저자는 늦깎이 생물 생태계 공부와 연구로 늘 바쁘다. 쉬는 날마다 잠자리만 쫓아다니기 시작할 때 적극적으로 반대하던 부인과 아이들이 이제는 적극적으로 쫓아다니며 잠자리에 관심을 보여서 기분 좋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 책은 제목만 보아서는 독자층이 한정될 것 같다. 하지만 제목의 딱딱함과는 달리 생물을 좋아하는 모든 일반인이 좋아할만한 내용들이 주제다. 전문가들이 인정한 전문적인 내용이지만 일반인들이 알기 쉽도록 풀어 썼으며, 에피소드를 풍부하게 넣었기 때문이다.

잠자리는 왜 하트를 만들면서 짝짓기를 하는 걸까? 잠자리가 짝짓기를 하면서 산란을 하는 이유는? 잠자리를 눈앞에서 놀리면 잡기 쉽다는데? 잠자리도 필요에 따라 색을 바꾼다는데 정말 그럴까? 잠자리도 매미처럼 허물을 벗는다는 말은 사실일까? 모든 잠자리는 앉을 때 날개를 펼까? 10,000~28,000개의 눈을 가진 잠자리가 알을 왜 아무데나 흘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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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오후에 금산사에 갔다. 금산사 천왕문에 서서 바라 본 보제루....보제루 너머 대적광전 보제루는 2층 누각이고 누각밑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넓은 마당과 만난다. 사진으로 보면 보제루와 대적광전의 거리가 거기에서 거기 같지만 실제로 100는 떨어졌을 것이다. 다음에는 몇 걸음인가 꼭 갸늠해보고 와야지.

대적광전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신 집...일반 절의 대웅전이다. 하지만 금산사는 대적광전이다. 국내 거의 모든 절에서 석가모니불을 모시지만 대적광전은 그다지 없다. 아마도 손가락 몇 개? 왜냐하면 석가모니불을 봉안했어도 7칸 규모 전각에 붙이는 당호가 대적광전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절에 천왕문만 있는데 금산사에는 금강문이 있다. 천왕문과 쌍둥이 건물이다. 금강교를 지나 금강문이 있고, 일반 다리를 지나면 사천왕상이 있는 천왕문인데 둘간은 10미터 남짓한가?

별화와 주의초로 이루어진 금단청이다. 가장 화려한 단청이다. 근래 새로 칠한 단청인 이유도 있겠지만 고색창연해도 금단청을 한 건물일 경우 그 사찰에 기울인 것들이 보이지 않게 많은 경우가 많다. 그게 그거 같지만 자세히 보면 모두 다른 단청...단청을 볼 때마다 늘 드는 아쉬움...별화를 별스럽게 넣으면 좋을텐데...하고 말이다.

금산사에 갈 때마다 늘 천왕문에서 보제루를 바라 본다. 천왕문에서 바라 볼 때 보제루는 가장 느낌이 좋은 것 같다. 보제루는 나에게 특별한 곳이라 늘 일부러 보고 오곤 한다. 언제나 천왕문에서 만큼은 꼭 보고 온다. 1982년 이후로 언제나...이번에 가보니 계자난간까지 모두 새로 단청을 칠했다.


범능스님-꽃을 바치나이다

 
오랫동안 바쁘다고 방치한 알라딘 블로그...알블~그다지 친구가 많은 곳은 아니지만 그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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