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의 청계천이야기 - 서울, 유교적 풍류의 미래도시
김용옥(도올) 지음 / 통나무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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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옥의 <청계천 이야기>에는 짧지만 의미 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실려 있다. 기본적으로는 청계천 복원과 관련한 글들이다. 청계천 복원과 미래의 도시, 풍류의 도시로서의 서울에 관한 이야기다. 또한 <문화일보> 기자로서 문화일보에 기고했던 글들도 싣고 있다.

이 책은 크게 여섯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중 앞의 네부분은 청계천 복원과 관련된 글들이다. '유교적 풍류의 도시철학' '청계천의 본명은 개천(開川), 반드시 열려야 한다' '유교적 풍류 꿈꾸는 역사 인식의 분기점' '청계천복원은 도시미화 아닌 도시혁명'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 네장에서 다루고 있는 전체적인 내용은 우리에게 좀 더 세세하게 알려질 필요가 있는 우리의 중심도시 서울과 도시개발의 제대로 된 정책이나 방향에 대한 것들이다.

나머지 두장은 '도올 어린이 교육신헌'과 '도올 어린이 교육신헌 해제'라는 글이다. 어린이라는 개념과 어린이날을 비롯한 어린이들에 관련된 교육 등에 대한 독창적인 글들을 만날 수 있다.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첫장 '유교적 풍류의 도시 철학'에서는 미래의 도시로서 서울을 '유교적 풍류'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죽어 있는 도시가 아닌 살아 있는 도시 구현을 위한 도올의 기철학적 논거들이다. 청계천 복원의 의미가 또 다른 개발이 아닌 문명과 문화적인 전환이 되어야 한다고 김용옥은 여러가지 사상을 제시하며 우리에게 말한다.

첫번째에서 다루어지는 글들은 다소 어려운 감이 있다. 삼간론이나 주역, 임마누엘 칸트의 시간적 개념이나 동의보감 등 여러 사상들을 통하여 미래도시, 풍류도시로서의 서울의 개념을 설명해 주는데 다소 난해하다. 노자의 수레바퀴와 관련한 글은 아무래도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은 아니다.

두번째는 청계천이 복원되어야 하는 당위성을 풍수지리학적인 면에서의 설명이다. 지금의 서울이 있기까지를 풍수지리학적인 시각에서 설명하며 여체와 비유하여 청계천을 생명의 근원인 '현빈지문'으로 그 의미를 두기도 하는 김용옥의 독창적인 글들이다.

세번째, 청계천 복원을 주도하고 있는 이명박 시장과 만나 나누었던 이야기들이다. 도올과 이명박 시장은 청계천 개발(복개와 복원)이 또 다른 도시 개발 사례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청계천 복원의 주도자로서 청계천 복원에 대한 필요성이나 서울시장으로서 대중교통에 대한 정책 등에 관한 글을 접할 수 있다. 잠시 깊은 생각을 머물게 하는 대목은 이명박 시장이 지난 날 청계천의 복개에 참여했고 이제는 청계천 복원의 그 주도자의 입장이라는 시대 상황과 관련된 글이다.

네번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생태도시 꾸리찌바시의 성공적 변신이야기가 실려 있다. 꾸리찌바시의 성공적 변신을 주도했던 레르네르 전 시장과의 대화를 기록하고 있다. 1960년대만 하여도 어느 도시나 다름 없던 꾸리찌바가 세계가 극찬하는 유토피아적 도시로 성공할 수 있음의 그 기본적인 사상을 읽을 수 있다.

'지혜의 등대'. 꾸리찌바시 후미진 곳곳에는 '지혜의 등대'라고 불리워지는 것이 세워져 있어서 어둔 밤을 밝힌다. 이 '지혜의 등대'는 파출소나 동사무소, 도서관을 통합한 역활을 한다.

생태도시 꾸리찌바시와 레르네르에 관하여 소개하는 글을 덧붙여 보면

"... 레르네르는 그 도시의 시장을 세번이나 했고,빠리나의 주지사를 두번이나 했다. 브라질의 가장 존경받는 행정가로서 그는 꾸리찌바를 이 세상에서 가장 지속적인 생태도시로 변모시켰다. ... 레르네르와 꾸리찌바시는 유엔 최고의 환경상(1990), 에너지 보존 국제 협회상(1990), 하비타트 영예대상(1991), 유니세프 아동 평화상(1996) 등 수도 없는 국제 대상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타임지는 세계적으로 가장 건전한 도시로서 꾸리찌바를 뽑았다."

완벽한 버스 교통 시스템과 환경친화적 도시설계로 '꿈의 도시'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꾸리찌바시. 그리고 이런 도시를 만들어 낸 레르네르. 외형적인 눈부심보다는 서민들의 생활을 편하게 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돕는 갖가지 도시행정으로 세계의 찬사를 받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네번째 장에 담겨 있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다소 어려운 느낌이 든다. 특히 첫번째와 두번째에 실려진 글들은 도올의 기철학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인내를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번째 장과 네번째 장은 공감 가는 부분이 많다. 특히 네번째에서 만난 생태도시 브라질의 전 시장 레르네르의 이야기는 서울이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반드시 모범 삼아지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는 도올이 <문화일보>에 게재한 글들로 어린이에 관한 독창적인 시각을 읽을 수 있다. '어린이'라는 말이 서양의 기독교적인 교육 사상에서 온 것이 아니고, 동학사상에서 온 토착적인 것이라고 도올은 말한다. 아울러 어린이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비교적 알기 쉽게 들려 주고 있다.

미래 도시로서의 얼마든지 변신이 가능한 서울에 거는 기대와 어른들의 영원한 로맨스인 어린이들은 더이상 방임되어서는 안된다. 말하자면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이렇다. 서울과 어린이에 대한 기대와 애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하겠다.

우리 어린이 사상이나 어린이날을 흔히 서양의 기독교적인 사상으로 오인한다고 도올 김용옥은 말한다. 아울러 우리 전통사상 속에서의 어린이나 아녀자의 의미를 우리의 토착적인 사상이나 풍토를 예로 들어 말해 준다. 근대, 가장 자주적인 운동이었다는 동학사상과 우리의 어린이를 접목시켜 들려 준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자못 의미 있는 그런 글들이다.

이 책의 분량은 140페이지에 불과하다. 시간적으로 보면 짧은 시간에 쉽게 읽어낼 수도 있는 그런 분량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작고 얇은 책이 담고 있는 글들은 쉽게 넘겨 읽는 그런 글들은 결코 아니다. 특히 생태도시 꾸리찌바에 관한 부분은 몇 번을 되풀이해 읽어도 좋을 그런 글들이다. 또한 도시개발의 정책에 있는 사람들에게 많이 읽혀졌으면 하는 그런 내용들이다.

이왕이면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싶다. 그리하여 우리도 서울을 꾸리찌바 같은 도시로 꿈꾸게 하고 꿈을 이루기 위하여 꾸리찌바의 시민들이 그랬듯 자발적인 참여를 아깝지 않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 도시 행정정책에 관계되는 사람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 정책의 길에 앞으로 나설 사람들도 또한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자리가 바뀔 때마다 정책이 바뀐다든지, 이랬다 저랬다하는 비효율적인 정책을 되풀이하지 말았으면 싶다.

꾸리찌바 후미진 곳에서 밝게 빛나고 있는 지혜의 등대. 이 지혜의 등대로 사회적 약자들이 희망으로 숨쉴 수 있는 서울과 우리의 다른 도시 건설을 부디 헤아려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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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2005-05-12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은 관심 분야도 참 방대하네요. 이 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님의 글을 읽고 나면 꼭 사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겠어요^^

필터 2005-05-13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요..이 책 사보지 마세용..
제가 반했던 부분은 꾸리찌바시에 관한 글 뿐이예요...^^*
대신 꾸리찌바에 관한 책을 사보세요
이책은 공짜로 얻은겁니다....^^*
 
가상역사 21세기
마이클 화이트.젠트리 리 지음, 이순호 옮김 / 책과함께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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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나오는 슬로건이다. 조지 오웰의 1984년에서는 과거를 조작한다. 그것이 마치 진실인양 그렇게 조작한다. 오지도 않은 1984년을 1979년에 읽었다. 삶에 대하여 특별한 주체성이 확립되기 전 어린 나이에 호기심으로 읽었는데 이 슬로건만이 오래 남아 있다.

현재에 서서 과거를 보고, 현재에 서서 미래를 추측해본다. 가상해본다. 조지 오웰이 다룬 것처럼 과거를 조작할 순 없지만, 미래는 얼마든지 만들어 보고 가상설정을 해볼 수 있다. 인간이 상상하는 크기나 폭만큼 얼마든지 넓고 크고 깊게 만들어 볼 수 있는 미래. 그래도 어느 정도는 진실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추측하는 가상의 세계가 당연히 일어날 듯 잘 짜여진 미래에 대한 현실적인 가상이다. 가상의 세계가 더할 수 없이 생생하다.

조지 오웰이 예측한 미래 1984년을 이미 이십 년이나 지난 오늘 나는 살고 있다. 1984년 이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인간의 미래를 예측하는 책을 일부러 읽어 본 적은 없다. 오히려 지난 역사에서 지금 살아가는 지혜를 빌리고 싶었었다.

조지 오웰의 1984년도 그다지 특별하게 기억 될 정도의 느낌으로 읽은 것은 아니다. 솔직히 이 책을 선택한 건 순전히 호기심에서 였다.인간의 유전자를 맘대로 조작한다든지, 그리하여 복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문제들이 궁금하여 이 책을 선뜻 택한 것이다.

모두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눈부신 과학의 발전과 함께 우리들이 우려하는 문제들을 골라 다루고 있다.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어떤 세계든지 이끌어 나갈 주체로서의 우리 몸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첫장에서 다루어진다.

두 번째 장에서는 지구 파멸까지 초래할 수 있는 핵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세 번째, 네 번째 장에서는 지금과는 다른 세계 강대국의 변화를 다루고 있다. 네트워크와 관련된 삶과 결코 나몰라라 할 수 없는 환경문제를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에서 다룬다.

생물학과 관련한 눈부신 과학의 발전이 우리 몸과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지에 대한 가상의 첫 장. 자식을 주문하고, 그 주문된 자식을 받은 뒤 놀라는 부모들의 이야기부터 우선 솔깃하게 들어왔다.

"부모들은 자식들의 신체적, 지적, 심지어 감성적 특성까지도 설계하려고 들었다. 하지만 막상 자신들의 자식이 제조되어 나오자 부모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몇 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하였던 애덤을 생각하였다. 몰리를 위하여 인간에 의해 만들어져 지금을 살아가는 애덤과 질소 속에서 보관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수많은 다른 애덤들. 그리고 불치병을 치료할 신약을 기다리며 냉동인간을 자처한 많은 사람들.

몰리의 불치병을 치료하기 위한 그 용도로 인간에 의하여 애덤이 만들어졌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찬반의 의견으로 맞섰다. 애덤을 만들어 낸 인간들이 그 인간제조술을 바탕으로 이제는 자식을 주문하고 과학자들은 주문받은 자식을 생산해낸다.

교통사고로 팔다리를 잃어도, 혹은 장기가 손상되어도 인간들은 척척 만들어서 붙여주고 몸안에 장기를 넣어 준다. 그렇게 보내온 21세기의 한때를 2112년 지금 되돌아 본다. 22세기를 살고서도 23세기를 이어 살 만큼 인간의 수명도 얼마든지 연장되어져 있다. 제목처럼 가상에 불과한가.

두 번째로, 그리 멀지않은 2036년에 전세계에 생중계 되는 방송프로그램이다. 이 생중계 방송에서 일본 총리는 과거사 관련하여 침통한 어조로 연설의 첫 말을 한다.

"99년 전 우리 국민이 저지른 수치스러운 행위를 일본 국민을 대신해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30년 후인 2036년 12월 13일은 난징 대학살 99주년 그 가상의 날이다. 일본 총리가 난징대학살 추모 기념관 개관식에 초대되어 침통한 어조와 모습으로 연설을 하는 것.

지금 기고 만장한 일본이 어찌하여 중국에 사죄하는가. 자발적으로?천만에 그건 아니다. 2030년대에 중국은 세계의 강자가 된다. 이제 일본은 살아 남기 위해서라면 중국과 손을 잡아야만 한다. 중국에서 일본에게 그 동맹의 조건으로 내세운 조건은 2차 대전 중에 일본이 저지른 극악 범죄행위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다.

그 사과의 조건으로 중국내에 난징을 비롯한 5곳에 해당하는 전쟁기념관을 지으라는 것이다. 일본은 마지막까지 버텨 보지만, 결국은 살아 남는 어쩔 수 없는 방법으로 중국의 조건에 굴복한다.

일본이 중국에 사죄할 수밖에 없는 설정, 가상이지만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기에 통쾌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다가도 쓸쓸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 책을 기획한 사람들이 보는 구미적인 시각에서 우리 한반도는 결코 중요할 수 없는 그런 변방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은 지금부터 2112년까지의 픽션일 뿐이다. 그렇지만 모든 픽션은 논픽션을 가능성으로 하고 있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그 가능성을 두고 여러 각도의 모티브에 의하여 이 책은 씌어졌다.이 책이 그려내는 가상의 순간들은 지금의 벌어지고 있는 순간인 듯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생생하게 전개된다.

조지오웰의 1984년 이후 인간 미래의 삶을 가장 잘 예측하고 묘사한 책이라든가? 과학문명의 눈부신 발전과 인간 복제 등 놀라운 과학적인 성과에 한편으로는 불안하고 회의적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을 통하여 어쩔 수 없이 품게 되는 불안과 회의를 다시 바라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예측하는 미래에 대해 조금이라도 흥미가 있다면 또한 이 가상역사 21세기를 펼쳐보라.

536페이지라는 분량에 결코 기죽지 말자. 덤벼 펼쳐보면 결코 지루하지 않을 만큼 생생한 긴장을 느낄 수 있다.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가상의 세계에 자주 혼동할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세계가 과연 어느 지점인지. 제일 뒷장에 실어진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몇 페이지를 읽었다. 지금 현재 내가 살아가는 시점의 글인줄 알았다. 그런데 몇 페이지를 읽다보니 아뿔싸 2112년에 씌어지고 있는 글이었다. 이렇게 나도 모르는 순간 착각을 되풀이 하며 읽은 책이다.

<가상역사 21세기>가 포함하고 있는 요소들은 다분히 매력적이다. 과학적인 무한한 호기심과 한편으로는 다소 회의적일 수밖에 없는 미래에 대한 생생한 설정이 매력적이다. 어쨌거나 이 책이 담고 있는 것은 21세기가 그래도 행복한 시대라는 것이다.

결국 과거와 현재, 미래는 한통속이다. 미래는 일부러 설정된 따로의 세계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이후는 모두 미래고 가상세계로 가고 있다. 우리는 지금 그 출발점에 있다. 조금 전 호흡한 순간들은 지금 현재, 미래를 넘어가는 한 호흡이다. 결국 이 책이 담고 있는 것은 아름다운 21세기다.

다만 아쉽다면, 우리 청소년들이 이런 책을 기꺼이 집어들고 충분히 읽어 낼 만큼의 시간적 여유를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그런 책이다. 우리 세대가 미처 발견해내지 못하는 것들을 그들은 충분히 발견해내고 훨씬 더 매력있는 미래 설계를 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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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2005-05-12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조지 오웰의 <1984년>은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 이 말이 가장 생생히 기억나네요. 가끔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하고 헷갈려요. 결국 이 책이 담고 있는 것이 21세기는 행복한 시대라는 것에 안도를 하네요^^ 우리 청소년들... 정말 책 읽을 시간 없지요.. 그래서 안타까워요

필터 2005-05-13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청소년들이 이 책 읽으면 아마 우리같은 머리속에서 나오는 것과는
또 엄청 틀린 구성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스타워즈는 저리가라 할만큼의
대단한 스펙타클~.....아쉽네요
 
이 그림, 파는 건가요?
임창섭 지음 / 들녘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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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 파는 건가요?>는 미술 평론가가 썼지만 일반인을 위한 책이다. 복잡한 미술 이론서도 아니고, 미술사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어떤 특정의 작품들에 대한 설명서도 아니다. 화랑의 기획자기도 한 저자가 화랑에서 일어난 일을 유머스럽게 곁들이면서 일반인들이 미술을 쉽게 이해하도록 들려주고 있다.

턱없이 높고 어려운 화랑이나 미술관에 누구나 선뜻 가보고 싶도록 가볍고 유쾌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이다. 우리 사회에 자리잡은 잘못된 인식을 무너뜨리고자 배려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

대부분 사람들이 유아기에 아무런 이유나 지식없이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종이에 나타나는 선이나 색깔들이 마냥 신기하여 줄을 긋고 동그라미를 그리고 색을 칠해간다. 그러면서 눈에 보이는 존재들을 그려 나가게 된다. 엄마 아빠의 얼굴을 생각 나는대로 표현하고 꽃과 나무와 무지개를 그린다.

이렇게 생활 속에서 함께 하던 미술이었다. 그런데 청소년기에 접어 들어 시험과 직결되면서 미술은 멀어지고 만다. 더 나아가 어른이 되어 가면서 미술이란 일정 사람만이 표현하는 어떤 특정한 세계로 자리 잡는다. 또 미술을 소개하는 화랑은 특수 계층만이 누리는 그런 문화 공간으로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

미술관이나 전시회란 삶의 여유나 사치일 수도 있다. 그리하여 그림이나 미술품 앞에 마음으로 서는 것이 아니라 신분이나 격식을 앞세운 돈으로 서게 된다. 정말 그래야만 하는 것일까.

우리 사회에 그림을 포함한 미술 작품들은 대개 이렇다. 또 방송 드라마에서 화가는 베레모를 삐딱하게 쓰고 턱수염도 자주 손질하지 않아 다소 지저분한 듯한 모습으로 나온다.

정말 그럴까? 정말 그래야만 하는 특별한 그림이고 미술일까? 저자는 말한다. 내 아이들이 그린 그림부터 집에 걸어 보라고. 우리 생활에서 그림은, 미술은 이렇게 생활과 함께 한다고 일러 준다.

이 책은 모두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도대체 그림이 뭐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그림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문제를 조목 조목 짚어 나가 "그렇지 그림은 그런 거야"하는 동조를 이끌어낸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 '왜 그림을 사는 거지?' 에 이어 '누가 그림을 팔지? 어떻게 그림을 사야 하지?'로 끝을 맺는다.

첫장에서는 미술 앞에 선뜻 다가서게 하고, 둘째장에서는 마음을 열어 미술과 대화하게 하며, 셋째장에서는 대화를 통하여 마음에 스며든 그림을 사랑하게 한다. 마지막 장은 미술과 함께 생활하는 살가움으로 맺는다.

책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감동도 자못 크다. 우리나라 미술 수집가 간송에 대한 이야기는 큰 감동이다.

...성북동에 자리잡은 아담한 미술관이 하나 있다.이름은 간송 미술관. 이 미술관의 설립자인 간송 전형필(1906~1962)은 우리나라 최고의 미술품 수집가였다.그는 일제시대에 나라를 잃은 상황에서 우리의 문화 예술품마저 외국으로 팔려 나가는 것을 보고, 자신의 거의 모든 재산을 털어 수많은 서화와 도자기,불교 미술품 그리고 서책을 수집했다.

1943년에 안동에서 당시 엄청나게 큰돈인 1만 1천원을 주고 산 훈민정음 원본은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의 창제 원리를 알 수 있게 했고 '청화백자양각진사철채난국초충문병'은 치열한 경매끝에 거금을 들여 구입하면서까지 아름다운 청자 모습을 지켜낸 덕에 보물 제 241호로 지정되었다.

만약 간송이 수많은 문화예술품을 수집하지 않아 모조리 흩어졌더라면 우리는 감당할 수 없는 대가를 치러야 했을 것이다.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은 강화도 와규장각에 보관되어 있던 300여책 어람용의궤(왕실행사기록)류를 약탈해 갔다. 이 책은 현재 파리국립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는데, 한때 프랑스 대통령이 반환하겠다는 약속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여전히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정당하게 가져간 것도 아니고, 한 국가의 귀중한 재산을 약탈해갔으면서도 온갖 이유와 변명으로 반환을 미루고 있다. 그러고 보면 간송이 한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인지 알 수 있다.<간송 미술관과 간송 전형필의 이야기, 책속에서>


저자 임창섭은?

홍익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미술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사)한국화랑협회 사무국장으로 일했으며, 청암미술관 부관장을 역임했다. <현대 공예의 반란을 꿈꾸며> <꿈을 그린 추상화가><비평으로 본 한국 미술>(공저) 등의 저술과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호호탕탕-일월영측’, 달리는 전동차 미술관 ‘WoW Project’, ‘Dream Metro’ 등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미술을 접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했고, 현재 노화랑에서 기획실장으로 있으며 미술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간송이 전해주는 감동만으로도 이 책은 더없이 가치 있다 하겠다.

이 책을 읽다보면 숨어있는 감동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피카소나 이중섭의 그림들이 고액 경매가를 갱신하는 비밀 같은 이야기들도 자연스레 알게 된다. 흔하게 접할 수 없던 미술과 관련한 뒷이야기들도 아주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 이런 이야기들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을 전해주는 그런 책이다.

미술은 특정 계층만의 것이 아니다. 유아기에 누구나 쉽게 마음속에 일어나는 것을 표현한 것처럼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미술이다. 또 누구나 쉽게 누릴 수 있는 문화적 공감이다. 이 책은 그걸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그림을 포함한 모든 미술품은 더이상 특수계층만의 것이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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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2005-05-12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술품은 더이상 특수계층만의 것이어선 안된다> 이 말에 공감해요. 어려서는 누구나 그림을 그려요. 잘 그리든 못 그리든... 그러나 언젠가부터 미술은 점점 특수 계층의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죠. 사실, 저도 미술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그러나 관심을 갖고 보려고는 하지요.

님 리뷰가 이제 총 11편이지만 분야도 참 다양해요^^. 미술, 환경, 문학, 과학 등등등... 비로서 님의 11작품을 모두 읽었습니다. 님이 어떤 분이신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좋은밤 되세요^^
 
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 - 생명의 온기 가득한 우리 숲 풀과 나무 이야기
이유미 지음 / 지오북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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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지오북)는 국립수목원 연구관 이유미 박사님이 일간지에 연재하였던 글들을 모은 책입니다.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나무들과 풀 이야기입니다.

2년간에 걸친 계절의 변화 속에서, 계절별로, 다시 날짜별로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고, 마침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날짜별로 묶은 것은 돋보입니다. 나무와 풀들의 고단수적 생존 전략은 우리가 알았으면 좋을 그런 이야기들입니다.

누구나 쉽게 알고 있는 백목련이나 개나리, 질경이 등의 숨겨진 이야기들부터 천남성이나 천선과 같은 다소 낯선 이름들의 식물들까지, 알고 지나가면 좋을 그런 이야기들입니다. 들여다보고 알아지는 만큼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듯합니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이 나무의 이름을 부를 때는 주의해야 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목련과 백목련을 구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두 나무는 서로 다른 종류의 식물입니다. 까치와 까마귀가 같은 까마귀과에 속해있지만 다른 종(種)이듯이 말입니다.

더 흔하고 유백색의 꽃을 피우는 것은 중국이 고향인 백목련입니다. 그냥 목련(왜, 우리 목련 앞에 '그냥'이란 글자를 붙여가며 설명해야하는지 조금은 답답합니다)은 제주도가 고향이며, 육지에도 더러 심기는 하지만 흔치않은 나무입니다. 백목련보다 더 일찍 꽃이 피고, 꽃 색깔이 더 희지요. 목련이란 우리 이름을 두고 '고부시'란 일본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는 억울한 나무입니다.

(‘백목련은 왜 북쪽을 향하여 필까?’ 중에서 12~13쪽)


'봄이면 무리지어 환하게 피어나는 개나리꽃에 암수가 있다고? 열매도 당연히 있다고? 어린 시절부터 그렇게 흔히 보아왔던 개나리꽃 대부분이 수꽃이라니? 복제품이나 다름없는 수꽃에 불과하다니?'

놀라운 사실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지난 해 이 책을 처음 접하고 눈이 아리도록 개나리 줄기 헤집어 본적도 있습니다. 저자 역시 해마다 되풀이하는 짝사랑이라고 하는데 저도 그만 이제나마 짝사랑이 움텄습니다.

이렇게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들은 읽어 나가는 동안 아차 싶고 감탄할만한 내용들로 가득 찼습니다. 저처럼 많은 사람들이 짝사랑을 시작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여름이면 즐겨 먹던 옥수수 암꽃과 수꽃의 놀라운 비밀 시간차 작전, 대추나무를 왜 시집보내야 하는지, 밤송이가 무수한 가시 속에서 영글어 가는 이치, 도토리의 맛이 왜 떫어야 하는지, 고운 가을 열매들이 대부분 시거나 맛이 없는 이유를 통하여 식물들의 고단수적 생존 전략을 아찔하도록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나뭇잎 다 떨구고 혹한 속에서 다음 봄에 찬란히 피워 낼 꽃 싹을 미리 준비하고 겨울을 의연히 버텨내는 나무들에게서 역경을 이겨내는 강한 생명력을 배웁니다. 계절별로 들려주는 편지글을 통하여 인간과 함께 해 온 나무를 새로운 눈과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봄이 오는 산에 쌓인 눈 녹이며 가장 먼저 피는 앉은 부채. 씨앗만으로 부족해 가을날 시들어가며 잎끝에 새끼를 낳는 처녀치마. 꽃가루받이 곤충위해 나선 모양으로 꽃피우는 타래난초. 암벌이 수꽃을 찾아가면 살지만, 암꽃을 찾아가면 암벌은 죽고 천선과 나무는 열매를 맺는 엇갈린 운명. 살 길 찾아 길로 나온 질경이의 비밀…"

관심 두는 만큼 보이고 그만큼으로 느껴진다지요. 이 책과의 만남은 제게는 치명적입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시 들고 펼쳐보는 그런 글들이 되었고, 이미 연필로 줄까지 그어 가며 볼만큼 새겨 보았음에도 다시 펼쳐 줄을 그어 새겨두고 싶은 식물의 비밀스럽고 신비한 이야기들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함께 공원에 나가서 들려주기 위하여 열심히 다시 펼쳐보게 되는 그런 글들입니다. 볼 때마다 새롭게 열리는 나무와 풀들입니다.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하여 나무나 풀들을 일년 내내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나무나 풀들이 지천으로 가득한 시골에서 자라났음에도 모르고 살아 온 이야기들이 더 많다는 걸 비로소 알았습니다. 진즉에 이런 책이 있었다면 저자와 같은 일을 가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통하여 나무나 풀들에게 마음이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리하여 일년내내 관심이 돋고 눈길이 항상 머무는 그런 나무와 풀들입니다. 이 책을 통하여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새롭게 바라보는 나무와 풀이었으면 싶습니다. 하여 조금씩이라도 더 알아지고 그 알아진 이야기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파수꾼이 많아졌음 하는 그런 작은 바람도 감히 가져봅니다.

어쩌면 자연은 한쪽에서 무모한 인간들이 개발이라는 남발로 마구 훼손해도, 이 책의 저자 같은 분들 때문에 우리 인간에게 그나마 베풀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하여 이 봄에 다시 꽃피우고 싹틔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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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달 2005-05-04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유미님의 '숲으로 가는 길'을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축하합니다..

미네르바 2005-05-09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식물을 좋아하는 부용님이 먼저 인사를 하셨네요. 저도 축하합니다.(너무 늦은 축하가 되었군요.) 저야말로 꼭 읽고 싶은 책이에요. 잘 읽었습니다. 일단 보관함에 넣었습니다. 조만간에 읽어보도록 해야겠습니다.
 
밥하기보다 쉬운 글쓰기
전영주 지음 / 여름솔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얼마나 쉬우면 밥하는 것보다 쉬운가. 이 책의 독자 중 주부인 분들은 밥하기가 처음부터 쉽지 않았음을 잘 안다. 밥물 맞추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진밥도 됐다가 된밥도 됐다가 삼층밥이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지금은 척 보고도 밥물을 맞추는 경지에 이르렀을 것이다.

글쓰기도 이와 마찬가지다. 여러 가지 상황들이 주부작가가 되는 것을 쉽지 않게 하겠지만 글쓰기로 내 인생을 만들어 나감을 즐기며 연습한다면 곧 밥물 맞추는 것보다 글쓰기가 더 쉬움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줌마가 무얼 한다고, 아줌마가 주책이네, 아줌마 새삼스럽게 글은 무슨 글이야, 아줌마 글 써서 국 끓여 먹을 테야?, 아줌마 살림이나 잘하지…. 저희들 밖에 나가 기를 펴고 살라고 헌신한 이른바 아줌마에게 세상은 왜 다른 생물체 보듯 보고 마는가. 이런 조건에 처한 아줌마로 등단한 전영주 시인이 어떻게 글쓰기 공부를 하였으며, 숨을 골라 글로 다듬어 시인이 되었는지 그 체험담을 들려주며 글쓰기에 용기 있게 다가앉도록 한다.

세상 편견은 그렇다 치고, 내 스스로가 "아줌마인데 뭘~"로 안주하고 말아야만 하는가.

집안일을 하며 틀어 둔 라디오에서는 아이들 재롱에 그저 행복하고 남편의 흉마저도 애교스럽게 말하는 여자들의 수다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집안일로 한숨 돌리고 커피 마시며 인터넷의 이런 저런 곳을 향하여 마우스를 클릭한다. 좋은 글에, 좋은 음악에 마음 두어보다가 어느 순간 한없이 부유하는 나를 다시 느낀다. 공허하다. 과연 이렇게 무덤덤하게 살아야만 하는가. 아줌마, 아줌마 과연 집안에 묻혀서 우렁각시가 되어 살아야만 가치 있는 길일까?

그리하여 어느 날 나만의 노트 한권을 마련해본다. 또한, 인터넷의 어느 공간 하나를 열어 본다.그런데 막상 글을 쓰려니 너무나 막연하다. 여학생 때는 그래도 문학소녀였는데, 이제는 글 한 줄 쓰기가 어렵고 첫 글 첫 말문을 열기조차 두렵다.'무얼 써야 한다지?' "어떻게 쓰기 시작해야하나?'그래도 무언가 쓰고 싶다. 내마음속에 떠다니는 정체모를 부유물들을 가라앉혀야겠다. 하루하루 일 년 이년 이렇게 무작정 살수만 없지 않겠는가.

이 책은 무언가 마음속의 글을 쓰고자 하여도 막연히 불안하고 자신감역시 없는 우리 같은 주부들이 읽으면 좋을 그런 책이다. 하루하루 그다지 큰 의미 없이 살아지는 날들 속에서 그냥 써보는 글들이 일기 같은 혼자만의 글로 머물든, 시인처럼 글쟁이로 등단하든 마냥 서성이는 내 마음에 무엇이든 적어보고 싶은 그런 꿈틀 이는 것이었다.

작가 역시 어느 주부들처럼 주부라는 이름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다가 글쓰기 공부를 하며 이겨내었을 장애를 적나라하게 들려주어서 주부인 나에게 와 닿는 것들이 많다. 작가가 제시하는 글을 통하여 주변의 사물이 다시 보이고 새롭게 보인다. 그리하여 언젠가는 좋은 글로 날개 달고 날아오를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간 글쓰기에 관한 많은 책들을 읽어 왔는데, 이 책처럼 살갑고 다정한 책은 없었다. 막연하게 무언가 쓰고 싶다면 무조건 쓸 것을 권한다. 아무거나 우선 첫 글자로 말문 열기를 재촉한다. 제목조차 정할 수 없으면 쓰는 동안 자연히 떠오르는 생각을 제목으로 삼으라든지, 글의 구성을 어렵게만 생각하여 망설이는 것보다는 쇼윈도의 옷을 주제로 정하여 어떤 옷이 나에게 어울리는지, 옷과 관련하여 어떤 추억거리가 있었는지, 이런 식으로 달려들어 먼저 써 볼 것을 권한다.

수다를 활용하여 글로 승화 시키는 것, 이미 많이 알려진 동화를 다시 나의 시각에서 써보는 것,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 글로 승화시키는 것, 매일 보게 되는 기사에 대하여 나름의 시각을 글로 정리하여 본다든지, 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사람이나 사물의 인상부터 글로 적어 보는 것….이렇게 생활 속 무엇에나 글로 연결 시켜 볼 것을 권하고 있다. 그리하여 체험을 곁들이며 제시하고 있는 방식은 속속 와 닿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쉽게 제시하고 솔직하게 말해준다.

"사람은 좋은 글감중의 하나다. 강가의 돌멩이나 숲의 나무들이 비슷비슷한 모습이면서도 저마다 각기 다르듯이 사람도 역시 그렇다. 정말 신기하게도 사람은 모두다 그 모습이 다르다. 어지 모습만 다른가. 말투와 걸음걸이. 기호도 다르다…….험상궂게 생긴 사람이 놀랍도록 순박한 경우도 있고, 아주 신경질적으로 생긴 여자가 의외로 부드럽고 상냥한 경우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사람은 곧바로 글감이 될 수 있다."

주부로서 어느 날 정체성에 대하여 반문하고, 글쓰기를 시작하여 시인으로 등단한 이 여성작가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자기 체험의 솔직한 글들은 글쓰기에 관한 어떤 이론보다 더 쉽고 유혹적으로 생활 속속 에서 글감을 찾아 낼 수 있으며,살아가는 자체가 얼마든지 글로 아름답게 피어 날 수 있는 그 가능성과 자신감을 갖게 한다.

나아가 자신의 글을 활자화 시키는 것이나, 공중파를 통하여 자신감을 얻는 것, 인터넷 관련하여 글을 기고하고 작가가 될 수 있는 방법이나 사이트도 제시하고 있다.

오늘도 나는 글쓰기의 유혹에 유쾌하게 순응한다. 지금 마시고 있는 커피 한잔도 언젠가는 멋지게 글로 써보리라. 이렇게 어줍잖은 글일망정 바쳐 보는 열정에 대하여 기록도 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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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2005-05-12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이 리뷰는 지난번에 읽었어요. 후후~ 저도 당장 사서 읽고 싶어졌는데, 알라딘에는 품절이라고 나오더라구요. 동네 큰 서점에 전화했는데, 역시 재고가 없다고 하고요. 다행히 도서관에는 있네요.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고 싶어졌어요. 저도 님처럼 글쓰기의 유혹에 유쾌하게 순응되고 싶어지네요^^

필터 2005-05-12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을 헌책방서 샀습니다
글을 쓰고 싶다....쓸 수 있다...이 책만큼 절실하게
만드는 책도 없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