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 힘들어 - 아내 이야기
박경남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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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도 이제는 중순이다. 이런 저런 기념일은 챙기지만 가정의 중심인 부부를 위한 헤아림은 정작 뒷전에서 서성이는 것 같다. 아내나 남편, 서로에게 속 시원히 털어놓지 못하는 가슴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어려움을 헤아리고 배려해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부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다.

<여보, 나 힘들어>는 박경남, 김종오 부부가 썼다. 아내 이야기와 남편이야기가 부부처럼 한 몫으로 나왔다. 아내나 남편에게 쉽게 일어 날 수 있는 이야기 15꼭지씩을 담고 있는데, 쉬우면서도 흔한 이야기들이지만 우리들의 자화상 같은 이야기들이다.

▲ 아내 이야기-빨강, 남편 이야기-파랑
ⓒ2005 눈과 마음
그만큼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글들이다. 드라마를 통하여 한번쯤 만나졌던 부부들, 혹은 우리 부부에게도 있었던 지난날의 갈등이나 아픔, 이웃 부부 이야기일수도 있는 이야기 등을 통하여 아내의 속내를, 혹은 남편의 고충을 들여다보고 헤아려본다.

작가는, 40대 부부를 주 독자층으로 썼다고 한다. 왜 꼭 40대를 주 독자층으로 썼을까. 우리나라의 40대는 시대적 흐름이 특별하다고 한다. 또한 20~30대에게 밀린 듯하지만, 삶의 현장 곳곳에서 핵심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럴까? 40대 가장의 외로운 고백이나, 386, 486 펜티엄, 혹은 사십대 들여다보기는 책을 모두 읽고서도 특별한 여운이 남는다.

대체적으로 사십대의 부부가 가장 위태롭다고 한다. 결혼초의 사랑은 이미 정이나 의무로만 남은 듯하고, 대부분 결혼 10년차 이상을 살며 권태기에 접어드는 부부가 40대의 부부들이다. 또한 40이라는 나이는 결코 쉽게 넘어가지는 나이는 아닌듯하다. 40을 불혹이라 부르고, 어떤 시인은 ‘부록’이라 부르듯 40대는 특별하다. 또한, 우리나라 40대 가장들의 유례없는 높은 사망은 얼마나 어이없는 수치인가 말이다.

1.아내이야기-남편이 아내에게 선물하는, 아내들을 위한 에세이집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결혼을 꿈꾸었던 시기와 신혼이었을 때는 사랑으로 사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가 많았다. 그러나 결혼 생활을 통해 행복했던 꿈이 깨지고 적나라한 현실을 보면서 그 누구도 사랑이라고만 말하지 않을 것이다. 사랑의 완성으로, 지친 삶의 탈출구로 생각해 왔던 결혼은 세월이 흘러 더 이상 꿈꾸지 못하게 됐다. 내 안에 내가 있기보다 어머니, 아내, 며느리, 딸 그리고 주부 등으로 채워져 자신의 존재에 대한 선명함조차 잊어버리고 살아간다.

가족에게는 늘 열려 있지만 자신에게는 닫혀 있는 것이 주부들의 현주소다. 가족을 위해서는 강한 어머니이고 아내지만 자신에게는 초라하고 힘없는 여성이다. 그들에게 있어 자유는 어떤 의미로든 익숙지 않은 것 같다. 때때로 사회에서도 방종으로 취급해버리기 때문이다. 남편의 외도는 한 번쯤 거쳐 가는 의례적인 일로 이해하지만, 아내가 외도하면 마치 방탕한 여자로 취급해 버리는 것이 우리 사회와 현실이다.
<책 속에서>

다른 아내들의 고충을 엿볼 수 있으며 아내로서 나를 돌아 볼 수도 있다. 시부모 병 수발로 지쳐가는 아내를 만날 수도 있다, 외도하는 남편을 둔 아내의 눈물도 볼 수 있다. 흔히 이웃에서 만나지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꼭 나에게 처해진 상황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우리 부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도 있고 아내의 속내를 들여다 볼 수도 있다.

여자에게 사십대는 무엇일까. 한발자국씩 갱년기를 향해 가는 사십대의 아내. 어떤 모습이고, 어떤 의미 일까. 어떻게 걸어가고 세상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우울증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나이 사십대. "사십대 들여다보기"를 통한 독백에도 주목해보자.

2,남편이야기-아내가 남편에게 선물하는, 남편들을 위한 에세이집

어느 40대 가장의 고백이 마음 아프다. 이 땅의 주역인 386세대에 관한 이야기도 쓸쓸하게 마음을 끈다. 또한 흡연을 하는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의 시각이나 견해, 사회에서 잘 나간다는 아내를 둔 남편의 자기성찰, 직장 나가는 아내 대신 집안 살림을 즐겁게 자처해버린 남편을 만날 수 있다. 인생 역전을 꿈꾸는 남편이나, 어린 아내를 둔 남편도 만나서 그 속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사십대. 변화의 길목에 서 있는 그들은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폐기처분되는 낮은 사양의 컴퓨터가 될 수도 있고, 앞으로 등장할 고도의 버전을 가진 컴퓨터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펜티엄으로 머물 수도 있다.

현재 이 사회에서 사십대는 참으로 복잡한 세대라고 할 수 있다. 하나로 정의 내릴 수 없는 다양한 키워드를 가진 사십대. 많은 사람들이 사십대를 말하는 만큼 그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열린 보수와 비판적 진보가 공존하는 세대이고, 반공 이데올로기에 충실한 교육을 받고 자랐지만 반면에 마르크스와 레닌에도 탐닉했던 세대이기도 한 것이다.

… 그러나 사십대는 자기들의 발전을 멈추지 않는 저력을 가진 세대이기도 하다. 컴맹극복을 위한 사투 끝에 사이버 공간에 자신들의 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줌마 클럽이나 다양한 사십대의 모임을 통해 인터넷 문화를 좌지우지 하는 모임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책 속에서>

제일 마지막 이야기 <나 가거든, 들꽃 한 묶음을>은 유서 미리 써보기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글이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늘 앞만 향하여 정신없이 달려가던 삶을 잠시 멈추고 한번쯤 돌아보는 시간은 어떨까. 4년 전 도예가 김종희씨의 유언은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었다. 소설가 황석영, 가수 김창완, 영화감독 박철수 등 몇 사람들이 깊은 자기성찰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자못 뜻 깊다.

▲ 선물하기전에 먼저 읽어 속내를 헤아려 보자
3.이렇게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다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산문집인데. 콩트를 읽는 느낌으로 읽어도 좋겠다. 커피 한잔과 함께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그런 기분으로 읽어도 좋겠다. 그러나 아주 가벼운 이야기들은 아니다. 부부가 생활하면서 필요성을 한번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고, 이미 진즉에 한 번 더 생각하였다면 서로에게 아픔 주지 않았을지 모르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40대를 주 독자층으로 하였다지만, 어떤 부부에게나 해당하는 그런 글들이다. 부부간에 문제 풀기가 가장 어렵다는데, 이 책안에는 그 정답이 어느 정도 들어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아내이야기-남편이 아내에게 선물하는 책>, <남편이야기-아내가 남편에게 선물하는 책>이라는 부제가 붙었지만, 남편에게 선물하기 전에 먼저 읽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남편이야기에는 우리 이웃의 남편들 이야기가 실려 있다. 환경이나 처해진 상황은 다르지만 어떻게 보면 내 남편 이야기이고,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마찬 가지로, 남편이라면 집안 살림과 아이들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리고 사는 아내에게 삶을 돌아보고 위안 받을 수 있는 책 한권 배려해 보는 건 어떨까. 서로를 헤아려주고 배려해준다는 것은 부부간에 가장 사소한듯하지만 소중한 사랑의 실천, 그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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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거짓말 같을 때
공선옥 지음 / 당대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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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슈가와 맛나니,P.39~42> -추억, 현실을 공감하다.

시금치를 무치기 위하여 양념병들이 모여 있는 싱크대를 열었다. 귀퉁이에 미원이 보였다. 몇 달 전에 시어머니께서 이런 저런 것들과 함께 사다주신 것이었다. 꼭 한번 쓴 기억이 있을 뿐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도드라져 보였다.

겉으론 미끈하고 멀쩡한 무를 썰면서 하나 집어 먹어 보았더니 맵기 이를 데 없었고 단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 맛없는 무를 잘못 사서 깍두기를 담아 실패한 적이 있던 나는 할 수 없이 미원을 넣었다. 미원 덕분에 그럭저럭 먹을 만큼은 되었다. 무든, 배추든 다시 사서 김치 담가야 하는 돈이 몇 푼이나마 '굳은' 것이었다.

오늘 시금치를 무치면서 어젯밤에 읽었던 공선옥의 <뉴-슈가와 맛나니>란 글 한편이 생각났다. 공짜로 얻은 시금치가 커서 특유의 냄새가 유난스러웠다.'미원을 넣어 볼까?' 젖은 손끝에 묻혀 보았다. 그러나 결국 쇠고기다시다를 조금 넣어 무쳤다.

공선옥 친구 중에 환경주의자가 있다는데 그 사람은 미원이나 이런 쇠고기다시다 같은 화학조미료를 쓰는 공선옥을 보고 경악한다고 한다. 그럼 생판 모르는 나를 보고는 무식하다고 하며 경멸스러워 할지도 모르겠다.

공선옥처럼, 나도 전라도 태생, 그것도 가난한 집의 딸이어서 우리 어머니도 학독에 고추를 갈아 김치를 담갔다. 공선옥의 어머니가 뉴-슈가를 선호했다면 내 어머니는 사카린을 선호했다. 팥죽을 쑤면서 단맛을 내기 위하여 사카린 몇 알을 반드시 넣으셨다. 사카린을 넣지 않으면 단맛이 영 나지 않았다. 설탕은 단맛을 내는 고급재료였지만, 군것질거리 없던 아이들이 알음알음 먹어버리기 일쑤여서 자주 살 것은 못되었다. 늘 돈이 문제였다.

미원도 어머니에게는 절대적인 것이었다. 무엇을 하든 미원을 넣고 안 넣고의 차이는 입에서 녹아드는 감촉에서 달랐다. 그리하여 어머니는 5일마다 열리는 장날이면 사카린과 소다를 잊지 않고 샀다. 사카린이나 소다는 종이에 덜어 싸주는 것이어서 어머니 주머니에 별도로 들어 있었다. 미원도 빼놓지 않고 사오셨다. 미원은 신선로였다.

신선로는 임금님의 수랏상에 오르던 최고 음식이었다. 어느 음식에건 반드시 넣은 미원을 늘 먹고 자랐지만 신선로 음식을 단 한번도 가까이서 본 적조차 없다.

격식이나 품위를 앞세우고 먹는 것보다는, 푸짐하고 게걸스레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늘 편안하다. '사는 게 워낙 거짓말 같아서 일까.'

나도 다 알고 있다. 화학조미료가 우리 몸 안에 들어가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그래서 나도 소중한 내 식구들을 위하여 몸에 좋다는 천연조미료를 만들어 먹이고 싶다. 그러나 변명인지 모르겠지만, 늘 돈이 웬수고 시간이 웬수다. 아이들을 떼놓고 동동거리며 살아도 돈은 턱없이 모자란 그런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아이들에게 엄마의 정성어린 간식거리를 만들어 먹이고 싶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집에 와서 엄마가 사다 둔 과자를 하나씩 까먹으면서 컴퓨터를 하고 엄마를 기다려준다. 이런 우리 아이들에게 줄 과자를 사려고 슈퍼마켓에 가서 얼마짜리가 얼마쯤 깎여 팔리는지 먼저 따져서 과자를 산다.

조금 한가해진 날에 "어디보자" 표시 되어 있는 성분을 보면 아이들에게 먹이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질 만큼 첨가물들이 끔찍스럽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사야만 한다. 무엇이 아이들 몸에 들어가 "어떻다더라"하고 떠들어댄들 그들이 꿈쩍이나 하겠는가. 이렇게 가는 곳 족족 거짓말 같은 세상 꿈처럼 휘청이며 살아가는 엄마일 뿐이다.

사는 게 정말 거짓말 같다. 사는 걸 워낙 거짓으로 사는 사람들 때문에 우리같은 사람들이 거짓말 같은 어처구니없는 세상을 기어야만 하는 것이다.

2 - 눈시울 적셔가며 읽었다. 독설, 날카로운 가시 그래도 결국은 위안이다.

공선옥의 산문집을 읽겠다고 마음 먹은 것 자체부터가 큰 실수다.

"작가도 한때는 공순이였다지 아마."
"광주 민주화에도 진즉에 뛰어들었지 아마."

그럼 작가의 가슴속내 이야기가 대충 어떨 것이라는 걸 잘 알면서 날카로운 가시로 정곡 콕콕 찌를 거라고 당연히 생각했어야지. 잘 알면서 읽겠다고 집어 들다니. 그러나 만나서 다행이다.

세상살이 어이없는 일 투성이어도 조금 편한 심정으로 살고 싶었다면 제목부터 편치 못한 이 책을 집어 들지 말았어야 했다. 이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하면서 울컥 울컥 치미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눈에 흐르던 것 훔쳐내고 다시 읽자마자 바로 이어지는 눈시울 그 뜨거움은 또 어쩔 수 없다.

쓰는 사람도 세상 사는 걸 어이없어 하고 읽는 사람도 어이없어 죽겠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우리들 사는 게 거짓말 같다. 정말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았다.

내 가슴에도 얼룩지던 것들이었다. 고운 빛깔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버티어 나가야 하는 그런 애매하고 억울한 빛깔이었다. 그래서 나도 말하고 싶었다. 언젠가는 반드시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렇게 나의 말들을 가로채서 먼저 말해 버리다니.

그래서 울컥 치밀어 올랐다. 작가가 말하는 것들이 실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는데, 무명의 나는 혼자 삭힐 뿐 이었다. 나만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곡을 짚어내는 말에 울컥 울컥 거짓말 같은 세상의 뻔뻔스런 가슴을 후려 패버리고 싶을까.

사는 게 거짓말 같다. 그럼에도 누구에게 하소연 한마디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나. 나의 말을 선수 쳐서 먼저 해주는 공선옥 덕분에 함께 동조하며 읽어 나가다가, 눈시울 적시다가, '나만 지극히 절망스럽고 원망스러운 세상인줄 알았더니 그건 아니었구나' 이렇게 위안도 받아보다가. 누구에게 하소연이라도 속시원히 한 듯싶어 아주 조금 후련하다. 이렇게 읽어 나간 책이었다.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눈시울 적시며 속내 후련히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이야기들이다. 읽고 공감하는 만큼, 그만큼 위로받을 수 있으니까.

이 책은,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닌 거짓말 같은 삶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의 시선 <1,2부>, 작가의 독서일기 <3부>를 담고 있다. 여전히 세상은 거짓말처럼 어이없고 답답하기 이를 데 없겠지만 혼자 속을 앓던 것들 그나마 위로받은 그런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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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2 20: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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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릭 유니버스 공학과의 새로운 만남 18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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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 몸이 전기에 의해 작동된다?"

생뚱맞기는… 그러나 사실이다. 보더니스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우리의 뇌에 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감탄하며 수긍하고 만다. 입체적인 서술방식으로 흥미롭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어 나가며 이해하고 감탄하는 과정에도 어김없이 관여하는 것은 바로 이 전기다.

보더니스의 이야기를 조금만 들어 보자.

"전기가 사라진다면…그런데 중단되는 것이 인간의 전기 공급만이 아니라면 어떨까? 전기력이라는 것 자체가 사라져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지구의 모든 바다들이 위로 솟구쳐 올라 증발할 것이다. 물 분자들끼리의 전기적 결합이 끊어지기 때문이다. 우리 몸 속 DNA 가닥들도 서로 뭉치지 않을 것이다. 대기를 호흡하는 생명체 중에 용케 살아남은 것이 있다 해도 금세 질식하게 된다. 전기적 인력이 존재하지 않으면 공기 중의 산소 분자가 혈액 속의 헤모글로빈 분자와 결합하지 못하고 쓸모없이 튕겨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우리 주변의 모든 물체 속에는 거의 언제나 같은 양의 양전하와 음전하가 들어 있다. 그 균형이 잘 잡혀 있으므로 그들이 언제 어디서나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우리가 쉬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뿐이다. -서문 중에서-

그렇다. 전기가 사라지고 전기력이 사라지면 생활의 모든 불편함을 느낄 사이도 없이 우리 몸 자체가 산산조각 나고 말 것이다. 우리 몸은 생물체로서 그 기능을 상실하고 말 것이다. 우리가 알든 모르든 우리 몸을 결합시키는 것은 이 전기력 때문이었다. 이렇게 전기는 130억 년 전부터 지구와 별과 원소들 속에서 비밀스럽게 움직이면서 모든 원리를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생명체가 되는 순간에 이미 숨어들었던 것이다

<뇌 그리고 그 너머>에서 우리 몸속에 흐르는 전기의 실체와 그 원리에 대하여 아주 흥미롭게 들려주고 있다. 우리가 주변의 사물이나 풍경을 본다든지, 특정한 사람을 보고 이렇다 저렇다의 감정을 느낀다든지, 혹은 사랑에 빠진다든지…. 이런 우리들의 모든 감정들이 이 전기에 의함이라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감탄과 함께 쉽게 이해되고 만다.

"아하! 우리 몸을 작동시키는 것은 전기였구나."
"…한 아가씨가 멋진 남자를 만나 삽시간에 사랑에 빠졌다. 수십 년이 지나 이제 늙고 허리 굽은 그녀는 손자들에 둘러 싸여 앉아 있다. 자식들 중 하나가 남편이 썼던 연애편지의 한 대목을 읽어주고 있다. 처음에 그 단어들은 그녀가 알지 못하는 먼 나라의 일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때, 나트륨 펌프와 신경전달물질들이 전기의 힘을 빌려 왕성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녀가 서서히 고개를 든다. 기억이 찾아 든 것이다"<284페이지>


1790년 알렉산드로 볼타가 전류를 인식하면서 전기의 역사는 시작된다. 엄밀히 말하면 전기의 발견 그 역사일 뿐이다. 130년 전부터 이미 모든 것들 속에서 존재하였던 무한한 그 무엇에 전기라고 명칭하고 구체적으로 우리들의 생활에 필요한 만큼 사용하기 시작한 그 역사의 시작인 것이다.

천둥번개가 사람 앞에 나타났다. 그 번쩍이는 섬광과 어마어마한 소리에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놀라면서 좀더 깊숙한 곳으로 숨어들었다. 어떤 물체와 스치는 순간 찌릿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금 이상하게 생각하다가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그런데 호기심 많은 어떤 한 사람이 궁금하기 이를 데 없어서 자꾸 궁금해 하고 다시 한번 들여다보고 은밀히 체험해보기를 되풀이 하면서 전기를 발견했다. 막연히 흐르다가 그 실체를 사람에게 드러낸 것이다.

전기의 발견에 또 다른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열정으로 전보와 전구, 전화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세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언가가 아쉽다. 아무튼 부족하고 미흡하다. 무언가가 더 필요하다. 그래서 또 관찰하고 실험하고 시도해본다. 비로소 전기가 전달되도록 밀어주는 어떤 힘의 존재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우리 주위의 모든 공간에 눈에 띄지 않게 날아다니는 파동이다. 지금도 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엄청나게 날아다니고 있는 파동, 이 파동 덕분에 텔레비전이 가능하고. 레이더의 실체가 가능하다. 이런 발전을 거듭하여 오늘도 우리는 휴대폰을 필요한 만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모니터 앞에서 수많은 사람들과의 교류가 가능한 것이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들이다.

한마디로 이 책은 전기에 관한 교양서다. 그러나 전기에 대한 상식적인 이야기들만이 아니다. 전보나 전구, 전화발명과 관계되는 이야기들도 흥미롭지만, 또 감동스러운 것은 과학자들의 이야기다.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내 스스로 발견의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과학의 어려움. 어떤 학자들보다 어려운 사람들이 실은 이 과학자들이었다. 먼 거리에서 특수한 천재성으로 복잡한 머리를 받들고 가는 그런 개념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책 속에서 법칙으로만 있던 과학자들을 다시 만났다. 모스부호로 유명한 모스를 조금은 불쾌한 마음으로 만날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익히 알고 있던 에디슨도 어린 시절에 자주 접했던 이야기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만날 수 있다. 가난하여 물리학자가 되었던 조지프 존 톰슨(1906, 노벨 물리학상)이나 마이클 페러데이를 감동스럽게 만날 수 있다.

전화를 발명한 벨(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이야기는 감동스럽다. 벨이 전화를 발명해내기까지는 어떤 소리도 듣지 못하는 어머니가 있었고 사랑스러운 제자 메이블이 있었다. 이들의 장애를 뛰어 넘은 사랑의 힘으로 발명된 것이 이 전화이다. 벨과 메이블의 장애를 넘어 선 사랑의 힘으로 오늘날의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져 있어도 얼마든지 그 속삭임이 가능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뒷부분에 <뒷이야기>를 덧붙이고 있는데, 솔직히 기분 좋은 보너스다. 참고했으면 좋을 이야기가 아니라 더 깊이 읽었으면 하는 내용들이다. 그 뒷이야기를 통하여 약간은 어려웠던 이야기를 보충하여 이해할 수 있다.

과학이란 나에게 있어 말하자면 편식이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모든 것에 과학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으로 관여하고 있음에도 막연히 멀리하게 되는 그런 것이었다. 그리하여 과학에 관한 이야기들은 학설과 복잡한 기호들의 조합과 공식으로만 있을 뿐이었다.

어떤 현상을 설명할 때 필요한 그 어떤 것들이었지 내가 지금 살아가는 생활과는 그다지 밀접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나마 알고 있던 과학자 몇 사람은 이름과 함께 남아 있을 뿐인 먼 세계의 사람일 뿐, 위대한 과학자의 사람들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하여 전기의 세계를 실감하였다. 영원히 먼 세계, 어려운 법칙의 세계에 머물고 말 사람들과 무언가가 트인 느낌이다. 단순히 에너지원으로만 인식하던 전기에 대하여 나에게서 떨어질 수 없는 그런 느낌을 가졌다. 보더니스가 흥미롭게 들려주는 전기의 세계를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막연히 분리되어 있던 것들이 내 삶 가까이에 있다는 그런 느낌이다.

보이는 만큼, 아는 만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은 누군가의 설명만으로 이해하고 말기에는 너무 아까운 그런 책이다. 읽으면서 직접 얻어야 할 것들을 많이 담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리뷰를 쓰면서 소개하는 그 책을 좋게 평가 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같이 읽어보길 권하는 마음으로 쓰고자 할 것이다. 물론 나도 그렇다. 이건 복이 많다면 많은 거지. 읽는 책마다 감동을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런데, 이 책은 단순한 감동을 넘어선 감동이다. 순수하게 나를 부추기는 그런 감동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기를 바라보는 것이다.

새삼스럽게 내 몸이 떠오른다 .나의 몸에 은밀히 숨어 들어있는 전기가 나의 신경세포에 관여하여 이렇게 속삭인다.

"좀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어. 그들도 나처럼 어려운 물리의 편식을 깨뜨렸으면 좋겠어. 우리는 오늘도 우리를 대신하여 수없이 고심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되풀이 한 과학자들 덕에 이렇게 편리한 삶을 살고 있잖아. 자 보라구. 그들의 고뇌가 우리들에게 안겨준 어마어마한 풍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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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2005-05-12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분들이 리뷰 올린 것들 읽어보았는데, 쓴 사람마다 참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님은 꼭 사서 읽고 싶게끔 쓰네요. 이렇게 좋은 책이군요. 님 때문에 이책도 보관함에 들어갑니다. 님이 쓰신 리뷰 읽다보면 모두 모두 사고 싶어져요. 잘 읽었어요. 역시 추천할게요!!

필터 2005-05-12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네르바님....이 책 처음에 달려들어 읽다가 아차 좀 멀어지던데요....그랬는데 뒷부분에 있는 4/1의 글에 다시 마음이 기울고....우리의 뇌와 관련된 부분이 참 좋더라구요....저도 님의 리뷰 마음 여유 가지고 읽어 볼....^^*
 
병아리에게도 배꼽이 있을까 자모사이언스 23
이자벨 아우어바흐 지음, 안냐 필러 그림, 고은주 옮김 / 자음과모음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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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서점 나들이를 갔다가 이 책을 사게 되었다.제목부터가 썩 마음을 잡아 끌었다.아이가 잠든 밤이나 학교에 간 후 모두 읽었다.그리고 어제 이곳에서 두권을 더 주문했다.조카들에게 어린이날 기념으로 선물하기 위해서다. 더이상 망설임이 없이 주문해버리고 말았다.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은 끊임없이 묻고 묻는다.엉뚱하기조차 한 아이들의 물음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이어지고 이어진다.미처 대답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당혹감은 아랑곳없이 다시 이어지는 물음. "왜?","왜요?"

제대로 된 부모가 되어야 하는 현명한 부모는 어떻게든 대답해 주어야만 한다. 그리하여 물음에 귀 기울여 보지만, 속 시원히 대답해주기란 결코 쉽지 않다. 또한 아이들의 무궁무진한 호기심은 어른들의 생각을 웃돌고 뛰어넘기 일쑤다. 먼저 지치는 것은 늘 어른들이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걸까?'

감탄할 정도로 아이들의 물음은 기발하기 이를 데 없다. 터무니없는 물음만도 아니다. 생활의 작은 것들부터 광활한 우주세계까지 눈에 보이고 생각한 것들에 대한 반짝이는 호기심들이다

어른들의 기준으로 보면 쓸데없는 물음마저도 아이들에게는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씨앗'이 되어 줄 것이다.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가 기특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물음에 답해 줄 'RJ리'가 부족하거나 설령 알고 있어도 좀더 구체적으로 대답해줄 수 없는 한계 때문에 우리가 먼저 지치고 마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은 아이들에게 궁금하기 짝이 없지만 대답하기 쉽지 않은 그런 이야기들이 주제다. 먼 이야기들이 아니라 우리 몸을 비롯하여 가까이에 늘 보이고 일어나기 쉬운 것들에 대한 기발한 물음과 재미있는 대답을 담고 있다. 아이들만이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궁금하기 이를 데 없는 그런 것들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는, 과학적인 원리를 사실대로 전하면서도 과학적으로 읽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몸에서부터 시작하는 생물학적인 원리부터 바다나 우주로 이어지는 광활한 세계에 대한 법칙들까지 아주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다.

병아리에게도 배꼽이 있을까? 이 제목 앞에 이미 수많은 병아리나 닭을 보았으며 얼마든지 먹고 살아 왔음에도 병아리에 배꼽이 있는지 없는지 가물가물했다. 이 기발한 질문 앞에 판매대에 있던 생닭의 모습들을 떠올렸다. 도마위에 있던 생닭의 배꼽 자리를 곰곰이 생각해보기도 하였다. 지난 여름에 먹었던 삼계탕도 생각이 났다. 그러나 생각을 거듭해도 막막할 뿐이었다.

'병아리에게도 배꼽이 있을까?' 이렇게 물어보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어른들이 얼마나 될까? 매일 보는 하늘이 파란 이유를 이미 우리들은 학교에서 학습하였음에도 아이들이 물으면 제대로 설명이나 해줄 수 있을까? 방귀는 어떻게 하여 뀌게 되는 건지, 파리는 왜 다리를 비벼대는지. 이 책은 이런 물음들을 담고 있다.

이 책은 크게 다섯 가지 주제를 다룬다. 첫째 하늘과 관련한 이야기부터 다섯째 우리 몸에 이르기까지 이 책이 담고 있는 서른 가지 질문들을 몇 개만 소개해 보면 이렇다.

"은하수에도 나무들이 자랄까, 병아리에게도 배꼽이 있을까, 돌고래는 왜 물위로 올라와서 숨을 쉴까, 동화는 누가 생각해 냈을까, 추우면 왜 이가 덜덜 떨릴까, 왜 우리 스스로는 간지럼을 못태울까, 사람들은 왜 방귀를 뀔까?, 치즈에는 왜 구멍이 있을까?, 하늘은 왜 파랗게 보일까, 은하수에도 나무들이 자랄까, 딱따구리는 왜 나무를 쫄까, 샴쌍둥이는 왜 태어날까."

한편 이 책은 아이들에게 한 가지 물음에 대하여 대답해 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다시 궁금해질 수 있는 것에 대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또 아이들 스스로 알고 있으면 생활의 위험에 놓이지 않을 수도 있는 지혜까지 일러준다.

물음과 관련하여 덧붙여 둔 간단한 실험을 통하여 아이는 비교적 쉽게 과학 원리를 체험하고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원리에 대한 실험이나 머리카락의 건강 지수를 알아보는 실험은 돋보인다.

혹시, "별걸 다 묻는다", "아이들은 그런 것 몰라도 돼", "그걸 말이라고 하니?""그런 걸 왜 묻는데?" 이런 대답에 더 알고 싶었던 호기심을 눌러버린 기억이 있진 않는가.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 역시 되풀이 하고 있는 그런 잘못은 아닌가.

이 책은 재미있다. 이 책을 아이들보다 먼저 읽어 보면서, 책을 놓지 못하고 반짝 반짝 빛나는 아이의 순진한 눈망울이 생각났다. 아이들의 반짝이는 호기심을 맘껏 충족해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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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2005-05-12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책... 궁금해지네요^^

필터 2005-05-13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아마 3권 샀지 싶어요....^^*....정말 기가막히게 써보고 싶었던 책인데....나의 졸필로 가려졋나 싶네요
 
- 지성자연사박물관 1
백남극 / 지성사 / 1999년 3월
평점 :
절판


'제일 싫어하는 동물이 무엇인가?'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뱀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유년시절 한때라도 시골서 자랐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살아가는 터라 동물원에서나 보았을 뿐인 사람들마저 이 뱀을 제일 싫어하는 동물이라 서슴없이 말하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일반인들에게 막연히 두렵고 공포스러우며 혐오스럽기도 한 뱀. 이런 뱀을 연구하여 제대로 된 뱀에 관한 책 한 권조차 없는 척박한 우리 현실에 디딤돌 같은 그런 사람이 있다. 우리나라 뱀 박사 1호인 백남극 박사다.

뱀 박사의 <뱀>을 소개하고 싶다. 남들이 외면하는 분야에 일생을 바친 소신이 일궈낸 그 가치 있는 것을 널리 알려 함께 하고 싶다.

뱀이란 제목만 가지고 혹자는 독자되기를 두려워하거나 꺼릴지도 모른다. 실제로 책 속의 100여점에 달하는 컬러사진 대부분이 이 뱀이다. 혹은 뱀과 관련된 사진들이 담겨 있다.(혹시라도 뱀을 좋아하는 사람이 원없이 볼 수 있을 만큼 뱀의 다양한 사진들이 담겨 있다.) 그런데, '이렇게 정성스러울 수가 있는가' 금방 감탄할 수밖에 없다. 한 학자의 소신에 고개 숙여 답례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런 책이다.

이 책을 쓴 백남극 박사는 여러 종류의 뱀을 실제로 사육하며 얻어낸 지식들과, 뱀사냥(?)을 통하여 얻어진 것들을 이 책안에 고스란히 담았다. 파충류에 관하여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연구, 그 업적의 결과물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동물원에 가서 뱀 앞에서 호기심으로 물어 보는 아이에게 우리가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는 어느 정도인가. 뱀에 대하여 무엇을 말해줄 수 있는가. 앞서 우리는 뱀에 대하여 무엇을 어느 정도 알고 있기에 막연히 두려워하고 말하기조차 꺼려야 하는가.

이 책 속에는 뱀에 관한 기본 지식과 함께 우리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는 잘못된 상식들을 수도 없이 지적해주고 있다. 요즘처럼 겨울잠에서 깨어난 뱀이 가장 많은 독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산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더없이 중요한 알아야 할 '꺼리'이다.

우리들이 독사와 비독사를 구별하는 방법으로 머리 모양을 말하는데 흔히 알려진 상식처럼 독사만이 머리가 삼각꼴은 아니라고 한다. 독이 없는 뱀도 비상시에 독사처럼 머리모양을 자유자재로 바꾸기도 한다고 하며, 머리가 둥근 것 중에도 치명적인 양의 독을 품고 있는 게 있고도 한다.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좋을 이야기들도 많다. 뱀은 일년에 두세 번 허물을 반드시 벗어야 한다는 것, 허물을 벗지 않으면 죽고 만다는 것, 뱀의 똥은 백묵처럼 쓰이기도 한다는 것, 뱀이 똬리를 트는 이유 등 아이들과 동물원에 가서 으스대고 들려줄 수 있는 뱀에 관한 이야기들이 아주 흥미롭다.

뱀과 관련한 신앙이나 전해오는 뱀과 관련한 설화 등 동화처럼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들도 소개하고 있으며, 뱀에 물렸을 경우의 응급처치법, 또한 앞으로 뱀 사육을 할 사람들을 위한 이런 저런 정보까지 담아내고 있다.

막연히 두렵고 혐오스러워 택했던 책인데, 시시때때로 들고 펼쳐봄은 이 책에 대한 그만한 가치랄까. 막연히 두렵다가 이 책을 통하여 낱낱이 알고 나니 뱀이란 막연히 두려운 존재만은 아니란 생각이다.

"1억 3천만년 전, 인간이 출현하기 훨씬 이전부터 지구상에 등장하여 현재까지 살고 있는 지구의 파수꾼, 뱀! 인간이 살아온 시간의 40배나 되는 오랜 세월을 지구의 주인으로 군림해왔던 파충류의 대표로서…" 이런 뱀이다. 이런 뱀의 실체를 낱낱이 해부하고 알려주고 있다. 뱀에 대한 백과사전이다.

우리나라에 서식하고 있는 14종의 뱀에 관하여 사진과 함께 그 특성을 낱낱이 설명해주고 있다. 또한 뱀에 물렸을 경우 응급처치법도 실질적인 환경을 바탕으로 들려준다. 들이나 산에 자주 가야만 하는 사람들이 막연히 두려운 뱀에 대하여 낱낱이 알 수 있는 그런 내용들이 많다.

막연히 두렵고, 혐오스러웠던 편견을 이 책으로 하여 누그러뜨렸다. 이제 뱀은 무조건 멀리해야하는 그런 존재만은 아니다 생태계 한몫을 담당하는 지구의 같은 생물체이다.

산이나 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소리도 없이 어느 순간 발밑을 공략하고 말지도 모를 뱀에 대한 공포를 없애줄 그런 책이다. 아이들에게는 특정 존재에 대한 편견을 키우지 않게 하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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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2005-05-12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뱀은 정말 무조건 싫은데요~ 님의 리뷰 읽어보니까 조금 보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뱀박사도 있군요. 산이나 들에 자주 다니는 사람에게는 필독서로 꼭 읽어보아야 될 책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근데, 리뷰를 어찌 이리 길게 쓰시나요?

필터 2005-05-13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좋은 책이랍니다.음...지성사에서 나온 시리즈인데 다른 책 박쥐 신청했습니다. 아마 내일쯤 오지 싶어요.오늘 올 줄 알았더니 안와서 서운....제 리뷰가 너무 길지요?...아고 글좀 줄여 보아야지 썼다하면 길어지니....

2005-05-13 0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