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하기보다 쉬운 글쓰기
전영주 지음 / 여름솔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얼마나 쉬우면 밥하는 것보다 쉬운가. 이 책의 독자 중 주부인 분들은 밥하기가 처음부터 쉽지 않았음을 잘 안다. 밥물 맞추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진밥도 됐다가 된밥도 됐다가 삼층밥이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지금은 척 보고도 밥물을 맞추는 경지에 이르렀을 것이다.

글쓰기도 이와 마찬가지다. 여러 가지 상황들이 주부작가가 되는 것을 쉽지 않게 하겠지만 글쓰기로 내 인생을 만들어 나감을 즐기며 연습한다면 곧 밥물 맞추는 것보다 글쓰기가 더 쉬움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줌마가 무얼 한다고, 아줌마가 주책이네, 아줌마 새삼스럽게 글은 무슨 글이야, 아줌마 글 써서 국 끓여 먹을 테야?, 아줌마 살림이나 잘하지…. 저희들 밖에 나가 기를 펴고 살라고 헌신한 이른바 아줌마에게 세상은 왜 다른 생물체 보듯 보고 마는가. 이런 조건에 처한 아줌마로 등단한 전영주 시인이 어떻게 글쓰기 공부를 하였으며, 숨을 골라 글로 다듬어 시인이 되었는지 그 체험담을 들려주며 글쓰기에 용기 있게 다가앉도록 한다.

세상 편견은 그렇다 치고, 내 스스로가 "아줌마인데 뭘~"로 안주하고 말아야만 하는가.

집안일을 하며 틀어 둔 라디오에서는 아이들 재롱에 그저 행복하고 남편의 흉마저도 애교스럽게 말하는 여자들의 수다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집안일로 한숨 돌리고 커피 마시며 인터넷의 이런 저런 곳을 향하여 마우스를 클릭한다. 좋은 글에, 좋은 음악에 마음 두어보다가 어느 순간 한없이 부유하는 나를 다시 느낀다. 공허하다. 과연 이렇게 무덤덤하게 살아야만 하는가. 아줌마, 아줌마 과연 집안에 묻혀서 우렁각시가 되어 살아야만 가치 있는 길일까?

그리하여 어느 날 나만의 노트 한권을 마련해본다. 또한, 인터넷의 어느 공간 하나를 열어 본다.그런데 막상 글을 쓰려니 너무나 막연하다. 여학생 때는 그래도 문학소녀였는데, 이제는 글 한 줄 쓰기가 어렵고 첫 글 첫 말문을 열기조차 두렵다.'무얼 써야 한다지?' "어떻게 쓰기 시작해야하나?'그래도 무언가 쓰고 싶다. 내마음속에 떠다니는 정체모를 부유물들을 가라앉혀야겠다. 하루하루 일 년 이년 이렇게 무작정 살수만 없지 않겠는가.

이 책은 무언가 마음속의 글을 쓰고자 하여도 막연히 불안하고 자신감역시 없는 우리 같은 주부들이 읽으면 좋을 그런 책이다. 하루하루 그다지 큰 의미 없이 살아지는 날들 속에서 그냥 써보는 글들이 일기 같은 혼자만의 글로 머물든, 시인처럼 글쟁이로 등단하든 마냥 서성이는 내 마음에 무엇이든 적어보고 싶은 그런 꿈틀 이는 것이었다.

작가 역시 어느 주부들처럼 주부라는 이름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다가 글쓰기 공부를 하며 이겨내었을 장애를 적나라하게 들려주어서 주부인 나에게 와 닿는 것들이 많다. 작가가 제시하는 글을 통하여 주변의 사물이 다시 보이고 새롭게 보인다. 그리하여 언젠가는 좋은 글로 날개 달고 날아오를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간 글쓰기에 관한 많은 책들을 읽어 왔는데, 이 책처럼 살갑고 다정한 책은 없었다. 막연하게 무언가 쓰고 싶다면 무조건 쓸 것을 권한다. 아무거나 우선 첫 글자로 말문 열기를 재촉한다. 제목조차 정할 수 없으면 쓰는 동안 자연히 떠오르는 생각을 제목으로 삼으라든지, 글의 구성을 어렵게만 생각하여 망설이는 것보다는 쇼윈도의 옷을 주제로 정하여 어떤 옷이 나에게 어울리는지, 옷과 관련하여 어떤 추억거리가 있었는지, 이런 식으로 달려들어 먼저 써 볼 것을 권한다.

수다를 활용하여 글로 승화 시키는 것, 이미 많이 알려진 동화를 다시 나의 시각에서 써보는 것,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 글로 승화시키는 것, 매일 보게 되는 기사에 대하여 나름의 시각을 글로 정리하여 본다든지, 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사람이나 사물의 인상부터 글로 적어 보는 것….이렇게 생활 속 무엇에나 글로 연결 시켜 볼 것을 권하고 있다. 그리하여 체험을 곁들이며 제시하고 있는 방식은 속속 와 닿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쉽게 제시하고 솔직하게 말해준다.

"사람은 좋은 글감중의 하나다. 강가의 돌멩이나 숲의 나무들이 비슷비슷한 모습이면서도 저마다 각기 다르듯이 사람도 역시 그렇다. 정말 신기하게도 사람은 모두다 그 모습이 다르다. 어지 모습만 다른가. 말투와 걸음걸이. 기호도 다르다…….험상궂게 생긴 사람이 놀랍도록 순박한 경우도 있고, 아주 신경질적으로 생긴 여자가 의외로 부드럽고 상냥한 경우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사람은 곧바로 글감이 될 수 있다."

주부로서 어느 날 정체성에 대하여 반문하고, 글쓰기를 시작하여 시인으로 등단한 이 여성작가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자기 체험의 솔직한 글들은 글쓰기에 관한 어떤 이론보다 더 쉽고 유혹적으로 생활 속속 에서 글감을 찾아 낼 수 있으며,살아가는 자체가 얼마든지 글로 아름답게 피어 날 수 있는 그 가능성과 자신감을 갖게 한다.

나아가 자신의 글을 활자화 시키는 것이나, 공중파를 통하여 자신감을 얻는 것, 인터넷 관련하여 글을 기고하고 작가가 될 수 있는 방법이나 사이트도 제시하고 있다.

오늘도 나는 글쓰기의 유혹에 유쾌하게 순응한다. 지금 마시고 있는 커피 한잔도 언젠가는 멋지게 글로 써보리라. 이렇게 어줍잖은 글일망정 바쳐 보는 열정에 대하여 기록도 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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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2005-05-12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이 리뷰는 지난번에 읽었어요. 후후~ 저도 당장 사서 읽고 싶어졌는데, 알라딘에는 품절이라고 나오더라구요. 동네 큰 서점에 전화했는데, 역시 재고가 없다고 하고요. 다행히 도서관에는 있네요.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고 싶어졌어요. 저도 님처럼 글쓰기의 유혹에 유쾌하게 순응되고 싶어지네요^^

필터 2005-05-12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을 헌책방서 샀습니다
글을 쓰고 싶다....쓸 수 있다...이 책만큼 절실하게
만드는 책도 없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