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 아프리카 마사이에 대한 황톳빛 푸른멍의 추억, 황학주 에세이
황학주 지음, 이상윤 사진 / 생각의나무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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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진이 돋보이는 에세이집이다. 사진 한장 한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무엇을 말하려는지 마음에 와 닿는 여운들이 깊다. 사진마다 시인의 감성이 돋보이는 몇 줄의 글과 함께 생명의 발원지, 인류의 발원지 그 아프리카에 간다. 그곳에서 마사이들의 악보 없는 노래 소리에 몸을 맡겨본다.

황토빛 길 위에 서있는 마사이족들, 소똥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넓은 초원에서 방목되고 있는 소떼들, 그들의 꽃 붉디붉은 부겐베리아, 아프리카 종족들 중에서 가장 멋쟁이라는 평을 받는 그녀들, 전설적인 용맹을 자랑하는 마사이 전사 모란, 서서 오줌 누는 여인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이 왜 붙었는지 추측할 수 있는 아카시아 나무가 서있는 초원.

아카시아 나무가 서 있는 이 초원의 일몰 속에서 시인은 문득 몸에 걸친 모든 것마저 훌훌 벗어버리고 나체가 되고 싶어졌다고 했다. 그리하여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으로 스스로 나체가 되어 실루엣으로 우리 앞에 섰다. 인간의 가장 순수한 영혼으로 만나고 싶어지는 곳이 바로 이 아프리카의 초원이었다.

아프리카를 인류의 발원지라고 학자들은 이미 공식화 했던가. 한때 서구인들이 문명을 자랑삼아 뻐기고 그 그릇된 오만으로 식민지경쟁을 벌였던 그곳, 그들이 유린한 것은 아프리카의 모든 것이었다. 그들은 인종이 다르다는 것만으로 짐승취급을 하여 노예매매로 배를 불렸다.

그런데 유독 마사이 족만은 노예로 두기를 꺼렸다. 그들은 강한 자존심으로 노예가 되는 순간 혀를 깨물어 자살함으로써 유린당하는 인권을 지켜냈던 것이다. 이런 마사이족들과 함께 생활하는 동안 시인 황학주는 그들의 생활전반은 물론 정신세계, 전통, 풍습까지 이 책을 통하여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마사이에 관한 그의 시선은 애정이다. 그들의 자의식을 대변하는 듯한 깊은 시선이다. 여행자가 되어 스쳐지나가며 그들을 바라보고 정보를 제공해주는 식과는 분명 다르다. 그는 마사이 마을에 3년 동안 머물면서 문명인과 비문명의 구분이 아니라 순수한 인류애의 시선으로 그들과 교감하였다. 아프리카에 머물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우연히 목격한 여성의 할례라고 한다. 잘못된 관습과 풍습에 여성을 유린당하는 그녀들에게 의식을 깨우쳐 주고 싶었던 것이다.

이렇다. 이 책에는 인종을 떠난 같은 인류로서의 애정이 가득하다. 그는 말한다. 생명의 가장 근원적인 여성과 자연을 보호함이 인류의 희망이며 살아갈 원동력이라고. 그래서 그가 이 책을 통하여 들려주는 이야기들 중에는 자연에 대한 통찰과 애정이 진지하다.

이 책을 통하여 소똥 속에서 생활하는 그들과 자주 만나게 된다. 마사이족의 모든 것은 소와 함께 한다. 소똥위에서 아이들은 철퍼덕거리며 놀고, 어른들은 소똥 집에 둘러싸인 소마당에서 부족의 모든 것을 상의하고 결정한다. 여자들은 소똥을 몸에 발라 몸을 가꾸며 소똥 집을 짓는다. 그녀들의 각자 소유다. 일부다처제의 부인으로 살아가는 그녀들은 어느 날 문득 들러 사랑을 쏟아주는 남편을 기다려 사랑도 소똥 집에서 나눈다. 우리들의 시각으로 보면 불결하기 짝이 없는 그들의 생활이지만, 우리들의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말 것을 시인은 우리에게 당부한다. 그들의 몫이고 그들 나름의 이유일 테니까.

사진들만을 본다. 기찻길이 마사이 마을을 통과하고 있다. 기찻길 역시 서구인들이 그들의 이익을 위하여 그어놓은 금이다.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마사이들은 땅에 금을 긋지 않습니다. 땅에 금을 긋는 일은 절교 혹은 싸움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철로는 두 줄기 금을 그으며 그 위로 기차를 떠나보냅니다. 기차는 마사이 마을 안으로 들어왔다가 마사이 마을 밖으로 나가며 마사이의 금기를 무화시키고 있습니다…그 때 마사이들이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아무 것도 지향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자기 조상의 집인 땅에 철도가 금을 긋고 지나가는 것을 자신들의 변질과 무질서 때문이라고 믿고 그 불행을 받아들였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본문 中에서-

우리 인류의 발생지 아프리카를 감회에 젖어 시인과 함께 초원을 누빈다. 그들의 풍습대로 버려진 시체를 만난다. 시체는 뭇 짐승들이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취하였다. 망자의 가족들은 항아리에 뼈를 담아갔다. 이제 망자의 뼈는 소똥 집 한 구석에서 남은 가족들을 지켜주는 수호신이 되었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얼룩말의 집단을 만났다. 얼룩말에 대하여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란 이렇다.

"저마다 다른 줄무늬를 가집니다…무리를 짓는 수 만 마리의 얼룩말속에서 아기 말은 이제 줄무늬 지문으로 어머니를 구별해야 합니다. 모든 얼룩말의 줄무늬가 다 다르다는 것은 얼마나 근사한 일인지요. 사람의 생김새나 성정이 다 다르듯이 그들의 줄무늬나 얼굴생김이 모두 다르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데도, 그 '다름'을 놀랍게 여긴 내가 이상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을 제외하고는 다른 동물과 식물 종들을 개체로서의 개성이 아니라 종단위의 집단으로서만 고정시켜온 내 관념의 폭력이지요. 하여, 아기가 태어나면 한나절 동안 다른 말의 줄무늬를 보지 못하도록 어미는 뒤뚱뒤뚱 움직이는 갓난 것에 바짝 따라붙어 아기의 시야를 제 몸으로 가려줍니다. -본문 中에서-

이 책은 이렇다. 사진 한장 한장이 주는 의미도 깊거니와, 그 아래 짧은 몇 줄의 글이 사진의 뜻을 더한다. 긴 글이 읽혀지지 않을 때면 사진들만 넘겨보며 자존심 강하고 아름다운 종족 마사이를 만난다. 그들과 함께 그들의 초원을 함께 누벼본다. 인류의 발원지에 감회에 젖어 서본다.

이 책의 뒷부분에 두고두고 잊지 못할 사진이 있다. 사진은 이렇다. 제법 넓은 도로에 무뚝뚝하게 큰 돌들을 마구 던져두었다. 더이상 말이 필요 없다. 도로를 포장하였으니 사람들이여 출입금지다. 이들의 문화는 이렇다.

이 책은 2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에서는 마사이족의 모든 것이랄 수 있는 소똥과 관련한 이야기들이 있고. 2부에서는 마시이족의 풍습들이 좀 더 자세히 소개되고 있다. 굳이 1부니 2부 나눔이 필요 없다는 생각이다. 책 속에서 볼 수 있는 마사이족들과 관련한 사진들은 강하다. 검은 피부 속에서 그들 내면 깊숙이 피어내는 꽃만큼 인상 깊고 쉽게 잊지 못할 그런 사진들이다.

시인이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느낀 교감과 다른 사람들의 객관적인 견해나 시각이 궁금하여 잠시 인터넷 검색을 하였다. 마사이족에 관한 자료들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도 단편적인 것에 불과하다. 이들의 워킹법이 가장 진보된 발걸음이라는 말로 다이어트 관련한 웹 문서들이 더 많이 보인다(참고로 마시이 족의 워킹법은 이미 과학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걸음이라는 평가가 나왔음).

우리들에게 그동안 아프리카는 아주 불결하거나, 초원이 끝없이 펼쳐진 야생의 이상적인 곳이었다. 또 유럽인들이 인권을 유린하고 식민지화 하면서 그들 입장으로만 퍼뜨린 오해의 이야기들로 더 많이 알려진 곳이다. 시간이 정지된 듯한 곳, 문명이라고는 어울리지 않는 곳, 그들의 수난사, 에이즈같은 질병이 제일 많은 곳, 일반국가들의 구호 손길에 감지덕지 하는 그들, 아직도 미개한 땅 대략 이랬다.

그간 아프리카는 이런 단편적인 모습과 함께 잠시 만나는 땅에 불과하였다. 이 책을 통하여 아프리카와 좀더 가까워지고 그들과의 거리가 좁혀짐을 또한 느꼈다. 다른 세계와의 거리를 좁혀 주었으며 좀더 관심 있는 시선을 두게 하는 책, 그리하여 기회가 주어지면 따뜻한 가슴을 함께 나누고 싶게 하는 좋은 책 한권이 더없이 좋다. 마음에 자주 새겨지는 여운에 책장을 더 넘기지 못하기도 하였다. 마음 아려오는 이야기에 책장 넘기기를 다시 멈추기도 하며 사진에만 눈을 둔 적도 있다. 두고 두고 잊지 못할 감동의 책읽기였다. 이제 타 매체에서 아프리카에 대해 말하면 좀더 관심 두고 볼 생각이다.

아프리카는 별개의 땅이 아니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별개의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와 같은 지구에서 공전과 자전을 동시에 함께 하며 호흡하는 같은 생명들이다.
2005-06-01 오전 10:5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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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6-02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장, 구미가 땡기는 책이군요...
좋은 책 소개 고맙습니다.

2005-06-03 0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6-03 0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6-07 0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니
김용규.김성규 지음 / 지안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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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로 보면 침팬지와 인간은 침팬지와 오랑우탄보다 더 가깝다.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는 98.4퍼센트가 똑같고, 1.6퍼센트만 다르다. 침팬지와 오랑우탄의 차이인 3.6퍼센트보다 훨씬 더 작은 것이다. <책 속에서>

500~700만 년 전에 인간의 조상과 침팬지의 조상은 아프리카의 열대우림에서 각각 다른 길을 선택했다. 좀 더 넓고 눈부신 길을 택했던 인간과 열대우림에서 머물렀던 침팬지는 무수한 세월의 진화에도 불구하고 유전학적으로 가장 유사하다고 한다. 소설 <다니>는 인간의 본성에 잠재해 있는 폭력의 실체와 뿌리를, 유전학적으로 인간과 가장 유사한 침팬지를 통하여 찾아보는 김용규, 김성규 형제의 지식소설이다.

지식소설이라니? 소설에 대하여 전문적인 공부를 한 적 없어서 약간은 딱딱하고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이 책을 펼쳐 읽었다. 그러나 감동스럽게 전개되는 소설의 줄거리에 더해지는 지식의 파노라마에 손에서 놓지 못하고 틈을 노려 정신없이 읽었다.

소설로 보면 지극히 감동스런 한편의 소설이요, 지식 쪽에서 보면 참고 삼아 지식 확장에 큰 몫을 할 생물학적인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독특한 소재의 이 소설은 또한 인류학과 철학적인 면도 강하다. 소설이라는 씨줄과 지식이라는 날줄이 정교하게 직조되어 한편의 감동으로 남는다.

소설 이론은 물론 생물 생태학이나 인류학이란 개념조차 딱 부러지게 설명할 수 없는, 다만 순수 독자인 나에게 '지식소설이란 이런 것이구나!'를 제대로 알려주는 뜻있는 만남이 되었다.

호기심만으로 펼쳐 들었다가 사바나에서 펼쳐지는 지극히 인간적인 제니퍼 모건과 지극히 야생적인 침팬지 다니의 순수한 본성의 교감에 한편의 감동스런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책에서 마음을 거둘 수 없었다. 이 책의 독특한 소재와 풍부한 지식에 누군가든 나처럼 쉽게 빠져들고 말 것이다. 또한, 이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편승하여 함께 사바나에서 뒹굴며 침팬지의 세계를 통하여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함께 생각하기를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

"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이 소설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제노사이드(동종 간 무차별 학살, 집단살해)의 한 모습인 중국의 문화혁명으로 부모를 잃은 제니퍼 모건, 그녀는 동물행동학을 전공했다. 제니퍼 모건은 야생에서 침팬지들에게 수화를 가르치는 프로젝트를 맡아 탄자니아로 떠난다.

빅토리아호로 이어지는 사바나 나망가 계곡에는 두 집단의 침팬지가 살고 있다. 그녀는 튀들덤과 튀들디라는 이름을 각각의 집단에게 붙여준다. 튀들디 집단과 친해지는 제니퍼 모건에게 다니는 특별하다. 12살 암컷 침팬지 다니는 갓 태어난 새끼를 잃은 슬픔 속에 빠져 있었다. 제니퍼도 다니도 서로의 상처 때문인지 무수한 진화의 세월을 뛰어넘은 교감을 한다.소설 곳곳에서 보이는 이들의 교감은 인간과 침팬지의 구별조차 잊을 만큼 감동스럽다.

나망가 계곡의 땅주인 웨슬리경은 무분별한 벌목을 한다. 표면적으로는 합법적인 개발이지만 그 이면에는 돈벌이에 대한 욕심뿐이다. 오만스런 인간의 무리한 벌목으로 터전을 잃어 가는 침팬지들 사이에 제노사이드가 시작된다. 뿐만 아니라 웨슬리경을 비롯한 막강한 힘을 가진 집단에 의해 그들에게 반대하는 힘없는 사람들이 제노사이드 된다. 제니퍼도, 요하네스도..... 힘 있는 자의 무차별 제노사이드에 가담하여 이용 당하는 것도 힘없는 다른 무리들이다. 튀들덤 집단에게 제노사이드 된 튀들디 집단의 살아남은 암컷들은 인간의 전쟁역사처럼 승리한 자들의 성의 노예로 전락하고 만다. 다니도.

줄거리는 이렇게 몇 줄로 요약하고 말 수 있지만 이 책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결코 쉽지만은 않다. 인간 사회 곳곳에서 끊임없이 자행되며 뻔뻔하게 정당화되는 폭력에 대한 경고라고 할 수 있다. 강대국의 약소국에 대한 끊임없는 폭력에 대한 강한 펀치를 생각할 수도 있다. 개발이라는 문명적인 언어로 무차별적인 자연훼손을 하는 인간에게 울리는 경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갈수록 이기적으로 변해가면서 나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문명사회에 대한 비판이라면 너무 억지일까.

아니, 멀리 갈 것도 없다. 빨리, 고속으로, 눈부시게 성장하고 싶다는 그릇된 욕심만으로 무분별한 개발 계획에 의해 산천을 파헤치고 갯벌을 막으면서 우리들이 유린한 우리 생태계-그 안에 깃든 생명들끼리 살기 위하여 얼마나 몸부림치고 서로를 뜯어 먹었을까.

"지식을 소설로 읽는다. 소설을 지식으로 읽는다." 소설로 읽어도 감동스럽고 지식으로 읽어도 흥미롭다. 감동스런 줄거리와 함께 끊임없는 질문과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지식에 밑줄을 긋고 그으며 읽을 수 있다. 그렇다. 이 책은 인간의 따뜻한 감성을 가지고 가슴으로 읽어야 하며, 아울러 밑줄 그어 가며 머리로 읽어야 하는 지식소설인 것이다.

"만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제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나는 이들과 운명을 같이해야 한다! 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운명을 같이한다는 뜻이다!’<책 속에서>"

인간의 끊임없는 폭력에 대한 그 해답을 이렇게 제시해 준다. 결국 하나라는 것. 인간과 인간도, 인간과 만물도 결국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서 나 혼자만의 이익으로 다른 존재에게 행하는 여러 형태의 폭력은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돌아온다는 것. 부메랑처럼 반드시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

덧붙이면, 이 책은 생물학적인 특별한 지식을 원하지 않고 다만 소설로만 생각하여 읽어도 썩 흥미롭다. 청소년이나 일반인까지 두루 읽을 수 있는 내용이고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이야깃거리도 풍부하다.

이 책을 읽으려면 가급 연필 한 자루 쥐어라. 지식소설이라고 자신 있게 표방한 글답게 곳곳에서 나오는 귀중한 지식들은 그냥 읽고 이해하고 말기에는 너무 아깝다. 풍성한 지식들을 눈으로만 읽지 말고 서슴없이 밑줄을 그어라. 제인 구달의 이름에도 다이안 포시란 이름에도 밑줄을 그었다가 다시 의문을 가지고 또 다른 지식의 확장을 시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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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03 0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양버들 2005-10-21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와 같은 감동과 경험을 하셨군요. 연필 찾아 적은 것도 그렇고......,
님의 서재에 찾아와 보니 낯설지 않아요. 누구실까 찾아봐야 겠어요.^^
 
박쥐 - 지성자연사박물관 3
손성원 글, 최병진 사진 / 지성사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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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취미도 참 특이하네요. 그 징그러운 걸 좋아하다니. 에그 생각만 해도 징그러워. 말만 들어도 소름 끼치잖아요. 흡혈귀가 생각납니다. 드라큘라 백작도 생각나고요. 쥐면서 날아다니는 것은 무언가 꺼림칙해요. 음침한 동굴 속에서 밤에만 활동하는 동물이어서 음흉하게 생각됩니다…. 뱀처럼 무조건 싫은 그런 동물이죠."

<박쥐>라는 책을 전시용으로 들고 시내버스에 탔더니 많은 사람들이 그다지 맑지 않은 시선으로 쳐다보고 다시 쳐다보았다.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고 박쥐에 대한 생각들을 물었더니, 대답은 대부분 이랬다.

나 역시, 박쥐는 아는 것 없이 막연히 꺼려지는 그런 동물일 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아는 정도 몇 가지만 알고 있으면서 무조건 꺼려졌다. 그래도 일단은 알아보자 싶었다. 서점에서 책을 펼쳐 읽어 나가는 동안 그간 막연했던 나의 편견이 부끄러웠다. 책에는 박쥐에 대한 생생한 것들로 가득했다. 박쥐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과 신기한 사진들은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였다.

"박쥐에 대한 우리의 오해와 편견 그것들은 타당한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꺼렸고 두려워했음이 부끄러웠다. 이 책을 통하여 박쥐에 대한 많은 사실을 알았으며, 터무니없는 오해와 편견을 완전히 깨뜨렸다. 그리고 박쥐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게 되었다.

알고 보면 박쥐는 우리 인간에게 유익한 동물이다. 박쥐라는 단어와 함께 흔히 떠올리는, 동물의 피를 빨아 먹고 사는 흡혈적인 동물이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1000여종의 박쥐가 있는데 3종만이 동물의 피를 빨아먹는다. 대부분의 박쥐들은 곤충을 먹이로 하며, 우리 나라에 서식하고 있는 24종의 박쥐는 모두 곤충을 먹이로 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꿀이나 과일을 먹는 박쥐도 있으며, 이 박쥐를 매개로 하는 박쥐나무도 있다는 것이다. 꿀을 먹고 있는데 동료가 나타나면 사이좋게 나눠 먹는다고도 하는데, 애완용으로 키울 경우 먹이를 주는 사람에게 애정을 보이기도 한다고.

박쥐 한 마리가 여름날 하룻밤에 잡아먹는 모기는 3000~6000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대단하다. 이 정도면 박쥐를 우리 곁에서 쫒아낼 것이 아니라 좀 더 가까이에 끌어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박쥐를 공원이나 인가 가까이 끌어 들이고자 유럽에서는 박쥐 집 달아주기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나라에서는 박쥐를 보호하는 정책도 활발하다고.

뿐만인가. 박쥐의 똥은 아주 우수한 거름이어서 비싼 값에 팔린단다. 그리고 박쥐의 초음파를 이용하여 맹인용 안경을 만들어 유익하게 쓸 수도 있다. 이런 사실들 외에 박쥐에 대한 많은 정보들이 이 책 한 권에 가득하다.

자, 이래도 박쥐를 무조건 꺼릴 것인가? 사실 우리가 뱀이나 박쥐를 막연히 꺼리고 두려워하는 것은 서양 문물에 지나치게 물들었기 때문이다. 동양에서 박쥐는 다산과 복을 상징하는 존재로서 문갑 같은 가구에 많이 새겼다고 한다.

또한 옷 등에 수놓아졌으며, 박쥐 문양의 장신구도 많이 발달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서양에서는 박쥐를 드라큘라 같은 존재로 이미지화 시켜버렸다. 이런 서양의 문물에 영향 받고, 꺼리게 되면서 우리에게 지극히 유익한 존재임에도 푸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나라의 많은 박쥐들은 거의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한다. 박쥐들의 주요 서식처인 동굴의 사람만을 생각하는 무분별한 개발과, 신경통에 좋다는 터무니없는 소문에, 혹은 한약재로 쓰이면서,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한다.

또한 체계적인 자료도 부족하다고 한다. 아울러 박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도 미흡하다고 한다. 책을 읽는 동안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의 한숨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박쥐의 생태와 몸의 구조를, 2부는 토종박쥐 24종의 특징과 현황, 마지막 3부는 인간생활과 박쥐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젓먹이류 날짐승인 박쥐에 대한 모든 것을 생물학자의 노력으로 쉽고 흥미롭게 담아냈다.

날개의 구조 비교 분석, 나방과의 초음파 추격전, 겨울잠 기간 동안 정지되는 임신이나 몸에 맺히는 이슬, 거꾸로 매달려 새끼를 낳는 독특한 출산법, 애완용으로서 박쥐 양육, 전쟁용 박쥐폭탄, 박쥐나무와의 공생관계 등, 쉽게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다.

쪽지 상식도 이 책의 또 다른 즐거움이며, 제일 뒷부분에는 유럽에서 시작되어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박쥐보호운동이나 박쥐 집 만들기에 대한 설명도 실었다.

사실 이 책의 가치를 이 정도로는 다 소개하지 못한다. 이 책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읽혀졌으면 하는 그런 바람으로 조금 적어 볼 뿐이다.

이 책이 가치 있는 이유 중 또 하나는, 생생한 사진들과 관련 삽화들이다. 어떤 동물보다 박쥐를 관찰한다거나 사진을 찍기가 위험하고 힘들다고 한다.

옛날에는 나무나 인가의 지붕에 살기도 했었지만, 지금 대부분의 박쥐들은 사람이 출입하기 힘든 동굴의 좁은 틈에 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은 박쥐에 대한 모든 정보는 물론 생생한 사진을 곁들이고 있다.

남들이 외면하는 분야에 25년이라는 긴 세월을 소신으로 일관한 저자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선택하여 박쥐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보호하는 일에 앞장 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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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 힘들어 - 아내 이야기
박경남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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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도 이제는 중순이다. 이런 저런 기념일은 챙기지만 가정의 중심인 부부를 위한 헤아림은 정작 뒷전에서 서성이는 것 같다. 아내나 남편, 서로에게 속 시원히 털어놓지 못하는 가슴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어려움을 헤아리고 배려해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부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다.

<여보, 나 힘들어>는 박경남, 김종오 부부가 썼다. 아내 이야기와 남편이야기가 부부처럼 한 몫으로 나왔다. 아내나 남편에게 쉽게 일어 날 수 있는 이야기 15꼭지씩을 담고 있는데, 쉬우면서도 흔한 이야기들이지만 우리들의 자화상 같은 이야기들이다.

그만큼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글들이다. 드라마를 통하여 한번쯤 만나졌던 부부들, 혹은 우리 부부에게도 있었던 지난날의 갈등이나 아픔, 이웃 부부 이야기일수도 있는 이야기 등을 통하여 아내의 속내를, 혹은 남편의 고충을 들여다보고 헤아려본다.

작가는, 40대 부부를 주 독자층으로 썼다고 한다. 왜 꼭 40대를 주 독자층으로 썼을까. 우리나라의 40대는 시대적 흐름이 특별하다고 한다. 또한 20~30대에게 밀린 듯하지만, 삶의 현장 곳곳에서 핵심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럴까? 40대 가장의 외로운 고백이나, 386, 486 펜티엄, 혹은 사십대 들여다보기는 책을 모두 읽고서도 특별한 여운이 남는다.

대체적으로 사십대의 부부가 가장 위태롭다고 한다. 결혼초의 사랑은 이미 정이나 의무로만 남은 듯하고, 대부분 결혼 10년차 이상을 살며 권태기에 접어드는 부부가 40대의 부부들이다. 또한 40이라는 나이는 결코 쉽게 넘어가지는 나이는 아닌듯하다. 40을 불혹이라 부르고, 어떤 시인은 ‘부록’이라 부르듯 40대는 특별하다. 또한, 우리나라 40대 가장들의 유례없는 높은 사망은 얼마나 어이없는 수치인가 말이다.

<아내이야기-남편이 아내에게 선물하는, 아내들을 위한 에세이집 >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결혼을 꿈꾸었던 시기와 신혼이었을 때는 사랑으로 사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가 많았다. 그러나 결혼 생활을 통해 행복했던 꿈이 깨지고 적나라한 현실을 보면서 그 누구도 사랑이라고만 말하지 않을 것이다. 사랑의 완성으로, 지친 삶의 탈출구로 생각해 왔던 결혼은 세월이 흘러 더 이상 꿈꾸지 못하게 됐다. 내 안에 내가 있기보다 어머니, 아내, 며느리, 딸 그리고 주부 등으로 채워져 자신의 존재에 대한 선명함조차 잊어버리고 살아간다.

가족에게는 늘 열려 있지만 자신에게는 닫혀 있는 것이 주부들의 현주소다. 가족을 위해서는 강한 어머니이고 아내지만 자신에게는 초라하고 힘없는 여성이다. 그들에게 있어 자유는 어떤 의미로든 익숙지 않은 것 같다. 때때로 사회에서도 방종으로 취급해버리기 때문이다. 남편의 외도는 한 번쯤 거쳐 가는 의례적인 일로 이해하지만, 아내가 외도하면 마치 방탕한 여자로 취급해 버리는 것이 우리 사회와 현실이다.<책 속에서>

다른 아내들의 고충을 엿볼 수 있으며 아내로서 나를 돌아 볼 수도 있다. 시부모 병 수발로 지쳐가는 아내를 만날 수도 있다, 외도하는 남편을 둔 아내의 눈물도 볼 수 있다. 흔히 이웃에서 만나지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꼭 나에게 처해진 상황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우리 부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도 있고 아내의 속내를 들여다 볼 수도 있다.

여자에게 사십대는 무엇일까. 한발자국씩 갱년기를 향해 가는 사십대의 아내. 어떤 모습이고, 어떤 의미 일까. 어떻게 걸어가고 세상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우울증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나이 사십대. "사십대 들여다보기"를 통한 독백에도 주목해보자.


<이렇게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

다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산문집인데. 콩트를 읽는 느낌으로 읽어도 좋겠다. 커피 한잔과 함께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그런 기분으로 읽어도 좋겠다. 그러나 아주 가벼운 이야기들은 아니다. 부부가 생활하면서 필요성을 한번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고, 이미 진즉에 한 번 더 생각하였다면 서로에게 아픔 주지 않았을지 모르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40대를 주 독자층으로 하였다지만, 어떤 부부에게나 해당하는 그런 글들이다. 부부간에 문제 풀기가 가장 어렵다는데, 이 책안에는 그 정답이 어느 정도 들어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아내이야기-남편이 아내에게 선물하는 책>, <남편이야기-아내가 남편에게 선물하는 책>이라는 부제가 붙었지만, 남편에게 선물하기 전에 먼저 읽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남편이야기에는 우리 이웃의 남편들 이야기가 실려 있다. 환경이나 처해진 상황은 다르지만 어떻게 보면 내 남편 이야기이고,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마찬 가지로, 남편이라면 집안 살림과 아이들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리고 사는 아내에게 삶을 돌아보고 위안 받을 수 있는 책 한권 배려해 보는 건 어떨까. 서로를 헤아려주고 배려해준다는 것은 부부간에 가장 사소한듯하지만 소중한 사랑의 실천, 그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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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 힘들어 - 남편 이야기
박경남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가정의 달도 이제는 중순이다. 이런 저런 기념일은 챙기지만 가정의 중심인 부부를 위한 헤아림은 정작 뒷전에서 서성이는 것 같다. 아내나 남편, 서로에게 속 시원히 털어놓지 못하는 가슴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어려움을 헤아리고 배려해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부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다.

<여보, 나 힘들어>는 박경남, 김종오 부부가 썼다. 아내 이야기와 남편이야기가 부부처럼 한 몫으로 나왔다. 아내나 남편에게 쉽게 일어 날 수 있는 이야기 15꼭지씩을 담고 있는데, 쉬우면서도 흔한 이야기들이지만 우리들의 자화상 같은 이야기들이다.

그만큼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글들이다. 드라마를 통하여 한번쯤 만나졌던 부부들, 혹은 우리 부부에게도 있었던 지난날의 갈등이나 아픔, 이웃 부부 이야기일수도 있는 이야기 등을 통하여 아내의 속내를, 혹은 남편의 고충을 들여다보고 헤아려본다.

작가는, 40대 부부를 주 독자층으로 썼다고 한다. 왜 꼭 40대를 주 독자층으로 썼을까. 우리나라의 40대는 시대적 흐름이 특별하다고 한다. 또한 20~30대에게 밀린 듯하지만, 삶의 현장 곳곳에서 핵심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럴까? 40대 가장의 외로운 고백이나, 386, 486 펜티엄, 혹은 사십대 들여다보기는 책을 모두 읽고서도 특별한 여운이 남는다.

대체적으로 사십대의 부부가 가장 위태롭다고 한다. 결혼초의 사랑은 이미 정이나 의무로만 남은 듯하고, 대부분 결혼 10년차 이상을 살며 권태기에 접어드는 부부가 40대의 부부들이다. 또한 40이라는 나이는 결코 쉽게 넘어가지는 나이는 아닌듯하다. 40을 불혹이라 부르고, 어떤 시인은 ‘부록’이라 부르듯 40대는 특별하다. 또한, 우리나라 40대 가장들의 유례없는 높은 사망은 얼마나 어이없는 수치인가 말이다.

남편이야기-아내가 남편에게 선물하는, 남편들을 위한 에세이집

어느 40대 가장의 고백이 마음 아프다. 이 땅의 주역인 386세대에 관한 이야기도 쓸쓸하게 마음을 끈다. 또한 흡연을 하는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의 시각이나 견해, 사회에서 잘 나간다는 아내를 둔 남편의 자기성찰, 직장 나가는 아내 대신 집안 살림을 즐겁게 자처해버린 남편을 만날 수 있다.인생 역전을 꿈꾸는 남편이나, 어린 아내를 둔 남편도 만나서 그 속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사십대. 변화의 길목에 서 있는 그들은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폐기처분되는 낮은 사양의 컴퓨터가 될 수도 있고, 앞으로 등장할 고도의 버전을 가진 컴퓨터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펜티엄으로 머물 수도 있다.

현재 이 사회에서 사십대는 참으로 복잡한 세대라고 할 수 있다. 하나로 정의 내릴 수 없는 다양한 키워드를 가진 사십대. 많은 사람들이 사십대를 말하는 만큼 그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열린 보수와 비판적 진보가 공존하는 세대이고, 반공 이데올로기에 충실한 교육을 받고 자랐지만 반면에 마르크스와 레닌에도 탐닉했던 세대이기도 한 것이다.

… 그러나 사십대는 자기들의 발전을 멈추지 않는 저력을 가진 세대이기도 하다. 컴맹극복을 위한 사투 끝에 사이버 공간에 자신들의 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줌마 클럽이나 다양한 사십대의 모임을 통해 인터넷 문화를 좌지우지 하는 모임으로 부상하기도 했다.<책 속에서>

제일 마지막 이야기 <나 가거든, 들꽃 한 묶음을>은 유서 미리 써보기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글이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늘 앞만 향하여 정신없이 달려가던 삶을 잠시 멈추고 한번쯤 돌아보는 시간은 어떨까. 4년 전 도예가 김종희씨의 유언은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었다. 소설가 황석영, 가수 김창완, 영화감독 박철수 등 몇 사람들이 깊은 자기성찰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자못 뜻 깊다.

<이렇게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다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산문집인데. 콩트를 읽는 느낌으로 읽어도 좋겠다. 커피 한잔과 함께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그런 기분으로 읽어도 좋겠다. 그러나 아주 가벼운 이야기들은 아니다. 부부가 생활하면서 필요성을 한번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고, 이미 진즉에 한 번 더 생각하였다면 서로에게 아픔 주지 않았을지 모르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40대를 주 독자층으로 하였다지만, 어떤부부에게나 해당하는 그런 글들이다. 부부간에 문제 풀기가 가장 어렵다는데, 이 책안에는 그 정답이 어느 정도 들어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아내이야기-남편이 아내에게 선물하는 책>, <남편이야기-아내가 남편에게 선물하는 책>이라는 부제가 붙었지만, 남편에게 선물하기 전에 먼저 읽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남편이야기에는 우리 이웃의 남편들 이야기가 실려 있다. 환경이나 처해진 상황은 다르지만 어떻게 보면 내 남편 이야기이고,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마찬 가지로, 남편이라면 집안 살림과 아이들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리고 사는 아내에게 삶을 돌아보고 위안 받을 수 있는 책 한권 배려해 보는 건 어떨까. 서로를 헤아려주고 배려해준다는 것은 부부간에 가장 사소한듯하지만 소중한 사랑의 실천, 그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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