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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 지성자연사박물관 3
손성원 글, 최병진 사진 / 지성사 / 2001년 1월
평점 :
"박쥐? 취미도 참 특이하네요. 그 징그러운 걸 좋아하다니. 에그 생각만 해도 징그러워. 말만 들어도 소름 끼치잖아요. 흡혈귀가 생각납니다. 드라큘라 백작도 생각나고요. 쥐면서 날아다니는 것은 무언가 꺼림칙해요. 음침한 동굴 속에서 밤에만 활동하는 동물이어서 음흉하게 생각됩니다…. 뱀처럼 무조건 싫은 그런 동물이죠."
<박쥐>라는 책을 전시용으로 들고 시내버스에 탔더니 많은 사람들이 그다지 맑지 않은 시선으로 쳐다보고 다시 쳐다보았다.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고 박쥐에 대한 생각들을 물었더니, 대답은 대부분 이랬다.
나 역시, 박쥐는 아는 것 없이 막연히 꺼려지는 그런 동물일 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아는 정도 몇 가지만 알고 있으면서 무조건 꺼려졌다. 그래도 일단은 알아보자 싶었다. 서점에서 책을 펼쳐 읽어 나가는 동안 그간 막연했던 나의 편견이 부끄러웠다. 책에는 박쥐에 대한 생생한 것들로 가득했다. 박쥐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과 신기한 사진들은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였다.
"박쥐에 대한 우리의 오해와 편견 그것들은 타당한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꺼렸고 두려워했음이 부끄러웠다. 이 책을 통하여 박쥐에 대한 많은 사실을 알았으며, 터무니없는 오해와 편견을 완전히 깨뜨렸다. 그리고 박쥐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게 되었다.
알고 보면 박쥐는 우리 인간에게 유익한 동물이다. 박쥐라는 단어와 함께 흔히 떠올리는, 동물의 피를 빨아 먹고 사는 흡혈적인 동물이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1000여종의 박쥐가 있는데 3종만이 동물의 피를 빨아먹는다. 대부분의 박쥐들은 곤충을 먹이로 하며, 우리 나라에 서식하고 있는 24종의 박쥐는 모두 곤충을 먹이로 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꿀이나 과일을 먹는 박쥐도 있으며, 이 박쥐를 매개로 하는 박쥐나무도 있다는 것이다. 꿀을 먹고 있는데 동료가 나타나면 사이좋게 나눠 먹는다고도 하는데, 애완용으로 키울 경우 먹이를 주는 사람에게 애정을 보이기도 한다고.
박쥐 한 마리가 여름날 하룻밤에 잡아먹는 모기는 3000~6000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대단하다. 이 정도면 박쥐를 우리 곁에서 쫒아낼 것이 아니라 좀 더 가까이에 끌어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박쥐를 공원이나 인가 가까이 끌어 들이고자 유럽에서는 박쥐 집 달아주기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나라에서는 박쥐를 보호하는 정책도 활발하다고.
뿐만인가. 박쥐의 똥은 아주 우수한 거름이어서 비싼 값에 팔린단다. 그리고 박쥐의 초음파를 이용하여 맹인용 안경을 만들어 유익하게 쓸 수도 있다. 이런 사실들 외에 박쥐에 대한 많은 정보들이 이 책 한 권에 가득하다.
자, 이래도 박쥐를 무조건 꺼릴 것인가? 사실 우리가 뱀이나 박쥐를 막연히 꺼리고 두려워하는 것은 서양 문물에 지나치게 물들었기 때문이다. 동양에서 박쥐는 다산과 복을 상징하는 존재로서 문갑 같은 가구에 많이 새겼다고 한다.
또한 옷 등에 수놓아졌으며, 박쥐 문양의 장신구도 많이 발달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서양에서는 박쥐를 드라큘라 같은 존재로 이미지화 시켜버렸다. 이런 서양의 문물에 영향 받고, 꺼리게 되면서 우리에게 지극히 유익한 존재임에도 푸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나라의 많은 박쥐들은 거의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한다. 박쥐들의 주요 서식처인 동굴의 사람만을 생각하는 무분별한 개발과, 신경통에 좋다는 터무니없는 소문에, 혹은 한약재로 쓰이면서,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한다.
또한 체계적인 자료도 부족하다고 한다. 아울러 박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도 미흡하다고 한다. 책을 읽는 동안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의 한숨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박쥐의 생태와 몸의 구조를, 2부는 토종박쥐 24종의 특징과 현황, 마지막 3부는 인간생활과 박쥐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젓먹이류 날짐승인 박쥐에 대한 모든 것을 생물학자의 노력으로 쉽고 흥미롭게 담아냈다.
날개의 구조 비교 분석, 나방과의 초음파 추격전, 겨울잠 기간 동안 정지되는 임신이나 몸에 맺히는 이슬, 거꾸로 매달려 새끼를 낳는 독특한 출산법, 애완용으로서 박쥐 양육, 전쟁용 박쥐폭탄, 박쥐나무와의 공생관계 등, 쉽게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다.
쪽지 상식도 이 책의 또 다른 즐거움이며, 제일 뒷부분에는 유럽에서 시작되어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박쥐보호운동이나 박쥐 집 만들기에 대한 설명도 실었다.
사실 이 책의 가치를 이 정도로는 다 소개하지 못한다. 이 책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읽혀졌으면 하는 그런 바람으로 조금 적어 볼 뿐이다.
이 책이 가치 있는 이유 중 또 하나는, 생생한 사진들과 관련 삽화들이다. 어떤 동물보다 박쥐를 관찰한다거나 사진을 찍기가 위험하고 힘들다고 한다.
옛날에는 나무나 인가의 지붕에 살기도 했었지만, 지금 대부분의 박쥐들은 사람이 출입하기 힘든 동굴의 좁은 틈에 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은 박쥐에 대한 모든 정보는 물론 생생한 사진을 곁들이고 있다.
남들이 외면하는 분야에 25년이라는 긴 세월을 소신으로 일관한 저자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선택하여 박쥐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보호하는 일에 앞장 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