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재야고수열전
자는 사이 빗님이 잠깐 들르셨다. 잠깐이지만 유난스럽게 들르셨다. 머리맡의 창문을 열어 놓고 잔 죄로, syo는 새벽 두 시에 갑작스런 세면형에 처해졌다. 자기 전에 씻었다니까요. 그러나 아랑곳 않는 기습공격. 급히 창문을 닫고 간절히 협박했다. 내 베갯잇까지 적셔 놓고 정작 더위를 못 적셔 내일도(새벽이었으니 공식적으로는 오늘도) 폭염이라면, 죽여 버릴 거라고. 누굴? 비를? 여름을? 더위를? 아니면 절제란 걸 모르는 나의 땀샘을? 고민하다 잠들었는데, 다행히 누굴 죽일 필요가 없을 만큼은 시원한 오늘이다. 다행인 줄 아시길. 누가? 비가? 여름이? 더위가? 아니면 겨드랑이 가랑이 팔꿈치 안쪽 무릎 뒤쪽 등등 살과 살이 뜨겁게 만나는 내 육신의 온갖 화개장터가?
어제의 일인데, 도서관에 죽치고 앉아 오랜만에 폭풍 읽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도서관에는 정말 고수 영감님들이 많다. 옆에 앉은 영감님은 우리나라의 이런 저런 지역 지도가 군데군데 박힌 책을 샅샅이 훑으시며, A4 이면지에 뭔가를 피나게 적고 계셨다. 슬쩍 봤는데, “이 책은 중국이 자행하는 동북공정의 국내판이라 할 수 있으며, 동서 지역 간 역사 전쟁의 치열한......” 운운하는 어마어마한 글이었다. 아, 진짜 고수는 이면지에다 논문을 쓴다. 역사 지킴이 영감님의 맞은편에 앉은 또 다른 영감님의 손에는 처음에 장자에 관한 책이 들려 있었다. 작고 낮은 목소리로 낭독하고 계셨는데, 스스- 하는 숨소리가 주문과도 같은 낭독에 섞여들면서 듣고 있는 syo의 머릿속에 전라도 담양의 어느 대나무 숲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스스- 어쩌고저쩌고 스스- 아브라카다브라 스스- 마하반야바라밀다..... 신비로운 주문 공격에 어느덧 syo는 내가 syo인지 아니면 한 마리 나비인지 알 수 없는 지경이 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풀썩 엎어져 잠이 들고 말았다. 얼마나 잤을까, 깨어나 입가를 깨끗이 닦아내고 흐린 눈으로 마법사 영감님을 바라봤는데, 아니, 장자는 어디가고 데리다를 읽고 계시는 것이 아닌가. 혹시 내가 평행우주에 빠져든 것은 아닐까. 안절부절못하는 syo를 마법사 영감님이 날벌레 보는 표정으로 흘끗 보시더니, 다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스스- 고수의 주문은 책을 가리지 않는군. syo는 자아가 포스트모더니즘적으로 해체되는 기분이 들었다.
오늘을 물들인 책과 그 다음 녀석들180809

곰탕 1 -> 곰탕 2
억, 재밌어. 1권을 읽기 시작할 때는 분명 2권이 서가에 없었는데, 다 읽고 가져다놓으니까 그 자리에 2권이 생겨났다! 바로 대출.

추적자 -> 탈주자
"그럴 수가." 핀레이는 경악한 것 같았다. "다섯 명을 죽였단 거로군. 대단하오, 리처. 기분이 어떻소?"
나는 어깨를 들어 올렸다. 우리 형 조에 대해 생각했다. 육군사관학교로 막 갈 무렵의 키 크고 볼품없는 열여덟 살짜리의 모습으로. 몰리 베스 고든에 대해 생각했다. 무거운 암홍색 가죽 서류가방을 들고 내게 미소를 짓던 그 모습을. 핀레이를 힐끗 보고서 그의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내가 질문을 던졌다.
"바퀴벌레 살충제를 뿌리면 기분이 어떻소?"
그는 찬물로 목욕한 강아지처럼 부르르 떨며 고개를 저었다. (453)
아, 이런 사이다패스같은 놈. 2권을 읽어야하나.....





역사, 권력, 인간 -> 도련님의 시대
서구의 문물이 물밀듯이 들어오는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본의 정체성을 발굴하고 지켜내는 작업 또한 활기를 띠는, 즉 생기가 넘칠 수밖에 업습니다. 나쓰메 소세키가 일본의 국민 소설가로 추앙을 받는 것은 바로 그곳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가 메이지 시대에 던진 메시지를 요약하면, 아무리 서양의 발달한 문물이 들어와도 인간은 고립과 고독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서양에 대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일본인의 상처를 멋지게 치유한 셈이지요. (111)
사실, 소세키를 다시 읽을 때가 되긴 됐다. 그렇게 열심히 빌려 읽더니, 막상 전집을 갖춰놓으니까 소세키에 손이 안 가는 syo세끼.
그리고 어제 발견한 놈들. 이건 대체 어떤 상황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