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투스의 심장 - 완전범죄 살인릴레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나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새 출간작. 이 작품과 <11문자의 살인>은 앞서 읽은 <ZOO>와는 반대로 평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기대치가 낮았는데, 기대치가 낮은 덕분에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작품이 뛰어나다는 것은 아니지만, 독자의 재미를 위해 충실히 봉사하는 히가시노 게이고는 졸작도 졸작같이 보이지 않게 하는 필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G@me의 이름은 유괴>와 같은 도서추리에 직장인의 성공에 대한 욕망을 양넘으로 삼은 스피디한 필력, 초기작이라고는 믿기 힘든 훌륭한 트릭과 <백야행>, <용의자 X의 헌신>과 같은 범죄자와 용의자의 대결을 그린 본격추리소설 같은 구성, 그리고 창해에서 주로 작품에서 엿보이는 나온 과학에 대한 저자 개인의 관심을 세 가지 축으로 삼아서 진행하고 있다. 

다만 초기작이다 보니 좀 어설프다. 전개가 스피디하긴 하지만 좀 뜬금없다는 생각도 많이 들고, 메디컬 스릴러라면 질색인 내 관점에서는 좋았지만, 로봇에 대한 관심도 관심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각각의 이야기들이 고리처럼 맞물리지 못하고 엇도는 느낌이 들어서 결말까지 보면 허탈하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답게 편안하고 재미있게 일독하기에는 좋은 작품이다. 팬이 아니라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니 여유 되시는 분들께는 일독을 권한다.   

추신) 요즘 랜덤하우스의 표지는 표지들만 놓고 보면, 소설 연작인줄 알겠다.  

1부 : 종신검시관, 2부 : 나는 지갑이다. 3부 : 브루투스의 심장 4부 : 11문자의 살인 

<종신검시관> 구라이시가 시체를 발견했는데, 시체만 보고 범인을 알아맞춰서 체포하러 갔더니 용의자가 <나는 지갑이다>라고 외쳐서 혐의가 풀렸고, 피살된 <브루투스의 심장>을 확인했더니 알지 못하는 글자가 11글자가 있었다. 그래서 구라이시는 이건 <11문자의 살인>이야라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뭐 이런 내용인가?(썰렁하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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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7-08-26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신이 더 흥미진진한데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글은 확실히 사람을 끌어당겨죠. 그래서 매번 살까 말까 고민하게 된다는..

상복의랑데뷰 2007-08-28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신은 그냥 장난이니 이해를...안녕하세요 ^^ 답변이 좀 늦었습니다. 처음 뵙네요. 문장이 평이하면서도 특유의 서스펜스를 잘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아서 계속 보게 됩니다. 이 책도 보시면 재미있으실 겁니다. 하핫

비로그인 2007-09-04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석원님~~~'방과후~~~' 읽어보고 말씀해주세요~~~

상복의랑데뷰 2007-09-05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옙 알겠습니다. ^^; 근데 언제가 될런지..ㅠㅠ
 
ZOO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올해 중점적으로 소개 되는 작가중에 하나인 오츠 이치.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 <GOTH> 등이 소개되었거나 소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17세의 나이로 데뷔하여 천재성을 과시하였다고 하며, 현재 작가 겸 영화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기존에 소개된 <쓸쓸함의 주파수>나 <너밖에 들리지 않아>는 평도 그렇게 좋지 않았고, 비교적 관심없는 장르였기 때문에 그냥 지나쳤지만, 이 작품은 믿을만한 리뷰어들의 평도 괜찮고 해서 호러 소설을 그닥 열심히 읽지 않지만 시간을 내서 읽어 보았다.

읽고난 느낌은, 좀 과대평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찬사 때문에 내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일단 오츠 이치의 묘사-가독성 면에서는 일정 수준을 자랑하는 일본 작가들 중에서도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는 훌륭하다. 일부 미스테리적 요소를 차용한 작품도 있지만, 호러/SF등이 섞여있는데다가 과장광고(?)에 실망하면서도 꾸역꾸역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오츠 이치의 장점이 뛰어난 문장력에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추리/호러/SF 등의 다양한 장르를 실험하면서도 최소한 평균적인 수준의 단편들을 배치할 수 있었다는 것도 이 작가의 기본기가 튼튼하다는 반증일 것이고...상투적인 이야기들에서 소재를 잡아서 자신만의 재능으로 돋보이게 하는 재주가 있다. 

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상상력이라는 것이 기존에 다 나와있던, 그것도 대단히 유명한 구조를 차용하고 있다는 점이 거슬렸다, 내가 실망한 부분은 여기서부터였다. 천재라 할때, 독창성이라는 항목이 빠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오츠 이치는 그런 점에서 실격이다. 장르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알법한 구조를, 그것도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들의 원형을 버젓이 가져다 놓았는데, 천재라고 하기는 조금 뭣하다. 작품이 출간된 시간차를 고려하더라도 내 결론은 오츠 이치는 뛰어난 작가이지만 (이 작품만 놓고 보면) 천재는 아니라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볼까. 표제작인 <ZOO>가 그렇게 뛰어난가? 이 정도의 싸이코 서스펜스는 꽤 있지 않은가? <카자리와 요코>도 마찬가지고. 그리고 <양지의 시>는 너무 노골적이라서 결말부분에서 허탈했고...내가 무덤덤한 탓인지도 모르겠으나 다른 분들이 말씀하시는 등장인물간의 아름다움이 그렇게까지 좋지는 않았다. 오히려 욕심없이 장르의 전형성에 충실한 <Seven Rooms이>나 <Closet>가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이 작가의 장점과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알려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게다가 내 자신의 취향도 결합했을 것이다.)

출간 당시의 일본 내 찬사를 그대로 가져왔는지 시간차로 인해서 과장광고(?)로 느껴지는 띠지와 소개에 반감을 가져서 상대적으로 박한 평가를 준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 작품은 뛰어난 가공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원천기술은 보유하지 못한 회사의 제품을 접한 느낌이었다. 나머지 두 작품은 이 작품보다는 낫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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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아동 수집가 1
자비네 티슬러 지음, 권혁준 옮김 / 창해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제목에서 말해주듯이 소아성애를 위해 아이를 유괴 살해하는 연쇄살인범의 이야기이다. 모든 범죄야 나쁜 것이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혐오하는 범죄는 유괴와 소아성애이다. CSI : Miami S1의 에피소드를 본 직후에 책을 읽기 시작해서인지 약간 분노한 상태로 읽었다.   

시나리오 작가답게, 데뷔작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작중 인물의 심리묘사가 가장 큰 장점이다. 유괴를 다루는 소설의 경우, 일장 부분 정형화 될 여지가 높은 편이고, 이 작품도 그러하지만, 장르의 피로감 없이 읽을 수 있는 것은 시나리오 작가로 단련된 작가의 필력 때문일 것이다. 첫 장부터 등장하는 연쇄살인범의 심리와 범행과정이 쉬이 분노를 자아내는 것은 단순히 소재의 자극성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영리하게도 범인과 추적자 뿐만 못지않게 피해자와 남겨진 주변 사람들에 대한 상처를 구구절절하게 묘사하는데에도 공을 들였기 때문에 몰입도는 더욱 컸다. 물론 나의 혐오감이 양념으로 들어가긴 했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독자들이 쉬이 공감할 수 있으리라 본다. 헤닝 만켈의 책이나 <그들만의 조국> 혹은 <웃는 경관>에서 느낄 수 있는 무뚝뚝하면서도 음습한 작품의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데뷔작의 한계 또한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매조지하는 힘이 약하다. 초반부의 가해자-피해자의 심리묘사는 매우 촘촘하고 공감대 혹은 분노를 형성하는데 반해서, 범인과 추적자 간의 그것은 미진하다. 첫장부터 등장하는 연쇄살인범의 존재 때문에 초반부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는 있었겠으나 범인의 정체가 밝혀짐으로서 얻을 수 있는 충격효과도 사라지기 때문에 후반부에서 강렬한 서스펜스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아쉬움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데뷔작이라는 한계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맥없이 풀린다. 개인적으로 어떤 종류의 이야기에 있어서 조삼모사를 믿는데, 아침에 3개 먹고 저녁에 4개 먹나, 아침에 4개 먹고 저녁에 3개 먹은 것이 숫자상으로 같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의 대상이 이야기라면 전자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 아쉬운 면이 있다. 그리고 정형화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연대기적 구성을 피하고 있는데, 역효과라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의 묘사수준을 생각하면, 차라리 정공법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어땠을까 싶다. 

게다가 데뷔작의 한계라고만 볼 수도 없는 것이 그렇게 철저한 범인이 뒤로 가면 지나치게 느슨해지고, 인물들의 행동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게다가 교코쿠도도 아닌데 에필로그만으로 한 권 분량의 이야기를 쓴 것은 솔직히 과욕이라고 본다. 더 압축적으로 접근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체적으로 좋은 점도 있고 아쉬운 점도 있기에 최고라고 말할 수는 없으나 미스테리의 계절인 여름에 읽어볼법한 작품인 것 같다. 

추신) 도대체 여자주인공은 몇 살인가? 에피소드가 뒤섞이면서 생긴 오류인 듯 싶다. 30대 중반일 수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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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7 17: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종신검시관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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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코야마 히데오는 소개된 작품이 평균 이상의 좋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얻지 못한 불운한 작가이다. 한창 분권논란이 벌어졌을 때 보란듯이 얇게 져민 연어회 두께로 출간되어 욕을 바가지로 먹었던 <클라이머스 하이>, 그리고 큰 출판사지만, 미스테리 쪽에는 관심이 적은 들녘에서 조용히 나왔다가 이틀만에 사라진 <사라진 이틀>까지. 더 많은 작품이 소개되면 좋은 상업적 평가를 얻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그다지 좋지 못한 편이다.

나도 요코야마 히데오에 대해서는 복잡한 감정인데, 초반부에서 중반부까지는 흥분하면서 읽다가, 중반부터는 김이 빠지면서 읽는다. 처음 읽었을 때는 집단 간의 갈등을 묘사하면서 세상을 다 뒤엎을 분위기로 출발하기 때문에 흥미진진한데, 문제는 감동강박증과 용두사미로 설명할 수 있는 결말부분이 영 아니라는 점이다. 후반에 가면 반드시 감동을 주려고 하는 강박적인 태도와 허술하게 풀리는 결말을 보면서 아쉽다 못해서 혀를 차기 일쑤였다. 내가 감동에 메마른 사람인지 모르겠으나, <사라진 이틀>같은 경우에는 초반부는 별 5개, 후반부는 별 1개, 그래서 평균해서 3개를 주고 싶을 정도였으니까. 상업적인 성공을 위한 노림수인지 정말 가슴이 따뜻하신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이 작품이 나온다고 했을 때 나름 기대를 했다. 다른 분도 지적하셨듯이, 만화로 나온 <제3의 시효>를 보면 요코야마 히데오의 장악력과 필력이라면 단편에서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심 기대를 하고 읽었다. 

역시 처음에도 홀렸다. <붉은 명함>이 좋은 단편이기도 해서 그렇지만, 놀랍게도 최근에 나온 검시관이 주인공인 작품답지 않게 고풍스런 맛이 넘친다. 법의학 하면 떠올릴 CSI 류의 프로파일링이나 검사에 의존한 전개가 아닌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논리적 전개를 바탕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셜록 홈즈 이후로 수없이 등장한 오만하지만 속은 따뜻한 천재 탐정이라는 캐릭터도 좋았고. 또한 단서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멋진 밀실트릭을 보여준 <눈앞의 밀실>이나 <화분의 여자>와 같은 단편들은 상당한 수준을 자랑한다. 요코야마 히데오가 늘상 보여주는 조직내부의 모습과 갈등도 장편만큼은 아니지만 만족스럽게 배열되어 있고.   

특히 모든 분들이 최고로 꼽는 <전별>을 읽으면서 역시 요코야마 히데오의 장기는 '조직에서 스러져가는 노장들에 바치는 비가'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이 작품에서만큼은 특유의 감동이 절절 우러나온다. <사라진 이틀>의 용의자와 <클라이머스 하이>의 주인공와 마찬가지로 요코야마 히데오의 섬세한 필치로 형성된 고마쓰자키라는 인물은 이 작품에서만큼은 오히려 구라이시보다 더욱 눈에 띈다. 중년 이후의 삶, 특히 남자에게 있어서 직장은 자신의 존재가치와 등가되는 곳일텐데, 그곳에서 자신의 가치가 소멸되는 것을 받아들이면서도 거부하고 싶은 남자의 미묘한 심리를 기가 막히게 잡아내고 있다. 이 연작 단편에서 미묘하게 쇠퇴해가는 구라이시의 모습과 오버랩되는 어찌보면 이 단편집의 숨겨진 주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역히 동일한 아쉬움이 남는다. 단편들의 편차가 심하다. 위에서 헌급하지 않은 단편들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평균이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추리소설의 본령은 트릭인데, 후반부로 갈수록 트릭이 지리멸멸해지는 경향이 있고, 요코야마 히데오답지 않게 트릭이 부족해도 특유의 인간묘사로 단점을 가리지 못한다. 오히려 고질병인 이상한 감동에 대한 집착으로 채우는 편이다. 과연 <실책>을 보면서 구라이시는 따뜻한 사람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구라이시의 행위가 눈물겹게 고마운 일이긴 하지만, 그걸 보면서 눈물겹도록 감동을 느끼지는 못하겠다. 요코야마 히데오 선생에게 눈물겹도록 동정심을 느끼긴 하겠지만...<17년 매미>나 <한밤중의 조서>도 이러한 경향의 연장선상에 있다. <목소리>는 문제의식 외에는 건질 것이 없는 최악의 작품이었고...

이렇게 쓰고 보니 전4편에는 칭찬을 후4편에는 불만을 늘어놓은 셈이다. 또 용두사미라고 해야하는 건가 싶었다. 내가 용두사미라는 고정관념이 강한 탓일까? 역시 결론적으로 전반부는 만족, 후반부는 불만, 그래서 중간에 우뚝 멈춰버렸다. 못내 아쉽다.

뒤에 조금만 더 힘을 내주세요. 요코야마 센세. 앞만 보면 정말 홀린단 말입니다.

추신1) 개인적인 이야기 하나. 역자후기를 보면 구라이시의 삶에 대해서 호의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데 나이가 들은 탓인지, 예전 같았으면 열광했을 구라이시의 삶이 그다지 부럽지는 않다. 그처럼 살 수 있다면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사회적인 성공이라고 할 수도 없고, 열렬한 추종자를 거느린 고독한 교주일텐데, 평범한 범인이 되어버린 나로써는 그닥 선호하고 싶은 삶은 아니다. 어찌 보면 더 중요한 것은 사회가 혹은 조직이 구라이시 같은 인간형에 대해서 포용할 수 있어야 하는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을 굳이 떠올리지 안아도 되게끔 말이다.        

추신2) 표지로 무슨 영광을 보시려고 이리 비슷하게 만드셨나...구라이시는 독고다이라 팀으로 움직이지도 않고, 검시관이라서 수술도 안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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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10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편을 잘쓰고 단편에 약한 데프리 디버나 단편에 강하고 장편에 약한 호크 (이름이 기억안남 =..=)도 있는데, 단편 수준이 각양각색이라니 약간 의심됩니다 ㅡ.,ㅡ

jedai2000 2007-07-10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초롬너구리님...혹시 제프리 디버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단편 잘쓰기로도 소문 났는데..영국추리작가협회 단편상도 받았고, 미국쪽에도 노미네이트가 자주 되는 작가랍니다. 단편집도 2권 냈구요 ^^ 호크는 아마 에드워드 호크 같네요. 단편에 장기가 특출난 작가죠 ^^

비로그인 2007-07-11 13:42   좋아요 0 | URL
후후, 제프리 디버 맞아요 (오타났군요). 전 그분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작가싸이트에서 이메일정보서비스 받아가면서 챙겨 읽지만 장편에 비해 단편은 따라가지 못하는것 같더라구요 (코메디를 모든 나라가람들이 다 보고 웃지 않는 것처럼 문화적인 부분이 녹았있는데 단편의 경우엔 장편보다는 좀 더 모든 등장하는 아이템들이 상징적인 의미로 사용될 수 있을 정도도 압축되어있지요. 그런면으로 보면 다소 불공정한 제나름대로의 판정이긴해도) 에드워드 호크 (이름이 생각 안났답니다. 호치라고 발음하기도 하더군요)는 단편을 많이 쓰고 나름 시리즈도 있지만 솔직히 아주 뛰어난 작품은 없다고 생각하구요. 제가 좀 짜요 ^.,~

상복의랑데뷰 2007-07-11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초롬너구리 / 디버의 단편은 많이 읽어보질 못해서 함부로 말씀을 못드리겠습니다만, 황금가지에서 나온 단편을 읽어보면 숙련된 장인이긴 한데 독창성은 부족하다라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리고 <종신검시관> 자체가 그렇게 떨어지는 책은 아닙니다. 다만 초반부의 기대치에 비해 후반부의 매조지가 너무도 약한 것이 아쉬운 것이죠. 제가 메말라가는지 감동 자체에 회의적이 되가다보니 좀 악평을 했습니다만, <사라진 이틀>이나 <클라이머스 하이>모두 범인과 트릭의 범위를 좁혀과는 과정 그 자체는 매력적입니다. 풀리고 나서 허무해서 그렇죠 ㅠㅠ

2007-07-11 2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07-11 21:31   좋아요 0 | URL
전반은 강추, 후반은 비추라는 말씀에 일관된 수준이 아니니 의심된다는 말을 했던 것이니, 다시 두둔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되는데요. 애초에 댓글을 남긴 것부터 후회가 되는 군요.

상복의랑데뷰 2007-07-12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가 두둔한 것처럼 보였다면 죄송합니다. 뭐랄까 비추를 생각하면 욕해야 마땅한데, 강추를 생각하면 미워도 다시한번을 하게 되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다보니 화내고 다시 두둔하는 모순된 행동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좋은 말씀감사하구요. 후회가 든다는 말씀은 무섭습니다. ㅠㅠ

비로그인 2007-07-13 16:27   좋아요 0 | URL
음, 님글봤어요. 제글도 보셨죠? 이제 서로를 좀 더 이해하게 된거 같네요, 그쵸? ^^ 글구 복수대상을 정확히 정해주셔야 저도 타켓에 대한 연구를 하지요. ^^ 음, 사례는 물에 씻은 고구마 정도로 청구할께요 ^^

상복의랑데뷰 2007-07-13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옙. ^^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가 네스터를 죽이고 싶어한다
카르멘 포사다스 지음, 권도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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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터 체핀치라는 요리사가 있습니다. 그는 냉동고 안에 갇혀서 누군가가 구원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필사적으로 그는 자신을 죽일 동기가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해 냅니다. 과연 누가 네스터를 궁지에 몰아넣었을까요?

그리고 소설은 사건의 처음으로 돌아가 네스터 체핀치와 주위를 둘러싼 인물들에 대한 접근을 시작합니다. 네스터 주위의 인물들은 모두 그를 죽일만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전개합니다. 그들은 모두 과거에 얽매여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거의 핵심에는 네스터가 존재합니다. 그 연결고리를 깨달아 나가는 과정에서 주변인물들의 감정은 증폭되고, 살인의 가능성도 점점 커져 갑니다. 그리고는 다시 돌아와서 결말을 향합니다.

읽으면서 특이했던 부분이, 비슷한 구조의 (추리)소설이라면 주인공인 네스터에게 일정부분 감정이입이 되어야 하는데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죽음을 눈앞에 둔 네스터 체핀치가 자기가 왜 죽어야되는지도 모르고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면 안타까운 마음이 절로 들법한데, 별로 네스터에게는 좋건 나쁘건 일체감이 적습니다.성격이 모난 것도 아니고, 문제에 처한 것도 아닌 평범한 자영업자입니다. 연결고리라고 부를 수 있는 과거를 제외한다면 왜 그렇게 되었는지 따름입니다. 오히려 작가의 무게중심은 주변인물을 향해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은 네스터로 인해 과거에 사로잡힙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그들은 죄의식과 동시에 두려움을 가지게 됩니다. 과거와 현재의 교차를 통해서 주변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은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과거에 대한 후회와 두려움. 누구나 한번 쯤 느껴보았을법한 감정입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작가의 의도는 소설 내의 등장인물의 차원이 아니라, 어두운 과거와 이를 바라보는 동시대 남미인들의 모습으로 확장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작중에 등장하는 용의자들의 기억은 줏어들은 상식으로 비추어볼 때 남미의 어두운 과거와 맞닿아 있습니다. 멀리 이야기할 것 없이 친일이라던가 혹은 군부독재로 인한 수많은 과거를 떠올릴 수 있겠죠. 어두운 과거에 적극적으로 영합하였던, 혹은 어쩔 수 없이-상당히 싫어합니다만-발을 담궈야 했던, 아니면 지켜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던.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는 죄의식이 남을 수 밖에 없고, 집단적으로 그들은 과거를 의도적으로 차단하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등장인물을 포함한 '모두'가 네스터를 죽이고 싶어합니다. 과거가 부끄럽기 때문에 또한, 과거가 알려지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말이죠.

스페인식 추리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과거의 기억과 죄의식을 개인의 정확하지만 몽환적인 심리묘사를 통해서 탐구한다는 점에서는 스페인식 사회파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회의 모순을 고발한다는 점에서요. 다만 일본의 사회파는 르포르타주에 가까운 리얼리티를 중시한다면, 이 작품은 보르헤스 식의 접근을 한다는 것이 다른 것 같습니다. 방식은 다르지만 지향점은 비슷하다고 할까요?    

저는 추리소설 독자이므로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보르헤스와 불멸의 오랑우탄>처럼 이 소설은 추리소설의 구조를 차용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추리소설의 클리세를 적절하게 비틀고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른 분이 리뷰에서 쓰신 키워드를 떠올린다면, 그리고 작가의 의도를 조심해서 따라가다 보면, 범인을 어느정도 짐작가능하게 해줍니다. 범인이 누구냐, 어떻게 죽였느냐, 왜 죽였느냐라는 부분들만 기준으로 삼는다면, 그냥 무난한 수준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는 부분이나 그 뒤에 이어지는 에필로그는 예상가능한 접근이었지만, 책으로 접하게 되니 상당히 신선하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책을 읽으면서 중간중간에 좀 이상하다고 느낀 부분이 있었는데, 결말부분을 보고 나니 어느 정도 궁금증이 풀린 것도 있었습니다.

제 취향이 추리소설을 우선시하는데다가 보르헤스 풍이라 여겨지는 남미 특유의 분위기에 적응을 못해서 중간중간에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제 취향과는 무관하게 좋은 작품입니다. 특히 작가가 공을 들인 것이 분명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심리묘사는 상당히 흥미진진했구요. 그리고 일본 미스터리가 대세인 시장에 스페인 작가의 수준작을 지속적으로 소개하는 출판사의 노력에도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추신) 이 작품을 읽으면서 <역도산> 생각이 많이 나더군요. 몰입하다면서도 멀찌기 밀어내고, 집단의 의식과 개인의 무의식을 탐구한다는 점, 장르가 분명하면서도 장르의 쾌감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리고 특히 결말에서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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