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은 형제가 많았다. 게다가 어머니는 장녀라서 밑의 막내외삼촌은 열살차이, 막내이모는 띠동갑이다.
남자라 외삼촌과 무엇을 했을 것 같지만, 외삼촌은 질풍노도의 시기라 공부하거나 날 괴롭혀서 같이 노는걸 꺼려했고, 같이 영웅본색을 비디오로 본 거 외에는 큰 추억은 없는데, 막내이모는 큰 누나처럼 늘 날 예뻐해줬다.
방학숙제도 집에 와서 도와주고, 같이 여기저기 놀러도 가고, 피카디리 단성사 등 당시 유명한 극장에서 영화도 보고-극장에서 본 첫번째 블록버스터는 인디아나 존스2였다.-대학교 졸업식에 가서 한기범, 김유택도 보고, 부모님 대신 이모랑 이모친구랑 외갓집에서 며칠 지내다 오고..
어렸을 때 즐거운 기억의 대주주는 막내이모일 것이다. 이제 세월이 흘러 그때 내 나이만한 딸이 있지만 아직도 막내이모를 만나면 큰 누나한테 응석부리듯 이야기하는 때가 있다.
그리고 또 기억나는 것은 이모가 산 수많은 LP이다. 처음에는 LP판이 돌아가면 노래가 나오는 것이 신기해서 틀어달라고 졸랐지만, 노래가 좋아서 외갓집에 가면 이모를 졸라 늘 노래를 들었다. 꽤 많은 LP가 있었지만, 기억나는 건
이문세 유재하 변진섭 김창완 그리고 Wham!
정말 좋은 노래들이었고, 지금도 듣고 있는 그분들
오늘 이모랑 옛날 이야기를 하다가 코스트코에서 턴테이블을 판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놀랍게도 이모는 그 LP를 아직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모가 원하면 턴테이블을 선물하겠다고 했다.
받은만큼은 아니지만 이모 아들들보면 꼭 용돈을 주고 그랬는데, 정작 이모한테는 뭔가를 해준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살짝 부끄러웠다.
자영업이라 선물의 효용성이 너무 떨어지는데, 턴테이블이 아니라도, 가끔씩 팔아드리는 것 말고라도 감사를 해야겠다.
오늘 이문세 유재하를 들어서인가...이모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