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아름다운 꽃이다 -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직접 말하는 돈과 인생이야기
박현주 지음 / 김영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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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금융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과 더불어 도서관에서 가장 빌리기 어려운 책 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다. 워낙 유명한 분의 이야기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박현주씨의 목소리를 통해서 자기 계발의 단서를 얻으려고 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서 최소한의 지식밖에 없는지라 궁금하기도 했고, 취업에 도움이 될까하는 마음에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망스러웠다. 김영사의 뛰어난 마케팅 능력과 박현주, 혹은 미래에셋의 상품성이 결합된 트랜디 상품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억지로 장점을 말하자면, 미래에셋이 아닌 인간 박현주를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과 정말 빠르고 쉽게 읽힌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이 책을 사는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미래에셋이라는 거대한 금융회사를 일궈낸 박현주라는 인간에 대한 구체적이고 생생한 이야기들일 것이다.(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러나 이 점에서 이 책은 대단히 취약하다. 박현주씨가 소개하고 있는 개인적인 모습은 기존에 다뤄진 것들이 대부분이며, 이 책에서'만' 볼 수 있는 일화는 거의 없다. 얼추 들은 이야기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빠르고 쉽게 읽히는 것도 워낙 원론적인 차원에서 자신의 원칙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인데, 문제는 원칙을 뒷받침하는 실제 사례들이 너무 듬성듬성하다는 것이다. 그 원칙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발상을 전환하면 이 책은 원론적인 원칙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단순하고 당연한 원칙들을 실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니까. 그렇다고 해도 이야기의 밀도가 낮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한국전기초자의 서두칠 사장님의 <우리는 기적이라 말하지 않는다.>나 최근 가장 주목받는 이채원씨의 <이채원의 가치투자>에 버금갔으면 했는데, 내 기대를 완전히 벗어났다. 기대를 설정해놓고 그것에 따라주지 않는다고 실망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책은 지나치다는 느낌이다. 250페이지도 안 되는 얇은 두께에 담기에는 큰 분이셨을까?

차라리 미래에셋이나 박현주 씨를 이해하고 싶다면 신동아 9월호를 구해서 보기를 권하고 싶다. 출장시에 신동아나 월간조선 등을 사서 보시는 아버지 덕분에 나도 우연히 읽었는데, <미래에셋 10년, 빛과 그림자>라는 특집이 있다. 오히려 이 특집에서 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박현주 씨와 김영사에게는 죄송하지만 같은 가격이라면 이 책이 훨씬 알차다.(미래에셋 외에도 다른 기사도 있지 않은가?)

오해를 살까봐 첨언하자면 박현주씨가 미래에셋을 통해 거둔 성과를 폄하하거나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아니고, 원칙을 정하고 밤낮없이 실천하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본받을만한 분이다.(시장에 대한 견해는 논외로 치더라도.) 다만 너무 심심하게 느껴진다는 거다.

오히려 내가 감탄한 것은 적절한 시기에 쉽게 읽히는 책을 낸 김영사의 기획 센스였다. 하기사 김영사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거지만, 영업력과 재정능력(계약금을 크게 지를 수 있는...)의 차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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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2 2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상복의랑데뷰 2007-11-26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밀글 / 따끔하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제가 천둥벌거숭이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판단했군요. 앞으로도 제가 잘 모르고 함부로 말하면, 주저하지 마시고 말씀해주세요 ^^
 
백일몽
고을주 지음 / 연인(연인M&B)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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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랜만에 읽은 한국미스테리입니다. 장편으로만 한정한다면 꽤 오랜만이네요. 무엇보다도 현직에 계시는 분이 쓰셨다는 광고글을 보고 그닥 좋아하지 않는 팩션이나 '자칭' 프로작가들의 어설픈 작품들 보다는 날 것 같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읽었습니다. 한국미스테리의 발전에 미스테리 시장의 확대의 '최고의 원동력이자 결정판'이라고 믿는 편이기에 현직에 계신 분이 썼다는 작품을 그냥 지나치기는 아쉬웠습니다. 읽고난 느낌은, 뭐랄까 독특하네요. 나쁜 의미의 '한국'미스테리와는 다른 위치에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전문적인 비평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 작품이 어떤 작품이라고 함부로 말은 못하겠습니다. 또한 이 작품의 독특함이 독자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도 궁금하구요. 

제 경험상, 최근에 한국미스테리를 읽는 것은 세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단 팩션을 제외한다면 매우 거칠게 말해서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기존작가들의 작품입니다. 구체적으로 지목하자면 몇페이지마다 등장하는 기계적인 섹스신, 전무하다 싶은 트릭을 문체로 커버하려는 듯한 태도를 접해야 합니다. 다른 하나는 추리소설가 지망생들의 단편들입니다. 추리소설의 본령인 트릭에 충실하긴 하고, 기성작가와는 다른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지만-요즘은 이런 작품도 드물더군요.-문체, 특히 인물묘사나 사건전개에 있어서 아마추어적인 느낌을 받습니다. 전형적이거나 세련되지 못한 느낌입니다. 당연히 어느 쪽이던 만족스럽지는 못한데다가 이 두 개의 카테고리를 벗어나는 작품을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적어도 이러한 전형성에서는 조금은 벗어나 있습니다. 이유를 추측하자면, 이 분의 두 가지 특징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현직 경찰이라는 점-제 기억으로는 남도에서 나온 이형우씨의 <더거리 형사> 이후로 거의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이 작품은 실화에 가깝죠.-과 글쓰기 특히 고전에 관심이 많다는 점입니다. 전자는 서술 방식과 관련이 있고, 후자는 문체와 관련이 있다고 추측해 봅니다. 

가장 특이했던 것은 문체였습니다. 독특한 옛날투의 문체를 구사하시더군요. 약력을 보면 가정교육의 지침서 <훈도목 선생>이라는 저서도 쓰셨더군요. '훈도목'이라는 표현에서부터 고전에 관심이 많고, 이러한 관심이 문체에 투영되었다는 짐작이 듭니다. 특히 작가의 말은 추리소설을 읽는 것인지 무협소설이나 대하소설을 읽는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저자가 '백일몽(白日夢)'을 구상할 때가 2년 전 봄이었는데 벌써 해가 두 번이나 바뀌어 불볕더위를 쫓아내는 가을의 전령사들이 섬돌 밑에서 노래를 하고 있다.
모든 이들이 반겨 맞는 만산홍엽(滿山紅葉)의 계절이다.
일상에 찌든 때를 미련 없이 벗어던지고, 바람을 길동무 삼아 피곤에 지친 영육(靈肉)을 이끌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
독자들의 심금(心琴)을 울려줄 아름다운 이야기를 찾아서 …… .

 
이 부분만 보면 완전 무협소설이죠. 본문에서는 서문보다는 덜하지만 요즘 보기 힘든 표현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했다.'를 모두 '-하였다.'로 풀어서 표기한다거나  '-명하였다.', '치하하였다.' 등의 예전에 주로 쓰던 한자어 위주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신선하기도 하고 약간 닭살이 돋기도 했는데, 최근에 읽은 다른 작품들과는 분명히 다른 독특한 느낌이 있습니다. 게다가 특유의 문체 때문에 노형사가 끈질기게 사건을 추적하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전체의 분위기는 달관한듯한 나른한 분위기로 흘러갑니다. 사건의 진행과 문체가 충돌하면서 묘한 효과를 내는 것은 분명합니다. 물론 그 덕분에 <끝없는 추적>류의 긴박한 느낌이나 주인공의 의지가 잘 느껴지지 않는 단점도 있긴 합니다.   
 
그리고 서술 방식, 이 작품은 특별한 묘사 없이 대부분 서사만으로만 이루어져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배경이니 배경묘사가 장황할 필요까지야 없겠지만, 이 작품은 유독 배경묘사와 심리묘사에 인색합니다. 300페이지가 안되는 소설이지만, 초반부의 사건 발생장소의 묘사와 범인의 심리묘사를 제외한다면 대부분 주인공 고 형사의 집념어린 수사과정을 건조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과장섞어서 말하면 어디 갔다. 누구 만났다. 질문했다. 이동했다. 끼니를 때웠다의 반복이라고 해야할까요. 전통적인 하드보일드, 특히 챈들러나 맥도날드 같이 멋진 배경묘사나 심리묘사가 가득한 작품들을 읽다가 이 작품을 읽으면 추운 겨울에 여름옷 입고 나온 국민약골 이윤석이 떠오를 정도로 앙상한 느낌을 주긴 합니다. 물론 특유의 차분한 옛날 문체 때문이기도 하죠. 그러나 읽으면서 든 느낌은 어쩌면 실제 형사들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건수사는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더군요. 현직에 오래계신 분의 암묵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디 가면서 책 몇페이지 분량의 생각을 한다거나 주변 환경을 꼼꼼히 살핀다는 것은 경찰소설에서나 가능할 일일지도 모릅니다. 사건 배정받으면 별 사명감없이 수첩들고 다니면서 질문하고 의심이 들면 더 돌아다니면서 질문하고, 그러면서 진실에 접근하는 것이 우리네 경찰의 삶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주먹을 불끈 쥐고 '널 잡겠어'라고 외치거나, 위악적으로 주먹을 휘두르거나 욕설을 퍼붓는 등의 전형적이고 작위적인 모습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억지로 비슷한 사람을 찾자면 마쓰모토 세이초의 <모래그릇>에 등장하는 노형사님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호의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몰입감은 의외로 괜찮습니다. 풍성하지는 않지만 잠깐잠깐 등장하는 경찰관의 일상이나 생활들도 양념거리구요. 빈약하긴 하지만 뒤집어서 보면 엉뚱한대로 새지도 않습니다.

트릭 이야기도 해야할 것 같은데, 경찰소설 치고는 의외로 밀실트릭입니다.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스타일의 구식트릭이고, CSI를 한참 본 저로써는 '과연 이 트릭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고, 아무리 봐도 허술한 구석이 있기는 한데 현직에 계신 분이 2년 동안 고민했다고 하니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그런 구식트릭이 작품의 전체적인 옛스러운 분위기와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서 크게 문제삼지 않았구요. 쓰면서 생각해 보니 이 작품의 구성도 옛스럽습니다. 산장의 밀실에서 시체가 발견되고, 용의자는 극소수이며, 그나마 범인으로 짐작가능한 사람은 초반부에 등장하는데, 트릭을 짜맞추는 과정이 나머지 전부라는 점에서요. 그리고 경찰소설 답지 않은 결말도 괜찮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위에서 언급한 이유들 때문에 이 작품은 독특하다라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기도 하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선뜻 대단하다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작품은 긴장감이 없습니다. 범인을 초반부에 너무 빨리 노출시켰습니다. 가뜩이나 이 작품은 긴장감이 약한데 초반부에 범인이 노골적으로 등장함으로써 긴장감을 상실하게 됩니다. 물론 용의자가 극소수라 범인이 초반부에 등장할 수 밖에 없긴 합니다. 게다가 어차피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이 소설의 주된 목적은 아니었고, 나름 트릭을 짜맞추는 과정에 작품의 2/3을 할애했음에도 불구하고 읽는 맛은 있긴 합니다. 그러나 가장 큰 실책은 범인의 어설픈 심리묘사를 삽입했다는 점입니다. 그래도 초반부는 이해하겠는데, 결말부의 심리묘사는 최악입니다. 덕분에 결말부의 의외성이 완전히 사라져버렸습니다. 이 두번의 심리묘사로 인해서 가뜩이나 평탄했던 작품이 완전히 평탄로가 되어버렸습니다.  

차라리 1인칭 시점, 최소한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전개하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어차피 이 작품은 1인칭 주인공 시점에 가까울 정도로 주인공 고 형사에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범인의 심리나 수사를 막기 위한 노력 등을 전혀 모르는 채로 이 작품을 끌어갔다면 훨씬 긴장감이 있고, 최소한 결말부분의 의외성은 유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책을 만든 것이나 보도자료로 내놓은 것을 보면-트릭에 중요한 단서가 언급된 부분을 '책속에서'에 버젓히 인용해놔서 깜짝 놀라서 알라딘에 그 부분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을 정도입니다. 참고로 지금은 삭제되어 있습니다.-해당 출판사가 그리 관심이 많아 보이지는 않던데, 추리소설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분이 편집자였다면 더 좋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시점에 대한 아쉬움이 드는 이유는 저자가 주인공과의 거리두기에 어느정도 실패했다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이었다면 차라리 이해가 될법한 서술도 3인칭 시점이 되니까 상당히 어색하고 아마추어 같습니다. 주인공보다 어린 여성이라지만, 수사때문에 만난 여성에게 성도 부르지 않고 이름만 호칭한다거나, 나이어린 여성이 주인공에게 '수고를 치하하였다.'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입니다. 1인칭이었다면 '이 아저씨 특이하네.'하고 웃어넘길 부분들이 3인칭이 되면서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그런 거리두기의 실패가 서술 전반에 걸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못내 아쉽더군요. 어차피 주인공(과 범인)외에는 심리묘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차라리 1인칭 시점에서 서술하는 것이 나았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주인공을 제외하면 작품 전반적으로 구성이나 심리묘사 등이 어설픈 것은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경찰이시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삶에 대한 통찰은 부족한 느낌도 듭니다. 제가 호의적이라서 그렇지, 냉정하게 보시는 분들이라면 늙은 고참형사의 애환도 별거 없는데다가, 3류 사회파 수준의 심리묘사와 행동-역시 이것도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만-에 놀라실 수도 있습니다. 저도 심히 안타깝더군요. 엉뚱하게도 기존의 작품을 읽을 때 못 느꼈던 부분들이 툭툭 튀어나오더군요. 

간만에 두서없이 길게 썼는데, 위에서 언급한 여러 이유들 때문에 '독특한 수작내지는 범작'이상의 평가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300페이지도 안되는 얇은 두께에 만원이라는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쏟아지는 일본미스테리를 생각하면 감히 일독을 권하지는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읽어보시면 의외의 재미를 맛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미스테리의 전형성에 질리셨다면-솔직히 전형성을 경험하신 추리독자도 이젠 없다고 봐야죠.-그리고 작가가 아닌 현직경찰이 썼다는 느낌을 맛보고 싶으시다면 감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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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을주 2007-11-23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 소름끼치도록 통렬하게 비판을 하셨군요. 저도 간과한 부분을 예리한 통찰력으로 찾아서 비전을 제시해 주니 고맙습니다.
그렇습니다. 저자는 전문적으로 글 쓰기를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저 글 쓰는 것이 좋아서 일과후 습작을 하는 정도이며 또한 작품을 사장시키기에는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 발간을 하였습니다. 책 가격은 출판사에서 책정을 한 것인데 저자도 8천원 정도로 하였으면 적정하지 않나 생각은 하였지만 뭐라고 말을 못하였습니다.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07.11.23

상복의랑데뷰 2007-11-26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길기만 한 리뷰에 댓글까지 달아주시니 감사합니다. 혹시라도 제가 잘 모르고 쓴 글에 기분이 상하지 않으셨을까 걱정도 되네요 ^^; 뭐, 저같은 평범한 독자와 대화를 나누시는게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영광이죠. ^^

이동규 2013-05-06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 잘 읽었습니다.내용중에 <더거리형사>에 대한 언급 감사드립니다. 저의 돌아가신 할아버지시거든요. 그 책을 읽어보셨다는데 감사를 드립니다.
 
독소소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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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소에 이어서 읽었다. 괴소소설만 읽으면 끝.

각설하고 만족도는 <11문자 살인사건>과 함께 제일 낮은 편이다. 면접 준비 때문에 힘들어서인지도 모르겠고, 아니면 이 단편집의 주제가 사회비판적인 성격을 띠다 보니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흔쾌히 웃기에는 약간 씁쓸한 면이 있어서 같기도 하다. 물론 흑소에 비해 단편들이 재미없기도 하고...그렇게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읽으면 그럭저럭 본전은 하는 책이다. 

너그럽게 봐주자면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읽히는 맛과 다양한 관심사를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뇌에 대한 관심이 드러나는 단편도 있고, 트랜드를 적절히 반영한 단편과, 트릭을 잘 만들어내는 재주도 엿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속죄>가 마음에 들었다. 아직까지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다는 사실 자체가 일반인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늘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피켜스케이팅 동호회에서 활동하시는-직접 스케이팅도 하신다!-중년분의 눈물어린(?)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게이고 특유의 작위적인 공감에도 불구하고 가장 가슴에 와 닿았다. 

다만 작품집의 성격에 맞게 재분류를 하자면 <임계가족>은 이 단편집에, <여류작가>는 <흑소소설>에 실려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출판계 이야기는 <흑소소설>에 많은 관계로...

추신) 책 소개는 너무 많은 스포일러 노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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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팡의 소식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한희선 옮김 / 비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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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상하게 일본 소설 리뷰만 쓰게 되는 것 같다. 예전에는 영미권 추리소설을 더 좋아한다고 믿었고, 더 자주 읽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런 적이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본 추리소설만 읽는 것 같다. 이러다가 취향마저 바뀌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엉뚱한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이 작품은 요코야마 히데오의 데뷔작이다. 다시 가필을 했다고 하니 엄밀한 의미의 데뷔작이라고 하긴 어렵겠지만, 데뷔작이라서 그런지 기존에 우리나라에 소개된 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이랑은 약간은 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좋았다. 다른 작품이 더 소개되어봐야 알겠지만 이 작품이 국내에 소개된 요코야마 히데오 작품의 최고작이라는 생각이다.

시효를 하루 앞두고 자살로 판명됐던 사건이 타살임을 알리는 제보가 갑작스레 들어온다. 그래서 15년 전에 고등학생이었던 세 명의 대포날-대학을 포기한 날나리들-이 잡혀와서 과거를 추궁당한다. 여기까지는 요코야마 히데오의 스타일이다. 근데 내가 읽어왔던 요코야마 히데오의 스타일이라면 시효를 앞두고 사건관계자들이 조직적 개인적으로 충돌하면서 엄청난 긴장감을 몰아갈텐데, 이 소설은 흥미롭게도 고교시절 세명의 대포날들의 재미있는 일상으로 느슨하게 흘러간다. 그 재미있는 일상에 동참하면서 읽다보면 시효가 내일이면 끝이라는 것을 잊을 정도로 흥미롭다. 중간중간에 개입되는 현재의 모습도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의 고등학교 시절은 재미있다. (고등학교 시절 엉뚱한 녀석에다가 내신 성적이 나쁜 학생이었지만, 이들처럼 막가지 못해서인지 이런 대포날들의 이야기는 그냥 읽기만 해도 흥미진진하다. 대리만족이라고 해도 좋고 일탈의 욕구던 간에 편애하는 것은 사실이다.) <69>처럼 엉뚱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소설 특유의 가벼움과 간결함 때문에 대포날들의 삶이 심각하게 흘러가지도 않고 작위적으로 흘러들어가지 않으면서 사건이 진행된다. 세상이 몰아칠 듯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기존의 요코야마 히데오 스타일이라면, 흘러간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웃음짓게 만드는 것이 이 작품의 전반부랄까...
 
그런데, 시효는 가까워지고, 용의자들의 진술을 통해 진실에 점점 접근해 가면서 요코야마 히데오 아저씨의 후반부 모드인 '감동에의 질주'를 시작한다. <종신검시관>리뷰에도 썼듯이 내가 가장 실망하는 부분인데, 의외로 이 작품에서는 상당히 잘 먹힌다. 개개인의 설정이 약간은 작위적인 면이 없지는 않지만, 그 개개인들의 비밀이 맞물리면서 드러나는 진실의 모습은 슬프고도 아름답다. 15년 전의 그 사건이 바꿔놓은 용의자들의 삶의 달라진 모습, 특히 그 사건으로 고통스러워야 했던 다른 이들의 굴곡진 생활들을 그려내는 히데오의 서술은 역시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마지막의 반전에 이르러서는 나도 환호를 질렀다. 범인이 아닌 용의자들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작가를 다시 봐야 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인상깊었다. 기존의 작품들의 후반부에 보여주는 모습을 내가 과소평가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작품의 결말에 등장하는 감동에 공감하는 이유는 나도 이 시기를 이들과는 다른 모습이지만 지나쳤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작품에 등장하는 감동적인 모습들도 혹시라도 내가 아직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과소평가하는 것이 아닐까? 과연 내가 그 무렵의 나이가 되었을 때 그런 일을 겪어나 보고 듣는다면 지금과는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또 한 가지. 확실히 히데오는 단카이 세대의 희생적이고 영웅적인 삶에 경도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직에 충성하며 자신과 가족을 희생하면서 경제성장을 이뤄낸 덴카이 세대의 삶을 회고하고 찬사를 바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늘 구도가 구세대의 신세대에 대한 훈계조로 접근하는 부분은 좀 불편하다 싶기도 하다. 반면에 맨날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내 성장환경과 맞물려서 묘한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기도 하고... 

쑥쓰럽지만 이 책에 나온 대포날들의 삶을 보면서 나에게 얼마나 많은 기회(와 위기)가 있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지금은 내 삶에 있어서 큰 위기지만, 잘 헤쳐나갈 수 있어야 할텐데 하면서 용기를 얻게 된다. 웃긴 이야기지만 역시 남자의 일생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어떤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 아닐까. 별 차이 없어보이는 대포날들의 삶이 달라진 것은 우선은 본인의 의지탓이지만, 갱생의 의지를 부여한 것은 (스포일러일지도 모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여자를 만났느냐에 따라 달라진게 아닌가 싶다.최진실의 유명한 CF멘트처럼 역시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인 셈인가...(물론 여자들의 잘못은 아니다. 오해없으시길) 

정말 여러모로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단 하나 아쉬웠던 건 책 상태였다. 비채에서 나온 책 중에 가장 '덜' 정성스럽게 만들어졌다. 교열이 안된 티가 너무 난다. 편집자가 주의해야할 단어에 들어갈만한 실수들도 여럿 보이고.(어떤 분은 모방범 1쇄수준이라고까지 하시더라.) 그리고 광고문구에 '사회'미스터리라고 한건 지나치다 싶었고... 

추신1) 모기치 선생의 별명으로 아르바이트와 하이드가 번갈아 쓰이는데 하이드가 맞다고 한다. 역자 분이 밝혀주신 내용이니 참고하시길...^^;

추신2) 이 소설이 <루팡의 소식>인 이유는 이 소설의 모티브가 뤼팽의 단편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아르센 뤼팽의 고백>의 첫 단편인 <거울놀이>이다. 이 작품을 읽고 다시 읽었는데 의외로 많은 부분 오마주를 바쳤음을 느꼈다. 가장 중요한 모티브인 금고 속의 미녀의 시체, 암호의 사용, 그리고 악당들의 심리상태 등등. 요코야마 히데오가 아르센 뤼팽을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전통의 계승이라는 측면에서는 흐뭇한 광경이었다. 이 두 작품을 읽고 씁쓸한 기억을 떠올랐다. 한국추리작가협회모임에 우연찮게 갈 기회가 있었는데, 거기서 어느 작가분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처음으로 소개될 때였고, 곧이여 독자들을 설레게 하는 몇몇 작품들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A작가는 어떠냐, B작가는 (소개해 보는 것이) 어떠냐 하면서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그 작가분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A작가를 모르고 B작가를 몰라서 안 한것 같아요? 나도 다 읽어봤고 좋아해요. 이미 다 해본 거에요.'라고 딱 잘라버렸다. 무안해진 나는 곧 자리를 떴고 미안한 마음에 그 분의 작품을 찾아서 읽어봤다. 근데, 정말 죄송하게도 내 기준에서는 A,B...작가의 영향은 고사하고 범작도 없어보였다. '이러고도 나에게 해봤다고 할 수 있나.'라는 분노어린 생각이들면서 우리나라추리소설에 대한 관심이 식어버렸다.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라 씁쓸해졌다. 결국 지금의 일본(추리)소설 붐을 읽고 자란 세대가 좋은 추리소설을 쓸 때까지 기다려야만 하는 것일까. 어디서 천재가 뚝 떨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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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요코야마 히데오의 &quot;루팡의 소식&quot;
    from 맥, 기술, 영화, 도서 그리고 삶 2008-07-24 23:19 
    바티스타 수술팀의..을 읽고 감상문을 올렸더니.. happyseeker가 추천해준 책.. 미루고 미루다가.. 이번에 갑자기 생각나서 학교 도서관에 가서 덥석 들고 와서 읽었다.. 루팡의 소식이라는 이름에서 루팡과 관계가 있나 싶었는데..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공소시효가 1일 남은 상황에서 (그것도 이미 끝나버렸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과거 자살로 처리된 사건이 살인사건이라는 제보를 받고 그 살인범을 밝힌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한솔로 2007-10-10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끄럽고 송구스럽습니다.
정성을 덜 썼다고 하셔도 할말은 없습니다만, 정성의 문제가 아니라, 편집자인 제 만듦새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일 겁니다.
그리고 사회 미스터리라는 건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게 역시 쇼와라는 사회와 그 변천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원서에서도 사회미스터리라는 부분에 방점을 찍고 있어서 그랬습니다만, 역시 제 미스터치겠지요.

보석 2007-10-10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또 이렇게 멋진 리뷰를 써주시면..읽고 싶잖아요..ㅜ_ㅜ

비연 2007-10-10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고, 좋은 지적들도 있네요. 여러가지가 눈에 띄긴 했지만, 그래도 이 작품,
요코야마 히데오의 천재성이 유감없이 발휘된 글이라고 생각됩니다. 근데 다른 책에서
그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ㅋㅋ 상상했던 거랑 틀려서 좀 놀랐다는..(여담이지만서두..^^;)
추천하고 갑니다~

상복의랑데뷰 2007-10-10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솔로님 / 아닙니다. 늘 좋은 책 만드시느라 고생 많으신데, 제가 거칠게 쓴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비채에서 나온 책들은 책만듦새에서 늘 일정 수준의 만족을 주었는데, 이 작품은 유독 오탈자가 많더군요. 책이 재미있고 좋아서 아쉬운 마음에 끄적인다는 것이;;; 그리고 사회 미스터리 부분은 제 의견일 뿐이니 신경쓰지 마세요. ^^ 저도 한솔로님 말씀을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명의 주인공의 고등학교시절이 워낙 반짝반짝거려서, 히데오가 설사 사회미스터리를 의도했더라도 결과는 다른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보석 / 제가 호평보다는 혹평으로 인식이 되지만 이 작품은 읽어보실만 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

비연 / 저는 어느 만화인지 모르겠는데 만화주인공 같이 생겼더군요. 마스터 키튼에 나왔었나...^^;;; 비연님도 즐겁게 읽으셨다니 동지를 만난 것 같아서 기쁘네요~
 
방과 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구혜영 옮김 / 창해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에서 위력(?)을 떨치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데뷔작. <붉은 손가락>을 비롯 일련의 게이고 작품을 읽은 터라 개구리 올챙이 시절의 풋풋한 모습을 기대하면서 읽었다. 근데 의외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여고생들의 묘사. 이 작품의 기대치가 낮았던 이유는 소재가 여고생이었기 때문이었다. 예전에도 한 번 이야기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여성 묘사는 여러가지를 감안하더라도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데, 이 작품만은 예외다. 온다 리쿠도 못/안 읽는 주제에 여성 묘사를 운운한다는 것은 자가당착인지도 모르겠으나. 솔직히 말해서 이 분의 관심은 여고생에 있나 싶을 정도로 여성 묘사는 데뷔작이 제일 낫다. 이 뛰어난 여성묘사가 요즘은 어디로 갔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그래서 그런지 논란이 되었다는 동기 역시 의외로 좋았다. 논란이 됐다고 해서 도대체 왜 그랬나 하고 봤는데, 현실가능성이란 요소를 고려한다면-역시 이것도 가능한가의 문제가 등장한다.-충분히 멋진 동기라고 생각한다. 여성분들의 리뷰도 많이 이해된다는 반응이신 것 같고...

또한 심리묘사 따위 없이 간결하게 행동만 묘사할 때 좋은 결과가 나오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전통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나 보다. 그 당시에도 술술 읽히는 맛은 대단했던 것 같다. 읽는데 제일 힘들었던 <숙명>과 동일 번역자라는 것까지 고려한다면 말이다. 그리고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필력은 여전했다. 지금의 세련된 모습과 비교할 수는 없긴 하다. 결말을 짐작케 하는 단서를 제공하는 묘사-는 솔직히 <악마의 공놀이 노래> 시절의 느낌이라서 웃음도 나왔다. 이렇게 순진한 시절도 있었구나 하면서 읽었다. 결정적으로최근작에 볼 수 없는 감동에 대한 집착이라던가 너무 뛰어나서 작품의 분위기를 해치는 뜬금없는 본격트릭이 등장하지 않아서 즐겁거웠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위적인 모습은 남아있다. 갑자기 등장하는 두 사람을 보면서 이건 좀 너무한데 싶기도 했다.)  

트릭은 다른 의미에서 흥미로웠다. 두 가지의 트릭이 나오는데, 오랫만에 본격소설을 읽는 느낌이었다. 도면이나 설명도가 나오는 그리고 트릭을 보면서 이게 정말 가능할까? 이 트릭이 맞는 것일까를 고민해 본지도 꽤 된 것 같다. 고전 본격의 느낌을 잘 살리고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다작이고 사실 매작품마다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최근작의 트릭묘사와 이 작품을 비교한다면 적어도 트릭만큼은 장족의 발전을 했다고 생각한다. 일단 트릭묘사나 설명의 질적인 차이가 상당하고, 결정적으로는 내가 아둔한 탓인지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초석 트릭이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인 트릭은 본격 특유의 비현실적인 느낌까지 더해지면서 정말 감탄했는데, 그놈의 초석트릭은 비현실적이 아니라 反현실적이다. 성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내 생각에는 동기가 아니라 첫번째 설명이 논란이 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자분깨 정말 죄송한 말씀이지만 오역이 아닐까 싶을정도로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걸 몰랐다는 것도 이해가 안되고.(웬만한 리뷰에도 트릭에 대한 설명이 없네요. 혹시 이 글을 읽으시고 아시는 분은 저에게 설명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죽음 전의 키스>처럼 혜성과 같이 등장한 작품은 아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요소들이 잘 살아 있는 수작이다. 후반에 실린 엉뚱한 인터뷰도 즐거웠고. 이런저런 비교를 해가면서 읽다 보니 즐거운 경험이었다. 추리소설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일본작가의 경우 최근작과 데뷔작을 읽으면서 작가의 달라진 모습을 비교해가면서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독자로서 즐거운 경험일 것이다. 그리고 그 작가가 내 취향에 일정부분 호응한다는 것도 즐겁고.(온다리쿠와 이사카 코타로는 그런 면에서 좀 아쉽다.) 저변이 더 확대되어서 더 많은 작가가 독자들에게 같은 즐거움을 주었으면 좋겠다.

추신) 원래 '방과후'의 영어표현은 After school이 아니라 after class라고 알고 있었고, 모님도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Cold case를 보니 after school이란 표현이 들렸다. 틀린 표현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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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hand 2007-10-07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원물 알러지때문에 안 읽을듯 하더니만. ^^ 난 다음이나 다다음 독서 예정 목록에 올라 있긴 한데, 히가시노 게이고도 딕 프랜시스에 필적하는 타율왕이라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듯 하네.

상복의랑데뷰 2007-10-09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실망은 안하실텐데, 트릭은 머리를 싸매실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