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이라는 장르에 국한된 소설들도 물론 뛰어난 추리소설이지만, 꼭 추리소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추리의 요소가 물씬 풍기는 소설들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직관적인 느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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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도스또예프스끼 전집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1월
9,500원 → 8,550원(10%할인) / 마일리지 470원(5% 적립)
2005년 09월 26일에 저장
절판
내가 읽은 도스또예프스키의 최고의 소설. 이틀도 안 되는 시간동안 이렇게 방대한 이야기를 꾸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천재성이 드러난다. 누가 아버지를 죽였을까?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북해의 차가운 바람이 내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간다.
몬테크리스토 백작 1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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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대중소설가라고 평가하는 뒤마의 대표작. 축약본, 완역본을 읽어도 모두 재미있는 소설. 이 소설보다 재미면에서 충실한 소설은 없다고까지 생각된다. 은근이 이 안에는 추리적 코드가 많다. 이 소설 안에는 오컬트 미스테리, 암호 미스테리, 감금과 탈출, 도서추리, 복수 등 온갖 종류의 추리적 요소가 다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대부- 보급판
마리오 푸조 지음, 이은정 옮김 / 늘봄 / 2004년 4월
9,500원 → 8,550원(10%할인) / 마일리지 4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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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추리적인 요소가 적은 것은 분명하지만, 마피아라는 어둠의 세계를 다룬 하드보일드 소설로써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리오 푸조의 바로크적 묘사가 감동을 가져다 주는, 영화의 성취와 함께 최상의 시너지를 이룬 소설
죄와 벌 - 상- 도스또예프스끼 전집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홍대화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1월
8,500원 → 7,650원(10%할인) / 마일리지 4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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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모 형은 이 소설이 세계 최고의 도서추리소설이라고까지 극찬을 하시는데, 도서추리의 걸작이자, 사회파 추리의 걸작. 소설만 놓고 보자면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을 더 좋아하지만, <죄와 벌> 역시 훌륭한 도서추리소설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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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eB 2006-01-06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스트네요^^ 저도 까라마.. 넘 재밌게 읽었어요. 죄와벌과 적과흑 주인공들은 정말 대단한 캐릭터들이죠! 글구 랑데뷰님의 아이리쉬 사진도 아주 매혹적이네요^^

상복의랑데뷰 2006-01-09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감사합니다. ^^

panda78 2005-09-26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몬테크리스토 백작, 번역이 안 좋다는 말을 들어서 안 사고 있는데 가끔씩 생각나더라구요. 어떤가요? ^^

상복의랑데뷰 2005-09-26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증자님의 번역이 나쁘다기 보다는 좀 어색하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panda78 2005-10-06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랑데뷰님! ^^
 

더운 여름, 암살자와 정보부서의 한 판 승부, 혹은 용병들의 격렬한 전투를 보면서 무더위를 잠시나마 식히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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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결사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신용태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8월
6,000원 → 5,400원(10%할인) / 마일리지 3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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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물의 고전이라고 보기에 손색이 없는, 여사님의 이색 장편. 타이타닉호와 세계 대전을 바탕으로 로맨스를 양념으로 버무렸다. 여사님의 캐릭터 중에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인 토미와 터펜스의 대활약상의 시작!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존 르 카레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7월
8,500원 → 7,650원(10%할인) / 마일리지 420원(5% 적립)
2005년 07월 31일에 저장
절판

'스파이물을 따질 때 빼놓을 수 없는 걸작.'이라는 찬사로 모든 것이 설명된다.
어느 스파이의 묘비명
에릭 앰블러 지음, 맹은빈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9월
6,800원 → 6,120원(10%할인) / 마일리지 34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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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7월 31일에 저장

디미트리오스의 관과 함께 DMB에 수록된 스파이 소설의 대부, 에릭 앰블러의 대표작. 우연히 스파이로 몰린 주인공의 절박함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뛰어난 스파이 소설.
자칼의 날
프레데릭 포사이드 지음, 석인해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7월
8,800원 → 7,920원(10%할인) / 마일리지 440원(5% 적립)
2005년 07월 31일에 저장
품절
프레드릭 포사이드의 대표작. 드골을 암살하기 위한 '자칼'과 프랑스 정보부와의 한 판 승부! 포사이드의 건조하면서도 긴박감 넘치는 묘사가 주는 스릴이 있다. 쫓고 쫓기는 자의 두뇌싸움은 이 작품이 최고! 브루스 윌리스/리처드 기어가 주연한 영화는 원작의 1%도 건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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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eB 2006-01-06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밀결사 어렸을때 정말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존 르카레 작품도 훌륭하죠. 혹시 독수리는 내리다 라는 작품도 읽어보셨나요? 첩보물하면 빠질수 없는 대단한 작품입니다^^

상복의랑데뷰 2006-01-09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수리는 내리다 읽었습니다. 최고였죠 ^^;;;;;;;;;; 쿠르트 슈나이더는 정말 남자의 로망이었습니다. ^^
 

Rendezvous in XX는 좋아하는 추리작가들의 전집을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시작은 누가 뭐라고 해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 중에 한 분인 윌리엄 아이리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환상의 여인>은 다 들어보셨을 거고, <상복의 랑데뷰>, <죽은 자와의 결혼>이 현재 쉽게 구할 수 있는 아이리시의 소설인데 꼭 한 번씩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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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복의 랑데부
코넬 울릿치 지음, 김종휘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6,800원 → 6,120원(10%할인) / 마일리지 34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4월 22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5년 06월 25일에 저장

누가 모라고 해도 제가 꼽는 아이리쉬의 최고의 소설 중에 하나이자 최고의 추리소설 중에 하나. '독특한 우수와 서정이 깔린 외로운 사나이의 범죄 스릴러'라는 광고문구만으로도 모든 것이 설명됩니다. 제발, '트릭'이 아니라 '내용'을 읽어주세요.
환상의 여인- Mystery Best 2
윌리엄 아이리시 지음, 최운권 옮김 / 해문출판사 / 2003년 7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2005년 06월 25일에 저장
품절

아이리시의 작품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첫 문장만으로도 30점은 얻고 들어갑니다.(다른 판본으로 구매하지 마시고 꼭 해문 판본으로 사셔야 첫 문장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세계 3대 미스테리에 들어간다는 중압감을 걷어내고 읽으면 훨씬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죽은 자와의 결혼
윌리엄 아이리시 지음, 김석환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3월
5,000원 → 4,500원(10%할인) / 마일리지 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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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6월 25일에 저장

<죽은 자와의 결혼>은 윌리엄 아이리시가 여성의 심리묘사에 일가견이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사고로 인해 운명이 뒤바뀐 헬렌과 그녀를 사랑하게 된 남자의 애절한 러브스토리입니다.
마니아를 위한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아서 코난 도일 외 지음, 정영목, 정태원 옮겨엮음 / 도솔 / 2002년 7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2005년 06월 25일에 저장
품절

예전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1, 2>의 양장합본, 이 안에 들어있는 윌리엄 아이리시의 단편 <한 방울의 피>는 우울한 그의 매력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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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월드
기리노 나쓰오 지음, 윤혜원 옮김 / 마루&마야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꾸역꾸역 <리얼 월드>를 읽었다. 서늘함과 불쾌함이 공존했는데, 서늘함은 기리노 나쓰오 여사의 책을 읽었을 때 느끼는 일반적인 감정 그대로였다. 다만 고등학생들의 이야기이고, 비교적 소품이기에 <그로테스크>와 같은 압도적인 몰입감과 위압감은 없었다. 마지막까지 몰아붙여서 극한으로 치닫는 맛이 약간은 아쉽긴 하다. 하지만 여사님 작품이야 늘 기본은 하니까. 게다가 이 책 출간 전후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얼핏 들었는데, 인간 본성의 어두운 심연을 눈하나 까딱하지 않고 그려내는 여사님은 마치 무협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파멸도나 낙일검을 익힌 고수 같다.

하지만 여사님의 참맛을 느끼기에는 이 출판사가 책을 낸 씀씀이가 너무나 엉터리였다는 게 불쾌했다.<범인에게 고한다,>는 어차피 내가 좋아하는 작가도 아니고, 소설이 그닥 좋지도 않았기에 그려려니 했는데, 이런 대작가의 책을 이렇게 내놓은 것을 보니 솔직히 화가 치밀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오탈자는 그렇다 치자. 그리고 전혀 작품과 연관없어보이는 디자인도 내가 미적감각이 전무하니 이해못한다고 치자. 일본식 조어를 그대로 사용하질 않나, 인용작품의 국내작품명도 모르질 않나-이건 인터넷에 조금만 시간을 투자하면 다 나온다.-내가 까다롭다고 생각하지는 않은데, 이런 걸 보고 있으면 짜증스럽다.

'페스트 카(Fast Car)' : 페스트면 전염병인데?

스티브 킹 : 스티브 유도 아니고...

<배틀 런너(원제 : The Running Man)> : 일본어판 번역제목인 듯 한데, 먼저 우리나라 번역제목을 찾아보고 표기해야하는 것이 원칙 아닌가? 찾아보면 우리나라에는 <헌터> 혹은 <런닝맨>이라는 제목으로 출시되었다.

<하이스쿨 패닉(원제 : Race)> : 이 작품은 출간이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고, 그나마 제목도 오타가 났다. Rage가 맞는 제목이다. <레이지>라고 음역하거나 <분노>로 의역해야 한다고 본다.

<죽음의 롱 워크(원제 : The Long Walk)> : 국내 번역제목은 <롱워크> 혹은 <완전한 게임>이다.

더 치다가 덥고 짜증나서 관뒀다. 이런걸 보고 있으면 짜증이 난다. 잘못된 인용과 일본식 조어의 지나친 사용을 무성의의 척도로 삼는 나에게 이 '작품을 읽는 것'은 최악이었다. 간만에 본 성의없게 만들어진 작품이다.  

출판사 담당자께 고한다. 500부 시장이라고 생각해서 공을 안들일거라면 아예 출간하지를 말거나, 출간을 할거면 500명이 보건 500만명이 보건 손익분기의 셈을 따지기 전에 기본적인 퀄러티는 지켜주시길. 이런 퀄러티라면, 이 책을 살 돈으로 imax가서 <스파이더맨 3>를 한 번 더 보겠다.

다만 상도덕을 지켜달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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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6-02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시경 부인귀가하는게 cctv에 찍힘, 1시경 남편귀가하는게 cctv에 찍힘, 3-4시간후 남편이 쓰레기봉투를 대여섯개 가지고 나가는 것이 cctv에 찍힘, 부인실종, 그집 욕조에서 부인의 혈흔과 뼈가루 검출, 1심재판 무죄선고 (시체가 없으므로, 무죄추정)...은 꼭 기리노 나츠오의 [아웃]같지 않나요? 전 기리노 나츠오거 두권인가 읽었는데 조금 찝찝해요. 이건 어떤가요? 아참 아참, 인사드려요~~~

비로그인 2007-06-02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black mystery는 뭔가요??? ^^;;;;;

상복의랑데뷰 2007-06-02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초롬 너구리 / 예, 안녕하세요 만나뵈서 반갑습니다. ^^; 별로 업데이트는 잘 못하는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아직 OUT을 못 봤습니다. <리얼 월드>도 수작인데, 책 만듬새에 민감하시지 않다면 보시는데 큰 문제는 없으실 겁니다. <그로테스크>가 아니라면 '찝찝함'의 강도도 그닥 크지 않구요. 그리고 black mystery는 제가 그냥 붙인 이름입니다. 제 서재의 사진은 미국의 추리작가 코넬 울리치(윌리엄 아이리시)라는 작가의 사진입니다. <환상의 여인>이라는 소설로 유명하죠. 이 작가는 도시를 밤을 배경으로 인상적인 추리소설을 많이 쓴 데다가, 작품 제목에 Black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해서 Black Irish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걸 본따 추리소설 리뷰 모아두는 폴더 이름으로 만든 조어입니다. ^^

보석 2007-06-08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탈자는 정말 이해할 수 있는 허용범위이지만 말씀하신 잘못된 인용이나 명칭은 큰 문제지요.

상복의랑데뷰 2007-06-08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안녕하세요 ^^ 처음 뵙습니다. 제가 상반기에 본 책 중에 가장 '못' 만든 책이었습니다.

비로그인 2007-06-09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나만 그렇게 느낀 줄 알았는데, 랑데뷰님도 많이 거슬렸나봅니다. 이 책 사이즈가 문제였던건지, 쓸데없이 많은 ()역주 때문에 짜증이 심하게 밀려왔었습니다. 자세하게 알지않아도 될 역주도 많았고 오자도 있었구요. 읽는 재미를 깎아먹긴 했지만 그래도 뭐 재밌게 읽었네요.

상복의랑데뷰 2007-06-10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마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제가 취약한 소재다 보니 전 데면데면 했습니다. -_-;;; 제 서재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루사 2007-06-24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했습니다. 번역문제로 인해 책장 사이사이 모래가 서걱대는것처럼 불편했습니다. 소유의 '--의'를 '--에'로 번역해놓은 부분에서는 가히...
중요한 지적이셨다고 생각합니다. <아웃>도 초판본은 번역문제가 심각하지만, 최근에 번역되어나온 기리노 나쓰오의 책중에서는 최악이었습니다.

상복의랑데뷰 2007-06-26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 처음 뵙습니다. 제가 느끼신 경험을 그대로 하셨군요. 정말 이 책은 문제가 많습니다.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 전방위적 지식인 정약용의 치학治學 전략
정민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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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돌아가는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다르게, 요즘의 역사저술을 보는 것은 점점 즐거워진다. 역사학에 관심있는 일반인들을 위한 저작들의 양과 질이 향상되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1920~30년대의 모던 뽀이와 걸의 시대건, 영정조의 문예부흥 시기건 가리지 않고 좋은 저작들이 나온다는 점에서 좋다.

위의 예시에서 엿보이듯이 내가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기는 세 시기이다. 첫째는 흔히 구한말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이데올로기인 사회진화론이 수입된 시기의 엘리트들의 움직임.-아마도 박노자 교수와 허동현 선생의 영향이 크다.-그리고 모던 뽀이와 걸이 나았던, 그러나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았던 1920~30년대-내가 좋아하는 하드보일드/필름 느와르의 시기-, 마지막으로는 영정조의 문예부흥 시기이다. 영정조는 아무래도 '실학(자)'라는 형태가 모호한 학문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사를 배우면서-전공자는 아니다.-늘 느꼈던 의문은 의외로 '왜'에 대한 서술이 적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다산 선생의 경우에 위대한 분이라고 하니 그런가보다는 했지만, 사실 왜 위대한지는 잘 몰랐다. 사실 고등학교 때 배운 지식에 대해서 '왜'라고 고민한 지식이 얼마나 있겠느냐만. 주로 언급되는 것이 <목민심서>를 위시한 <여유당전서>인데, <여유당전서>의 방대함 때문에 다산이 훌륭하다면  지금 가장 위대한 만화가는 다산과 같은 방식으로 '남들이 한 권을 낼 때 한 질을 내는' 김성모 화백이어야 할 것이고,  가장 위대한 소설가는 쉼없이 두 개 이상의 신문에서 '남성 소설'을 개척하는 이원호여야 할 것이다.(참고로 이원호 선생의 팬이다.) 말도 안되는 비유지만, 하곻 싶은 이야기는 호기심을 설명해줄 만한 서적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원전을 읽을 실력도 없었고 호기심은 호기심으로 남았다.(완역본도 90년대 중반에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지금까지의 역사학계에서 연구를 등한시했을 리는 없지만, 적어도 그 결과를 대중과 공유하려는 노력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을 쓰신 정민 교수나 안대회 교수의 시도는 시도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의구심이 상당부분 해소되는 것을 느꼈다. 다산이라는 거인의 입체적인 모습을 알 수는 없었지만, '치학'이라는 주제만으로도 충분히 거인이라는 것을 느낀다.  이 책을 읽으면 다산'만'의 독창적인 치학이라고 부를 수 있는 방법도 있고, 어떤 책-그것이 인간관계론이던, 자기계발론이던, 무엇이던 간에-에서 본 내용을 다산의 말투로 옮긴 듯한 평이한 부분들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 '평이함' 때문에 다산이 진정 위대한 분이었다고 느낀다.

내가 느끼는 '평이함'의 근원은 다산이 언급한 부분들을 다른 누군가, 정확히 말해 서양의 누군가가 이야기한 것들을 18~9세기의 다산도 언급했기 때문이다. 모든 좋은 것 멋진 것이 반드시 서양사회의 전유물은 아니지 않는가? 사회진화론의 피해자이면서도 사회진화론의 모범생인 우리나라의 현실을 비추어볼 때 민족적 자존심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우리에게도 이런 통찰력을 지닌 분들이 계셨다는 것이 흥미롭고 계속 연구되어야 할 주제라고 본다.  

사회진화론에 입각한 근대화 혹은 문영화가 절대 명제가 되어버린 우리 사회에서 지식인의 제1목표는 외국학문의 수입과 전달이었으며, 내부에 대한 성찰은 압도적인 서구문명의 위력에 눌려 늘 뒷전이었다.(국문학 강의에도 영어를 쓸 것을 권유하는 나라가 우리나라 말고 또 있을까?) 평균적으로 학문의 발달정도가 우리보다 뛰어난 것도 인정할 수 있고, 내 자신이 민족주의자도 아니고 민족주의에 대해서 그다지 호감이 가는 것은 아니지만,  '신토불이'의 폐혜를 걱정하기에는 우리 것에 대한 고찰이 지나치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러한 책들이 계속해서 등장한다면 나의 이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할 것이다고 본다. 앞으로도 이런 작품이 계속해서 나와서 대중과 소통하고, 대중의 치학에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치학과는 별개로 다산 선생의 작업스타일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 책대로라면, 다산은 한 개인이자, 동시에 다산학파의 총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밑에서 자발적으로 생활의 고달픔을 감내하면서 스승의 작업을 도운 제자들은 어떻게 봐야할까? 어떻게 생각하면 쪽번역과 제본소 만화의 행위도 이러한 도제행위에 들어갈 것이다.(물론 현대의 도제행위는 자발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다산의 경우도 자발적일 것이라는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은 없다.) 이것을 어떻게 봐야할까? 설사 다산이 총감독이라고 해서 모든 명예를 다산이 가져가야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치학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자발적인 봉사를 이끌어 낸 것인지, (이런 표현은 정말 죄송하지만) 자발적인 존경심을 미끼로 노동착취를 한건지 알쏭달쏭했다. 윤리적인 문제인데, 판단하기가 참 난감했다. MS가 윈도우를 만들었다고 해서 참여한 모든 개발자의 이름을 표기하지는 않지만, 콘텐츠의 경우에는 최소한 '표기'는 해주지 않는가.  이런 난점과 더불어 전수자들의 모습도 보고 싶다. 스승에게 치학을 배운 제자들의 발전된 모습을 언젠가 정민교수가 연구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청출어람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분야에만 천작해서, 스승을 일부 뛰어넘는 제자가 있었을 것도 같은데 나같은 일반인이야 상상에만 그칠 뿐, 그 몫은 죄송하게도 학자의 몫이다. 

책에 대해서 덧붙이자면, 이 책은 다른 정민 선생의 책에 비해 읽기가 쉽다. 정민 선생은 논문스타일의 글쓰기가 기본바탕이다보니, 대중서가 아닌 논문집의 형태로 출간되는 느낌이다. 주제의 참신함과 깊이에도 불구하고 중복서술과 일관성에서 많은 부분 접근에 어려움이 있는데, 이 책은 그런 단점들이 사라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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