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이라는 건 인간의 오래 묵은 내적 욕망 아닐까. 겉으로는 더이상 남들이 알던 내가 아닌 모습으로 뒤바꾸는 일. 내면의 나는 그대로의 나이기도 하고 간혹 그 안쪽까지 내던진 새로운 나이기도 하고. 원제 그대로 shapeshifter가 정확히 그 의미를 반영한다. 왜 우리는 가끔 모습을 바꾸고 싶은 욕구에 흔들리고, 그런 존재들을 떠올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소비하기 좋아할까. 변신하는 존재에 얽힌 욕구의 역사이기도 하겠다.



꽃 잡는 일을 직업으로 할까, 아주아주아주 오래전에 진지하게 고민한 시절이 있었다. 왜 그랬는지 지금은 이해할 수가 없는데 대신에 나는 대학원을 가버렸... orz 요즘은 그냥 근거리에 있는 꽃시장까지 운동삼아 걸어가서 한두단 정도 가져와서 아무렇게나 꽂아두는 걸로 기분전환을 하기도 하는데, 이왕이면 좀 예쁘게 꽂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드네. 



공부만이 살길이다, 이러는 중딩1호와 달리 공부따위 개나줘라, 를 모토로(니네 나한테 왜그래) 삼는 중딩2호는 유튜버 워너비이기도 하다(엄밀히 말해서 이미 채널 하나를 운영하다가 에너지 달린다며 닫아버린 전적이...). 요즘은 영화리뷰 채널을 만들겠다며 죙일 노트북을 끌어안고 있더니만 만날 저작권때문에 머리를 쥐어싸매던데, 아주 딱이겠다 그냥. 



작년 가을엔가 막내가 나한테 와니니 3권을 빨리 사달라며 성화를 부렸었다. 성의없이 검색창만 몇 번 두드려 보고는, 저기 누구야, 와니니는 2권이 끝이야. 네가 뭘 잘못 안 것 같은데. 그랬더니 그럴리가 없다며 엄마가 몰라서 그렇지 3권이 분명히 있다고 억지를 부리는 거다. 아니라고! 나도 같이 버럭하고 그 뒤로 잊어버렸는데, 신간목록에 이것이 뜬 것이다... 두둥. 

되게 멋쩍어갖구, 미안해 얘, 와니니 3권 나왔더라, 알려주니까 옆눈을 한 채로 허리에 손 하더니, 이러는 거다.

내가 뭐랬어. 

잘나셨어요 증말... 



요즘 진짜 수학 책 많이 나온다. 요즘 수포자들은 좋겠어... 라고... 과거의 수포자였던 나는 생각한다. ㅎㅎ 



나는 이런 책 정말 좋아한다. 그냥 간단하게 음식과 인생 이야기 정도로 부르자. 레트로 느낌 가득한 표지도 정말 마음에 들고(표지가 별로면 영 마음이 안 가는 1인), 저자 이력도 범상치 않다. 컬리너리 아마추어였던 저자는 프로페셔널하기 짝이 없는 미국의 요리학교  CIA에 입학하기 위해 알지도 못하는 넷상의 사람들에게 입학 추천서를 써달라는 괴이한 부탁을 하고, 이렇게 모인 추천서가 1500장이었다고. 와우. 과연 그 학교의 입학서류 심사관은 어떤 기분이었을지 꼭 물어보고 싶... 저자가 그걸 물어봤을까? 난 왜 이런 게 궁금하지??? 



그녀의 공식 홈페이지에 가면 저자가 쓴 자기소개에 이런 대목이 있다. 선데이스쿨에서 네 살짜리 한국인 어린이를 가르치기에 충분한 수준의 한국어를 배웠다고. 그러니까 그건 도대체 어떤 레벨입니까 바우어 선생님? 미국인의 기준에서 4세라면 대략 6세라는 이야기인데... 

중딩1호는 그녀의 <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 역사 이야기>를 2번 정독했는데, 그녀의 저서에 역사적 오류가 있다며 (우리나라 관련해서였던걸로 기억) 굉장히 광분한 적이 있다. 장난기가 발동한 내가 그래서 수잔 와이즈 바우어의 이메일 주소를 찾아다 주며 한국말 요 정도 할 줄 아신대, 메일 보내서 물어봐, 제 생각엔 이건 이러한데 선생님 생각은 어떠시냐고 물어봐~ 꼬드겼는데, 수학 때문에 바쁘다고 대차게 거절당했다. ㅠ.ㅠ 세상에 이렇게 지적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아무때나 생기는 게 아닌데 왜 안하지? 왜때문에 안하지??? 아무튼. 이건 저 책보다 조금 업그레이드 된 버전인 것 같은데 살까 말까 고민되네. 이왕 세계사를 다시 훑는다면 다른 저자의 책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수전 와이즈 바우어가 참 재미있게 쓰긴 한다. 



음... 출판사가 걸리죠. 저도 좀 그래요. 그런데 이렇게 획기적인 기획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사전이 얼마만인지 모르겠고, 언어라는 걸 무조건적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1인으로서 사전이라는 귀한 책은 아묻따 그냥 품어주고 싶은 마음이 좀 있네요. 사전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탠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이러니 제가 미우라 시온을 얼마나 좋아할지 아시겠죠. ㅎㅎ)



이 대가가 이 주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면 입 다물고 귀를 쫑긋 열고 들어야 하는 것들이 있어요. 일테면 찰리 멍거라든가 조지 오웰이라든가 토미 드 파올라라든가 기타 등등. 마거릿 애트우드라고 왜 아니겠어요. 



사람의 경우와 비슷하게 가보지 않았어도, 그곳에 속해보지 않았어도 짝사랑하듯 마음에 새겨두는 도시가 있고 공간이 있다. 물론 현실은 잔인해서 실물의 인간도 그렇듯 실제의 도시도 실망스러운 부분이 더 많겠지만, 벨 에포크를 배경으로 그렸다는 이 책은 그냥 그저 아름답기만 할 듯. 



십대가 머무는 공간에 대한 앤솔로지라고 소개돼 있다. 다만 그게 실제의 공간뿐만 아니라 가상공간- 그러니까 SNS라든가 게임 같은, 그런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아이들의 삶과 고민이 녹아들어간 이야기는 그 아이들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줘야 할 윤리적 의무가 있는 어른들에게도 종종 필요하다. 왜? 아이들은 순순히 말을 안 해주니까! 



살면서 여러 가지 일들에 뒤통수를 맞아 봤다. 사람한테도 맞아 봤고 사회적인 일들에게도 맞아 봤다. 전자와 달리 후자는 공부하고 눈을 키우면 피하든가, 적어도 빗맞을 수는 있더라. 그래서 아주 죽어라고 공부를 해야 한다. 학교 다닐 때 그 어떤 선생님도 죽는 날까지 공부해야 된다는 건 아무도 안 가르쳐 줬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아주 어릴 적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얘기해 줬다. 입시 공부 끝나면 공부 쫑일 것 같지? 아니야. 아주 그냥 관뚜껑 덮는 날까지 공부해야 돼. 근데 좋은 소식은, 네가 하고 싶어서 하는 공부는 좀 재미있어. 



패티 스미스 책을 읽을 거다, 읽겠어, 읽을 거거든? 이라고 도대체 얼마나 오래 결심을 다져 왔는지 그 결심이 으스러져 즙까지 쭉쭉 다 빠졌을 것 같은 이 시점에서 또 새 책이 나왔네. 일단 저스트 키즈부터 읽고, 그리고 도장 깨기 들어갑시다! 



Curious George의 노란 모자 아저씨다! 왠지 내겐 아우구스토 레이가 곧 노란 모자 아저씨다. 별도 좋아하는 느긋하고 장난기 많은 아저씨. 우리 사는 곳에선 별은 거의 보이지도 않지만, 혹시라도 코로나가 정리돼서, 여름쯤 친정 시골집에 갈 수 있으면, 별도 구경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작년에 미국에서 중학교 다녔을 때, 중딩1호가 수강했던 과목 중에 포렌식 사이언스가 있었다. 네 그거 맞아요. 범죄 과학 수사. 그런 과목이 다 있답니다. (아마 우리 동네 그 학교 한정이었을지도) 그 클래스는 늘 최고 인기여서 수강신청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와 맞먹었더랬... 이 책을 보니 그 수업 교과서로 아주 딱이겠다 그런 생각이 절로 든다. 저자가 일본인이네... 포렌식 수업 담당교사도 일본인이었는데... 



사실 내가 이 나이 먹도록 죽도밥도 아닌 이유는 스스로가 제일 잘 안다. 나의 근본적인 문제는 이거다. 적당히 할 줄 아는 게 너무 많다는 거. 뒤집어서 말하면 다음과 같다.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다. 밑줄 쫙. 이 문제에 관한 한 가장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사람은 바로 같이 사는 분 -_- 인데, 그냥 그 잡다한 취미 싹 다 정리하면 안 되겠냐고 아주 분기별로 한 번씩 냉철하게 지적을 하시는데, 음... 사는 게 무기력한 것보다는 완벽하게 못 해도 적당히 이것저것 할 줄 아는 것도 나름 꿈틀대는 지렁이 재주라 생각하고 즐겁게 살겠다는 게 내 인생 포부다. 물론 본분은 다 하려고 노력중 (이것도 밑줄 쫙)이기는 하다. 여하간, 그래서 그 제대로는 못 하는 것 중에 베이킹도 들어가는데, 이거 되게 재밌어 보인다. 갑자기 생각난건데 아예 실용서 리뷰 카테고리를 하나 만들어놓을까 싶기도 하네. 이 책은 보고 따라할만 합니다. 이건 화보용입니다. 이렇게. ㅎㅎ 



목차를 살펴보기도 전에 이 책을 이번 주 관심신간에 묶어둔 건 이 강렬한 제목 때문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배타성이 너무 지금의 현실을 그대로 비추고 있다는 느낌이 소름돋게 들었다. 모빌리티 엘리트라는 개념이 몹시 새로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관적으로 무엇을 이야기하는지를 바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게 더 소름끼쳤다. 다들 열심히 사회를 진단하고 나름의 처방을 내리고 있는데, 현재의 사회병리적 이슈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어디쯤 가 있는지 모르겠다. 



일러스트 보자마자 기절할 뻔. 아니 이건 너무 심장 아프게 귀엽지 않습니까아아아아...



사실 나는 호빗 책을 갖고 있다... 고 말해야 할까? 내가 갖고 있는 건 이십 년은 족히 묵었지 싶은(더 됐나... 기억도 안 나네) 1988년에 창비아동문고로 출판됐던 <호비트의 모험>인데, 보다시피 아동문고로 나온지라 아마도 많이, 많이, 마아아아아니 삭제 편집이 된 버전이 아닐까 싶다. 완역판인데, 갖고 싶지 않을리가!!! 



어떤 이유에서든 우리는 어제보다 좀 더 발전적인 한 걸음을 내딛어야 하고 사회도 마찬가지로 진보해야만 한다. 그 진보는 당연히 윤리적으로 타당한 방향이어야 한다. 우리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무신경하게 누군가를 지속적으로 소외시켜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에서부터 도덕적 진보가 이루어질 수 있다. 단초로 삼기에 적절한 책이겠다.



오랫동안 절판이었던 걸로 알고 있었는데 새로 나온 듯. 아이들에게 철학의 세계로 가는 첫걸음을 떼어주고 싶다면 제일 쉽고 좋은 책이 아닐까. 저 단순한 그림 속에 엄청난 심오함이 똬리를 틀고 있다.



나는 저 표지에 보이는 "순진하면 무능해진다"를 "이 세계의 시스템을 믿고 있으면 안 된다"로 받아들였다. 대체로 나는 어릴 적부터 그런 편이었다. 아마도 레밍의 존재를 배운 시점부터 나는 각자도생을 어느 정도 믿었지 싶다. 그러나 단 한 순간도 사회에 대한 믿음을 버린 적은 없다. 이런 책들이 많이 나오는 현상의 뒷면을 생각해야겠다. 어쨌건 간에,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이야기하는 책들에는 대부분 어떤 종류의 인싸이트가 있긴 하더라. 



관계가 삶 자체가 되어간다, 는 건 너무 진리 그 자체인 것 같은데 거기에 뭘 덧붙일 게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데 쓴 사람이 패트릭 모디아노잖아... 아포리즘은 사절이지만요, 문득 그것을 깨닫게 하는 이야기라면 언제든 환영. 



위에서도 한 번 언급했던, 음식과 인생 이야기. FOOD MEMOIR라고 부르기엔 저자의 나이가 아직 어린 듯하여. 

대체로 맛있는 것들이 나오는 책들은 글도 맛있더라. 정말로! 


다 쓰고보니 몇 권 되지도 않는데 시간은 왜 이리 훌렁 날아가버린 것일까... 의문이다. 매번 이래! 시간에 쫓기는 앨리스의 시계토끼가 된 기분으로, 저녁밥 준비하러 부엌으로 달려갈 시간이 되어서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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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h (Paperback) - 느리게100권읽기 4계절과정 (봄) 느리게100권읽기 4계절 봄
피터 H. 레이놀즈 지음 / Walker Books Ltd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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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은 도대체 뭘 그린 거냐며 형에게 비웃음을 당한 뒤부터 그림 그리는 일에서 느꼈던 순수한 기쁨을 상실합니다. 더 이상 그리는 일이 즐겁지 않아요. 고통스럽죠. '제대로' '똑같이 닮게' 그려야 한다는 프레임이 씌워져 버렸으니까요. 그런데 사실 세상에 '실물과 같은' 그림이라는 게 어디 있나요? 그런 사고방식으로 보면 그림은 애초에 다 모조품인 것을요. 

그림책 작가들의 역량은 실로 당연한 이야기를 당연하지 않고 새로운 감동으로 전하는 방식에서 나옵니다. 피터 레이놀즈는 그런 스토리텔링의 대가라고 할 만한 분이죠. 번역서가 엄연히 존재하지만 원문에서 전해져 오는 -ish의 진정한 의미를 새겨보는 것도 좋겠어요. 


가르쳐주고싶은마음 

감동받았어 

너는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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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2-19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서체가 정말 예쁘네요!

라영 2021-02-20 09:58   좋아요 0 | URL
작가 본인의 손글씨예요. 그림도 좋은데 글씨체도 되게 정감있죠. :)
 


요즘 마음이 완전히 동동 떠서 갈피를 못 잡고 방랑하는 와중이라 책은 읽어도 눈으로 읽고 마음까지 머리까지 타고 올라오는 경우가 많이 없다. 슬프다. 시간은 시간대로 에너지는 에너지대로 다 투입하고 본전도 못 찾는 느낌. 로맨스 소설을 즐겨읽지는 않지만(삐딱한 심성 반영이랄까. 그래 그땐 세상 모든 게 다 긍정적이고 러블리하겠지. 로맨스가 지나가고 나면 남는 건 현타뿐... ㅋㅋㅋ 그렇다고 연애반대주의자는 아니에요 핏 뭐 나도 한때는 그런 시절 있었으니까 -_-;), 가끔 쉬어가는 기분으로 책과 책 사이에 끼워 읽곤 한다. 일종의 리프레쉬먼트. 

한 번에 여러 권을 동시에 번갈아가며 읽는 몹쓸 습관 덕분에 모드 전환을 위해서 가운데에는 꼭 청소년 소설 또는 어린이 문학, 내지는 잡지... 그리고 로맨스 소설을 종종 읽는데 이렇게 피곤한 로맨스 소설 세상 오랜만이었다. 


나쁘지 않아... 나쁘진 않은데 너무 마음이 피곤합니다(감정이입 잘하는 독자주의보). 


왜 남주와 여주가 다시 만나 해피엔딩을 이루기까지 이토록 많은 남자와 여자들이 소모되어야 하는걸까. 모르겠고요...


제목 그대로 12월의 어느 날 피곤에 찌들대로 찌든 우리의 여주인공은 관광객에게는 런던의 명물이자 일반 시민에게는 피로도 가중의 원인이기도 한 2층 버스에서 어떤 남자를 우연히 발견한다. 잠깐 멈춰 선 정류장에서, 2층에서 남자를 내려다 본 여자와 문득 고개를 든 남자의 시선이 얽히고 둘의 머릿속에선 아마도 만화스러운 번개 아이콘과 함께 계시적인 깨달음이 온다. 여자는 마음 속으로 남자에게 당장 이 버스에 올라타요, 라고 소리를 지르지만 아뿔싸, 남자가 버스에 올라타서 그녀를 붙잡기 전에 버스는 떠나버리고 그들의 인연은 여기서 이만 쫑. 

하면 소설이 안 되니까


작가는 그로부터 대략 1년 남짓 후 남자를 여자의 절친의 남친으로 만들어 데려온다. 나빴습니다. 잔인하고 세속적인 설정... 재미와 더불어 굉장히 앞으로 이야기의 여정이 힘들어질 것이 너무나 비디오다. 

여주인공의 천진난만하고 구김살없는 절친은 그와 여주인공이 아주 친해졌으면 좋겠다는 난감한 바람을 시원하게 드러내고 여주인공은 절친에게 너의 남친이 일년 전 나를 미치게 했던 바로 그 버스보이야... 라는 말은 내가 죽어도 못해! 안할거야! 라고 맹세하며 바야흐로 스토리는 난감함의 끝판왕을 만나러 산을 탄다... 


아무튼, 뭐, 로맨스 소설의 결말이 대략 그러하듯 장르가 이미 스포일러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까닭에 어찌 흘러갈지 방향성은 보이지 않습니까. 될놈될, 만날사람만날... 이런 천연덕스러운 멘트가 어울리는 내용이라는 게 민망쩍을 정도로. 대략 모두가 행복해지는 설정이어서 괜찮다. 누군가 지독히 불행해짐으로써 다른 누군가가 행복해질 수 있는 관계망은 너무나 피곤해(나이 탓이다...)


사건의 배경이야 크리스마스 직전이지만 내용상으로는 불과 며칠 전에 지나간 밸런타인 데이와도 꽤 잘 어울린다. 풍파를 몇 번씩이나 겪는 커플의 이야기지만 로맨스라면 환영이예요! 라는 분들께 추천. 그런데 또 사실 역경이 없는 로맨스라면 그건 그거 나름대로 너무 어린애들 얘기 같아서 좀 풋내 나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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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복잡하게 고민하지 말고 편하게 생각하자... 일 듯. 요시타케 신스케의 책들이 거의 그렇다. 뭘 그렇게 걱정해, 괜찮아, 다 괜찮아. 너 같은 사람 많아. 사실 나도 그런 적 있어. 이런 친구들도 있어, 그러니까 고민하지 마. 낮고 친절하고 유머스럽다. 아이들에게는 공감의 깔깔거림을, 어른에게는 향수어린 고개 주억임을. 



김려령, 배미주, 이현, 김중미, 손원평, 구병모, 이희영, 백온유 작가의 유명한 전작들의 뒷이야기 모음집이라고. 딱히 주인공이었던 인물이 아니라 지나가던 인물의 뒷이야기일수도 있는데, 전작에서는 크게 비중 없었던 인물이었어도 여기서 다룬 이야기들은 그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아마도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이야기의 무게중심은 조금 바뀔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누구나 다 제가끔의 이야기를 품고 사는 존재들이라는 거, 다만 어떤 순간에 주목받는 역할이 아닐 수도 있는 거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한다. 



기후위기 사회에서의 정치는 어떠해야 하는가, 를 다루고 있는 듯하다. 현실의 부분적 고발, 진단, 비판. 이 주된 내용인 것 같고 제언은 좀 약하지 않을까를 목차만 보고 대강 짐작해 봤는데 뚜껑 열어보기 전엔 모를 일이다. 아무튼, 지금은 정말 닥치는대로 기후문맹이신 분들께 작금의 위기상황을 깨우쳐 주는 게 최우선이므로, 일단 먼저 입을 여신 분들의 말씀을 경청해 보는 것도 좋겠다. 



제목도 표지도 구덩이 같다. 입을 벌리고 선, 뻔히 보이는 구덩이. 왠지 그 안을 들여다보면 불편한 진실과 마주칠 것 같아서 피하고 싶은데 계속 눈길이 가는. 추천사들을 읽어보니 나의 지레짐작과는 많이 다른 모양이다. 독특한 문체, 비범한 시선, 이런 것들이 눈에 띄는데 누구에게나 독창성은 있다. 다만 그 독창성이 나의 어떤 정신적 지점을 매만져주고 갈 수 있느냐 그렇지 못하고 비껴 지나가고마느냐가 문제인 것이지.



전작을... 구입을 해 놓고도 여즉 못 읽은 1인으로서 저자의 다음 책을 구입해도 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아주 약간 소비의 윤리적(제깐에는) 고민을 동반한다. 여하간, <기업가 정신>을 가훈으로 삼고 있는(진짜다. 이게 고색창연한 붓글씨로 씌어져서 표구돼 있기까지 하다 ㅎㅎㅎ) 동생을 둔 누나로서 1인 사업가들의 등장에는 항상 관심을 갖고 있다. 네, 그래서 다들 창업을 어떻게 해서 어떻게 유지하고 있다고요, 데이비드 색스 씨? (아멜리아라고 쓸 뻔했다) 



나는 고전을 좋아하는 쪽인가, 물으면 우물쭈물 '그래야 한다는 강박은 여전히 부분적으로 남아 있지만 솔직히 다른 재미있는 읽을 거리도 넘쳐나는 세상에 뭘 굳이... 그래도 여전히 제대로 다시 읽어야겠다는 부담은 있고요' 라고 대답하는 편이다. 그러므로, 왜 고전이 여전히 사람들을 끌어당기는지, 얼마나 다층적인 해석이 가능한지, 왜 그것이 유난하고 질기게 장수하고 있으며 어쩌면 불멸할지도 모르는지를 누군가가 이야기해준다면 기꺼이 설득당할 의사가 있다.



나는 이런 분들이 정말 너무 좋다. 너무너무너무너무 좋다. 자기 본업에도 더할나위없이 충실하면서, 자기에게 주어진 조건 안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의 영역을 최대한 확장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분들. 존경합니다!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삶의 태도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해 행복을 추구할 것. 



나는 이런 제목... 그러니까 이토록 야심만만한 제목을 보면 마음이 쪼그라든다. 내가 쓴 것도 아닌데 왜때문에 내 마음이 찝찝한 거냐고. 설마 저 장대한 질문을 저자 본인이 다 커버할 수 있다고 정말 믿어서 저런 제목을 붙인 건 아니겠지. 보통 제목은 편집자의 입김이 꽤 들어가는 것 같던데 편집자가 저렇게 붙였을까. 조금만 더 겸손한 제목은 안 되는 거였을까. 문학에 인격이 있다면 너 따위가 감히, 하고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고함쳤을 것만 같단 말이다. 아무튼. 이 야망에 찬 제목은 열외로 하고, 내용만큼은 아주 궁금하다. 



어른 되기가 유예된 사회의 청년들, 이라는 부제를 보자마자 생각난 책이 있다. 엄기호 선생님과 하지현 선생님의 대담집인 <공부중독>에서도 사회에서 1인분의 몫을 해내지 못하고 성장이 멈춰버린 어른 아닌 어른이 되어버리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비중있게 다뤄지는데 이게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었던가보다. 아이들이 제대로 어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했다면, 과연 이것은 누가 초래한 문제일까?



끝이 아름다울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 같다. 나만 해도 끝에 관련된 기억들이 좋은 건 별로 없으니까. 끝이 어떻게 아름다울 수 있는지 보여주는 그림책이라면 한 번쯤 열어보고 싶다. 책은 바로 그런 이유로 읽는 거니까.



스토리킹 문학상은 진작 알고 있었는데 틴 스토리킹은 아마도 10대 대상의 소설로 새로 만들어진 문학상인가보다. 제목 그대로인데 어느 날 갑자기 오빠가 갑툭튀했고 이게 뭔데??? 라고 반발한 주인공이 오빠의 정체를 밝히려는 게 메인 스토리인듯. 우리집 책입맛 다른 아이들에게 맛보여주고 싶은 막 그런 충동이... :)


연휴가 끝났다. 거의 끝나려고 한다. 만만세다. 진짜 힘들었다. 진짜진짜 힘들었다. 다시는 못해먹겠다 싶을 정도로. 난 차라리 차례 지내고 식구들 들러서 한바탕 난리치고 가는 명절 행사가 낫지, 집에서 계속 툴툴대는 소파혼연일체형 아저씨를 계속 봐줘야 하는 명절은 정말 진심 괴로워서 못 견디겠다. 아, 얼른 지나가버려라, 이 연휴야.

내일 출근하시는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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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비로소 눈 위에 뿌려진 작은 핏자국들을 볼 수 있었다. 좀 전까지만 해도 새하얀 눈길로만 보였는데. 시력의 문제는 아니었다. 시선의 차이였다. 그것은 한 인간이 속한 세계의 차이와도 같았다. 그의 세상에는 털 없는 원숭이 따위는 들어설 틈이 없는 듯했다. 그냐의 세계에서는 털 달린 동물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236쪽


전염병의 시대에 읽는 전염병 소설이라. 몰입감 쩌는구나(진짜 없어뵈네 이 말... 근데 자꾸 입에 붙는 건 왜때문이냐). 내가 이걸 이 때 읽으려고 입때껏 안 읽고 외면했었던가 이런 헛소리를 지껄이면서 눈이 벌개지도록 (ㅎㅎㅎ) 잠을 깎아먹으며 읽었다.

<28>이 무슨 내용인지 이미 다 알고 있었으며 심지어 결말까지도 본의아니게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모르는 이야기처럼 읽혔던 건 아마 지금 현재의 특수성 때문일거다. 그러니, 한껏 더 괴로워지고 싶은 분들께 바로 이 시점에서 <28>을 권한다. 도대체 이 책 제목은 왜 이래, 오래전에 구시렁거리다가 정유정 작가가 출연한 한 팟캐스트에서 본인이 설명하신 바로 그 의미 그대로... 책을 읽어나가는 도중에 여러번 책 제목을 외칠수도 있다. 소심하게 혹은 대범하게, 찰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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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홀릭 2021-02-09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28이 제가 상상하는 그 말이 맞는건가요?
찰지게...라는 말에서 어쩐지 그런 느낌이...

라영 2021-02-09 16:38   좋아요 0 | URL
그 말 맞아요. 그 방송에서 진행자가 딸기홀릭님이 물어보신 바로 이 질문과 똑같은 질문을 했더랬죠. 정작가님이 ‘네, 그거죠‘ 그러면서 웃으셨었어요.

딸기홀릭 2021-02-09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아직 이건 못읽고 담아만 놨는데... 읽으면서 찰지게 할 자신있어요 ㅋ

라영 2021-02-10 14:50   좋아요 1 | URL
정말 읽다보면 진심 욕나와요. ㅎㅎ 책 속 이야긴데 이게 너무 현실같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