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건 시간은 여러 측면에서 돈과 깊은 연을 맺고 있는 것만큼은 틀림없다!



영미권의 북블로거(내지는 인스타그래머)를 꽤 많이 팔로우하고 있는데 한동안 너도나도 김지영씨에 열광하는 걸 봤었다. 나는 이 책이 우리나라를 떠나서도 인종과 지역에 관계없이 이렇게 광범위한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데 새삼 놀랐고 재차 분통이 터졌다. 그래, 그러니까 지영씨 얘기가 위아더월드를 외치게 만들었단 말이죠? HAㅏ... 갈 길이 머네요. 그럼 조남주 작가의 신작은 어떨지.



내 생애 통어 면학에 매진했던 유일한 그 시절 나는 브랜딩에 지대한 관심이 있었다. 논문도 결국은 공간브랜딩을 접목한 뭔가에 대해 썼을 정도로. 그랬던 사람치고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공간은 모든 것이 뒤섞여 정체성이 아예 없는 곳이 되어버렸지만, 어쨌거나 그렇다고 그 주제에 관해 마음까지 떠난 건 아니다.



예전에 채사장이 방송에서 그런 말을 했었지. 나를 불편하게 하는 책을 읽으라고. 평범하게, 나쁜 짓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엄청나게 선행을 베풀면서 사는 것도 아니게 소시민적으로 사는 사람들을 이토록 불편하고 미안한 감정에 사로잡히게 하는 작가로 은유 작가만한 분이 있을까. 어쨌건 그 불편을 자각하고 나면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길을 고민하는 지점에 서지 않을 수 없으니까.



이런 책, 너 이런 거 몰랐지? 하는 책 정말 좋지 않나요? 세상 진짜 좋아졌어.



책 제목이 참 예쁘네요.

책덕후시군요, 반가워라... 라고 생각하다가 저자파일을 보니 내가 아는 책들을 쓰신 그분이었다. 믿을 수 있는 작가와 낯모르는 사람과도 친구할 수 있는 주제를 갖고 쓴 책. 그럼 이건 더 볼 게 없는 거다.



그러게, 제목이 정말 아이들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묘사하기에 딱이다. 어릴 적 기억을 헤집어 보면 나도 내가 모르는 사이에 무리에서 공공의 적이 되었다가, 영문도 모르게 여왕벌 동급생의 시녀가 되어있다가... 뭐 그랬더랬다. 아이들의 친밀함의 간격, 내가 감각하지 못하는 시간의 틈, 그 놈의 '사이'란. 



원래 보석같은 거 흥미가 없던 사람인데, 슬슬 반짝이는 물건들이 좋아지는 걸 보면 나이를 먹긴 먹었나봐요...



제목 진짜 청량하다. 여름인 기분이 있으면 가을 같은 기분도 있겠지, 겨울은 어떨까, 온갖 잡념이 거품처럼 퐁퐁 솟아오르다가 다 꺼진다. 여름은 누가 뭐래도 아이들의 계절이고, 아이들의 마음이고 감정이겠지. 



나란히 놓인 낱말들을 모았다가, 다시 흩었다가, 하면서 내가 떠올렸던 심상들과, 작가가 촘촘하니 모은 글들은 어디서 비슷하고 어디서 다를까를 공상한다. 어쩌면 극과 극이겠고. 제목만 보고 마음 속으로 그렸던 스케치에 색만 올리는 읽기 경험도 나쁘지 않고, 처음부터 모든 걸 다시 그리는 경험도 나쁘지 않다. 



 <오늘, 우주로 출근합니다>를 엄청나게 재미있어하며 읽은 아이가 있다. 호흡이 끊기지 않게, 은근히 슥 들이밀기에 딱 좋을 것 같다. 



아주 오래 전 얘긴데 정기열씨의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우연히 본 적이 있었다(도대체 언제적 얘기야). 그 때 본 어떤 글이 유난히 기억에 오래 남았는데, 간단히 요약하자면 자기가 잘 나갈 때는 사람들이 옆에서 득시글대도, 좀 안 된다 싶으면 다 떨어져 나가는데, 그 때 유일하게 자기 곁을 지켜 준 사람은 엄마밖에 없더라는, 엄마에게 드리는 고백 비슷했다. 그 글이 어찌나 마음에 달라붙던지. 진심으로 잘 되기를 바라는 몇 안되는 유명인사 중 한 사람. 



서커스는 소통의 예술에 가깝지 않을까. 긴장과 불안이 안개처럼 떠 다니는 공간에서 100%에 가까운 신뢰를 주고받아야 하는 커뮤니케이션. 서커스를 소재로 다룬 소설들 중에서 도대체 이게 뭘까 의문스러웠던 소설도 있었고(밝히지는 못하겠...), 의외로 여기에 서커스의 진수가 들어있구나 싶었던 어이없이 웃기는 소설도 있었는데, 이 소설은 어떨까? 



대담집은 항상 흥미롭다. 다른 의견을 갖고 모이면 각각의 논리와 실행지침을 구경하면서 이게 좋네, 아니네 하며 내 의견도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고, 같은 생각을 갖고 모였어도 사람이란 게 다 다르게 생긴지라 생각이 같아도 뿌리까지 같은 것은 아니어서 서로 모듬심기하기 위해 서로 양보하거나 다듬어서 하나를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꽤 뿌듯하기 때문이다. 내가 키운 아이들을 보는 것도 아니고 여기서 왠 뿌듯이냐... 하면, 역시 인간은 언어로써 화합을 도모할 수 있는 종이로군... 하는 종류의 자부심 같은 것이다. 



외국어를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를 원어민처럼 구사하는 사람들 보면 막 되게 부럽고 천재같고 그렇지 않나요? +_+ 뭐 대단한 비결이 있을 것 같고... 사실 외국어 능력자들이 줄 수 있는 팁은 크게 다르지 않긴 한데 (결국 공은 학습자에게 넘어온다) 근데 뭐 마음의 위안이라든가 격려라든가... 그런 걸 사는 거죠... 



미술사에 남은 마녀들의 집회일까. 아무튼 이걸 기획하고 모으신 분들, 존경.



지난주 신간목록에서 잠깐 언급했던 sauce as a source 시리즈의 네 번째 권인 듯. 이 시리즈 생각보다 더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실물을 빨리 확인하고 싶어지네. 



독서교환 편지. 기획 진짜 참신하다. 요즘 더 많이 체감하는 건데 시간이 갈수록 더 좋은 책들이 나오는데 슬프게도 읽는 사람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더 재미있는 건 책은 안 읽으면서 쓰고는 싶어한다는 거. 아니 나는 안 읽으면서 남들은 내가 쓴 걸 읽어주길 바라는 건 좀... 좀 그렇지 않아요? 



방학이 오면, 오며가며 엄마한테 말 거느라 바쁜 아이들에게 무심하게 툭 던져주고 너는 이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물어보고 싶다. 이 사전을 엮은 저자와는 또 다른 화두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지금의 아이들은. 



이제 청소년 소설들도 디지털 기기들을 빼두고 아이들의 삶을 현실감있게 쓰기 쉽지 않은가보다. 이해는 하는데 왠지 씁쓸해. 아이들 손에서 스마트폰을 빼앗고 싶은 건 나뿐인가봐... 



知彼知己百戰不殆. 



책 소개 글을 읽다가 정말로 흠칫 놀랐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전쟁을 빼고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사건은 다름 아닌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라고. 그리고 여전히 이 사건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작가의 말이 차갑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정의가 승리하는 순간을 단 한 번도 마주한 적이 없다.' 



유타 바우어는 내가 믿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가 가난에 대해서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엮었다면 분명 괜찮은 책일 것이다. 어떤 작가에 대해서 이런 믿음을 가질 수 있는 건 어떤 연유에서일까 되짚어보면 결국 그의 과거 작품들 때문이다. 



상속이 무례할 수가 있을까? 언뜻 쉽게 맥락이 지어지지 않는 이 두 단어가 나란히 줄 선 틈 사이에 우리가 알 수 없는 수수께끼가 기다리고 있을 듯. 



세상에 무엇을 가지고 나오기 위해선 꼭 지나가야만 하는 어둠이 있는 듯하다. 자신을 통로로 삼아 뭔가를 끄집어내고 싶어하는 사람들만이 거쳐야 하는 곳. 그 안에서 자신이 무엇을 발견했건 그것을 본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다른 도구로 표현한다는 일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

책을 쓰는 사람들은 역시 대단하다. 편집자도 대단하고, 출판사도 대단하고, 하여간 출판계 종사자는 모두 수퍼히어로.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라오라 2021-07-01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운동에 대한 책은 안읽으시나요?

라영 2021-07-01 20:04   좋아요 0 | URL
아,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정말 그렇군요. 사람은 어떻게든 자기 본성을 조금씩 드러내는가 봅니다. ^^;

책읽어주는홍퀸 2021-07-09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다양한책들소개 완전 감사합니다~^^책소개를 이렇게 굵고짧게잘쓰시니 마냥 부러울따름입니다~^^

라영 2021-07-09 20:51   좋아요 0 | URL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