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비로소 눈 위에 뿌려진 작은 핏자국들을 볼 수 있었다. 좀 전까지만 해도 새하얀 눈길로만 보였는데. 시력의 문제는 아니었다. 시선의 차이였다. 그것은 한 인간이 속한 세계의 차이와도 같았다. 그의 세상에는 털 없는 원숭이 따위는 들어설 틈이 없는 듯했다. 그냐의 세계에서는 털 달린 동물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236쪽
전염병의 시대에 읽는 전염병 소설이라. 몰입감 쩌는구나(진짜 없어뵈네 이 말... 근데 자꾸 입에 붙는 건 왜때문이냐). 내가 이걸 이 때 읽으려고 입때껏 안 읽고 외면했었던가 이런 헛소리를 지껄이면서 눈이 벌개지도록 (ㅎㅎㅎ) 잠을 깎아먹으며 읽었다.
<28>이 무슨 내용인지 이미 다 알고 있었으며 심지어 결말까지도 본의아니게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모르는 이야기처럼 읽혔던 건 아마 지금 현재의 특수성 때문일거다. 그러니, 한껏 더 괴로워지고 싶은 분들께 바로 이 시점에서 <28>을 권한다. 도대체 이 책 제목은 왜 이래, 오래전에 구시렁거리다가 정유정 작가가 출연한 한 팟캐스트에서 본인이 설명하신 바로 그 의미 그대로... 책을 읽어나가는 도중에 여러번 책 제목을 외칠수도 있다. 소심하게 혹은 대범하게, 찰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