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 가운데는 어른의 눈에 들지 않는 그림인 경우가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림이 얼마만큼 풍부하게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는가'이지, '귀엽다' '색이 밝고 예쁘다'가 아닙니다. 이야기 표현력이 가장 강한 그림의 요소는 모양입니다. 색은 그것을 효과적으로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고 해도 좋습니다. 때문에 색이 없는 편이 그 이야기를 더 적절하게 표현해내고 친근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색은 저 쪽에서 내 쪽으로 뛰어드는 것이지만, 모양은 반대로 내 쪽에서 저 쪽으로 주목하고 인지하고 해석해야 합니다. 즉, 색은 내 눈을 잡지만 모양은 내 눈이 잡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온 산이 타는 듯한 단풍을 보고 사람들이 "와, 곱다!"라고 감동하지만 그것으로 끝나잖아요. 그러나 계곡의 거암, 기암인 경우는 어떻습니까. 저것은 거북이 같다 또는 사자를 닮았다고 함ㄴ서 거북바위 사자바위 등의 이름을 붙입니다. 바로 이 차이지요. 색의 지각은 직접적, 즉각적, 수동적인 데 비해 모양의 지각은 간접적, 추상적, 적극적이지요."

-161쪽

 

결정장애를 일으킬 정도의 TMI와 조언자 역할에 부족함 없는 레퍼런스는 어디에서 운명이 나뉠까? 판단기준 중 하나는 출처의 신빙성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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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어쩌면 10년 전에 지자체에서 그 길을 다시 포장하면서 돌길을 깔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1년 9개월 3일 전에 문정이 지나가는 말로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일 것이다. 삶에서 취소할 수 있는 건 단 한 가지도 없다. 지나가는 말이든 무심코 한 행동이든, 일단 튀어나온 이상 돌처럼 단단한 필연이 된다. -136쪽

 

삶의 모든 순간순간마다 신중할 수는 없겠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무심결에 튀어나온 습이 순간의 선택권을 가져가는 횟수가 적으면 적을수록 썩 괜찮은 인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런 것을 유념하고 살겠다는 결의가 있어도, 마음길은 늘 가던 길로 가려고 한다. 작가가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건 아닐 것 같지만,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

+

주변에 누군가 나쁜 일을 당하면 사람은 누구나 내가 그 때 이랬으면, 저랬으면... 하고 자책하게 될 수밖에 없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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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서 여러 상황에 '나'를 던져보고 다양한 '너'들을 만나보세요. 그렇게 나를 설명하는 단어 주머니 안에 있는 어휘 개수를 늘려보세요. 나를 설명하는 어휘가 많아질수록 한 개의 수식어에 부여하는 중요도와 의미는 n분의 1로 줄어듭니다.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뭐, 이 세상 어떤 사람들에겐 내가 그렇게 보이기도 하겠지'하고 툭 털어낼 수 있을 거예요. -102쪽

 

고민이라는 게 원래 그렇지만, 밝을 수 없는 걱정거리 가득한 사연들에 덧붙이는 위로와 조언의 글들 중에서 유난히 와 닿는 이야기이고, 유별나게 남들에게 전달해 주고 싶은 대목이다. 나를 풀어내는 말들이 적을수록 거기에 실리는 무게가 과중해질 수밖에 없고 넘어질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당연한 사실도 이렇게 누군가 말해주기 전에는 미처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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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저녁에 만났을 때 처음 하는 말이 무엇인가요?

"엄마가 시킨 것 다 했어?"

"야, 이게 뭐냐. 지저분하게. 빨리 정리해!"

매일 보는 사이라도 첫 말은 중요합니다.

그 사람 하면 떠오르는 정서를 결정하니까요. -275쪽 

 

그 사람하면 떠오르는 정서라니... 제대로 뒤통수 때려주는 말.

짜증내지 말자...

방학 시작한지 이틀밖에 안 됐는데, 이렇게 힘든 글귀를 만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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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앤드 해리스를 돌아다니다 보면 서점 주인인 케이트 해리스의 머릿속을 돌아다니는 기분이 든다. 매장 구성이 케이트의 면면을 그대로 닮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말은 어떤 손님이 케이트에게 들려준 말이다. 서점 주인을 실재하는 책으로 표현하는 서점, 내가 생각하는 좋은 서점은 바로 그런 곳이다. -87쪽

 

주인을 꼭 닮은 가게라는 건, 그게 서점이면 더 재미있긴 하겠지만 서점이 아니더라도 무진장 흥미롭다. 요즘은 이런저런 이유로 집으로 사람을 초대하는 일이 꽤 가까운 사이에서도 굉장히 희귀한 일이 되어버린데다가, 모든 게 기업화되어있는 상가들이 태반이라 이런 사사로운 재미가 있는 공간이 거의 없어서 안타깝다. 그나마 몇 개 안 남아있는 나의 소중한 단골가게들이 계속 그 자리를 지켜줄 수 있도록...  또 조만간 쇼핑을 나가야하나보다. 왜 이런 결론이 났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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