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랑은 온갖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지만 우리는 가끔 아무 말도 안 한다. 말 없이 딴짓을 할 때도 있고 말 없이 서로를 볼 때도 있다. 불안하지 않은 침묵이 우리 사이에 자연스레 드나들기까지 그간 많은 언어가 필요했다. 언어가 잘 만나졌던 순간들이 겹겹이 쌓여 우리에게 용기를 준다. 말을 하지 않을 용기를. 어느 순간 아무 말 안 하고도 우리는 너무 괜찮을 수 있다. 가끔 사랑은 그런 침묵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나기도 한다. -299쪽

 

침묵이 어색하지 않은 사이가 되기까지, 반대로 수많은 언어가 쌓여야 했다는 이 짧은 문장들이 순식간에 떠올리게 한 것들은 이랬다. 내 경우에 이랬다는 거다.

1. 쌓이는 말의 두께만큼 감추고 싶었던 아득한 마음속 밑바닥까지 드러나버려서 황망할 때도 있었다. 

2. 사랑은 '가끔' 침묵을 먹고 잘 자라주지만, 침묵을 주 양식으로 삼는 애들도 있다는 사실. 그놈들의 이름은 오해와 착각이라고 하더라.

 

이슬아 작가의 문장들이 너무 좋아서, 어느 정도로 좋았는가하면 이 책의 글들 중에서 간혹 내 마음과 부딪혀 깨지는 소리가 나는 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내보내지 않고 쭈욱 서재 식구로 함께 있어야겠다고 마음먹을 정도로 좋았어서, 괜한 투덜거림을 달았다 (괜스레 볼을 부풀린 채 뾰로통한 표정을 짓는 그런 요상한 심리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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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매우매우 어려워 보이지만서도, 정말 그 '자기 긍정'이란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능해지기만 한다면 참 좋겠다. 남은 남이고 나는 나지... 하는 그 생각이 자조적인 한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면 정말 이상적이겠지만 말야... 이렇게 쓰고 있는 자신이 회의주의에 찌들어 있는 것 같아 좀 한심스럽긴 하다. 어쨌거나 운명이라는 거창한 말에는 거부감이 좀 있지만, 내가 지금까지 선택해서 만들어 온 그 결과물에 그런대로 만족하면서 살아가자는 태도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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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의 대답은 너무나 뻔해서, 뭘 굳이 묻고 있는건지 헛헛해질 정도. ㅎㅎ

 

이 인용문과 전혀 다른 얘기일수도 있고 같은 맥락의 얘기일수도 있는데, 공감이라는 건 결국 마음을 열어놓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는다는 의미 아닐까. 책이라는 것도 그런 '하고 싶은 말'이 좀 더 정제된 형태로 묶인 것에 다름 아니다. 자신의 연구 성과든, 찾아낸 새로운 이론이든, 감동을 주는 이야기든, 결국 저자가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쓰는 것이겠지. 그런데, 갈수록 독서율이라든가 평균독서량이라든가... 그런 것들은 곤두박질치는데 글쓰기 수업 수강생은 갈수록 늘어난다는 게 어쩐지 요즘 세상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서 어쩐지 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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얕은 연결의 힘에 대해 이야기했던 또다른 책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육아서에도 자주 나오는 말이다. 부모의 권위라던가, 격 같은 것들은 부모가 세우려고 한다고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언행과 태도가 저절로 만드는 것이라고. 개인의 품격도,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겠다. 열심히 쌓은 벽의 높이가 곧 그 사람의 격과 동일한 것이 아니라는 걸,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쓰자면 이렇게나 고리타분한 말을, 이토록 다정하게 쓸 수 있는 작가는 얼마나 인간미 넘치는 사람일까.

 

"당신이 잘 되면 좋겠다고, 모두가 생각했을 거예요." -2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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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현관에 들어서면 엄마는 침실에서 훌쩍 거실로 나와, 오늘 공연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나랑 뭘 먹었는지, 라이브는 어땠는지, 공연에는 누가 왔는지를 소근소근 얘기했다. 엄마 말에 일일이 대꾸하는 아빠가 그제야 한숨 돌리는 듯 보였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아빠에게는 '긴 하루의 끝에 별거 아닌 일이라도 엄마에게 잠시 얘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아빠가 직접 그렇게 말했으니까 틀림없다. 결혼해서 가장 좋았던 점이 바로 그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늘 말했다. "세상에는 별거 아닌 일을 얘기할 수 있는 상대가 의외로 많지 않거든." 이라며. -39쪽 

 

그런 사람이 꼭 배우자일 필요는 없지만, 있어야 하는 건 맞아. 내가 아무리 시시껄렁하고 사소하기가 이를 데 없는 잡담을 해도 나를 그냥 그대로 받아주는 그런 사람이 없으면, 어디 가서 하루종일 받히고 깎인 마음을 누이고 쉬게 할 수 있을까.

 

다른 얘기.

책 사이사이에 밑줄 긋고 싶어질 정도로 공감이 가는 문장들이 떠나고 싶은 눈을 붙잡긴 했지만, 종국에는 혼자 이러고 말았다. 아, 마음이 아니라고 할 때 그만 헤어졌어야 해. 내가 이 꼴을 보려고 이 책을 끝끝내 붙잡고 있었나 허탈했다. 누구 말마따나 늦은 밤까지 이걸 붙들고 앉아있었던 등짝에 북극빙장을 날리고 싶어지는군. (북극빙장 : 겨울철에만 쓸 수 있는 기술로 냉수마찰한 손을 목덜미 또는 등짝에 내리치는 것을 이름. 가정불화의 원인이 되므로 남용은 자제하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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