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두 달 전 아기 낳은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 두 달 만에 아기는 몸무게가 두 배가 되고, 머리 숱은 많아졌으며, 세상에... 뒤집어 놓았더니 머리를 들었다! 딸랑이도 꽤 오래 동안 쥐고 있었다.
그런데 아기를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누구를 닮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누굴 닮았냐, 물어보니 엄마와 아빠를 반반씩 똑같이 닮았단다. 대체 어디가 닮았냐 물으니, 입꼬리가 살짝 올라 가는 것은 아빠를 닮았고, 콧구멍이 벌름하는 건 엄마, 머리카락이 지성인 것은 아빠, 이마가 살짝 튀어 나온 건 엄마를 닮았댄다.
이마는 그렇다 치고, 콧구멍, 입꼬리라니... 아기 얼굴이 누구를 닮았는지는 부모 본인들도 모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글고 머리카락이 지성이면 그냥 지성이라고 하는 거지, '머리카락이 아빠 닮았네'라고는 보통 말하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 아기는 탤런트를 닮았다. 누군고 하니 '파란 만장 미스김의 10억 만들기'에서 미스 김을 쫓아다니던 순정의 사장님, 또는 영화 '바람난 가족'에서 문소리의 입양한 아들을 무지막지한게 던져버린 술주정뱅이. 정말 비슷하다. 생각해보니 아주 많은 아기들의 얼굴이 이 탤런트(찾아보니 이름이 '성지루'씨라고 한다.)를 닮았다. 아니지. 그럼 아기들이 이 아저씨를 닮은 게 아니고 이 아저씨 얼굴이 아기 얼굴을 닮은 거겠다. 어린 아기의 얼굴을 중년의 피부 속에 담고 있는 이 아저씨, 정말 볼 수록 독특한 마스크인 것 같다.
그나저나 아기를 키우는게 보통이 아니다. 친구 아들은 그나마 잘 울지도 않고 잠도 잘 자는 순둥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친구 집에 있는 시간 동안 네 번 밥을 먹고, 네 번 잠을 잤으며 응아를 두번, 쉬야를 두번했다. 그니까 아기가 울고 보채는 것과 관계 없이 아기를 키운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닌, 죽노동인 거다. 휴.. 다시 한번 세상의 모든 엄마에게 존경을.
**보너스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