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이 오늘 입대했다. 의정부 306 보충대로.

어제 저녁 대전에 사는 우리 가족은 서울로 총출동을 했다. 엄마, 아빠, 내 동생. 서울역에서 상봉한 우리 가족은 근처 한식집에서 저녁을 먹고 나의 원룸으로 들어왔다.

작은 방에서 네 식구가 옹기종기 모여 잠을 청했다. 이렇게 네 식구가 한 방에 모여자기는 이십 몇 년 전 단칸방살이를 하던 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물론 그 때는 네 식구의 멤버가 어제와 달랐다. 그땐 내 동생은 태어나기도 전이었으니까. 내 동생은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딸만 둘이던 우리 집에 늦동이로 태어난 막내다.

아침부터 집안이 들썩했다. 성미가 급하고, 늘 초긴장 상태인 우리 아부지는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빨리 채비를 하라고 성화를 대셨다. 1시까지만 들어가면 되는 의정부 훈련소인데 뭐가 그리 급하신지...

의정부역에 도착하니 노란 셔틀버스가 있다. 훈련소 가는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버스였다. 나는 부대에서 운영하는 버스거나, 입소날에만 변칙적으로 운영되는 영업 버스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군부대 앞의 식당에서 손님을 끌어가기 위해 운영하는 것이었다. 그 셔틀버스를 타고 군부대까지 간 사람들은 그 식당에서 밥을 먹어야 했다. 근데 식당엔 버섯불고기, 딱 한개의 메뉴밖엔 없었다. 평소엔 다른 메뉴도 있겠지만, 가려놓은 상태였다. 오늘 같은 날 한몫 잡자고, 손님을 빨리 빨리 갈아치우기 위해 한가지 메뉴로 통일을 시켜버린 것이다. 가뜩이나 긴장하고 있어 밥도 잘 안 넘어가는데, 무조건 고기를 먹으라하니... 곤혹스럽다. 이런 건 인터넷 지식모, 같은 데에 올려놔야 한다. '의정부로 훈련 들어가는 분들, 의정부 역에서 노란버스 타지 마세요. 육질도 질기고, 서비스도 그닥 좋지 않은 곳에서 무조건 버섯불고기를 드셔야 한답니다.'

연병장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여자친구와, 가족과 혹은 친구들과 함께 온 빡빡머리 예비 군인들이 긴장된 모습으로 대기하는 모습이 보였다. 스탠드에 앉아 있으니 사열하라는 방송이 들린다. 애써 여유로운 척 호기를 부리던 남동생이 일어난다. 이 자식, 인사도 제대로 않고 운동장으로 걸어간다.

앗, 근데... 코가 시큰해져 왔다. 나도 동생 군대보내는 이 광경이 신파가 될 줄은 몰랐다. 평소 '걔는 군대가서 고생을 좀 해야 정신차린다'를 지론으로 삼아왔던 나인데... '뒤 안돌아 볼테니까 울지 말라'는 둥 똥폼 멘트를 날리는 녀석에게 '이거 안 울면 섭섭하다는 얘기로 들리는데?'라며 갈궈준 나인데...

녀석은 터벅터벅 걸어 비슷한 모습을 한 사내들 사이로 사라져버렸다. 아이의 뒷모습을 놓치지 않으려고 끝까지 시선으로 쫓았지만, 더 이상은 찾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수백명의 훈련병들 사이로 동생은 묻혀버린 것이다.

그렇게 녀석은 한동안 자신의 존재를 다르게 위치지어야 할 것이다. 응석받이 막내아들에서 이름없는 훈련병으로, 이병 아무개로, 일병 아무개로, 상병 아무개로... 그렇게 2년이 지나가면 아이는 돌아오겠지. 좀더 자란 모습일까? 아니야 바라지도 않지. 그냥 몸성히 돌아오는 거... 그것 하나만 바라자.

저녁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밥은 먹었냐, 집엔 잘 내려갔다, 하는 일상적인 대화였는데... 엄마의 목소리가 잠겨 있다. 맹맹하게 콧소리가 울리는 것을 보니 많이 우신 모양이다. 엄마의 눈물은 언제나 날 슬프게 한다. 애써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지만, 엄마의 눈물잠긴 목소리라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그녀가 녀석을 낳고 키우며 느꼈던 희노애락 같은 것이 갑자기 나를 덮치는 듯하여 가슴이 먹먹해졌다. 처음으로 품안의 자식을 떠나보내는 엄마의 마음... 그동안 수백만, 수천만의 부모가 자식을 군대에 보내고 울었겠지만, 나 자신은 한번도 실감해보지 못했던... 그 마음을 아주 조금은 이해할 것도 같아 마음이 아팠다.

다행히 버스 창밖엔 비가 세차게 내리고, 라디오에선 노래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많이 내리고 버스는 종점에 가까워져 오고 있었기에 나 또한 흐르는 눈물을 그대로 두었다. 이 눈물은 군대간 그녀석이 아니라 순전히 엄마 때문에 흘리는 눈물이다. 부디, 그녀가 딱 오늘 하루만 울었으면 좋겠다.

...

전보다 자주 전화하고, 더 자주 집에 내려가야겠다. (나도 철 좀 들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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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4-06-22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한편의 수필이네요 말 그대로......(그런데 그 셔틀버스 문제는 정말이지 ㅡ ㅡ) 2년의 시간 그렇게 떨어진다는 것이, 그리고 그 단체 생활이라는 것이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라고들 말하더라구요. 그런데 군대는 동생분께서 가시는데 정작 착해지는 쪽은 sunnyside님이 되실 것 같은데요? 그러고보니 첫 코맨트인 것 같네요. 게으름의 소치이니 너그러이 이해를 ㅡ ㅡ;;;;

starrysky 2004-06-22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님께서 많이 외롭고 슬프시겠어요. 아들네미 군대 보낸 어머니들은 아무리 씩씩하고 대범한 분이시라도 한동안은 늘 눈물로 지새우시더라고요. 하긴 좋은 데 보낸 것도 아니고 그 힘든 군대로 들여보내놓고 돌아서시는 발걸음이 오죽 무거우시겠습니까. 집안의 텅 비어버린 자리는 또 얼마나 크고요..
sunnyside님께서 위로 잘 해드리고 동생의 빈 자리를 가능한 한 채워드리세요.

mannerist 2004-06-23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하셨군요. 의정부 306보충대 가는 애들에게 언제나 해주는 이야기 중 하나가 의정부역 앞 버스 이야긴데요. 전날이라도 페이퍼 쓰셨더라면 말씀드리는건데요. 역 근처의 값싸고 양많으며 덤으로 무료버스도 운영하는 음식점을요. 의외로 착한 음식점도 많습니다. 이를테면 헌혈증 한 장을 주면 돌솥설렁탕 두 그릇을 공짜로 주는 곳도 있었구요. 매너의 동료들, 이덕택에 피 팔아 가끔 잘 먹었다죠. ㅋㅋㅋ... (매너의 근무지는 의정부역과 바로 붙어있는 부대여서, 오며가며 조금 줏어들었습니다)

동생분 몸 건강하시길 빕니다. 의정부 306보충대에서 가는 부대가 다 거기서 거기지만 악명높은 모모사단은 피해가시길, 6주 훈련 무사히 받으시길, 몸 건강히 사랑하는 누이와 가족들 품에 2년(매너 전역하고 세달인가 후 두달 줄었음 T_T) 후 무사히 안기길 빌겠습니다.

sunnyside 2004-06-23 0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렌초의 시종님, 감사합니다. 첫멘트 남겨주셔서, 그리고 위로해 주셔서요.. 정말 제가 많이 착해져야 할 것 같아요. 그동안은 자주 내려가지도 않고 전화도 않는 못된 딸이었답니다.^^;
starry sky님, 우리 엄니는 지금쯤 잠에 드셨을까요?... 그리움과 적막함에 몸을 뒤척이고 계시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매너님, 그게 그랬군요! 미리 말씀드려 조언을 구하는 건데... 저도 의정부 갔다가 악명높은 모모사단에 들어갔던 친구가 있어서 우려는 되지만.. 뭐, 별일 있겠나요. 잘 다녀오겠죠. ^^

찌리릿 2004-06-23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당분간 어머니께서는 밥상을 대하실 때마다 우실겁니다. TV에서 젊은 군인들이 나와도 우실거구요.
동생도 자다가 문득 깨고는 여기가 집인지 어딘지 몰라 한참 멍해하다, 20초가 안지나 어둠 속에서 여기가 훈련소 내무반이구나... 하고는... 집을 그릴겁니다.
이렇게 아들과 부모님은 가장 사랑하는 마음을 각자, 멀리서 나눌겁니다.
가장 효자가 되고, 가장 아들을 그리는 시간...
하지만... 3번째 나온 휴가에서 집에 도착한 아들은 "엄마 오늘 계모임 간다. 국 끓여놨으니 데워먹어라"는 자기방에 붙여진 포스트잇을 보게 된답니다. ^^

저도 괜히 1995년5월의 그날들이 생각나네요. 오래전의 일인데... 어머니를 생각하고, 내무반에서 새벽에 잠깐 깼을 때의 그 막막함이 생각나... 눈이 찡해졌습니다. ㅋㅋㅋ

ceylontea 2004-06-23 0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생분..건강히 잘 다녀오시기를..
서니사이드님.. 부모님께 전화 자주하시고.. 더 잘 찾아뵈세요..
음.. 저도.. 그래야 겠어요..

nutmeg 2004-06-23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 사람 마음 엄청 찡하게 만드네 ㅠ.ㅠ 어서 통일이 되고 의무로 군대 안가도 되고 그런 세상 왔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대학 다닐 때는 2000년이 통일원년이 될 거라 확신했었는데!) 하지만 덕분에 써니사이드 님이 조금 더 효녀가 되신 건 아주 좋은 현상이라고 봅니다. 결혼하기 전에 부지런히 효도해요. 물론 결혼하고서도 하는 거지만 조금이라도 이를 때 시작해야 (요즘 나의 생각 ;;)

水巖 2004-06-23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님께 자주 문안드리세요. 우리 어머님은 장남인 내가 군대가고 6개월이나 밥상받으시고 우셨답니다. 나중에 휴가 나와서 살이 피둥피둥 찐(부엇겠죠)모습 보시고 다음부터 우시지 않었다고 하더군요. 막내니 오죽하시겠습니까.

sunnyside 2004-06-23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찌리릿님, 빨리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엄마 계모임 갈테니, 국 데워먹으라고 할 수 있는 날. ^^; 내동생이 마음이 너무 여려서... 울 엄마, 원래는 강하신 분인데 나이가 드시면서 예전 같지 않으시더군요. 두 사람, 물리적인 거리를 넘어서 서로를 생각하는 관계에 익숙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실론티님, 맞습니다. 오늘도 빼먹지 말고 전화해야겠어요.
예린님, 제가 정말 효녀가 되어야하는데.. ^^; 예린님도 요즘 부쩍 부모님 생각을 하게 되시나봐요. 조금이라도 이를 때에 효도하는 게 정답같네요.
수암님, 감사합니다. 요즘은 많이 짧아져서 망정이지... 예전에는 어머님들이 그 시간을 어떻게 기다리셨을까요..
 

오늘밤 마감뉴스 첫번째 꼭지도(만두 사장 자살), 두번째 꼭지도(불량 수산물 유통) 세번째 꼭지도(불법 수입농산몰) 먹거리 얘기로구나. 요즘 먹거리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일명 '쓰레기 만두'로 지목된 '불량 무를 이용한 만두소가 들어있는 만두' 사건이 터진 이후 전 매스컴은 매일 같이 걱정스러운 먹거리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다.

정말 걱정이다.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라는 제목의 책도 있었지만, 말처럼 먹거리가 불량하다고 해서 생략할 수는 없는 법이다. 하루 세 끼를 꼬박 먹어야 삶을 연명하는 우리들이기에 먹거리 문제는 어찌 보면 당면한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오늘 식탁에 올라온 음식에 농약이 얼만큼 대장균이 얼만큼 있을까를 걱정하지 않고 믿고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빨리 와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요즘의 먹거리 대논란이 자칫 식생활의 계급화를 낳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된다. 지금도 대형 마트에 가보면 일반 야채 과일 코너가 있고 유기농 야채 과일 코너가 따로 있다. 처음엔 그것도 모르고 무슨 야채가 이렇게 비싸담 하고 사다 먹었지만, 그것이 원래 비싼 유기농 채소임을 알고 난 후에는 그냥 일반 야채코너에 가서 사 먹는다. 가뜩이나 1인분 먹거리에는 낭비가 많은 법인데 좋다는 것 다 먹고서야 한정된 예산을 맞출 수가 없다.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이나마도 럭셔리한 거다. 과거 대학교 때 친구들과 자취하던 시절에는 돼지 콜레라다, 광우병이다 터지기만 하면 쾌재를 불렀다. 아싸~ 고기값이 내려가겠구나. 이김에 배 터지게 먹어보자. 우리는 파동의 주인공들을 잔뜩 장봐다가 좋다고 먹으면서 히히덕 대곤 했다.

어쩌면 웃을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지금도 불량 만두든 중국산 농산물이든 없어서 못먹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유기농이 좋은 줄을 누가 모르겠는가? 무농약인증농산물이라는게 있다는 것도 알고, 그나마 깨끗하게 재배되었다는 먹거리에는 이것저것 요란한 딱지가 붙어 있다는 것도 안다. 좋은 줄은 다 알지만 모든 사람이 다 좋은 것만을 먹을 수는 없는 것이다. 최소한 지금으로서는.

고로 지금의 먹거리 논란이 철저하게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나만 우리 가족만 좋은 것을 먹고 살자고, 그냥 야채 위에 명품 야채, 명품 야채 위에 황제 야채를 쌓고 또 쌓는 게 최선은 아닐 터다. 사람이 먹으라고 내놓은 모~든 먹거리들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구축하는게 맞을텐데...

이러한 시스템이 몇 가지 법을 만든다고 해서 구축될 것 같지는 않다. 농약 안 쳐서 덜 자라고 못생긴 놈들 장에 내다놨더니 사 가는 사람 아무도 없더라, 라는 농부의 푸념이 없어야 한다. 하청업체에 원감절감하라고 압력 넣는 기업의 횡포도 없어야 한다. 감시하라고 했더니 뒷돈 받고 눈감아주는 공무원도 없어야 하고, 먹을 거 없는 굶는 사람도 없어야 한다.

농약 안치고도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려면 그만큼의 비용이 들기 마련이다. 그것에 소요되는 비용은 농부의 책임도 아니요, 하청업체의 책임도, 소비자의 책임도 아니요. 사회 전체가 떠맡아야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거 제대로 한다고 했을 때 몇푼 더 내야 할지도 모르는 세금 역시.. 기꺼이 자진납세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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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2004-06-15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다연엉가 2004-06-15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말 공감합니다. 한때 생협에서 음식을 조달해 먹다가 보니 이거 영 살림이 말이 아니더라구요. 그리고 울 집에서만 먹어서도 안되는 것이고 . 지천에 널린것이 음식인데 어찌 다 골라 먹을수가 있나요. 그 다음부터는 융통성있게 먹이고 있습니다.
음식에도 부익부 빈익빈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mannerist 2004-06-15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예 매너는 신경 끄고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삽니다. 저희 학교 사학과 김모 교수님의 영향이 큰데요, "요즘 세상에 목숨 안걸고 먹을 수 있는 게 어디 있느냐?" 그냥 즐겁게, 맛나게 먹습니다. 어제도 라면에 냉장고 구석에 쳐박힌 만두를 넣어서 맛나게 먹었지요. 그날 저녁 매너 엄니 왈, "냉장고 구석에 만두 남은거 있는데 버려야겠다. 요즘 바뻐서 것두 못챙겼네." "거 내가 먹구 얼마 안남았어." "...아프다고 지랄 떨기만 해 봐라." "걱정 마슈. 내일 남은 것두 마저 다 먹을테니." ㅋㅋㅋ...

sunnyside 2004-06-15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울타리님, 생협에서 파는 것들이 비싼 모양이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이렇게 골치 아프게 하나 먹는 것마다 의심 안해도 되는 날이 빨리 왔음 합니다.
매너님, 저랑 비슷하시네요. 저도 엊그제 냉동 만두 먹었어요. ^^;

sooninara 2004-06-16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협은 무농약..저농약..유기농등으로 재배하기에 물건값이 비싸요..저도 생협 물건만 먹다가..요즘은 섞어서 먹어요..양념등은 생협걸로...그나마 믿고선..
먹거리의 계급화..정말 맞는 말입니다..아이들 먹을건데..좋은거 먹이고 싶죠..가정경제는 힘들고..비싼 생협과자..아이들은 별로인듯하고^^..
전 냉동만두는 안먹은지 일년 이상되네요..

sunnyside 2004-06-16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쿤요.. 제 몸 하나야 괜찮다고 해도, 아이들 생각하면 정말 좋은 것 먹이고 싶을 것 같아요. 흑, 그 누가 가정경제와 가정의 식탁에 이리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단 말입니까...

hanicare 2004-06-22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에 와닿는 글이네요. 나만 잘먹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위장까지 걱정하시는 마음이 담겨서 그런가봐요.먹는 것의 계급화-이 지점에서 참 씁쓸하단 생각이 들면서 적극적으로 사고하시는 써니싸이드님의 마음생김새가 시원시원하게 다가듭니다.(써니싸이드 업때문에 닉에사 자꾸 계란후라이가 연상된다는^^;)형용사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동사의 글입니다.추천 한 번 누르고 갑니다.
 


오늘 술먹은 친구가 선물해준 세라믹 아트 한 점.

아가씨와 도령과 먼산이 양각으로 도드라져 있다. 매우 단단하고 깨끗한 느낌. 화장실 문에 걸어두면 딱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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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6-14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령과 아가씨의 포옹이라... 화장실에 걸면 남녀 공용표시가 될텐데... 뭔 생각인지... 함 써주러 가야겠군요... 쩝!

sunnyside 2004-06-14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우리집엔 화장실이 한 개라 어차피 남녀공용이랍니다. 왜 우리집 화장실을 쓸 도령이 없다고 생각하시는지? ^^

파란여우 2004-06-14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요..사실은요..도예에 무지 관심 많쥬..한때는 공부도 좀 했었지만서두...
세라믹 도판의 미(美)를 보실 줄 아시는 분을 만나니 님께선 역시 미인(美人)이십니다 그려^^

sunnyside 2004-06-14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파란포도님, 아니 파란여우님 그러셨군요~ ^^
도예는 잘 모르지만서두.. 앞으로 관심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계속 미인으로 남기 위하야. ^^; )
 

간만에 친구가 고향에서 올라와 어제 오늘 신나게 놀았다.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 김치참치찌개에 갈치구워 밥 먹여주고(옆에서 같이 먹고), 점심은 메뉴판닷컴에서 맛집까지 검색하여 또 맛있게 먹여주고(옆에서 신나게 같이 먹고 -.-) 겨우 차를 태워 내려보내고 나니 저녁 6시. 그래도 저녁은 굶을 수도 있고, 뛸 수도 있겠구나 안도를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컴텨도 하고, TV도 보면서 슬슬 뛰러 나가볼까 기다리던 참에 울리는 전화 한 통. 친구다.

"뭐해~" (불안하다)
"엉... 그냥 있어."
"나 우울해" (설마 했던 바로 그말)
"..."
"나 지금 만나 줘."(올 것이 왔구나...)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특별한 건 아닌데, 그냥 우울해.."

아, 만땅 뛰고 션하게 씻고 배고프기 전에 자야겠다는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9시가 다 되어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갔다. 생맥주 3잔에 과일안주는 구경만 하고, 친구 새로 옮긴 직장 얘기며 연애문제에 말 되지도 않는 조언이랍시고 지껄이고 나니 11시가 되었네.

집에 오는 발걸음이 무겁다. 그래도 뛰어야 한다. 뛰어야 해.

조깅화를 갈아신고 밖으로 나가 급한 마음에 뛰다보니 딸국질이 난다. 술도 먹었겠다. 바람도 시원하겠다. 횡경막이 놀란 모양이다. 일곱 걸음 뛸 때마다 한번씩 딸국질을 해대니 지나가던 사람들이 쳐다본다. 그래도 뛰다가 걷다가, 평소의 코스를 다 돌고는 왔다. 마음만은 위안이 된다. 몸무게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었겠지만. -.-

가혹한 주말이 지났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흐억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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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4-06-14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나..달리기 열심히 하신거 마신 술이 배로 안가게 하는 효과밖에 못 보겠군요..

비로그인 2004-06-14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ㅋㅋㅋㅋ

sunnyside 2004-06-14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그러게 말이에요.
폭스바겐님, 저를 계속 비웃어 주세요. 흑.

진/우맘 2004-06-14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딸꾹질하며 뛰는 서니님을 떠올리니....ㅋㅋㅋㅋㅋㅋ

水巖 2004-06-16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사람은 아름답다. 그리고 자기가 정한 목표를 향해서 뛰는 서니님도 아름답다.

sunnyside 2004-06-16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암님,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
 

오래간만에 대학로에서 연극을 한편 보았다. 제목은 '2004 트랜스 십이야'. 제목에서 살짝 짐작 가능하듯 '트랜스 십이야'는 세익스피어의 희곡 '십이야'의 등장인물의 성(性)을 바꾸어 각색한 연극이다. 세바스찬은 세바스, 올리비아는 올리, 오시노는 오시아가 되어 좌충우돌 한바탕 사랑놀이를 펼친다.

연극은 끝도 없이 유쾌하고 또 유쾌하다. 10여명의 청춘남녀가 엇나간 사랑의 화살표로 인해 얽히고 섥히다가 연극이 끝날 때 쯤이면 세 커플이 탄생해 있다. 배를 잡게 하는 폭소도 수 차례, 중간 중간 춤과 노래가 어우러져 세미 뮤지컬로 보기에도 손색이 없다.

대형 공연과 비교하면 가격도 저렴하고, 소극장 공연이라 배우들의 열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으니 이 정도면 만족한 공연이라 하겠다. 한참 데이트를 시작한 청춘남녀가 본다면 정말 딱일 듯 싶다. 아마 이 연극을 보면 행복의 수위가 위험 수준을 오바하지 않도록 조절을 잘 해야 하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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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14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nnyside 2004-06-14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제목은 '트랜드'가 아니라 '2004 트랜스 십이야' 입니다. ^^;

비로그인 2004-06-15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저도 이거 봤어요. 아직까지 공연하고 있다니 인기가 식지 않는 모양이네요. 토끼소녀로 나왔던 여자분이 불렀던 노래가 너무 좋아서 찾아봤던 기억도 나구요. 여장한 남자배우, 한마디할때마다 객석이 뒤집어졌었는데, 새삼 그 때 생각이 나니 즐겁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