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공작물과 공구의 간섭에 의한 충돌이다.

처음 공작물을 뽑아 낼 때는 아이젠을 신지 않고 얼음산을 오르는 것처럼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간이 콩알만 해진다.

프로그램에 의해 의도한 제품이 나오면 그때서야 간이 제 크기로 돌아오며, 그때의 심정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신이 인간을 만들어 내는 듯한 ...   (아, 죄송)


마음 같아선 모든 작업을 오늘내로 끝낼 수 있을 것 같았었는데, 작업은 더디게만 진행되었다. 시트의 1차 가공을 하고 나니, 벌써 저녁 9시가 되어 있었다.

2차 가공에 들어가야 했지만 조금은 쉬어야 하겠기에 집으로 올라왔다.


납기가 내일까지인데 이 일을 어쩔까?

벌써부터 송계장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지만

내일 일은 내일에 맡기자.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쁘띠아 2005-06-20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공소에서 가공할만한 가공물이 나온다.

파란운동화 2005-06-21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공할 가공품! ㅎㅎ

완성!

 

어제는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가는 날이었다.

당뇨에 대한 정기 검진을 받고 한 달분 약을 받아 집으로 오니, 점심때가 되었었다.

날씨는 화창하고, 어머니께서 시원해 보이는 모시옷을 입으셨기에 한 판 찍자고 말씀드렸다.


 

 

나름대로 구도를 잡고 있는 사이,

어머니께서 그새를 못참으시고 포도나무에 불필요한 새순을 자르고 계셨다.

그래서 연속촬영으로 눌렀다. 의외로 자연스럽게 잘 나온 듯 하다.  한 장을 골라 크게 인화해야겠다.

음, 어느 것을 할까?



 

 




 



호박 넝쿨의 왼편에 보이는 큰 고무대야는 우리집 미나리밭이다.

지금은 줄기가 세지고 지저분해서 베어 버렸지만, 보름전만 해도 저 곳에서 난 미나리로 쌈을 해서 먹었었다.

 

저 멀리로 가마솥도 보인다.

우리 조카들보다 더 오래 된 것이다. 선친이 계실 때부터 있어 온 물건들 중에 지금까지 있는 몇 안되는 물건중에 하나다. 그래서 알게 모르게 정감이 많이 가는 물건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쁘띠아 2005-06-16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으로나마 건강한 모습 반갑습니다.
포도알 알알이 익어갈때 한번 찿아가도 되죠?

파란운동화 2005-06-16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론이지요^^
넉넉하게 드릴테니
자당께도 가져다 좀 드리고, 대협이에게도 몇 알 드리세요.
우리집 포도는 추석이 지나야 익는 늦포도랍니다. 참고!
 


어제 마무리 지어려 했던 디스크!

CNC의 유압 척이 고장나는 바람에 소재만 펼쳐놓고 왔었다.

 

 

 

공장 가는 도중에

최근에 생긴 육교, 누드 엘리베이트 앞에서 한 컷.

담배와 라이트가 없으면 불안해서 항상 휴대하듯, 가방에 디카를 항상 갖고 다닌다.


 



오후 늦게 CNC를 고쳤다.

공장장이면 3, 40분에 세팅을 마무리 지어겠지만

어쨌든 2시간 만에 드디어 나의 첫 작품이 나왔다.

2차 가공은 다음으로....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여명 2005-06-15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둥근 철뭉치가...멋직 변신을 했군...예술인데..
사진찍으로 많이 돌아다니는구나...나도 데리고 가주지..
네사진 언제 찍어줄겨...
이번주에 함 보자는데 시간이 되나...시간안되도 내야지 ...행님이 보자는데..ㅋㅋ

파란운동화 2005-06-15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행님 다녀 가셨네^^.

많이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고, 출근하려면 저 육교를 건너 와야 한데이
놀러 가면 당연히 행님 모시고 가야제, 내도 알지.
뽀샤시하게 행놈(오타!) 사진 한번 찍어줘야 할 텐데...

파란운동화 2005-06-19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늦잠을 자고 10시쯤에 공장에 도착했었다.
마무리 짓지 못한 디스크의 2차 가공을 우선하기로 마음먹었다.
3개의 공구가 순차적으로 들어가도록 프로그램을 짜고
첫째 공구가 정확하게 외경을 절삭하고 나왔다. 황동(brass)이 검은 외피를 벗고 반짝이는 속살을 드러내는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둘째 공구가 홈을 파기위해 들어갔다.
깊이가 있어, 부하를 염려해 두 번에 나눠 홈파기로 프로그래밍 되어 있었다.
처음은 무사히 임무 완수.
두 번 째 에서 갑자기 파팍...

공작물과 공구가 부딪쳐 공구(holder)가 여지없이 부러지고 말았다.
공구는 다른 것으로 대처할 수 없는 공장에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한동안 암담, 착잡 ...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바람이나 쐬러갈까 했었다.
하지만 내가 배우기위해서 자처해서 시작한 일이고 이 정도의 어려움은 예상했었던 일이었다.
차를 몰고 공구상가에 갔었다.
상인과 고객들로 주차할 곳도 없었던 공구상가에는 모두가 문을 닫고 휴업상태였다.
나 같은 이를 생각해서 한 곳 정도는 문을 열어 놓았으리라하는 나의 추측은 빗나갔다.
어떡하리!
할 만큼 했으니 집으로 가?
천만에 말씀!
'seat' 가공으로 넘어가야지.
 

 

거래처 중에 김해에 있는 “‘ㄱ’산업 (이하 분홍산업)”이 있다. 선박 부품을 조립 생산하는 이 업체는 많은 부속품을 우리 공장에 의뢰한다. 의뢰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소재를 모두 대주는 임가공 형태와 다른 형태는 소재 구입부터 가공까지 우리가 책임지고 납품하는 것이다.

임가공은 소재비가 없으니 가공비 자체가 우리에겐 고스란히 수입원이다. 그런데 문제는 CNC에서 가공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밀링 작업, 볼링 작업 등 자질구리하게 손이 많이 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모든 작업이 아주머니들이 하기엔 힘에 버거워서 공장장과 나의 손으로만 이뤄지다보니 다른 작업까지 더디게 진행되고, 분홍산업의 물건 자체도 애물단지가 되어 납기를 줄 곧 놓치곤 한다는 것이다.

사장님과 공장장님 그리고 나, 셋이서 논의한 결과 우린 분홍 산업의 임가공을 포기하기로 결정을 내렸었다.

분홍산업의 임가공 6개의 구성품은 모양이 독특하고, 강한 재질의 Sus 316 으로 스핀들을 가공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이 구성품을 내가 깎아 보면 실력이 많이 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분홍산업의 물품은 대부분 큰 CNC에서 작업되어지는데, 나는 작은 CNC만 가끔 다뤘을 뿐, 큰 기계는 납품 다니고 선반, 밀링 작업등으로 만질 기회가 잘 없었다. 작은 기계와 큰 기계는 같은 CNC라도 조작법이 조금 다르다.

고민 끝에 나는 일요일에 내가 만들어 보겠노라고 사장님께 말씀드렸다. 사장님은 일요일엔 좀 쉬어야지 일 할 수 있겠냐며 염려 해 주셨지만, 나는 나를 위해 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나의 기술력 습득이 미래에 대한 확실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납기까지 두 번의 일요일이 있지만 22세트를 다 해 낼지는 미지수다. 간섭이 일어나 공작물과 공구가 부딪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두려워해서는 안 될 것이다. 차분히 공정을 머리 속에 그리며 즐겁게 배운다는 자세로 임할 것이다. 하다 안 되면 공장장께 묻고 도움을 청하고, 매뉴얼과 교재도 뒤지며 일요일은 공장에서 보낼 것이다.

 


어제 분홍산업에 가서 받아 온 재료들.

 



분홍산업의 홈페이지에서 다운 받은 SURFACE DREP VALVE.

내가 가공할 물품은 위 사진의 구성품.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파란운동화 2005-06-10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양은 같고, 크기에 따라 구분되어지는데
65A ... 16세트, 100A ... 2세트, 125A ... 2세트, 150A ... 4세트
합이 22세트가 아니고 24세트.

쁘띠아 2005-06-11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것은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파란운동화 2005-06-12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박(한진 중공업)에 들어가는 물건이온데, 자세한 것은 소인놈도 모르겠습니다요.
밸브인 것을 보아하니 아마 물을 잠것다 열렸다하는 것이 아닐런지요.
소인놈도 오늘 일을 합니다요. 쁘띠아님 처럼요.

어제는 최악이었습니다요.
길을 나서려면 신발을 신어야하듯이 기계를 움직이려면 '조오'라는 놈을 깔아 끼워야 하는디 그놈이 말썽을 부려
저녁먹고 10시까지 그놈과 둘이서 씨름하다 지쳐 집으로 들어갔습니다요.
무거운 마음으로 출근은 했는디
그놈이 고쳐질지 의문입니다요. 헤헤^^

쁘띠아님도 수고하셔야지요^^
오늘 하루도 호감을 줄 수 있는 세일즈맨이 되시길바랍니다요.

여명 2005-06-15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보면 골동품같다
 

경주 시골집에는 포도나무가 있다. 그 사이로 고추, 상추 호박, 마늘, 옥수수(내가 제일 좋아하는 찰옥수수)도 자라고 있다. 집 한편엔 잔디가 있고 그 옆으론 조그마한 화단도 있다. 이 곳은 어머니의 보금자리이며 삶의 터전인 동시에 어머니의 일부분이다.

해 뜨기 전, 호미를 들고 포도밭으로 들어가신 어머니는 아침 식사도 잊고 풀들과 전쟁 아닌 전쟁을 치러 신다. 어머니께 잡초는 마치 당신의 보금자리를 위협하는 적들과 다름없다. 제거된 잡초도 아무렇게 흩뿌리시는 것이 아니라 뿌리가 빠삭 마를 수 있게 햇빛이 잘 드는 곳에 한 쪽 방향으로 해서 가지런히 일렬로 늘어놓으신다. 호미를 바쁘게 움직이시며 전진, 전진.  앞으로 나아가며 당신의 지나온 발자국까지 없애 가면, 어느새 포도밭은 밭이 아닌 화단처럼 변해간다.

한낮에는 따가운 볕을 피해 집안에서 머무르신다. 빨래도 하시고 , 혼자 계시지만 바닥을 항상 빤질빤질하게 묻지르신다. 그리고 나서 한숨 주무신다. 코까지 곯아가며 아주 편하게 주무신다.

기운을 잃은 해가 산머리에 걸터앉을라치면 다시 밭으로 나가신다. "아이고, 요런 못된 것 들" 하시며 다시 한 전쟁 치러시고 어둠이 짙어져야 방에 불이 켜진다.

300평이 될까말까한  그리 큰 밭은 아니지만 칠순 노모가 감당하시기에 녹녹한 규모는 분명 아니다.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풀을 메고 나면, 다시 이쪽 끝에선 어머니께서 욕을 하심에도 불구하고 풀은 기어코 올라온다.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치러지는 끝없는 전쟁이다. 이렇게 대여섯번은 해야 잡초가 기운을 잃는 가을이 오고 포도의 알맹이는 무사히 굵어져있다. 보다못한 내가 제초제 뿌릴 허락을 몇 번 구해 보았지만, 워낙 성품이 깔끔하고 깐깐해서 뿌리를 박고 누렇게 말라죽은 풀들을 보시는 것도 원치 않으시는 눈치여서 이제는 어머니께서 하시는 대로 지켜만 본다.

포도나무는 300여 그루에 조금 못 미치지만, 아무래도 늙으신 어머니께서 모든 일을 감당해 내시기엔 힘에 부치신다. 그래서 슈퍼맨, 막내아들이 주말에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신다.

주중에 공장에서 10시까지 일하고 주말엔 시골에서 농삿일하는 것을 아는 친구가 이런 나를 보고 타고난 일꾼이라며 악의 없이 놀리기도 한다. 외사촌 누이동생들은 고모가 오빠에게  일만 시키니 오빠가 데이트 할 시간도 없다며 나를 위해 변론을 해 주기도 한다. 친구의 말이 옳고 동생들이 고맙지만, 어찌하리!

어머니께서 힘에 버거운 농사를 지으시니 자식들은 분명히 도와야 한다. 가족이 있어 바쁘신 형님들보다 부지런히 도와야 하는 사람은 나라고 생각한다. 행복이란 기어가 잡음 없이 잘 돌아가기 위해선 각각의 톱니바퀴가 튼튼히 제자리를 지켜야 하고 틈틈이 윤활유도 뿌려 주어야 한다. 어머니는 우리 자족의 행복을 지탱시키는 톱니바퀴의 축이며, 나는 윤활유로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어머니의 심기가 불편해지시면 톱니바퀴엔 잡음이 생기고 톱니바퀴의 이가 대번에 부러지고 만다.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선 절대로 안된다.

다음 주엔 사정이 있어 시골집에도 가지 못할 것 같기에 어제(일요일)는 농사일을 많이 했었다. 웃자란 포도나무의 가지도 쳐주고 비료도 뿌리고 농약도 쳤다. 포도의 가지를 일일이 잡고 불필요한 새순을 치고, 가지가 부러지지 않도록 고정 선에 묶은 다음 웃자라지 못하도록 잘라주는 일은, 번거러운 일이지만 포도농사에 빼먹어서는 않되는 중요한 단계이며, 하고 나면 포도밭은 잘 가꿔진 정원처럼 깔끔해진다.

귀에 거슬리는 소음과 기름 묻은 쇳덩이를 만지다가 물먹은 뽀송한 생물들을 만지는 것은 메말라 가는 내 정서에 큰 위안을 준다. 어머니와 같이 땀 흘려 일 하다 보면 어머니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확인 할 수 있고 촘촘했었던 가지사이에 볕이 들게 되고 바람이 살랑살랑 일게 되면 나무들이 고맙다고 인사하는 듯 하여 보람도 느낀다.

주말에 푹 쉬고 한 주를 능률적으로 일하는 것도 바라는 바이지만, 어머니의 불편한 안색을 떠올리면 공장에서 일 하다가도 시골집으로 달려가고 싶은 것이 나의 심정이다.

바깥일을 할 수 없는 장마 때나,  태양이 곡물들을 돌보는 한여름때가 와야지, 편안하게 방에 누워 수박이나 잘라먹으며 쉴 수 있을 것 같다.



가지 정리 전과 후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쁘띠아 2005-06-08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향에 정겨움...

iamtoc 2005-06-10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효자다. 아저씨.

파란운동화 2005-06-10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ㅎㅎ
어머니께 하듯 색시한테도 잘 하겠지요. ㅋㅋ

효자이기 보단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고... 별로 효자도 아니예요.

여명 2005-06-15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갔을땐 사과나무였는걸로 기억나는데...
포도나무로 탈바꿈했네...
가을에 포도좀 팔아라..거래처 물좀쳐야겠다...ㅋㅋ

파란운동화 2005-06-18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도의 당도가 높아 거래처에서 주문이 쇄도할 것이다.
내 친구
부자 되겠네. 랄랄 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