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박사님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야. 박사님에게 나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을까 하고 잠시라도 의심한 엄마를 용서할 수 없어서야."

식용유가 떨어져서 장을 보러 나가야 했던 엄마는, 박사와 루트 둘만 남겨 두기가 조금 불안했다. 루트에게 "괜찮을까?" 확인을 하고 나갔다 오니... 박사가 패닉 상태로 루트를 부여안고 있다. 놀라서 살펴보니 루트가 사과를 깎다가 살짝 손가락을 베였는데 피를 본 박사가 난리였다. 박사가 하도 걱정하는 통에 병원에 가서 두 바늘을 꿰매고 집에 돌아오니 루트가 심술을 부린다. 묻는 말마다 뾰루퉁하게 대답을 하더니 결국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내뱉은 말이 "박사님을 의심한 엄마를 용서할 수 없어."

이 말을 읽는데 며칠 전부터 관심 갖고 있는 <시크릿>이 생각났다. 엄마가 박사님과 루트만 있는걸 불안해하고 무슨 일이 나지 않을까 생각을 해서, 그 생각이 끌어당겨서 현실이 된 게 아닐까. 그래, 루트 말대로 불안해하고 의심한 엄마가 잘못이다. 

이 소동 덕분에 박사와 엄마와 루트가 외식을 하고, 루트가 박사의 등에 업혀 돌아가는 길, 엄마의 목소리로 묘사되는 귀가길이 참 포근한 한 장면을 그린다.

"밤바람은 상쾌하고, 배는 잔뜩 부르고, 루트의 왼손은 무사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박사와 나의 발소리가 겹쳐지고, 루트의 운동화는 덜렁덜렁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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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돌아다니고도 찜찜한 마음으로 집에 와 보니 베개맡에 깜찍한 책이 있다. 동생이 그 사이 주문한 책인 모양이다. <스물한 살의 프라하>라~ 책 전체에 흐르는 진한 핑크빛처럼 사랑스러운 책이었다.

움악 공부하러 간 프라하에서 두 번째 집을 구할 때 그렇게 큰 집을 덜컥 구해 버리다니. 그리고는 길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인 배낭여행객을 머물게 되고, 소문에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들과 지내는 재미에 빠져 민박집을 꾸리게 됐고 그렇게 아홉달을 보낸 이야기.

"얘도 일이 참 잘 풀리는 애 같아.." 책을 읽은 동생의 말이다. 그래, 일이 참 잘 풀린다.

엊그제는 잡지에서 <시크릿>에 대한 기사를 봤다. 끌어당김의 법칙. 우주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요청하고, 이미 받은 것처럼 믿고 행동하면, 이미 받았다는 파장이 전송되어 사람, 환경, 사물 등을 끌어당겨 실제로 받게 된다는 것. (머리로는 아는데 실제 적용이 잘 안 되지..)

성공한 사람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 끌어당김의 법칙을 잘 알고 쓸 줄 아는 이들이겠지. <... 프라하> 책을 쓴 박아름이라는 아이도. 망설임없이 원하고, 주저없이 선택하고 행동할 줄 안다. 그래서 우주의 많은 것을 누린다.

우울하고 무기력해 있는 지금 내게 필요한 것.

원하는 것을 정확히 요청하고, 주저없이 선택하고 누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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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서른 전에 하고 싶은 서른 가지> 적어두고 몇 개 하는 듯 하다가 흐지부지.....그러다 11월, 서른 가지 다 하기는 어렵겠고 큰 거 하나를 하기로 했다. 바로 혼자 배낭여행 떠나기! 

그런데 환전하고 와서 짐 싸다가 문득 '귀찮음'이 물밀듯 밀려온다. 이토록 귀찮고 귀찮은 것을 내가 왜 그토록 갈망하고 갈망했는지 모르겠을 정도다 어흑~ 그래도 어째. 가야지!

그간의 준비 상황을 간략히 적어본다.

1. 하나투어, 온라인투어, 넥스투어, 투어익스프레스, whypaymore 등을 며칠 뒤지던 어느 밤,일정 맞고 가격 적당한 항공권을 발견! 예약하고 결제 완료. 이티켓으로 출력 완료.

2. 서점에서 태국 여행 책을 요거조거 보다가 내 눈에 젤 맘에 드는 <태국 100배 즐기기> 찜. 인터넷으로 산다는 게 어영부영하다가 회사 선배가 여행 잘 다녀오라고 사주심. 고마워요~ (*회사는 여행 때문은 아니고 개인적 사정으로 11월 말로 퇴사함.)

3. 책 보며 여행 계획을 짜다 보니, 넓은 땅덩어리에 이동에 시간이 다 걸리고 잠시 좌절 @@  

4. 매일 이래저래 여행 정보를 수집한답시고 인터넷을 뒤졌으나 정작 배낭 여행에 필요한 복대와 자물쇠를 못 사고 여행 전날이 됨. 동네 국민은행, 신한은행 갔는데 태국 바트화 없어서 달러로 환전. 동네 열쇠집 세 군데에서 자물쇠 구입. 세 군데 가격 다 다름. 복대는 인천공항 트래블메이트 매장에서 살 예정.

5. 배낭 싸기.

6. 대략적인 여행 일정, 돈 쓸 거 메모하기.

7. 내일 오후 1:45 버스->공항버스 2:00 ->인천공항 ->   -> 5:30 태국행 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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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체리를 먹을까?
페트릭 띠아르 지음, 이선혜 옮김, 바로 그림 / 그린북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서평단 도서입니다>

쟝 아저씨는 정원사입니다. 어린 나무를 정성껏 가꾸고 가꾸던 어느 날, 나무에 빨갛고 동그란 것이 열렸어요. 바로 체리였어요. 아저씨는 체리를 또 정성껏 보살피면서 먹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다 자라면 먹으려고 했죠. 그런데 까마귀 두 마리가 날아와 체리를 바라보며 "까악 까악" 울었어요. 이를 듣고 쟝 아저씨는 까마귀들이 체리를 먹고 싶어한다고 생각합니다. 

쟝 아저씨는 체리나무의 체리를 지키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허수아비를 세우고, 그 다음엔 총을 들고 지키고, 그 다음엔 체리나무 주위에 온통 철조망을 치는가 하면, 커다란 로봇까지 만들어봅니다. 이렇게 애지중지 지킨 체리를 예쁜 접시에 올려놓고 당당히 먹으려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여기, 마지막 장면을 넘기기 전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하고 질문을 던져 보는 것이 책을 더 재밌게 읽는 방법 같아요. 아이들의 톡톡 튀는 반응이 기대되는군요^^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길수록 점점 더 괴이한 방법으로 체리를 지키려는 아저씨의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정원 울타리에서 "까악!" 하고 울었을 뿐인 까마귀들로부터 체리를 지키기 위해서 혼자 너무 애쓰는 것 같았어요. 정말로 까마귀들은 체리를 먹으려 했던 걸까요? 아님 아저씨가 넘겨짚은 생각일 뿐일까요? 아저씨는 까마귀를 왜 그리 적으로 대했을까요? 까마귀들과 체리를 나눠 먹을 수는 없었을까요?

처음 읽을 땐 스토리가 너무 단순하지 않나 싶었는데, 책을 읽고 이런 얘기들을 나눠 보면 여러 가지 얘기를 끄집어낼 수 있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이든 어른이든 이런 걱정을 하는 이들과 읽어보면 어떨까 싶어요. 누군가 조금만 섭섭하게 대해도 그 사람이 날 미워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낯선 이들에게 겁이 많은 사람, 또 자기 물건(장난감)을 너무 아껴서 다른 아이가 절대 못 가지고 놀게 하는 아이나 맛있는 걸 혼자서만 먹으려는 아이와 읽어봐도 여러 가지 얘기를 하면서 '문제 되는 행동'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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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we call the beginning is often the end.

To make an end is to make a beginning.

The end is where we start from.

-T.S. El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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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이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끝이 곧 시작이라는 말. 11월로 하나의 삶을 마무리짓고 내년 초에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한다. 12월엔 여행도 다녀오고 새로운 삶을 할 준비도 하고. 결심을 했을 때는 '결단을 내렸다'는 것에 스스로 기특하더니, 주위 사람들께 알리고 있는 요즘은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나는 잘 할 수 있다. 나는 운이 좋다!!!

12월 화이팅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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