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박사님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야. 박사님에게 나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을까 하고 잠시라도 의심한 엄마를 용서할 수 없어서야."

식용유가 떨어져서 장을 보러 나가야 했던 엄마는, 박사와 루트 둘만 남겨 두기가 조금 불안했다. 루트에게 "괜찮을까?" 확인을 하고 나갔다 오니... 박사가 패닉 상태로 루트를 부여안고 있다. 놀라서 살펴보니 루트가 사과를 깎다가 살짝 손가락을 베였는데 피를 본 박사가 난리였다. 박사가 하도 걱정하는 통에 병원에 가서 두 바늘을 꿰매고 집에 돌아오니 루트가 심술을 부린다. 묻는 말마다 뾰루퉁하게 대답을 하더니 결국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내뱉은 말이 "박사님을 의심한 엄마를 용서할 수 없어."

이 말을 읽는데 며칠 전부터 관심 갖고 있는 <시크릿>이 생각났다. 엄마가 박사님과 루트만 있는걸 불안해하고 무슨 일이 나지 않을까 생각을 해서, 그 생각이 끌어당겨서 현실이 된 게 아닐까. 그래, 루트 말대로 불안해하고 의심한 엄마가 잘못이다. 

이 소동 덕분에 박사와 엄마와 루트가 외식을 하고, 루트가 박사의 등에 업혀 돌아가는 길, 엄마의 목소리로 묘사되는 귀가길이 참 포근한 한 장면을 그린다.

"밤바람은 상쾌하고, 배는 잔뜩 부르고, 루트의 왼손은 무사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박사와 나의 발소리가 겹쳐지고, 루트의 운동화는 덜렁덜렁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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