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규 오버그라운드 여행기
박훈규 지음 / 한길아트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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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미와 유진
이번 여행에서 신기하게 연락이 돼서 신세를 지게 된 친구와 친구 남편이란다. 같은 곳 앞에서 따로 찍은 사진을 나란히 두니 재밌다^^ 두 사람의 느낌이 참 좋다.

레드 하우스
윌리엄 모리스라는 예술가의 신혼집이자, 스스로 '지상낙원'이라 부른 그의 공방이라고 한다. 가정집과 아티스트의 작업 공간이 섞여 있는 공간 활용이며, 가구, 벽지 그 밖의 모든 것을 그와 친구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점이 저자의 눈길을끌었다고 한다. 1859년에 지은 참 멋진 집이다^^

책 표지에 나온 <북쪽의 천사>라는 거대한 작품.
높이 20미터에 날개가 54미터. 그것의 전체 모습은 이렇다고 한다. 거센 바람 속에 들판에 서 있기 위해 천사의 발밑 땅속에는 165톤의 콘크리트가 20미터 깊이로 먼저 시공되어야 했다고. 이걸 보는 순간, 문득, 겉으로 뭔가를 이루기 위해 오랜 세월 내공을 쌓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윌리엄 모리스의 캠스콧 매너로 가는 길
대중교통편이 불편해 어찌어찌 가게 된 그 과정이 재밌었다.
옥스퍼드 역에서 택시로 가려고 가격흥정을 하는데 기사들이 거기가 어딘지도 모를 뿐더러 구경거리가 되어 버렸다. 결국 일단 버스로 가는 데까지 가보자 하고 패링던에 내렸더니, 그 작은 동네에 여행안내소가 있었고 친절한 할머니의 안내로 잘 찾아갔다고 한다. 얼마 전 개심사 찾아갈 때 길 물어물어 가던 일이 생각나 무지 반가웠다^^

웨일스 밀레니엄 센터
웨일스출신 시인 기네스 루이스의 시구를 건물 전면에 이따만하게 새겨놓았단다. 우와~~~ 그리고 건물 2층 3층에 걸쳐 글이 새겨진 부분이 까페와 레스토랑이어서 밤이면 건물 내부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으로 멀리서도 시구를 읽을 수 있고, 까페의 창문으로도 사용된다고 한다. '건물 그 자체로 한 편의 시이고, 노래하는 구릿빛 쇳덩어리'라는 표현대로 정말 멋지다!!

카디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조형물
<어머니와 아들>이라는 작품. 아이의 손을 잡고 묵묵히 서 있는 어머니의 모습. 이런 것이 진부한 소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평범한 소재를 하나의 예술품으로 당당히 재현해 낸 작품이 많은 생각거리를 주었다고 한다. 일상이 모여 역사가 되고 평범한 아이디어가 모여 새로운 디자인의 근원을 만들어내는 법이라고.

오호~~ 너무나 즐거운 동상이다. 보는 사람도 절로 이런 포즈를 취할 거 같다^^ 에릭 모어캠이라는 코미디언의 추모 공원에 있는 그의 동상이란다. 모어캠(이름이 같다)의 해변에 있단다.

에필로그에 있는 사진이다.
여행을 다니며 가장 많이 거쳐 가는 곳이 정거장인데, 여자친구를 두고 떠나서인지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가 떠올랐다고. 글래스고 뷰캐넌 스테이션에서 이 작품을 보고 눈시울을 적셨다고 한다. '사랑한다면 떠나보낼 수 있다. 그리고 돌아와서 그 빈자리를 더 아름답게 채울 수 있다' 여자친구도 박훈규 씨도 참 멋진 사람들이다^^
작품: 존 클린치

전작인 언더그라운드 여행기를 읽고 이 사람한테 굉장히 매력을 느껴서 이번 책도 아주 기대가 됐었다. 그리고 그 기대는 완전 충족됐다. 북쪽의 천사라는 작품을 뉴스 기사로 보고 언젠가 저걸 보러 가리라 하고 정말 찾아 떠난 사람. 나도 그런 성향이 있어서 동지감이 느껴졌다^^ 이번 책에 현대 예술에 대한 얘기가 많은데 새로운 작품을 찾아서 보고 느끼고 의미를 짚어내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열정, 그게 좋고 참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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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 할아버지 일공일삼 4
페터 헤르틀링 글, 레나테 하빙거 그림, 김경연 옮김 / 비룡소 / 1997년 11월
평점 :
절판


일흔이 넘은 할아버지를 모셔와 같이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웃음과 행복, 갈등과 조화를 담은 책이다. 얼마쯤 독특한 할아버지가 집에 오신 날, 우려하던 대로 벽 색깔이 맘에 안 든다며 가구를 모두 가운데로 몰아놓고 새로 페인트 칠을 하신다. 그리고 아버지와는 서로 감정 상하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하지만 어느덧 가족들은 할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소파의 오른쪽 자리는 늘 비워두고 앉는 식으로 '가족'으로 서로 맞춰가게 되고, 할아버지 때문에 신나고 멋진 일들을 함께 하게 된다.

처음엔 할아버지의 독특한 말투인지, 작가의 독특한 대화체가 낯설어 빠져들기가 힘들기도 했는데, 뒤로 갈수록 할아버지를 둘러싼 재밌는 사건들에 빠져들게 됐다^^ 끝부분에 할아버지가 쓰러진 뒤 치매에 걸려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부분, 할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하는 가족들의 모습도 잘 그려낸 작품이다.

빈들빈들 쉬면서 꿈꾸고, 이것저것 생각하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고, 생각에 잠기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침묵하고 있기에 이 방이 안성맞춤이었다. 즉 사교실인 것이다. 모두들 그렇게 부르는 데 동의했다.(29쪽) - 특별한 일이 없어도 평화롭게 함께 시간을 보내는 가족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 하다. 참 좋다.

뒤로 갈수록  할아버지의 '욕망'이 드러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외출을 할 때면  언제나 와이셔츠에 나비 넥타이를 매시더니, 점점 더 대담해져 가더니 빨갛게 불타오르는 듯할 나비 넥타이. 그리고 어느날 저녁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할아버지의 수줍은 고백.

당황스럽지만 모두들 할아버지의 연애를 지지하는데 손자 녀석이 그만 혼잣말을... 할아버지께서 아직도 연애를 할 수 있을까 몰라? 이에 목의 혈관이 밧줄처럼 솟는 할아버지는, "그러니까 나같은 늙다리는 더 이상 연애를 할 수 없다는 뜻이냐? 그러엄, 못 한다! 사실을 말하자면 사는 것도 아니지. 머리는 텅 비었고, 심장도 텅 비었고, 혈관의 피는 먼지처럼 푸석거리니까. ...내가 원한다면 나는 아직 백 사람에게 반하고, 좋아하고, 사랑하고, 연애할 수 있다."(115쪽) -브라보, 욘 할아버지!!

크리스마스에 할아버지가 준비한 선물은 너무나 아름답고 멋졌다. 할아버지가 직접 염색한 티셔츠를 가족들에게 선물한 것이다.밀납으로 모양을 떠서 염색하는 납형염으로, 각자에게 어울린다 싶은 나무를 골라 하나 하나 염색한 티셔츠. 어머니는 사과나무, 아버지는 호도나무, 라우라는 벚나무, 야콥은 자두나무, 베제버 부인은 배나무.

욘 할아버지의 '얼마쯤'의 이야기~~ '얼마쯤'이 뭐냐, 조금인가? 아냐, 얼마쯤이라는 것은 조금보다 훨씬 많아. 그리고 다른 거야. 얼마쯤은 뭔가 특별한 거지. 내가 치즈에서 얼마쯤 냄새가 난다고 하면 그건 지독히 냄새가 난다는 뜻이야. 내가 얼마쯤 아프다고 하면 그건 그냥 얼마쯤보다는 얼마쯤 많이 아플 수도 있는 거다. 누군가 난 얼마쯤 행복해, 하고 말하면 그것은 뻥 하고 터져 버릴 만큼 기쁘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얼마쯤이란 작은 것은 크게, 큰 것은 작게, 무거운 것은 가볍게, 가벼운 것은 무겁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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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게으름 - 게으름에서 벗어나 나를 찾는 10가지 열쇠, 개정판
문요한 지음 / 더난출판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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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게으른 줄 어떻게 알고 이런 책이 나왔지?, 이 책 얘길 들은 나의 첫 반응이었다. 

그리고 나의 게으름의 정도가 정말정말 심각한 수준이고, 더구나 내가 잘못된 줄 알면서도 헤어나오는 방법을 모르겠기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자 이 책을 샀다.

두려움 때문에 선택을 하지 않는 것! 그 게으름 때문에 내 인생은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고 활기가 없다.

책은 잘~~ 읽었고, 부록으로 있는 게으름 탈출 일기를 매일 매일 쓰고 있다.

게으름의 증상,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책 내용도 의미심장했지만,

변화 일기를 쓰면서 내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는 연습을 매일 하는 게 내겐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

변화 일기에 있는 '오늘 스스로 선택한 일은?' 같은 항목에 무언가 쓰기 위해 나를 부추기고 동기 부여를 하게 되고, ' 오늘 감사할 일은?' 항목에 답을 쓰다 보니 비관적이던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뀌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렇게 해서 활기 있게 잘 지낸 날도 있고, 그러다가 또 한 번 엎어져서 좌절하기도 하다가 또 하루 활기차게 잘 하면 용기를 얻고 그러면서 조금씩 인생의 방향을 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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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꽃이 피었습니다
백은하 글.그림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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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간결한데 자꾸 자꾸 들쳐보게 된다.

고와서... 말린 꽃잎들이 곱고, 그 옆에 적힌 마음이 고와서.

소곤소곤거리며 사람들 마음을 덥혀주다가, 

어느 땐 불끈 씩씩한 목소리로 으›X으›X 용기를 북돋워주기도 하고,

글쓴이는 나처럼 생각이 많은 사람인가 슬며시 위안을 얻기도 하고

110쪽에 <당신은 생각이 너무 많아요>라는 작품 정말 확! 와닿는다.

꽃잎이 어쩜 그리도 기가 막히게 한복이 되고 사람이 되는지 들여다볼수록 신기하다. 

처음엔 글씨가 좀 작은 느낌이었는데, 읽다 보니 아기자기한 꽃잎이랑 잘 어울리는 크기인 듯하다.

미리보기로 보는 것보다 실제로 보면 말린 꽃잎의 질감과 색감이 훨씬 이쁘다.

수목원에서 철쭉과 복사꽃잎을 줍고, 아침 출근길엔 떨어진 벚꽃잎 주워

노트 사이에 꽂아뒀다. 어느날 이 꽃잎들을 보다가 사람이 떠오를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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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5
다나베 세이코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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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기 전에 리뷰를 좀더 읽어볼 걸 하는 후회가 살짝 들었다. 단편집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느낌일 줄 몰랐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은 영화에 모티브만 제공할 정도로 다른 얘기였지만 그래도 영화에서 느낀 상큼함과 조제의 매력은 살아 있어 좋았다.

다른 단편들은 가볍게 읽기엔 재밌었다. 그건 분명했다. 은근히 잡아끄는 마력이 장난 아니었다. 그런데 읽어갈수록 툭 끝나버리는 느낌이 아쉬웠고, 글 속 인물들이 하나같이.... 제대로 된 사랑을 하는 이가 없는 게 못마땅해져갔다. (못마땅하다는 이런 과격한 표현이라니.... 어쩌면 연애에 그런 울퉁불퉁한 면도 있다는 걸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걸까?) 영화를 너무 재밌게 보고, 그런 상큼함을 잔뜩 기대하며 소설을 읽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암튼 괜찮은 단편 소설집이지만, 내겐 좀 맞지 않은 책이었다.

조제만 기억할래. 이쁘고 강하고 사랑스러운 조제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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