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을 필사하다가 8월에는 좀 쉬었다.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 좀 읽어보고 싶어서 찾아보았다. 퀜틴 벨이라는 버지니아의 조카가 쓴 책이 유명하지만 한국어로 번역된 적이 없는 것을 알았고, 허마이오니 리라는 사람이 쓴 책은 800쪽짜리 2권으로 되어있길래 (절판이기도 하고), 버지니아 울프의 동성 연인이었던 비타 색빌웨스트의 아들 (나이젤 니콜슨)이 쓴 가벼운 전기가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이것을 읽어보기로 했다. 어머니의 연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궁금하기도 했다. 


















나는 알라딘 중고 등급 상-최상만 사고 중은 정말 급할 때만 가끔 산다. 우주점에 '상' 등급이 있어 주문했는데 등급이 '중' 이라며 주문이 취소됐다. 중을 시도해볼까 하다가 책바다 서비스로 대출해봤다. 


독일이나 북유럽 쪽 책을 많이 번역하는 안인희 님의 번역이다. 두껍지 않고 괜찮아 보였다. 역자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이 책이 왜 다시 나오지 않았을까 의아했다. 버지니아 울프가 말한, 마음에 드는 문장도 발견했다. 


“기록되기 전엔 아무 일도 진짜로 일어난 게 아니란다. 그러니 너도 가족과 친구들에게 많은 편지를 써야 한다. 일기도 꼭 쓰고." 기록을 하면 고통은 줄어들고 기쁨은 두 배가 된다. (11쪽)



나는 기억력에 자신감이 있는 편이었는데, 최근 내가 완전히 잊고 있던 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마음에 조금 상처를(?) 입었다. 역시 기록을 남겨야 하는 걸까 생각하면서, (여전히 귀찮기 때문인지) 혹시 내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괜찮으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봤다. 김신지의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를 읽고서는 5년 일기라도 써볼까 하는 생각도 했고. 여기까진 괜찮았다. 그런데.. 


벨 (퀜틴 벨)의 빈정거림에 마음이 상해있던 헨리 (조지 덕워스의 아들)는 내게 다섯 통의 편지를 내주면서 출판해도 좋다고 허락했다. 이 편지들이 조지와 의붓누이 버지니아의 관계가 이성적으로 비난을 받을 정도까지는 아니었다는 것을 분명히 입증해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토록 몹쓸 취급을 받은 소녀가 자신을 유혹한 오빠에게 '친애하는 변호사님' 이나 '나의 사랑하는 조지' 라는 등의 말로 편지를 썼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조지가 품었던 열정의 또 다른 희생자로 여겨지는 바네사가 즐거운 마음으로 그와 함께 1900년에 파리로,

그리고 2년 뒤에는 로마로 여행을 갔던 일도 마찬가지다. (25쪽)


곧 이 부분을 읽고나서 마음이 확 식어버렸다.  



버지니아 울프는 나이 차이가 꽤 나는 이부 형제 (조지 덕워스, 제럴드 덕워스) 에 의한 가족 내 성폭력의 피해자라고 알려져 있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성폭력의 강도에 대해서는 퀜틴 벨 (언니인 바네사의 아들, 그러니까 버지니아 울프의 조카)은 좀 강하게 언급한 것 같다. 그것을 조지 덕워스의 아들이 불편하게 여겼고 그에 대해 반론의 증거가 될 만한 편지를 나이젤 니콜슨에게 넘겼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증거가 될만한 내용이라는게 '친애하는 변호사님' 그리고 '나의 사랑하는 조지' 라는 판에 박힌 인사말이라는 거다. 게다가 버지니아 울프의 첫 소설 <출항>은 제럴드 덕워스의 출판사에서 출판되었다. 그게 버지니아에게 괴로운 일이었을 거라고 이 저자는 앞에서 언급하기까지 했었다. (바네사가 자신이 당한 성폭력에 대해 이야기했었는지는 알지 못하니 바네사가 여행을 간 것은 넘어가기로 하자) 


이게 바로 제3자가 정황을 증거로 '피해자다움'을 판단하는 것 아니던가.  그 정도 접촉은 친분이 있는 관계에서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그게 그렇게 괴로워 할 일이었냐.. 라던가 위계가 있는 관계의 성폭력이 일어난 이후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지내지 않았느냐 (어떤 사건 이후 순두부 요리를 파는 식당을 알아봤다거나 하는), 그 성폭력이 정말 있었던 게 맞느냐_ 라던가 하는 말들.


그런 생각이 들고 나니까 이 책을 더 읽고 싶은 마음이 줄어들었고, 요즘 더위에 피곤하기도 했고, 책바다 서비스의 기한 2주가 다 되어서 얇은 책이지만 다 읽지 못하고 반납했다. 이 책이 나온게 2006년, 쓰여진 게 2000년이니 이미 한참 전의 책이기도 하고, 저 구절이 책 전체를 대변하는 건 아니지만 요즘 분위기에 이런 뉘앙스를 풍기는 책을 굳이 다시 출간하지 않은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중반부에도 <자기만의 방>에 대해 극히 일부의 예를 들어 비판적인 언급을 한다. 제인 오스틴이 숨어서 원고를 썼다지만 제인 오스틴의 아버지는 출판을 적극 권장했다거나, 제인 오스틴도 자기만의 방 없이 훌륭한 소설을 썼고, 버지니아 울프도 방이 있는데도 오히려 붐비는 창고방에서 원고를 쓰지 않았느냐면서. 자기만의 방과 500파운드가 정말 '방과 500파운드'라고 생각하는 우둔한 처사다. '버지니아 자신의 행동과 업적을 통해 자기와 같은 계층의 여성들이 이미 해방되었음을 입증한것이 아닌가?' 라며 중산층 여성의 한계라는 판에 박힌 말까지 덧붙였다. 




실망한 김에 전에 봐뒀던 그래픽 노블을 읽어보기로 했다.


성폭력 부분이 꼭 궁금한 건 아니었으나 아무래도 그 부분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눈여겨 보게 되었다. 그래픽 노블의 특성상 암시적으로 묘사되어 있고 퀜틴 벨이 어떻게 썼는지를 모르겠어서.. 이 책이 어떤 자료를 참고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나이젤 니콜슨이 언급한 것만큼 가볍게 묘사해놓지는 않았다. 


이 책은 시간 순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삶에 있었던 사건들을 나열하면서 그녀의 작품들 중 그 사건들과 관계가 있는 혹은 있을 것 같은 것들의 일부를 인용하며 함께 배치해 놓았다. 문제는 내가 그 작품들을 거의 안 읽었거나 읽었어도 잘 이해를 못하고 있거나 기억을 못하고 있다는 것.. <자기만의 방> 부분은 잘 이해가 되었지만.


그래도 그녀가 어떤 트라우마를 가지게 되었는지 레너드 울프라는 사람은 그녀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가 많은 글을 출판했고 활발히 활동한 것을 보면 참 적극적인 사람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내성적인 사람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고.


아직 호기심은 충족이 되지 않았고 소설은 어려우니 소설이 아닌 글을 읽어볼까 한다. 전에 사두고 안 읽은 <3기니>도 있고.. 



아, 그리고 그래픽 노블까지 읽고 나서야 다른 평전이 있다는 걸 알았다. (왜 처음 검색했을 때 이 책을 지나쳤는가..)


이 책은 어떨지 궁금하고. 














쟝님이 읽길래, 울프는 어떤 기록을 남겼는지 궁금해서 주문해봤다. 남의 일기 훔쳐보는 느낌이려나... 그런데 무척 두껍다.












기록되기 전엔 아무 일도 진짜로 일어난 게 아니란다. 그러니 너도 가족과 친구들에게 많은 편지를 써야 한다. 일기도 꼭 쓰고." 기록을 하면 고통은 줄어들고 기쁨은 두 배가 된다. - P11

우리가 그녀를 만나는 순간에 이르기까지 질문이 계속되었다. 이것은 관찰의 가르침이었지만 힌트이기도 했다. "아이디어의 날개를 잡아 그것을 못으로 박아두지 않으면 머지 않아 어떤 아이디어도 갖지 못하게 된다." 이것은 내가 평생 기억하게 된 충고였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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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08-19 18: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저 그래픽 노블은 저도 읽었습니다^^
참 저도 자기만의방, 올랜도, 댈러웨이부인 읽고 좋아서~ 등대로 읽겠다고 한 게 어언 몇년.. ㅋㅋ 올해는 읽어야겠어요.

건수하 2024-08-19 18:25   좋아요 1 | URL
<올랜도>가 <고독의 우물>과 비슷한 시기에 비타를 모델로 쓴 소설이고 그게 막 출간되어 반응이 좋을 때 <자기만의 방> 의 강연을 했다고 해서, <올랜도>도 좀 궁금해졌어요. 다 읽진 못하겠지만, 읽을 게 많아서 아쉽진 않네요 ^^

독서괭 2024-08-19 18:34   좋아요 1 | URL
올랜도는 재미는 없더라고요.. 다락방님이 끝내 실패하셨다는 후문이 ㅋㅋ

건수하 2024-08-19 18:36   좋아요 0 | URL
어, 그럼.. <댈러웨이 부인>은 재밌었나요? 전 <파도>만 읽고 나가떨어져서... ㅎ

독서괭 2024-08-19 18:47   좋아요 1 | URL
전 댈러웨이 부인 무척 좋았습니다!!

다락방 2024-08-19 19:13   좋아요 2 | URL
올랜도.. 네, 저는 중도 포기했습니다.. 🙄

단발머리 2024-08-19 21:10   좋아요 1 | URL
아 ㅋㅋㅋㅋㅋ 저는 올랜도는 재미있었고, 댈러웨이 부인 다 읽었지만 넘나 힘들었습니다.

건수하 2024-08-19 21:26   좋아요 0 | URL
앗 세 분의 의견이 다 다르네요 고민됨… 🤔

수이 2024-08-20 07:49   좋아요 1 | URL
올랜도는 재미있었고 댈러웨이 부인은 더 재미있었습니다. 파도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수하님 말씀 듣고보니 읽어야겠다 싶어지는 오늘 아침.

건수하 2024-08-20 08:57   좋아요 0 | URL
가지고 있는 것부터 읽어봐야겠네요 ^^

공쟝쟝 2024-08-19 20: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울프일기는 ㅋㅋㅋ 뭐랄까 알라딘 서재 같아요 ㅋㅋㅋㅋㅋ 읽은 책 읽고 쓰는 일의 기쁨과 슬픔 ㅋㅋㅋ 더 잘쓰고 싶은 욕망…

건수하 2024-08-19 21:27   좋아요 1 | URL
작품 관련된 일기만 모아서 그런가봐요 ㅎㅎ 그러면 읽고 기록을 열심히 하게 되려나… ^^

수이 2024-08-20 07:50   좋아요 1 | URL
수하님은 충분히 성실하게 읽고 기록하고 계시는 거 같은데요. 저처럼 중구난방으로 읽고 쓰는 분 같지 않아, 저와 다른 결을 지니고 계신 거 같아 저는 수하님을 좋아합니다.

건수하 2024-08-20 08:59   좋아요 1 | URL
아? 수이님 일기도 쓰시잖아요. 저는 읽는 것만 겨우 쓰고 그마저도 요즘엔 잘 안 쓰게 되어서.. 근데 아직은 기억력을 위해 기록을 열심히 하기에는 동력이 좀 모자란 것 같아요. 어쨌든 좋아한다고 말해주시니 기쁩니다 :)

수이 2024-08-20 09:23   좋아요 1 | URL
역시 사랑을 해서 부드러워지는군요. 서슴없이 좋아합니다 라고 애정 고백을 해도 부끄럽지 않고 🤔

단발머리 2024-08-19 21: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보부아르나 손택의 전기에서도 그랬는데, 전기는 ‘전기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니까요.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전, 잘 모르겠더라구요. 왜 이런 고민을 하냐면, 전 잘 믿는 사람이라서요 ㅋㅋㅋㅋㅋㅋㅋ <버지니아 울프라는 이름으로> 전 읽었습니다. 무척 좋았어요^^

건수하 2024-08-19 21:42   좋아요 2 | URL
제가 뒤늦게 저 책과 단발머리님 리뷰를 발견했답니다 ^^ 단발머리님이 좋다고 하셔서 읽어보려고요😍

단발머리 2024-08-19 21:43   좋아요 2 | URL
😘☺️😎

수이 2024-08-20 07:50   좋아요 1 | URL
전 잘 믿는 사람입니다_라는 단발님의 말을 저는 믿지 않습니다. 단발님은 충분히 그에게 믿음이 생겨야 믿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제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수이 2024-08-20 07: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근사해서 왔어요, 수하님. 근데 댓글들도 잼나서 아침부터 댓글 달았음. 크크. 나도 탐험해보고 싶다, 울프의 세계. 수하님 따라서.

건수하 2024-08-20 09:01   좋아요 1 | URL
수이님은 아렌트랑.. 많이 하고 계신거 같았습니다 ^^ 잘 묶어서 글만 쓰시면 될 거 같은데-

수이 2024-08-20 09:24   좋아요 1 | URL
그 말은 제가 아니라 우리 아렌트 전공자 단발님에게로 반사!

잠자냥 2024-09-06 0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달의 당선작 박수~!!

건수하 2024-09-06 10:10   좋아요 1 | URL
어머나 🫨 어제 몇 개 눌러봤는데 제가 당선된 줄은 몰랐… 잠자냥님 덕분에 알았어요 댓글 감사합니다 ^^

잠자냥 2024-09-06 10:16   좋아요 1 | URL
책 사…..

건수하 2024-09-06 10:27   좋아요 0 | URL
ㅋㅋㅋ 요즘 사 놓고 못 읽은 책 쌓이는 거 보는 스트레스가 엄청나서...
그래도 적립금 들어오니 신나네요 담아볼까~~
 

잊어버리니까, 남겨야하니까 보다는
이 이유가 더 마음에 든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는 아니고
나와 마주 앉을 일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아서.
나를 잘 모르는 것 같아서.




매일 쓰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 그건 훗날 돌아볼 기록이 과거를 반성하게 해주어서가 아니라 현재에서 나와 마주 앉는 시간을 꾸준히 보내기 때문일 거예요. 그리고 그 시간은 인생에서 내게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쓸데없이 힘을 빼지 않도록, 반대로 내게 중요한 것들은 지키며 살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나라는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나로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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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4-08-11 18: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다, 문장들.

건수하 2024-08-12 14:43   좋아요 0 | URL
기록 이야기도 좋지만 읽으면서 마음이 편해지는 글이었어요 :)

독서괭 2024-08-11 20: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좋다고 들었어요~ 근데 참 기록하는 게 꾸준히 하기 힘들더군요 ㅜㅜ

건수하 2024-08-12 14:44   좋아요 1 | URL
그쵸.. 전 귀찮아서라도 못해요. 근데 5년일기는 좀 쉬울까 혹하고 있어요 ^^

단발머리 2024-08-11 22: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렇게 결심하고 싶네요.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건수하 2024-08-12 14:44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은 일기도 쓰고 계시잖아요. 이미 하고 계십니다 ^^

공쟝쟝 2024-08-12 0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쓸 때 만큼은 언제나 잃어버리곤 하는 나 자신을 돌보고 있다고 생각해요. 나와 마주 앉는 일이라니..*

건수하 2024-08-12 14:45   좋아요 1 | URL
기록이라는 걸 굳이 해야해? 하는 입장이었는데 설득되고 있어요 ^^

희선 2024-08-12 0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신지 작가가 쓴 이 책을 보고 5년 일기를 쓰려고 일기장 샀는데, 아직도 시작 못했네요 다음해에는 시작할지... 기록을 잘 하는 작가가 아닌가 싶습니다 늘 쓸 걸 잘 찾기도 하는...


희선

건수하 2024-08-12 14:46   좋아요 1 | URL
저도 5년 일기는 해볼만 하지 않을까 했는데 희선님 댓글을 보니 아닌가봅니다 ^^;
그쵸 쓰려고 해도 쓸 게 없는 경우도 많아서.. 아직 읽는 중인데 뒤에는 글감 찾기 저장해두기 그런 내용도 있더라고요 :)

희선 2024-08-14 00:23   좋아요 0 | URL
맞을 거예요 5년 일기는 몇 줄씩 다섯해 동안 쓰는 거죠 그런 거 쓰다보면 한해 전 두해 전 그날 어땠는지 조금 알기도 하겠습니다 다른 거 안 쓰여 있는 것도 있을지 모를 텐데, 물음이 적혀 있어요 그거 보고 거기에 답은 안 쓰고 다른 거 써야지 했는데... 김신지 작가는 여전히 그걸 쓰는가 봅니다 얼마전에 라디오 방송 들으니 그 말을 하더군요


희선

2024-08-12 2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8-13 0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커먼즈란 무엇인가 - 자본주의를 넘어서 삶의 주권 탈환하기
한디디 지음 / 빨간소금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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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먼즈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기억에 남는 것은 ‘능력에 따라 생산하고 필요에 따라 나눈다.‘ 내가 얼마나 자본주의의 논리에 사로잡혀 있는지 자각했다. 쉽게 쓰느라 그랬는지 디테일이 빠져서 한국에서 일어난 커먼즈 운동, 빈집과 빈고에 대한 내용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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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덥다. 


저번에 전화기 안 가지고 출근한 적이 있었는데

지난주엔 무려 전화기 안 가지고 2박 3일 휴가를 가 버렸다. 


엄청 허전했지만.. 사진도 찍으라고 시키고 검색도 하라고 시키고 

밤에도 일찍 자고 아침에도 늦게까지 잤다. 

나름 괜춘했다...? 


돌아와보니 별로 특별한 연락은 없었다. 

다만 컴퓨터도 안 가져가서 이메일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던 게 문제였다. 뭐 큰 문제는 아니었고.. 







7월엔 이런 책들을 읽었다. 










페미니즘책모임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필사도 계속 하고 있다. 희진샘 해설 때문에 열린책들로 필사하고 있는데 열린책들 번역 정말... 공경희 번역가 책은 이제 거르기로. 굳이 영어권 책에 한문을 병기해가며 한자가 들어간 표현을 써야 할까도 의문이다. 어쨌든 마음이 겸허해지는 걸 느끼며 3장 거의 끝나가는 중. 


<유대인, 발명된 신화>와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은 리뷰 썼고...

출퇴근시 오디오북으로 들었다. 이런 책들 좋다. 읽기만 해도 뭔가 얻어지는 책. 물론 읽고나면 생각이 많아지긴 한다.   


<최애의 아이> 13권. 계속계속 우울함. 집사3은 이걸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했던 <틈만 나면>. 휴가중 책방에 있길래 넘겨보다 다 봐 버렸다. 죄송합니다... 그래도 다른 책 샀어요 (...) 강릉 고래책방 넓고 시원하고 책 많고 빵도 있고 음료수도 있고 좋았다. 책을 구입하지 않고 볼 수 있는데, 20분 이상 볼 것 같으면 구매해달라고 쓰여 있었다. 꽤 규모가 컸는데 유지가 되는건지... 강릉에는 교보문고 등 대형서점이 별로 없어서 가능한건가? 여튼 좋았고, 오래오래 있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7월에는 이런 책들을 샀다.

 

집사3의 만화책 2권 (나도 같이 보지만)

페미니즘독서모임 책 1권

여성주의책같이읽기 책 2권 

집에 넘쳐나는 물건들 좀 버려보고자...

고래책방에서 집사3이 고른 책 











8월의 첫 책으로는, 파스칼 키냐르의 <성적인 밤>을 샀다. 고래책방에서 띠지의 문구


'내가 수태되었던 밤, 나는 거기 없었다.' 


에 끌려서 집었다. 섹스가 무엇인지 알고 나서 내가 처음 떠올렸던 것은 그 밤이었는데,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기엔 죄책감이 컸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진정한 원죄가 있다면 그 밤이 아닐까 생각해왔다. 


사실 저 문구와 관련된 내용은 별로 없을 것 같은데.. 래핑이 되어 있었고, 내가 찔리는 표정을 하고 있었는지 집사3이 눈여겨보길래 조용히 두고 왔고 구매는 온라인으로 했다. (미안해요, 고래책방...) 좀전에 손에 넣었는데, 집에는 못 가져갈 것 같고 회사에서 몰래 봐야겠네?












8월에는 이런 책을 읽으려고 한다. 다 읽고 좀더 읽을 수 있다면 좋겠다. <성적인 밤>도.

함달달 책이 밀려서 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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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08-05 18: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회사에서 몰래 ㅋㅋㅋㅋㅋㅋ 아이고 재밌다🤣🤣🤣
아니 본의 아니게 스마트폰 디톡스를 하신 건가요? 과감한 2박 3일! 눈이 많이 편안해지셨을 듯요. 전 바다나 수영장에서 주로 놀다보니 폰은 호텔방 금고에 넣어두고 ㅋㅋ
함달달책 어서 읽으세욧(채찍질)

건수하 2024-08-05 21:31   좋아요 3 | URL
맞아요 눈도 안 아프고 손목 어깨 다 편하고요 ㅎㅎㅎ

함달달…. (아얏!)

햇살과함께 2024-08-05 2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습관성 핸드폰 두고가기 ㅎ 책만 읽으면 되겠어요 ㅎㅎ 고래책방 너무 좋죠!!

건수하 2024-08-06 08:37   좋아요 1 | URL
마치 일부러 그런 것마냥... 그러고보니 휴가 가서 필사는 했는데 책은 못 읽었어요 ㅎㅎ
고래책방 넘 좋더라고요~ 우리 동네에 그런 책방이 있으면 알라딘에서 책 못 살텐데... ^^

다락방 2024-08-06 07: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성적인 밤 리뷰 부탁합니다. 흠흠.

건수하 2024-08-06 08:38   좋아요 2 | URL
네 일단 읽고나서.. 아직 래핑 안 뜯었습니다 ^^

잠자냥 2024-08-06 09:26   좋아요 1 | URL
나도 그 책 궁금한데.......

다락방 2024-08-06 09:33   좋아요 2 | URL
얼마만큼 성적일까.. .어떤게 성적일까.............

건수하 2024-08-06 10:32   좋아요 2 | URL
여러분을 애태울 리뷰... 과연 쓸 수 있을 것인가

잠자냥 2024-08-06 10: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집사3의 표정이 궁금하네요. <성적인 밤> 들고 있는 엄마를 바라보는 집사3...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08-06 10:33   좋아요 2 | URL
각자 돌아다니면서 자기 책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저걸 집었을 때 와서 당황했어요. 표정은 무표정했는데 표지를 뚫어져라 보더라고요...
 
한국의 여성과 남성 현대의 지성 39
조혜정 엮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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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상황을 정리해놓은 책은 없을까 목말라했었는데, 내가 몰랐을뿐 이미 80년대에 나와있었다는 것이 뒤늦게 읽었지만 반갑다.


서구에서 쓰여진 책들을 보며 뭔가 약간 핀트가 맞지 않는다 생각했던 점들이 나와있어 좋았다. 누군가 지금 쓴다 해도 이보다 더 잘 정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조한혜정 선생님, 또 이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연구자들이 있어서 이후 세대 여성학자들이 양성될 수 있었구나 싶고 <또 하나의 문화> 를 일찍 알지 못한 것이 아쉽다. 전에 알았다 하더라도 나의 삶이 지금과 달랐을 지는 모르겠지만.


앞의 장들에는 공감이 많이 되었고 가정과 직장에서의 나 자신을 돌아보며 (80년대 혹은 90년대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더라) 더 노력하고 달라져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7장이 가장 좋았는데 그 이유는 페미니즘에 요구되는 역할에 대해 막연하게 느끼고 있었지만 여성이 남성과 평등한 지위를 갖는 것 이상으로 왜 나아가야 하는가, 그것은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해 이렇게 명료한 언어로 설명되어 있는 걸 읽은 게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개정하며 손을 본, 그러니까 90년대에 쓰여진 부분인지도 모르겠지만 80년대에 쓰여졌든 90년대에 쓰여졌든 ’자신의 언어‘ 를 갖고 있고 자신이 말하는 바를 온전히 이해하고 확신을 갖고있는 사람의 목소리를 자국어로 읽었을 때 지금까지 어떤 책을 읽었을때 보다도 더 내가 ’확신한다‘ 고 느꼈다.


아무 것도 모를 때보다 뭔가 알아서 혼란스러운 때 읽은 것이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혼란스럽겠지만.




주변 집단이 핵심 집단보다 위기 체제를 바로잡아가는 데 더 큰 공헌을 할 잠재력을 갖는 것은 그들이 기존 체제를 비판적이고 총체적으로 볼 수 있는 위치에 서 있기 때문이다. 체제의 중심부에서 자신이 만들어낸 언어를 사용하여 살아온 사람들은 그 체제의 한계를 객관화시켜 보기 힘들다. 체제의 문제를 인정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들의 혁신적인 구상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기존 체제에 살아남기 위해서 핵심부와 주변부를 왕래하며 살아야 했던 주변인은 마치 현장에서 참여 관찰을 하는 문화인류학자처럼 두 개의 세계를 경험하고 비교해볼 기회를 가지며 이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갖는다. 이로써 주변인은 기존 체제를 더욱 객관적이고 상대적으로 볼 눈을 갖게 되는 것이다. 주변인의 이러한 비판적이고 객관적일 수 있는 입장은 더 나아가 대안적 문화를 제시하는 창조적 에너지의 근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창조란 기존의 상황을 넘어서는 작업으로 기존 체제에서 벗어나는 경험이 없이는 이루어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 P397

여성이 억압된 집단으로 존재한 경험이 긍정적인 힘이 되는 것은 여성이 자신의 억압 상태를 인지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경우에 한한다는 단서를 붙일 필요가 있다. 피억압자가 지배 조직에 의해 ‘발탁‘ 되었을 때 억압자 이상으로 지배 문화를 고수하고자 하는 가능성은 항상 있으며, 또 억압을 심하게 받고 있는 경우, 그는 더욱 화풀이로 자신의 밑에 있는 대상을 억압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생존 전략이며 마치 노예가 노예를 부릴 때 더욱 잔인할 수 있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 P400

여성 해방 운동이 추구하는 것은 권력의 장악이 아니라 권력 그 자체를 해체하여 여성들의 체험에 맞는 형태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즉 과잉 확대되고 집중화된 권력 영역을 축소시키고 분산시켜 각자가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는 동시에 생명을 존중하는 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 P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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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8-02 17: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성과 남성이 평등한 지위를 갖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는 것에 저도 관심이 많은데......

일전에 정희진쌤은 여성이 공적영역으로 진출하는 것만큼(적어도 그 정도만큼) 남성이 사적영역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하셨거든요.
저는 7장 읽으면서 그 생각 많이 했어요.

오늘 두 번째 읽었는데, 그 때도 오늘도 건수하님 글 좋네요. 잘 읽고 갑니다^^

건수하 2024-08-03 13:00   좋아요 1 | URL
남성이 유아기 양육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걸 중요하게 말씀하시던데, 저도 그게 정말 중요하다고 느껴요. 한참 지난 지금 좀 나아진 것 같긴 하지만 이젠 사람들이 결혼 출산을 안해서… 그럼 어떤 경험이 필요할까요;;

저도 단발머리님 글 잘 읽었습니다. 다시 한 번 읽으면 댓글 남길 수 있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