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뭘 써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좋았다. <사나운 애착> 과 이어지는 느낌이고, 고닉과 그녀의 어머니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고. 또 나도 도시를 좋아하고 (정확히는 도시 아닌 곳을 모르고), 맘에 드는 문장들을 많이 발견했고.
비비언 고닉이 제목을 가져왔기도 하고, 공감되는 로다 넌 이란 사람이 궁금해져서 <짝 없는 여자들>을 일단 마음에 그리고 읽고싶은 책 책장에 담아두기로 한다.
지난번에 이어 플래그 깔맞춤.
로다로 말할 것 같으면, 여자는 뭐니 뭐니 해도 "합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굳은 신념을 가진 인물로, 틱틱거리며 방어적으로 자기 입장을 밝힐 때마다 감정적 무지를 드러내곤 한다. 가령 에버라드가 "어쩌면 당신은 인간의 약한 점을 너무 간과하는 것 같군요" 같은 말로 콧대 높은 엄격함을 질책하면 로다는 냉랭하게 대꾸한다. "인간의 약한 점이야말로 너무 많이 악용돼온 변명이고, 그건 대체로 타산적인 마음에서 나오죠." - P188
로다의 화법에 담긴 열정과, 피와 살이 있는 현실이 요구하는 바 사이에는 시험해본 적 없는 신념이라는 미지의 중간지대가 놓여 있다. 될 대로 되라지! 그렇게 화난 목소리로 외치기란-로다는 물론이고 우리에게도-얼마나 쉽던가! 반면에 이런 반항적 단순함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키는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의 위력을 경험한다는 건 얼마나 호된 시련인지. - P191
콜리지와 워즈워스가 두려워했던 그런 식의 자기폭로를 오늘날 우리는 아주 좋아한다. 우리가 원하는 건 상대에게 알려졌다는 느낌이다, 결점까지도 전부. 그러니까 결점은 많을 수록 좋다. 내가 털어놓는 것이 곧 나 자신이라는 생각, 그것은 우리 문화의 대단한 착각이다. - P28
랠프 월도 에머슨이 말했다. "혼자인 사람은 누구나 진실하다. 타인이 들어서는 순간 위선도 시작된다. (...) 그러니 친구란 본질적으로 일종의 역설일 수 밖에 없다." - P54
나를 집어삼키는 이 감정을 설명할 단어들을 내 안에서는 도무지 찾을 길이 없다. 지독한 음울함이 나를 덮쳐 온다. 그것이 깨어 있는 삶 전반에 불규칙한 규칙성을 가지고 그래왔듯, 다시금 깊숙이 묻혀 있던 지긋지긋한 언어의 감각이 내 팔과 다리와 가슴과 목구멍을 샅샅이 훑고 지나간다. 그 감각이 뇌에 가닿게 할 수만 있다면, 나 자신과의 대화가 시작될 수도 있을텐데.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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