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은 언제나 아프다.
시작이 있었으니 끝도 반드시 있어야 함을 알고, 또 곧 다가오리란 것도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슬프고 섭섭하고 조금은 억울한 것도 같아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내가 사랑하는 사이트가 사흘 뒤에 문을 닫는다.
그곳은, 내가 만나본 가장 따뜻한 인터넷 공간이었다.
물론 알라딘도 정이 넘쳐흐르는 푸근한 곳이지만 그곳만큼은 아니었다.
규모도 그닥 크지 않고 꾸준히 찾는 이도 몇 백명 정도의 작은 사이트였지만
그 사이트의 운영자들은 세상에서 가장 크고 넉넉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나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인내심으로 회원들의 투정을 받아주었고
꿈도 꾸지 못할 넉넉함으로 자신들이 가진 모든 것을 나눠줬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멋진 선물을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계속 받아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래서, 계속 주기만 하는 데 지쳐버린 그 사람들이 이제 그만 접겠노라고, 떠나겠노라고 말하는 지금
모두들 넋을 잃고 주저앉아 하염없이 울고만 있다.

잡을 수 없다는 거, 그래선 안 된다는 거 알고 있지만 참.. 속상하다.
의연한 척하면서, 고마웠노라고 잊지 않겠노라고 작별 인사 써놓고 돌아서서는
몰래 알라딘에 와서 울고 있는 내가 한심하다.
그동안 오프라인에서 만나 맛있는 밥 한끼 못 사준 게 너무 미안하고,
많이 힘들어할 때 따뜻한 위로는 커녕 내가 더 힘들다고 징징거린 게 미안하고,
지금 저렇게 외롭게 돌아서는 사람들한테 아무 힘이 못 돼줘서 정말 속상하다.

과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다시 그런 따뜻함을,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그 사람들이, 그 공간이 없는 인터넷 세상은 얼마나 쓸쓸할까..
나는 앞으로도 아주 오랫동안 익스플로러 주소창에 계속계속 그 주소를 입력하게 될 것 같다.
부디 다시 돌아왔기를,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꿈꾸면서..

이렇게 아픈 맘으로 계속 펑펑 울면서 글 써보는 것도 처음이구나.
이런 아픔도 눈물도 끝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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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frog 2004-09-02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냐.. 스타리님이 눈물이 멈추지 않을 만 하시네요. 저는 그런 경험이 없지만 오프라인 상에서의 만남이나 마찬가지겠죠? 아니면 그보다 더 따뜻하고 정감있는 곳일 수도 있구요. 지금의 슬픈 이별이 후일에 반드시 더 큰 기쁜 만남이 되기를 바랄게요. 많이 우셨죠? 이젠 조금만 슬퍼하세요..^^

책읽는나무 2004-09-02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약한 우리 스타리언니가 많이 슬프시겠네요..ㅠ.ㅠ
아마도 님이 정을 많이 주시는 타입이라....더욱더 슬픔이 큰것일지도??
저도 어떤 사이트에 가입한지 4년이 넘었는데..그곳 주인장이 미국으로 이민을 간다고 하는군요!!..주인장이 없어도 회원들의 단합으로 운영되고..부운영자들이 네분이 더 있는 사이트라 별문제가 없지만...그래도 시원섭섭하더라구요..
제가 은근히 그주인장님을 사모했었거든요..ㅎㅎ
그동안 그분의 글을 읽으면서..오마나~~~*.* 했었는데..정모나가서 실제로 보곤..제대로 얼굴도 못들겠더군요...가슴이 설레어서 말입니다...ㅡ.ㅡ;;
아줌마가 참 주책입니다...그죠?
여러회원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주인장이 식솔들을 이끌고 머나먼곳으로 가버린다니 시원섭섭하더라구요...눈물은 나오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아마도 이사를 오면서 마음이 많이 떠나간 탓도 있었던것 같아요..

마음을 많이 주면 줄수록 공허한 슬픔은 더 커지는 법입니다..
조금만 슬퍼하세요......ㅡ.ㅡ;;
알라딘식구들이 샘내겠어요...^^

로드무비 2004-09-02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같이 울어드릴게요.
요즘은 왜 이리 눈물이 많아졌는지...
지나가는 추레한 행색의 개 한마리를 봐도 눈물이 핑돕니다.
스타리 스카이님, 조금만 더 우시고요.
커피 한잔 특제로 타서 드세요. 아셨죠?
그나저나 어디 그런 좋은 사이트가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궁금해봤자 별수없겠지만...

2004-09-02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4-09-02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마을에 남긴 깜찍한 코멘트 보고 다시 왔어요.
그냥...보고 싶어서요.^^

아영엄마 2004-09-02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버상이라할지라도 글로나마 같이 부대끼던 사람들과 헤어진다면 슬플꺼예요. 한동안 그들이 그리워서 스타리님이 가슴에 사무치도록 슬퍼할 것을 생각하니 제 가슴도 아파요. 부디 여기서나마 그 허전한 마음, 아픈 마음을 위로받으시길 바랍니다. 쪽~^^*

sweetrain 2004-09-02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늘 함께 있어서 그 소중함을 잘 모르는건 아닐까..그래서 나중에 그걸 떠나보내는 마음이 더 아픈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아마 지금 그렇게 헤어진다 해서 영원히 헤어지는 건 아닐 거예요...언젠가 소중한 그분들과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길, 저도 빌어봅니다. 스타리님..화이또!!

ceylontea 2004-09-02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은 참 바보같지요...있을 땐 항상 같이있어줄 것이라 생각하고 그 소중함을 모르고 잘 해주지 못하니 말입니다.. 제주변에 그 소중함을 너무 당연시 여기고 있는 곳은 없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스타리님 속 시원하실만큼 우시구요... 툭툭 털고 일어나세요. 그 곳을 님이 이렇게 많이 사랑했었다는 것을 알거예요...
그리고.. 알라딘에서 다시 한 번 그 사랑을 꿈꿔봐요...
스타리님을 사랑하는 많은 알라디너가 있잖아요.

nugool 2004-09-02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곳이 어디였는지 궁금해지구요, 왜 문을 닫게 되었는지도 궁금해지고... 스타리님의 고운 마음씨가 느껴져서.. 따뜻해지기도 하네요...^^

어룸 2004-09-02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토닥토닥, 스타리님, 저도 잘할께요 ^^ (제가 생각해도 저자신이 믿음이 가는 인간은 아니니 전 8분의 1만...^^;;;;;;;;;;;;;;;)

마냐 2004-09-03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리님...이젠 아픔과 눈물 그치셨나요?
저두 8분의 1을 맡고 싶은데...여기 오신 분들 보니까 이미 목표 초과 달성인듯 합니다.
어떤 사이트였는지...그동안 행복하셨겠어요. 운이 좋으셨다고 해야할까요...
늘 따뜻하고 행복한 스타리님의 기운이 거기서 퍼오신거였나 봐요....힘내세요. 님은 더 행복한 사이버둥지를 찾으실겁니다.

starrysky 2004-09-03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은 그냥 저 혼자 울면서 주절주절 써내려간 글이라 사실 이렇게 공개할 글이 아니었는데, 많은 분들이 다정히 위로해 주시니 너무 부끄럽지만 또 한편으로 말할 수 없이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 종일 그 사이트에 머물러 있었어요.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 동안 쌓인 기록들을 다시 하나하나 뒤지면서 곧 가라앉을 보물선을 빠져나가는 사람이 허겁지겁 낡은 주머니에 금은보화를 쓸어담는 것처럼 소중한 사람들의 글을 퍼오고 사진을 다운받았습니다. 사실 맘 같아선 그 사이트를 통째로 긁어다가 어딘가에 잘 박제해두고 싶은 맘이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으니까 그냥 가끔 들여다볼 흔적만이라도 남겨놓고 싶어서요..

어떤 분이 그러시더군요.
'사람이 살던 공간이 없어지면 그 흔적이라도 남지만
사람이 만든 공간이 없어지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요.
몇 년씩 애정을 가지고 참여하던 곳이 한 순간에 존재했던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버린다는 게 많이 무섭고 아쉽습니다. 하지만 직접 그곳을 만들고 가꾸던 사람들이 직접 자기 손으로 없애기로 결정하고 실행할 때의 그 마음은, 제가 감히 상상도 할 수도 없을 정도로 아프리란 걸 알기에 거기에선 차마 울지도 못하고 여기 와서 혼자 울었습니다.

지금껏 아는 거라곤 사이트 주소와 서로의 아이디뿐이었으니 이제 어딜 가서 서로를 찾아야 하는 건지..
알라딘에서 배운 것처럼 작별 선물이라도 보내고 싶은데 주소조차 모르니 이를 어째야 하는 건지..
이제 이틀 남았는데 시간이 딱 멈추거나 기적이 생겨 하루 아침에 상황이 바뀌었음 하는 마음입니다.
수백 수천만 개의 흔하디 흔한 인터넷 사이트 가운데 하나 없어지는 게 뭐 그리 대수냐, 세상에 그렇게 슬퍼할 일이 없냐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살아오면서 만났던 가장 따뜻하고 소중한 그 공간에서 강제로 쫓겨나야 한다는 게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괴롭네요.

그래서 아직도 마음이 많이 아프고 그곳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서, 친절하게 댓글 달아주신 여러분께 일일이 답변 드리면서 다시 그 얘기 꺼내기가 지금은 좀 그렇네요.. 우선은 이 짧은 글로 감사하다는 인사 대신하려고 합니다.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고요, 마음이 좀 가라앉으면 댓글 달겠습니다. 정말 죄송하고, 또 너무 많이 감사합니다.

sweetmagic 2004-09-03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내세요..................

2004-09-03 2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딧불,, 2004-09-04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라인상에서는 인연맺기가 안되는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시작했었는데..
어느덧 오프라인과 같은 비중이 되어버렸지요.
가끔...그이들과 너무나 가까운 듯 해서..
마음으로부터 떠나보내는 연습을 하고는 합니다.
정말로 좋은 이들이 ...사실은 가장 멋진 분들이 많은 곳..
그래서 더욱...마음 아픈...그런 이별...
따뜻한 위로...보내드립니다.

바람구두 2004-09-04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딜까? 그곳이....

에레혼 2004-09-05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리 스카이님께 드립니다, 어울리는 선물인 것 같아서요


털짱 2004-09-06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정한 우리 스타리님 눈물도 많아
하늘에 별들마저 얼굴을 감춰
보실보실 흩뿌리는 여린 마음도
또 다른 별인줄 이미 알았죠. ^^

2004-09-07 1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4-09-07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리님, 그러고보니까 제가 <기생충 제국>을 별총총님한테 받았다는 사실을 밝힌다는 것을 까먹어 버렸군요. 이런이런, 지금사 써넣었습니다. 죄송합니다.

sooninara 2004-09-08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글을 이제서야 보다니..제가 요즘 생태교육이라고 바쁜척 하다가 놓쳤네요..
모르느 사람은 온라인 만남을 오프라인 만남보다 격하시키지만..속속들이 자신에 대해 보여준다는것은 인터넷안에서만 가능한 새로운 세상 같아요..
전 알라딘 번개를 통해서 좋은분들을 직접 만나서 더 좋았었는데..
이렇게 좋은분들과의 추억이 있는 사이트가 없어진다니..참 속상하시겠어요..
그래도 대타로 알라딘이라도 있으니 다행이라고...위로 아닌 위로를 해봅니다..

2004-09-08 2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9-08 2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