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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 김광석 Best
김광석 노래 / 이엠아이(EMI)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드디어 내게도 김광석이 부르는 노래들이 생겼다. 나는 김광석과 인연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김광석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에 이르는 10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나는 김광석에 대해 일종의 끌림을 끊임없이 느꼈다. 무엇보다 편안해보이는 표정, 특히 웃을 때 사용되는 얼굴근육이 만들어낸 소탈한 표정이 참 좋았다. 가볍게 미소지을 때 살짝 올라가는 왼쪽 입꼬리는(앨범에 있다)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그를 떠올릴 때의 필수요소다.
대학생이 됐던 92년 김광석 3집 앨범을 샀다. 아니, 93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그 앨범은 내가 돈을 내고 구입한 최초의 CD였는데... 자취를 하던 신분이라 이리저리 짐을 옮기면서 없어졌는지 찾을 수가 없다.
두번째로 구입한 건 김광석 Anthology - 다시 꽃씨되어. 김광석 사후 김광석 계열(?)의 쟁쟁한 뮤지션들이 참여하여 만든 앨범인데 한 번 들은 후 무지하게 후회했다. 내가 이걸 왜 샀을까, 하면서... 도무지 김광석 필이 안 난다. 이건 진짜 아니다.
그 다음에 산 앨범은 이은미의 Nostalgia. 이건 리메이크 앨범인데, 순전히 '서른 즈음에'란 노래 때문이었다. 평소 이은미의 노래보다는 분위기만 좋아했는데, 이은미가 부르는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는 정말 대단했다. 마치 서른살을 앞두고 있거나 서른을 갓 넘긴 젊은이들에게는 필청 노래인 것처럼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데, 이 앨범도 어디 갔는지 모른다. 나는 CD를 좀체 잃어버리지 않는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그 이후 김광석 관련 앨범을 안 사고 버텼는데 드디어 내게 기회가 다시 왔다. 물론, 하나의 계기가 있긴 했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김제동, 윤도현, 김C, 강산에가 모여 콘서트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가수도 아닌 김제동이 부르는 '그녀가 처음 울던 날'을 듣는데, 가사가 그야말로 내 가슴에 콕 박혔다고 할까? 그 날 다음에 기회가 온다면 꼭 김광석 앨범을 사야 겠다고 결심했다.
결심 이후 꽤 긴 시간이 흘렀지만, 좋은 노래는 묵혀서 듣는 맛도 참 매력이 넘친다. 아, 김광석 노래, 김광석이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있으면 슬프다. '그녀가 처음 울던 날'도 멜로디는 신나는데 듣거나 따라 부르고 있으면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감정선을 건드려 준다. 감동적이다. 그 감동이 지나쳐 살짝 우울해지기도 한다.
그래도 김광석 노래는 김광석이 직접 부르는 걸 들어야 한다. '오리지널의 은밀한 매력'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가리지널은 가랑이 찢어져라 뛰어도 따라잡을 수 없는... CD가 잘 빠지지도 않게 빡빡하게 만든 디지팩이 정말 마음에 안 들지만, 오리지널로 24곡을 담아놓은 것만으로도 훌륭한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