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인천공항에 나갔다가 15미터쯤 떨어져서 봤을 때 마음에 드는 남자 하나를 발견했다.
은색 바지에 cerulean blue('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앤디가 입었던 스웨터 색) 터틀넥 스웨터를 입고, 그 위에 검은색 코듀로이(아니면 벨벳) 재킷을 입은 남자였다.
헤어스타일은 자연스런 갈색에 웨이브 머리결을 뒤로 넘긴 모양이었다.
내가 의자에 앉아 아이팟을 들으면서 비행기가 언제 도착하는지 안내판을 쳐다보면서 앉아 있는 동안
15미터쯤 앞에서 지나갔는데 순간 꽤 감각 있어 보였다.
그 사람도 나처럼 'E'로 나올 누군가를 기다리는지 내 앞을 지나쳐서 'E' 근처에서 얼쩡거리고 있었다.
여기서 잠깐! 나는 cerulean blue나 초록색 터틀넥 스웨터에 재킷을 입은 사람을 보면 멋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가수 겸 배우 이현우가 초록색 터틀넥 스웨터에 재킷을 입곤 하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 평소보다 더 멋있어 보인다.
기다림은 지루해서 Jason Mraz의 노래를 흥얼거리고, 쉬운 건 가사도 따라하면서 시간을 죽이다가
마침 나올 것 같은 시간이 되어 앉아 있던 의자보다 더 'E'와 가까운 곳으로 가서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나의 서성거림은 반경을 넓히기 시작했고, 의도한 건 아니지만 그 남자 앞을 지나쳤다.
그리고 때를 놓칠세라 순간적으로 그 남자의 얼굴을 흘낏 쳐다봤다.
그런데... 아뿔싸~ 괜히 봤다.
여드름이 장난 아니게 많았다. 양쪽 뺨 아래쪽으로...
그걸 보는 순간, 어제 야클님이 추천한다던 지르 클린이라도 써보라고 권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뭐, 그 사람 얼굴에 여드름이 없다고 해서 나와 어떻게 될 가능성은 0%에 가깝지만
이왕이면 얼굴도 그럴 듯한 사내였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그 사람 손에 빨간색 장미꽃다발 들고 있었는데 그 남자가 기다리던 이는 애인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