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의 철학 - 증보판
아즈마 히로키 지음, 안천 옮김 / 리시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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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의 본질은 정보의 오배(誤配)에 있으며 오배는 일종의 계몽과 관련된다.’ 네그리와 하트의 다중 개념을 ‘관광객’으로 사유한 점이 흥미롭다. 다양한 철학자들의 이론을 습득해서 서브컬처와 연결, 그것들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자기만의 언어를 창조하는 게 아즈마 히로키의 장점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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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 페이지터너스
마샤두 지 아시스 지음, 이광윤 옮김 / 빛소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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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 다운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 시선. 그 짧은 순간에 담긴 인간의 모순이나 허위의식에 대한 폭로 등이 어우러진 해학적인 작품들. 미치광이는 다른 미치광이를 알아보지만 정작 자기 자신이 미치광이인 줄은 모르는구나(<정신과 의사>). 근데, 표제작보다는 앞선 짧은 단편들이 더 좋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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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12-04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사놓고 볼 때마다 예쁘다.. 하고만 있어요. ㅎㅎ

잠자냥 2025-12-04 13:55   좋아요 0 | URL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 예쁜 책 못 보겠네요?🤣 전 밀리의서재에서 읽었는데 안 사길 참 잘했다 생각했습죠….🤣🤣

젤소민아 2025-12-04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처음 보는 작가네요. 읽으러 달려갑니다~~

잠자냥 2025-12-05 10:05   좋아요 0 | URL
국내에 소개된 작품은 이 책 말고도 <브라스 꾸바스의 사후 회고록>(창비), <동 카즈무후>(휴머니스트)가 더 있습니다. 저는 <정신과 의사>보다는 먼저 읽은 두 책이 더 좋았습니다. <브라스 꾸바스....>하고 <동 카즈무후>는 장편입니다.
 
멜랑콜리아 은행나무 세계문학 에세 24
미르체아 커르터레스쿠 지음, 백승남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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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아로 가득한 생의 신비. 아이에서 소년으로, 소년에서 어른으로. 영원히 인간을 떠나지 않는 멜랑콜리…. 많은 찬사를 받았다 할지라도 호불호가 갈릴 책인 듯(내 취향은 아닌 것으로).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이라 하기엔 그 시선 안에 숨겨진 늙은 남자가 자주 드러나서 몰입 난감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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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동안 토머스 하디의 <이름없는 주드 Jude the Obscure>를 읽었다. 하디의 작품이 대부분 그렇듯이 막장 드라마 같은 스토리라서 흥미진진, 책장은 빠르게 넘어갔다. 그러나 그런 막장 드라마 같은 스토리임에도 그러한 스토리를 이루는 배경, 즉 사회나 제도에 관한 날선 비판과 빼어난 통찰력 때문에 역시 고전은 이런 맛에 읽는구나 싶어 오랜만에 소설을 읽으면서 짜릿했다. <이름없는 주드 Jude the Obscure>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가난한 집안에서 고아나 다름없이 태어난 ‘주드 폴리’는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했고 지성적인 세계에 매료되어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벗어나 그가 꿈꾸는 지성의 세계, ‘사상과 종교의 유일한 중심지이자 이 나라 지성과 정신의 곡창’이라 불리는 ‘크라이스트민스터’에 가기를 갈망한다. 그러나 그 꿈은 번번이 좌절되고, 그가 사랑하는 여인 ‘수 브라이드헤드’와의 사랑마저도 실패로 끝나고 마는 비극의 이야기이다. 그의 인생에서 그토록 열망했던 두 가지, 지성의 세계에 진입하여 그 안에서 살고자했던 꿈도, 사랑하는 이와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평범하게 살고자 했던 꿈도 모두 실패하는 비운의 주드. 그의 실패는 여러 면에서 태어날 때부터 예정되어 있었다.

책의 세계와 돼지의 세계
<이름없는 주드 Jude the Obscure>의 “Obscure”는 여러 의미가 있다. 민음사 번역본에서 선택했듯이 “이름없는” 즉 무명(無名)의 뜻도 있으며 ‘외딴, 벽지의, 미천한, 이해할 수 없는, 어두운, 흐릿한, 어두컴컴한, 구름 낀’ 등등의 의미가 있다. 이 모든 형용사가 주드에게 어울린다. 그 자신도 번번이 실패를 겪은 후 “그건 우리 머리 위에 떠 있는 구름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그런 사람들은 이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한탄하지 않는가. 실제로 주드의 생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고난의 연속이다. 머리 위에서 구름이 걷힐 날이 없다. 그리고 그 구름은 그가 태생적으로 미천한 출신이라는 점(물론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면 선조대에서는 그래도 명망이 있었노라...고 하디는 쓰기는 하지만), 가난했기 때문에 꿈을 이룰 수 없는 환경에 있었다는 점이 그를 이름없는, 비운의 주드로 살다 가게 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 

그런데 나는 이런 의아함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단지 주드가 너무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이렇다 할 지원과 자원이 없었기에 그의 실패는 예정된 것이었을까? 과연 그의 모든 실패가 가난 때문일까? 토머스 하디의 펜은 분명 주드에게 주어진 가정과 사회 환경이 미천한 신분, 빈곤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노라 당시의 사회 제도나 구조, 계층 문제를 비판하고는 있다. 그러나 꼭 거기에만 그쳤던 것은 아닌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름없는 주드>를 읽다보면 자연스레 그와 비슷한 인물인 <마틴 에덴>의 ‘마틴 에덴’이 떠오른다. 그런데 마틴 에덴은 주드와 비슷한 조건을 갖고 태어나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으나 죽기 살기로 노력해 자신이 꿈꾼 것을 이룬다(작가). 토머스 하디(1840~1928)와 잭 런던(1876~1916)이 살았던 시간과, 두 작품의 배경이 저마다 19세기 말 영국(빅토리아 시대), 20세기 초 미국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비슷한 시기에 한 인물은 꿈을 이루지만(물론 그 꿈 때문에 또 다른 환멸을 맞닥뜨려 스스로 생을 등진다는 점에서 마틴 에덴도 비극의 주인공이긴 하다), 한 인물은 왜 일생 내내 머리 위의 구름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더 어두운 곳으로 걸어 들어가기를 자처하게 되는 것일까? 

마틴 에덴과 주드의 가장 큰 차이는 자기의 욕망, 특히 성적 욕망을 어떻게 다루었느냐의 차이가 아니었을까.  

어린 시절의 주드는 자신이 스스로 원하지 않는 세계 속에 살고 있음을 뼈저리게 느낀다. 그래서 푼돈이라도 벌어보고자 새를 쫓는 일을 하면서도 정작 새를 쫓아내지 못한다. 새가 단지 불쌍해서가 아니라 ‘새들의 좌절된 욕구에 동정심’을 느끼기 때문이다. ‘새들이 자신처럼 그들이 원하지 않는 세계 속에 살고 있음을 알게’(31쪽) 되었기 때문이다. 이 세계를 벗어나려면 책-그러니까 공부밖에 없다고 생각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책을 구해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공부하는 등 지성의 세계를 열망하며 언젠가는 ‘불빛의 도시’이자 ‘지식의 나무’가 자라며 ‘인간의 스승들이 나오고 또 찾아가는 곳’이자 ‘학문과 종교로 무장된 성’인 크라이스트민스터에 갈 것이라고, 그곳은 ‘나한테  잘 어울릴’거라고 ‘끈기는 나의 특기’이므로 ‘크라이스트민스터는 나의 모교가 될’ 것이며 ‘나는 모교의 사랑받는 아들이 되고, 모교는 그 아들에 만족할’ 거라고 장담한다. 그러나 그는 실패한다.

위와 같은 생각을 하며 시골길을 걷던 주드에게 누군가가 무언가를 툭 던진다. 어떤 물체가 그의 귀를 날카롭게 때리고 그 부드럽고 차가운 물체는 주드에게 던져졌다가 발에 떨어진다. 주드는 한눈에 그것이 동물의 살점, 그것도 ‘거세된 돼지의 특정 부분’(71쪽)이라는 것을 알아본다. ‘거세된 돼지’라는 묘사가 눈에 들어온다. 주드는 어떤 의미로는 거세된 자이다. 세상에서 동떨어진, 미천한 신분의, 너무나 가난해 꿈꾸기조차 거세당한 사람. 그런데 왜 하필이면 거세된 ‘돼지’의 특정부분이 그에게 던져졌을까. 그것을 던진 사람은 주드에게 호감을 가진,  그를 신랑감으로 점찍은 동네 처녀 ‘아라벨라’이다. 주드와 아라벨라가 살던 웨섹스 지방에서는 돼지를 키우는 농가가 많았고, 아라벨라네 집이 돼지농장을 하고 있었기에 돼지를 죽여서 내장을 씻고 하는 일이 아라벨레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소도 아니고 말도 아닌 돼지일까? 돼지는 영리하긴 하지만, 동물이며 본능에 충실하다. 먹고 자고 교미하여 번식한다. 아라벨라는 이 돼지의 특성과 어울리는 여자이다. 육감적이고 자기의 욕망과 본능에 충실하다. 시골 마을에서는 좀 남다른 주드, 잘생긴 주드에게 호감을 갖고 거세된 돼지의 특정 부분을 툭 던지면서 구애를 하는 넉살좋은 행동이 그래서 그녀에겐 어울린다. 

그런데 주드가 좀 신기하다. 줄곧 지성의 세계를 갈망하고 ‘크라이스트민스터’에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연연해 마치 ‘젊은 애인이 숨겨둔 연인에 대해 말을 꺼내듯 도시의 이름을 입에 담으면서는 얼굴까지 붉히는’(47쪽) 이 수줍음 많은 청년은 아라벨라의 이 단 한 번의 구애에 너무나 쉽게 넘어간다. 심지어 아라벨라의 집안을 엿보고는 그녀가 속한 세계는 너무나 세속적이고 비속하여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문학에 대한 연구와 크라이스트민스터에 대한 눈부신 꿈에 집착한 그의 생활에는 맞지 않는 그 무엇이 그녀에게 있’다고 심지어 자기에게 ‘공격을 개시하기 위해 그런 무기를 선택한 것은 순수한 의도의 표현은 아니었다.’는 것까지도 ‘자신의 지성의 눈으로 꿰뚫어’ 본다. 그러나 참으로 신기하게도 ‘이 스쳐 가는 분별력은 금세 사라지고 그는 다가오는 새로운 야성적 쾌락의 조건에 빠져’(77쪽) 든다. 뭐 잠깐 놀면 되는 거야, 생각하고선 아라벨라와 첫 키스를 하더니 자기가 지금까지 책을 읽으면서 보낸 세월을 무려 ‘낭비’라고 느끼기까지 한다. 그러느니 ‘한 여자를 사랑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은가’ ‘교황이 되는 것보다 한 여자를 사랑하는 게 더 나으리라’(89쪽) 생각한다. 나는 이 부분이 충격적이었다. '낭비'라니! 그 긴 시간 읽은 책과 언어와 공부가 낭비라니! 이것이 정녕 지(知)를 사랑하는 자의 태도인가? 이해할 수 없었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어야 할까? 주드는 주어진 환경을 벗어나 성공하려고 책을 읽고 공부한다. 그것이 자기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마틴 에덴 또한 주어진 환경을 벗어나려고, 성공하려고, 그래서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신분이든 재산이든 사회적 명성이든 기타 등등의 모든 면에서 어울리는 사람이 되려고 공부한다. 그런데 주드는 저 돼지의 특정 부위를 던진, 자기가 생각하기에 자신과 어울리지도 않는 육감적인 여자와 단 한번 키스로 인해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너무나 성적인 욕망, 육체적인 욕망에 쉽게 모든 것을 던져버리는 사람이다. 그토록 지성의 세계를 갈망한다면서도 단 한 번의 키스, 단 한 번의 섹스로 그간 쌓아온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인물이다. 욕망과 본능에 충실한 돼지는 주드의 또 다른 자아가 아닐까. 

그 후로도 돼지는 이 작품에 번번이 여러 형태로 등장한다. 거세당한 특정 부위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결국 아라벨라와 결혼하여 돼지나 돌보면서 사는 인생을 견디며, 종국에는 돼지를 죽이는 일에서조차 아라발레와 갈등을 빚고 두 사람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시로도 등장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2권에서 ‘수’와 ‘주드’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 주드가 또 한 번 여자 때문에 자신이 가려던 길을 포기할 때이다. 이때 돼지의 그림자는 또 한 번 적나라하게 등장한다.    


이상한 것은 그의 첫 번째 소원-학문적 숙달을 향한-이 한 여자에 의하여 제지되었는데, 그의 두 번째 염원-사도가 되려는-도 또한 여자에 의하여 제지되었다는 사실이다. “이건” 그가 중얼거렸다. “여자의 잘못인가? 아니면 사물의 인위적인 체제 때문인가? 그래서 정상적인 성적 충동이 무서운 집안의 올가미로 변해서 발전을 원하는 사람들을 붙잡는 것인가?”(2권 43쪽) 



아라벨라와의 결혼이 실패한 후, 사촌인 ‘수’를 향한 열망을 꽃피우다 결국 그녀의 마음을 확인하게 된 주드는 그날 바로 정원으로 나가 얕은 구덩이를 파고 그가 가지고 있는 신학 서적과 윤리학 책을 모조리 들고 나와 구덩이 속에 쌓아 올리고 불태운다. 1권에서 아라벨라와의 육체적 결합 이후 결혼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책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더니 이번에는 아예 책을 불태워버리는 것이다. 이때 하디는 이렇게 쓴다. “찢어진 책에 불꽃이 붙어서 거의 재로 사라질 때까지 집 뒤쪽과 돼지우리와 자신의 얼굴을 환히 비췄다.”(2권 44쪽). 주드가 번번이 성적 욕망에 무릎을 꿇어서 자기가 가려던 길을 포기하게 될 때마다 돼지가 여러 형태로 등장하는 것이다. 

작품 말미에 주드가 아라벨라와 재결합한 후에도 돼지는 또 등장한다. 아라벨라는 남의 남자(수의 남자)가 된 주드가 탐이 나서 술수를 쓴 끝에 그를 자기에게 데리고 오는 데 성공한다. 함께 살 집이 마땅치 않아서 그녀의 아버지가 빌린 작은 집의 아래층 뒷방에서 아침 식사 준비를 하는데, 그 집 앞쪽에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작은 돼지고기 가게가 있다. 여기서 일하던 아라벨라의 아버지는 흡사 ‘돈육 전문 백정’(2권 325쪽)처럼 보인다. 이 백정의 집에서 주드는 술에 취해 잠들어 있다. 이처럼 주드의 첫 여자 아라벨라는 책이 아닌 돼지, 동물적인 세계에 어울리는 여자이다. 그런데 주드는 아라벨라와 다름없는 육체적 욕망 때문에, 그가 그토록 갈망하던 세계를 등지고 말았던 것이다.  


인간의 선함과 자신의 긴박함보다 결혼이나 그 밖의 다른 의식을 더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이 구교도나 신교도임을 밝혀도 그는 바리세인보다 못한 자니라....... -존 밀턴



2권이 시작되는 “4부 새스턴에서”에는 존 밀턴의 위와 같은 글귀가 인용된다. 1권이 주드가 처한 상황을 묘사하면서 사회 제도의 모순을 고발하고 있다면 2권에서는 결혼제도와 인습에 관한 통렬한 비판이 주를 이룬다(물론 1권에서도 주드와 아라벨라의 결합을 통해 결혼이란 제도의 모순을 여실히 보여주지만).     

결혼식이라는 장례식
주드는 사회적으로 ‘거세당한 돼지’이기도 했지만 성적으로도 ‘거세당한 돼지’에 가깝다. 아라벨라에 이어 그가 두 번째로 관심을 갖는 여성인 ’수 브라이드헤드‘는 애초부터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이다. 두 사람은 사촌 사이이다. 주드의 할머니는 주드의 예민함, 그의 쉽게 열정적으로 변하는 성정을 잘 알기에 사촌인 수의 사진을 보여주면서도 걱정을 떨치지 못한다. 사촌이니까 다른 관심은 갖지 말라고, 섣불리 가까이 가지 말라고 여러 차례 주의를 준다. 그러나 할머니의 염려는 결국 현실이 되고 만다. 

수의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주드는 호감을 갖기는 하지만 성적인 집착은 아니었다. 주드가 수의 사진을 처음으로 보면서 스스로 했던 생각을 떠올릴 때를 그는 이렇게 회상한다. ‘우아한 유형. 그의 인상은 이것이 전부였다. 화가가 그녀를 잘생겼다거나 아름답다고는 하지 않을 유형.’(162쪽)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수에게는 역시나 그에게는 없는 것, 아라벨라에게도 없는 것, 그가 살고 있는 세계와 동떨어진 그 무엇이 있다. ‘그녀는 주드를 특징짓는 투박한 시골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주드는 그녀의 사진을 보며 이렇게 생각한다. ‘결이 빗나가고 불행하고 악운이 끼인 집안의 자손이 이렇게 섬세함의 정점에 이를 수가 있는 것인가? 그것은 런던에 살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그리고 ‘이 순간부터 그의 가슴속에 갇혀 있던 고독감과 시로 승화된 크라이스트민스터에 대한 사랑이 자신도 모르게 이 환상의 여인에게 옮아’(162쪽) 간다.

그러니까 시골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고독하게 살아가는 이 주드에게는 늘 환상, 자기가 처한 현실을 벗어나게 해줄 환영이 필요했다. 이것을 애초부터 알아본 사람은 아라벨라이다. 훗날 곤궁함에 빠진 주드는 빵을 만들어 팔게 되는데 그때조차 ‘크라이스트민스터 케이크’를 만들어 판다. 이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아라벨라는 이렇게 말한다. “아직도 크라이스트민스터 노래군요. 케이크를 가지고도요!” “꼭 주드다운 짓이에요. 그를 지배하는 열정이에요. 그는 별난 사람이에요. 항상 그럴 거예요. 그에게는 크라이스트민스터가 일종의 고정된 환영이에요. 그 사람은 그 환영에 대한 믿음을 떨쳐버리지 못할 거예요.”(2권 209쪽) 주드를 사로잡는 환영, 그것은 처음에는 크라이스트민스터였지만 이제는 크라이스트민스터와 닮은, 시골적인 특성이 없는, 우아하고 섬세한 여성, 런던에서 살았을 것이 분명한 ‘수’이다. 그러니까 주드는 하나의 환영이 부서진 이후에는 또 다른 대상을 이상화해 거기에 자기의 온 정신을 갈아 넣는 사람인 것이다. 

수의 사진을 본 이후로 그녀는 주드에게 이상이 된다. 사촌이니까, 심지어 자기는 한 번 결혼한(그 결혼은 이혼이라는 분명한 결과로 매듭짓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이어지고 있기에) 사람이기에 수를 사랑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죄를 저지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에 사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사랑을 키워나간다. 그런데 이 사랑도 육체적 욕망을 동반한다. 수와 말 한마디 나누지 않은 채, 그녀를 몰래 따라다니며 염탐하면서도 수를 욕망한다. 그녀에 대한 자기의 관심이 틀림없이 성적인 성격으로 드러나고 있는 이상 이제 수 브라이드헤드와 내밀한 친분 관계를 시도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더욱 강하게 고개를 든다. 그러나 ‘외로운 저녁이 반복되면서 그녀를 잊는 것이 아니라 더 강렬하게 생각하고 그래서 머릿속에서 잘못되고 관행을 벗어나는 예기치 않은 짓을 상상함으로써 거기서 놀라운 희열을 경험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175쪽)하면서도 스스로 ‘나에게 궁극적인 문제는 처음과 마찬가지로 육체적인 욕정이 아니’라고 애써 부정하면서 자기가 수를 사랑하는 것은 ‘수가 남달리 총명’해서 이며 ‘내가 바라는 것은 부분적이지만 지적 공감’이라고 ‘내 고독에 대한 애정 어린 친절’일 뿐이라고 자위한다(176쪽). 정말로 그러할까? 

주드와 수는 결국 가까워진다. 수는 여러 차례 주드를 거부한다. 심지어 다른 남자(‘필롯슨’)와 결혼한다. 그러나 결국 그 결혼을 파기하고 주드에게 돌아온다. 그러나 그럼에도 쉽사리 주드와 육체적인 결합은 하지 않는다. 주드를 거의 미칠 지경으로 몰아간달까? 그런데 이게 단지 그 둘 사이가 ‘사촌’이기에 두 사람 모두 결혼 전력이 있고 그 결혼이 법적으로 완전히 종지부를 찍은 것이 아니기에 수가 주드를, 주드의 육체적 욕망에 응답하기를 내내 거부한 것일까? 수는 굉장히 정신적인 사람이다. 어떻게 보면 주드와 그의 전처 아라벨라가 속한 돼지의 세계와 가장 극단적으로 반대쪽에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런 면에서는 오히려 수의 남편 필롯슨이 수와 더 닮은꼴에 가깝다. 물론 필롯슨 또한 아내를 안고 싶어 하지만 수의 거부를 존중한다. 

그런데 주드는 어떠한가? 필롯슨을 떠나 주드와 함께 도피한 수. 주드가 호텔을 잡았는데 방은 하나. 수는 필롯슨을 떠난 바로 그 밤에 주드와 나란히 한방에 머무는 건 용납할 수 없다면서 그와 같은 방에 머물기를 거부한다. 이때 주드가 하는 말이 가관이다. “함께 있는다는 건 나라는 비참한 인간에게는 과분하지....” 한껏 자신을 동정하면서 수를 공격한다. 그녀를 “정령이며 육체가 없는 존재, 사랑스럽고 감미롭고 간장을 애태우는 유령. 거의 육체가 없는 사람. 내가 몸에 팔을 얹으면 그 팔이 공기를 뚫고 지나가듯 모을 관통할 것 같은 사람”(2권 93쪽)이라고 말한다. 이런 말이 한번만이 아니다. “내가 자기를 사랑한 만큼 자기는 날 결코 사랑하지 않았소. 결코! 자기의 가슴은 열정적인 가슴이 못 되오. 자기의 가슴은 불꽃 속에서 타지 않소! 자기는 대체로 요정이거나 정령의 일종이지, 여자가 아니오.” 

수를 사랑하지만 수가 자신과의 섹스를 거부하기 때문에 요정이거나 정령의 일종이며 급기야 ‘여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심지어 주드는 이혼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아라벨라가 자기를 찾아와 여관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아라벨라를 만나러 가겠다면서 수를 협박하듯 말한다. “수, 난 자기를 사랑하오. 그러나 자기에게 오랫동안 시중을 들었는데 보상은 너무 초라해요.”(2권 128쪽) 여기서 말하는 보상이란 육체적인 접촉, 그러니까 섹스를 의미한다. “나에게서 가장 훌륭하고 고상한 면은 당신을 사랑하고 있소.”(2권 128쪽) 말하면서도 섹스를 하자고 안 그러면 여관에서 기다리는 전처한테 가겠노라 졸라대는 것이다. 아라벨라에게 다시 보낼 수는 없다고, 질투에 눈먼 수는 결국 그날 주드를 붙잡고자 육체적인 접촉을 허락한다. 주드가 거침없이 키스를 하도록 내버려두었을 뿐만 아니라 전에 한 번도 그런 일이 없는 식으로 주드의 키스에 답례를 한다. 그렇지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접촉인데도 쓸쓸하다. “작은 새가 드디어 잡혔네요!” 수는 말한다. 그녀의 미소에는 쓸쓸함이 떠 있었다.(2권 131쪽) 함께 밤을 보낸 것이 틀림없는 그밤 이후의 묘사는 더욱 쓸쓸하다. 그다음 날은 비가 내리고, 수는 우울하기 짝이 없다.

수는 그렇다면 그토록 사랑하는 주드를 위해 남편을 떠났음에도 왜 다시 결혼하기를, 성적으로 결합하기를 거부한 것일까? 정말 ‘사촌’이라는 관계 때문일까? 수는 주드 못지않게 아니, 주드보다 더 정신적인 세계를 갈망하는 여자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책을 읽고 공부했으며 필롯슨과 주드 이전의 남자(‘미스터’)와도 깊은 우정을 나누면서 정신적인 교감을 했다. 그런데 문제는 늘 상대-남자는 그 이상을 바란다는 것, 수가 자신에게 속한 여자(육체적으로도 완전히)가 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꼭 법이나 제도로 묶여서 확인받아야 한다는 것에 늘 의문을 품고 있는 사람이며 그런 이유로 ‘결혼’이라는 말 앞에서는 번번이 극렬하게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사람이 어떤 사람의 연인이 되어야 한다는 명령을 받은 시간부터 그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은 본성에 낯선 일이에요. 사랑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사랑을 계속 할 기회가 더 많은 것이 인간적인 일이에요.”(2권 116쪽) 이렇게 생각하고 거침없이 말하는 그녀이기에 주드와의 결혼을 거부하면서도 ‘사랑해서는 안 되는 대상’이므로 더 주드를 사랑한 것이다. 


“난 오빠가 생각하는 만큼 예외적인 여자는 아니에요. 결혼을 좋아하는 여자는 오빠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그 수가 적어요. 여자가 결혼을 하는 이유는 결혼이 주는 위엄 때문이고, 때때로 사회적 이점이 따르기 때문이죠. 난 위엄과 이점은 없어도. 살아요.” (2권 117쪽)


이런 수에게 주드가 고작 하는 말은 온갖 맹점을 알면서도 결혼하는 사람들, “그들은 평범한 열정을 가졌기에 그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한 거야. 수, 자기는 환영 같은 육체가 없는 존재야. 자기에게는 동물적인 정열이 없어. 문제가 생겼을 때 이성으로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지. 그런데 우리처럼 둔한 몸뚱이를 가진 가엾고 불행한 인간은 그런 일이 가능하지 않아.”(2권 116쪽) 이렇게 변명처럼 둘러 댈 뿐이다. 사랑이나 현상을 해석하고 받아들일 때 수와 주드의 이런 정신적인 차이, 육체적인 욕망에서의 큰 차이가 두 사람을 끝끝내 불행으로 내몬 것은 아니었을까. 수가 인습을 거부하면서도 끝내 거기에 얽매여서 사촌과 결혼하기를 거부한 것이라고 받아들이기엔 그녀의 본질을 절반만 본 것이리라. 만일 수가 그런 사람이었다면 처음부터 그녀는 필롯슨에게 자유로울 권리를 주장하며 해방해 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나를 떠나면 주드와 결혼할 것이냐고 묻는 필롯슨에게 ‘내 방식대로’ ‘내가 선택한 대로 그와 살 것’이라고 대답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수가 주드와 마찬가지로 비운의 수가 되고 마는 까닭은 사촌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사촌과 ‘결혼’이라는 인습적 제도 안으로 들어가기를 끝끝내 거부한 탓이다. 평범한 여자처럼, 그러니까 아라벨라처럼 결혼이라는 제도가 주는 위엄이나 사회적 이점 안으로 숨어들기를 선택하지 않은 탓이다. 


“그래요, 바로 그거예요, 내가 잘못하는 거죠. 난 항상 잘못하고 있어요! 하나의 신조를 믿는 것처럼 항상 사랑에 자신을 매어두는 것은 비난받을 만한 일이에요. 어떤 특정한 음식이나 음료수를 항상 좋아하겠다고 서약하는 것만큼 바보스러운 거예요!”(2권 54쪽)


항상 사랑에 자신을 매어두는 것은 비난받을 만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말하는 이 특별한 여자, 결혼이라는 위엄과 사회적 이점 안에 정착하기를 거부한 여자. 남자와 여자 사이에 육체적인 접촉보다 더 숭고한 우정과 애정, 정신적으로 깊이 있는 그 무엇인가가 틀림없이 있으며 거기에서 더 큰 만족을 느꼈던 여자. 그러므로 결혼도, 결혼이 강요하는 의무 안에서 자식을 낳아 번식하기를 끔찍하게 여겼던 여자. 그 여자의 정신을 품기엔 지성의 세계를 갈망하긴 했으나 마침내 “식구 입이 더 많아진 것 빼고는” “다른 곳으로 가서도 별로 큰일을 한 게 없는 것”같은(2권 231쪽), 그 남자 주드가 애초부터 너무나 미천한 사람은 아니었을까. 그의 특기라는 끈기는 왜 공부에서는 끝까지 발현되지 못하고 수에게 졸라대는 것에서만 발현된 것일까.... 주드의 이 개인적인 한계도 그를 영원히 이름없는 자로 남게 한 것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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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5-12-01 15: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길다 길어~ 일 좀 하고 와서 읽을게요!

잠자냥 2025-12-01 15:56   좋아요 1 | URL
너희들이 질리도록 썼다.... 다시는 써달라고 조르지 못하게...(엥?) 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5-12-01 16:42   좋아요 2 | URL
이것 보다 두배로 길어도 또 써달라고 조를건데요? 이런 고퀄 리뷰를 어디서 읽어요♥

잠자냥 2025-12-01 16:47   좋아요 2 | URL
🙀 🙀 🙀 망고가 수영장에서 아부만 배웠는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5-12-01 16:49   좋아요 2 | URL
저 나름 새침 시크한 냥이인데요ㅋㅋㅋㅋㅋ잠자냥님 한정 애교쟁이랄까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12-01 17:38   좋아요 1 | URL
안 질리고 금방 읽는데요?? 더 길게 써라! 더!!

잠자냥 2025-12-02 09:39   좋아요 1 | URL
이거 A4로 7장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12-02 12:41   좋아요 0 | URL
엥? 진짜요?
그럼 다음엔 8장으로..? ㅋㅋㅋ

페넬로페 2025-12-01 16: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길다 길어~~2
위로 올라가서 다시 집중해서 읽어야징^^

페넬로페 2025-12-01 16:22   좋아요 0 | URL
맞아요.
환경적인 면도 무시 못하지만 개인적 한계도 정말로 중요하죠.
발자크의 <잃어버린 환상>의 뤼시앙이 떠오르네요.
그때 고구마 너무 많이 먹어 이 책은 아마 읽지 않을 것 같은데~~
생각 바뀌면 읽어보겠습니다.

잠자냥 2025-12-01 16:24   좋아요 1 | URL
ㅋㅋㅋ 전 그거 안 읽었는데 읽어보겠습니다!
이건 고구마는 아니에요. 넘나 흥미진진합니다.
여기엔 안 쓴 충격적인 사건도 있고요. 제가 여기서 쓴 내용들이 잊힐 때쯤 꼭 한번 읽어보세요

잠자냥 2025-12-01 16:34   좋아요 1 | URL
근데 혹시라도 이 책 읽으실 때 민음사 판 뒤표지는 읽지 마세요!
줄거리 그냥 그 충격적인 사건까지 죄다 나와있음.. 오마이갓. 왜 그런짓을........ -_-;;;

페넬로페 2025-12-01 17:26   좋아요 1 | URL
네.

다락방 2025-12-01 16: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단 제가 질리지 않고 미간에 힘 뽝 주고 읽었음을 밝힙니다.
이건 페이퍼가 아니라 한 편의 논문이네요. 소제목까지.. 정말 근사한 글입니다. 저도 읽고 쓰기를 계속하면서 느낀건데 말이지요, 재미있게 읽어야 재미있는 글이 나오는 것 같아요. 재미있는 경험을 해야 재미있는 글이 나오는 것처럼요. 그런 점에서 주드는 글을 쓰도록 격려하는 훌륭한 작품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잠자냥 님의 훌륭한 글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잠자냥 님이 글에서 언급하신 부분들 중에 저 역시 깊은 생각을 했던 부분들이 겹치는데요, 무엇보다 저는 주드가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한것, 실패에 대해, 그것을 여자 탓으로 돌린다는 겁니다. 내 꿈은 저 여자 때문에 꺾였어, 라고 말이지요. 이건 그냥 뭐랄까... 그 여자랑 그렇게 살기를 희망한게 누구란 말입니까. 그런 말과 행동을 하고 그 삶을 산게 도대체 누구란 말입니까. 그런 점에서 쥬드가 정말 찌질했지요. 게다가 또다른 찌질함은, 제가 제 페이퍼에도 언급했었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아마 했을것 같은데(하도 빡이쳐서), 질투심을 이용해서, 섹스를 원하지 않는 수와 기어코 섹스를 했다는 점입니다. 육체적 폭력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수로 하여금 의지를 꺾이게 만들었지요. 너무 꼴보기 싫은 놈이에요.

저는 수가 체제에 순응하지 않기 때문에 불행해졌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아라벨라는 체제에 순응했기 때문에 불행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하디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좋은 소설이었고 잠자냥 님의 글 역시 소설만큼이나 좋습니다.

소주 마시고 싶네요. 인생 잘근잘근 씹으면서.....

잠자냥 2025-12-01 16:53   좋아요 0 | URL
이건 정말 구구절절 할 말이 많은 작품이었어요. 사실 이 글이 너무 길어져서 제가 쓰려고 마음먹고 인용하려고 옮겨 적은 부분에서 ‘시간 아범’에 관한 부분이 있거든요. 아, 이 아이를 어쩌면 좋죠. 이 아이들 사건을 반출생주의 하고도 연관 지어서 써보고 싶었어요. 그런 면에서 참 하디가 여러 가지로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책 1권 시작 부분이 아마 여자 탓하는 어떤 구절 인용한 거였어요. 아 찾아보니 미리보기로 확인할 수 있네요.

그렇다. 여자 때문에 사리 판단 능력을 잃고
그들을 위해 하인이 되는 자가 많다. 여자 때문에 죽은 자,
잘못을 저지른 자, 죄를 범한 자도 또한 많다.
오, 남자들이여, 여자들이 이러는 것을 보고도
여자들이 강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가? -<에스트라서>

이 인용구절 보고도 약간 예상은 할 수 있었으나 주드여, 오 주드여! 이 썩을놈아 싶어지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다락방님 페이퍼에서도 확인했어요. 저랑 같은 부분을 지적하셨더라고요. 아라벨라한테 간다고 협박하면서 졸라대는 거요. 으으. 진짜... 사실 그 불쌍한 아이, 시간 아범의 탄생도 참...... -_-

“제발 저에게 신경 쓰지 마세요! 저는 어쩔 수가 없어요. 만약 꽃이 며칠 사이에 모두 시들어버릴 거라는 생각을 잊을 수만 있다면 저는 꽃을 매우 매우 좋아할 수 있을 거예요.”
시간 아범의 이 말 너무 슬퍼요.....


아라벨라는 체제에 순응해서 불행해졌다는 말씀 또한 명언입니다. 아무튼 이런저런 다양한 감상을 하게 해주는 토머스 하디 최고.

다락방 2025-12-01 16:28   좋아요 1 | URL
알라딘을 떠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는것 같습니다. 같은 책 읽고 감상 나누는게 너무 좋아서요. 잠자냥 님, 제가 말씀 안드려도 물론 그러시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읽고 써주시길 바랍니다.

망고 2025-12-01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안 읽은 입장에서 주드는 가난으로 꿈이 좌절된 사람으로 동정의 여지가 많을 것 같았는데 아니었네요. 어쩐지 읽으면서 엄청 화가날 것 같은 예감...

잠자냥 2025-12-01 16:54   좋아요 1 | URL
아닙니다. 가난으로 꿈이 좌절된 사람이긴 해요. 여러 가지로 불행하기도 하고....
다만 졸라대는 장면은 좀 그랬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다락방님처럼 테스보다는 이 작품을 하디의 대표작..으로 꼽을 거 같아요.

건수하 2025-12-01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하디가 이렇게 문제점을 보여준다는 점이 훌륭한 거로군요...
저는 <테스>에서 찌질한 남자들이 너무 짜증이 나서 읽고 싶지가 않았는데
다락방님 잠자냥님이 훌륭하다고 하시니 읽어봐야하는가 싶지만
웬만해선 읽을 것 같지 않습니다..

잠자냥 2025-12-01 17:3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근데 하디 작품은 찌질한 남자도 많이 나오지만 상대적으로 여자를 입체적으로 그려서 다른 남작가 책 읽을 때보다는 덜 고구마입니다!

다락방 2025-12-01 23:05   좋아요 1 | URL
건수하 님, 제가 감히 말씀드리자면, 주드는... 읽지 않고 넘어가기에 너무 아까운 작품입니다. 고구마라뇨, 똑똑한 여자 좀 살게 내버려두라고 하디는 외치고 있습니다!!

독서괭 2025-12-01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니까 주드는... 돼지인데 돼지임을 인정하지 못하고... 환상이 환상임을 인정하지 못하고...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갔다 하는 놈이로군요. 하지만 그래서 ‘이름없는‘ =‘평범한‘ 주드인 것 같기도 하네요.
‘여기서 안 쓴 충격적인 사건‘ 궁금하다.. 근데 뒤에 줄거리에 나와 있다고요? 오마이갓.. 민음사 왜 그랬대요?
옛날옛적에 테스를 읽었던 것 같긴 하지만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데요, 이 작품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잠자냥의 긴 리뷰 엄지 100개~!!

잠자냥 2025-12-02 09:46   좋아요 1 | URL
제가 너무 주드의 못난 면만 부각한 것 같네요. 돼지라기보다는... 음 뭔가 그렇게 동물적인 면모도 많이 갖고 있는 캐릭터이다 이렇게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괭 님 말대로 평범한 주드라는 말도 어울리는 것 같네요.
전 2권 넘어가기 전에 1권 뒷부분 읽어봤거든요. 근데 어라...... ㅋㅋㅋㅋㅋ 스포일러 당했.... 근데 그거 다 알고 읽어도 재밌었습니다. 물론 모르고 읽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가끔 출판사가 그렇게 뒤표지 같은 데서 스포일러하는 경우 있던데 대체 왜 그러는지...... ㅠㅠ

다락방 2025-12-02 19:05   좋아요 1 | URL
저는 케이트 윈슬렛 주연의 영화를 오래전에 봤어서 스포일러 알고 봤습니다. 그런데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그 영화를 보면서 느끼지 못한 걸 책을 읽고 느꼈습니다. 하여간 책이 강력추천입니다. 영화는 본 지 20년은 된 것 같아서 그 스포일러 장면만 기억에 남아있어요. 정말 너무 대충격을 받았어가지고..

단발머리 2025-12-01 1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obscure‘를 ‘이름 없는‘으로 번역한 거였군요. 이 페이퍼 아니었으면 전혀 몰랐을 것 같아요. <제인 에어>에서 제인이 로체스터랑 막 싸울 때 말이에요. ˝내가 가난하고, obscure하고, 평범하고, 별 거 없는 사람이라 영혼도 감정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말을 하거든요. 그 때, obscure라는 단어가 나와요. 잠자냥님 페이퍼에서 만나서 깜짝 놀라고요.

<마틴 에덴>이랑 연결해서 써주셔서 조금 더 쉽게 이해했어요. 잠자냥님 고퀄 페이퍼를 읽고 나니 갈팡질팡 주드도 궁금하지만 수도 궁금해요. 수가 바라는 대상이 있고, 바라는 세계가 있는데 남자들은 항상 다른 세계를 갈구하니깐요. 수는 얼마나 괴로웠을건인가... 그렇다고 해서 남자들이, 혹은 그 욕망이 저속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수의 세계가 있고, 아라벨라의 세계가 있는 거고, 그걸 단순히 나누는 건 너무 대놓고 이분법적인 것이며... 하디의 원래 의도는 뭐였는지 궁금하기도 해요.
민음사 구입 안 한지 꽤 오래됐는데 이 페이퍼 덕분에 이 책은 좀 사고 싶네요. 근데 두 권이네요. 사서 읽어야 하리, 띠리링~~

다락방 2025-12-01 23:04   좋아요 2 | URL
저는 이 글의 첫째줄에서 obscure 라는 원제를 쓰신걸 보고, 아 이름없는이 obscure 였어? 하고 사전 찾아봤는데, 단발머리 님은 그전부터 원서를 읽어오신 분이셔서 그런지 이미 알고 있는 단어셨군요. 역시 영어를 잘하고자 하면 단어를 많이 아는게 우선임을 재차 확인합니다.

제가 굳이 이 댓글에 덧붙이자면, 아마도 제 댓글 때문에 이분법적으로 나눈다고 생각하셨을것 같은데, 사실 하디는 수와 아라벨라를 극과 극으로 나누었다기 보다는 사회의 제도와 관습의 부조리함, 그리고 그것을 지키는 대부분 다수의 사람들이 제도속으로 들어오지 않는 사람에게 강제함에 대해 보여주려 했다고 파악하고 있습니다(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인물들이고요. 저랑 같이 읽은 친구는 사실 아라벨라에 대해서 저처럼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그렇다고보면 아라벨라에 대한 느낌 혹은 생각은 제 것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단발머리 님 말씀처럼 남자도 그리고 그들의 욕망도 그 자체로는 당연히 저속하지 않지요. 그것이 독자적으로 존재할 때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 욕망의 실현을 위해 기어코 다른 사람을 굴복시키기고, 또 그 욕망 실현의 결과로 타인을 원망한다면, 그 순간 그 욕망도 그 남자도 저속해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하디는 그걸 캐치했다고 생각합니다.

두 권이지만 정말 금세 읽혀요. 잠자냥 님은 물론 워낙 빨리 읽는 분이시지만, 주말동안 다 읽어버리셨잖아요? 이게 한 번 잡으면 손에서 놓기가 힘듭니다. 왜냐면 정말 재미까지 끝내주거든요!! 그래도 주드가 어릴 적에 공부하고 싶은데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괴롭습니다 ㅠㅠ
단발머리 님, 단발머리 님도 얼른 읽고 리뷰 써주세요!! >.<

단발머리 2025-12-01 23:29   좋아요 1 | URL
obscure는... 영화 <제인 에어> 예고편에, 제가 좋아하는 장면이고 유명한 장면이라 대사를 제가 알고 있어서~~ (지금 가서 다시 보고 왔는데요. 거기에선 obscure를 ‘미천한‘ 이렇게 해석했네요.)

제도 속에 들어가 있는 다수의 사람들이 제도 밖에 있는 사람들, 혹은 그 제도 속으로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에 대해 강제하는 측면이 있죠. 자신의 욕망의 실현만을 추구한다면 이것 역시 잘못된 것이구요. 다락방님 댓글 읽고 나니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오히려 제 댓글이 더 이분법적이었을 수도 있겠네요.

단지 저는 이렇게 생각했던 거 같아요. 맨 상층부에 수가 있고 가운데에 주드, 그리고 아래쪽에 아라벨라가 있다고 했을 때(이건 하디의 설정이겠죠), 주드는 수를 열망하지만 결국 아라벨라와 함께 있는 건데... 그렇다면 아라벨라와의 시간은 무조건 타락 혹은 실패로 볼 수 있는가. 주드가 그렇게 갈망했던 수 역시 주드가 만들어낸 환상의 일부인데, 환상이 실제가 되었을 때 진짜 실패하는 사람은 결국 주드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요. 제가 책도 안 읽고 쓸데없이 말이 길었습니다.
읽어야겠어요. 일단 책을 사고요. 그 담에 읽어볼게요^^

다락방 2025-12-02 00:17   좋아요 2 | URL
사실 제가 제일 못하는 것중에 하나가 ‘구조를 보기‘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건 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자의 본질적인 문제.. 라고도 생각하는데요(아니면 저의 지독히 개인적인 문제..), 사실 저는 이 책을 읽었고, 그리고 잠자냥 님의 이 페이퍼를 읽었으면서도, 단발머리 님께서 언급하신 것처럼 상층부 부터 수-주드-아라벨라 의 구조라고 생각하질 못했어요. 제가 단발머리 님의 댓글을 읽는 순간 동공지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늦되요. 책은 왜 읽는 것인가..
좀 멀리 떨어져서 구조를 볼 줄 알아야 하는데, 늘 이렇게 가까이에서 봐서 놓치는게 많은 것 같습니다. 이게 제가 소설을 잘 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변명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단발머리 님으로부터는, 아주 다른 감상이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주드가 나쁜 책이라는 식의 다른 감상이라는게 아니라요, 저랑은 다른 식으로 접근해서 다른 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감상이요. 저는 그것이... 기대가 됩니다!! >.<

단발머리 2025-12-02 09:53   좋아요 1 | URL
다르게 읽고 다르게 볼 수 있어서 같이 읽기는 참 즐거운 일이고, 또 한 편으로는 위험한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발견의 시간이니깐요. 내면의 발견과 어둠의 발견이 가능한 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은 스스로 구조를 보는 것에 약하다고 하셨지만, 저는 소설 혹은 문학읽기의 제일 주요한 지점은 ‘입수‘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시대, 그 상황, 그 주인공에게로 들어가는 거요. 보통 ‘감정적으로 생각하지 마‘라고 하면서 사람들은 인간의 활동 중 ‘감정적‘ 측면을 평가절하하지만, 감정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지점이니까요. 제가 오래 기억하고 또 읽고 싶은 소설들은 대부분 제게 특정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던 소설들이구요. 그러니깐 사랑이 시작되는 설레임의 순간 뿐만 아니라 후회나 부끄러움, 자긍심을 느끼는 부분들이요. 다락방님처럼 저도 소설을 읽고 싶은데, 저는 그게 될 때가 있고, 안 될 때가 있어요. 지나치듯이 읽어서 그런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좋은 책이고, 좋은 페이퍼여서 할 이야기가 많았네요. 우리의 이야기는 투비 컨티뉴드~~~~

잠자냥 2025-12-02 10:19   좋아요 2 | URL
ㅋㅋ 아니, 이분법 이야기는 애초부터 제가 이 글 쓸 때 이분법적으로 제목을 뽑았잖아요. 책과 돼지, 결혼식 장례식 이런 식으로요. 그래서 충분히 그렇게 느껴질 수 있다고 봅니다만 하디도 그렇게만 쓰지는 않았을 테고 독자도 그렇게 이분법으로만 생각하면서 읽긴 어려운 작품입니다. 진짜 여러 해석의 여지가 있는 작품이랄까요. 다만 저는 좀 그런 면들을 부각해서 글을 썼다 보니 그렇게 읽힐 수도 있다고 봅니다. 참 그리고 저 또한 다락방 님처럼 인간이 사랑하는 사람을 안고 싶은 그런 욕망을 저속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아니 저도 그런 욕망을 갖고 있는 사람인데요. 뭘... 엥? ㅋㅋㅋ). 역시 다락방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주드가 그걸 해소(?)하는 방법이 좀 저열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요.

이것도 리뷰에 쓰려다 만 부분이긴 한데, 왠지 하디도 좀 그런 면을 생각한 것 같기도 하고요. 주드가 가난한 환경 때문에 뭔가가 자연스럽지 않다? 그런 점은 여자를 대할 때도 나타나는 것 같아요. 부르디외의 아비투스 이런 게 생각난 부분이 있는데요, 태어날 때부터 사회/문화적 자본이 풍부한 사람이었다면 아라벨라나 수한테 처음부터 그런 식으로 빠져들었을 것 같지는 않거든요. 만일 주드가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어린 시절부터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하다못해 여자 가정교사라든가 이런저런 다양한 친인척과의 만남을 통해) 또래나 조금 나이가 많은 여성들과 접할 기회가 분명히 있었을 거예요. 그랬다면 저렇게 단 한번 만나거나 사진만 보구선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빠져들었을까 싶거든요. 이것도 주드가 외딴곳에서 여자라곤 접해본 적이 없어서 더 심하게 충동조절을 못하고 빠져든 건 아닌가 싶습니다.

그나저나 다락방 님 친구분은 아라벨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왠지 알 것도 같긴 합니다만...

단발머리 님은 얼른~!! 읽고 구조주의에 입각해 리뷰를 쓰시오! 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12-02 12:40   좋아요 1 | URL
훌륭한 리뷰에 고퀄의 댓글.. 멋있습니다. 단발님이 제인 에어에 obscure가 나왔다고 갖고 오시니 막 전율이 입니다. 멋있다..

다락방 2025-12-02 12:44   좋아요 2 | URL
아, 제 친구는 아라벨라에 대해 어떤 특별한 생각을 가졌던건 아니고요, 제가 아라벨라 역시 제도에 들어가서 불행해졌다고 했을 때 ‘그런가..‘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확실히 아라벨라에 대한 입장을 물어본 건 아니고, 제 반응에 대한 대응을 보고, 아 나처럼 생각하진 않았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이 페이퍼와 댓글 덕분에 obscure 라는 단어를 암기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영어능력 레벨이 조금 올라가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12-02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 저도 주드 재미있게 읽고 또 잠자냥 님도 재미있게 읽었다 하시니, 시간 날 때 특별히 추천할만한 고전에 대한 글을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고전이라고 막 다 좋거나 그러진 않잖아요. 그렇지만 분명, ‘아 이 맛에 고전 읽는다‘ 싶은 것들도 있고요. 제 경우에 지금 생각나는 건, [이름 없는 주드]와 [프랑켄슈타인] 입니다. 잠자냥 님도 나중에 언젠가라도 시간 나면 써주세요. 히힛.

잠자냥 2025-12-02 13:14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전에 제가 이런 거 쓴 적은 있지요... 참 그리고 프랑켄슈타인 관련 글 최근에 썼는데... 이건 아마 다락방 님이 엄청 바쁠 때 쓴 거라 놓치신 거 같기도 하고... (영화 이야기도 나와서 그냥 일단 패스하신 거 같기도 하고)

고전이 재미없다고?! 재미100% 보장 세계문학고전
https://blog.aladin.co.kr/socker/11798934

타자가 아닌 이가 그린 타자 이야기
https://blog.aladin.co.kr/socker/16881649

다락방 2025-12-02 13:31   좋아요 1 | URL
첫번째 링크 글은 제가 읽었고 기억도 납니다. 그래서 왕자와 거지 읽어야지 했지만 아직도 안읽고 있다는.. 사기는 했던 것 같은데.. 그런데 책이 너무 많잖아요? 딱 열 권 이런 식으로 압축해보면 또 그 사이에 업데이트 된 책 목록도 있을테니... 문제는 접니다. 지금 딱 두 권 밖에 생각이 안나서... ㅋㅋㅋㅋ

프랑켄슈타인은 놓쳤어요! 지금 재미나게 읽고 왔습니다. 후훗.

잠자냥 2025-12-02 14:20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저도 저 링크 찾아서 다시 읽어보니 그새 업데이트 된 것도 있고 그럴 거 같더라고요. 그리고 딱 열 권 이것도 엄청 고민하게 될 거 같고.. 음.
<왕자와 거지>는 걍 나중에 읽으세요. 아님 조카에게... ㅋㅋ 최근에 허클베리핀도 읽으셨는데;; 차라리 <사랑할 때와 죽을 때> (다시) 같이 읽기 할까요? ㅋㅋㅋㅋ 이것도 진짜 기억희미다....////_////(아련한 느낌만 남음)

아무튼 조만간 업데이트 페이퍼를 써보겠습니다...

케이 2025-12-02 1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이 책이 그런 내용이었어요? 저는 Jude 영화 포스터만 보고 애절한 사랑이야기인 줄 착각했네요.
와 분통터지긴 하겠지만 재밌긴 무지 재밌어 보여요.
영국소설 읽으면 확실히 내가 너무 영미소설에만 익숙해져 있단 느낌이 들어서 되도록이면 다른 나라 소설도 좀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또 영미소설이 익숙한 만큼 재미는 있더라고요.
거참... 약간 홍상수 영화같은 느낌이 드네요. 물론 저는 책은 못읽었지만 외면하고 싶은 면까지 너무 리얼하게 그려내서 짜증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잘 만들어서 외면하지는 못하는 그런.
시대만 바뀌었지 지금도 이름만 다른 주드, 수, 아라벨라가 영국 뿐아니고 한국에도 많잖아요.
제3자로 멀리서 보면 그들이 잘못된 길을 가는 게 보이겠지만 내가 저 세 명중 하나라면 알아차리기 쉽지 않겠죠.
긴글이지만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제 업무 특성상 일의 90%가 12월-3월에 집중되는데 12월이 되어버리고 말았네요. 흑흑흑
아무 문제 없이 마무리 잘하면서 또 잠자냥님 감상문도 재미나게 읽을게요! 건강하세요!

잠자냥 2025-12-02 14:29   좋아요 1 | URL
오, (영화 포스터 검색 후) 영화도 재밌을 거 같아요. 케이트 윈슬렛이 ‘수’ 역할을 했군요. 정말 잘 어울릴 거 같고, 어떤 연기를 했을지 궁금해집니다. 애절한 사랑이야기인 합니다. 영화는 왠지 사촌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더 애절하게 포커스 맞췄을 거 같긴 한데... 소설은 아무래도 분량도 길고 그래서 더 섬세하게 영화보다 많은 걸 담고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책 진짜 재밌으니까 나중에 꼭 읽어보세요. (홍상수 영화 같지는 않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주드가 홍상수의 남자들처럼 그렇게까지 찌질하진 않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다. 사진만 보고 “수 씨, 예뻐요 반했어요 사랑해요. 같이 자요.” 이거 홍상수의 남자들 전매특허인가? ㅋㅋㅋㅋㅋㅋㅋ)

주드, 수, 아라벨라가 한국에도 많다는 말씀도 또 많은 걸 생각해보게 하네요. 역시 고전은 고전이다!

그나저나 바쁜 시기가 도래하셨군요. 일 때문에 건강 해치지 마시고!! 틈틈이 재미난 책도 읽으시고! 연말도 잘 보내시고!
오늘부터는 진짜 겨울 같아요. 쌍둥이들과 감기 조심하면서 겨울 잘 보내세요!

케이 2025-12-02 14:3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홍상수 영화의 남자들 대체 얼마나 찌질한 거냐. 정말 ㅋㅋㅋㅋ 다행입니다. 그 지경은 아니라서요. 애 둘 키우면서 회사다니기 쉽지 않네요. ㅜ 요즘들어 때려치고 싶은 맘이 얼마나 간절한지 모릅니다. ㅜㅜ
저는 요즘 너무 책을 안 읽어서 엑스(구.트위터) 앱 핸드폰에서 지웠어요. 일단 4일째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ㅋㅋ

잠자냥님도 건강하세요!

잠자냥 2025-12-02 14:46   좋아요 1 | URL
제가 몇 달 전에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다시 보다가 도저히 못 보겠어서 껐어요. ㅋㅋㅋㅋ
그 옛날에 (대학교때) 이걸 어떻게 견디면서 봤을까?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땐 제가 현실에서 그런 인간들을 많이 보지 못했던 터라 감정이입이 잘 안 되어서 그나마 견딘 듯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 엑스 지웠어요? 전 지우지는 않았지만 요즘 거의 접속 안 하거든요. (열면 다들 분노로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어서 ㅋㅋㅋㅋㅋ) 그랬더니 세상 평화롭습니다;;

책읽는나무 2025-12-04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렇게 긴 리뷰와 또 이렇게 긴 댓글들!
마틴 에덴 책들도 등장하니 뭔가 좀 더 구체적으로 와 닿는 것도 같구요.
고전 작가의 대열에 오른 작가들은 역시!
서사가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읽어봐야겠네요. 일전에 다락방 님 리뷰도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그때도 읽어봐야지. 그러면서 또 차츰 기억이 희미해졌는데 잠자냥 님이 또 이렇게 붙들어 주심.ㅋㅋㅋ 내년엔 세계고전 소설들을 좀 읽어볼 참입니다. P지만 J처럼 계획을 미리 세웠어요.ㅋㅋㅋ

잠자냥 2025-12-04 10:54   좋아요 1 | URL
긴 본문에 긴 댓글까지 여기까지 다 읽으신 분도 대단합니다!
이 작품은 꼭 읽어보세요~ 계획 안 세워도 읽어보기! ㅋㅋㅋ
 
이름 없는 주드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6
토마스 하디 지음, 정종화 옮김 / 민음사 / 2007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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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는 수’라고 해야 할 정도로 2권에서는 ‘수’의 복잡다단한 심리가 처절하게 그려진다. 어쩌면 이 여자를 감당하기엔 주드 자체가 애초에 지성이든 감성이든 부족한 사람이 아니었나 싶기도. 결코 가질 수 없는 환영을 열망만 하며 살아간 비운의 주드. 하디에겐 결혼이 장례식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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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11-30 2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 정말 명작이죠. 세상이 똑똑하고 당당한 여자를 어떻게 무릎 꿇리는지 하디가 너무나 잘 보여준 것 같아요. 전 하디 작품중 주드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리뷰 써주실건가요? (초롱초롱)

잠자냥 2025-12-01 08:48   좋아요 1 | URL
🙆🏻‍♀️

독서괭 2025-12-01 10:07   좋아요 1 | URL
😍

망고 2025-12-01 10:09   좋아요 1 | URL
😻

잠자냥 2025-12-01 15:49   좋아요 1 | URL
썼어! (개길어! ㅋㅋㅋㅋㅋ 이틀에 나눠 읽어야 할 듯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