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방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세르게이 도블라토프 지음, 김현정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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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책이 지만지 시리즈로 다시 나왔구나! 주변에 진짜 강력 추천하고 싶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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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명단편선 3 - 근대를 살다 일본 명단편선 3
모리 오가이 외 지음, 유진우 외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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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작품은 단편 소설이라기 보다는 수필에 가깝다. 이 시리즈 1편에 실린 작품들에 비해서는 수준이 좀 떨어지는 느낌. 그런 가운데도 아리시마 다케오의 <한 송이 포도>, 하야시 후미코 <다마강>은 단연 기억에 남는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비밀>은 또 읽어도 여전히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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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지만지 희곡선집
헨리크 입센 지음, 조태준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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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센의 짧지만 강력한 희곡. 성공한 조각가 루베크와 그의 모델이자 연인이었던 (그러나 버림받은) 이레네의 이야기는 읽다 보면 로댕과 카미유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이레네의 입을 통해 나오는 말들은 <인형의 집>의 노라의 말과 닮았다. 삶과 죽음, 예술과 평범한 삶의 극명한 대비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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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O.S.T.
에프 알 데이비드 (F.R. David) 외 노래, 류이치 사카모토 (Ryuichi Sak / Masterworks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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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있으면 영화의 한 장면 장면이 떠오른다. 그리고 꼭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더라도 추억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복고풍 음악이 한 가득. Sufjan Stevens의 목소리가 특히 귓가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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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전 가스통 바슐라르에 관한 아주 얇은 책 <상상력과 가스통 바슐라르>를 읽었다. 그 책 때문에 지난해 가을 <촛불>이라는 이 노란 표지의 책을 망설이 없이 구매하게 되었다. 사서 바로 읽지는 않고 언젠가 때가 되면 읽으리라 생각하고는 책장 한 쪽에 놓아둔 이 책. 최근 몸이 좀 안 좋아서 며칠 누워 지내다 보니 이상하게도 이 책에 손이 갔다. 


가스통 바슐라르, 흰 수염이 덥수룩한 이 할아버지에게 관심이 갔던 것은 순전히 그의 삶, 어느 한 부분 때문이었다. <상상력과 가스통 바슐라르>에서 그에 관한 어떤 일화를 읽다보니 가슴 한 구석이 찡하게 울렸다. <상상력과 가스통 바슐라르>는 정확히 말하자면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문학비평가인 가스통 바슐라르에 관한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그의 이론이 장황하게 설명되어 있기 보다는 인간 바슐라르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한다.


이 책에서 만난 그의 인생은 거의 절망과 좌절의 연속이었다. 어렸을 때는 꽤 행복하고 다정다감한 부모 밑에서 자란 듯한데, 일찍 고아가 되고 시련이 닥쳐온다. 가난 때문에 대학도 진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세계 대전에 계속 끌려다니는 바람에 결혼한 아내와 함께 지낸 것은 고작 8개월쯤. 그 아내마저도 병으로 죽는다. 단 하나 남은 핏줄인 딸. 전쟁이 끝난 뒤 고향으로 돌아와 교사 생활을 시작한 바슐라르 늘, 어린 딸을 데리고 와서 교실 한 쪽에 앉혀놓고 수업을 한다. 아이들이 자습하는 틈을 이용해 딸에게 오렌지를 깎아주는 모습이 때때로 보이기도 한다. 


이런 좌절과 고난의 연속에서도 그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해서 ‘20세기의 코페르니쿠스’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의 혁명적인 이론을 주장하기에 이른다. 그도 그럴 것이 이성 중심의 서구 세계에 이미지와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주관적 상상력의 세계가 합리적인 이성 세계보다 우위에 있음을 주장, 서구 인식 전체에 대한 틀을 깨는 역할을 그가 하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바슐라르의 삶을 지켜보면서 고난과 시련으로 이어진 상황 속에서도 희망과 따뜻함을 잃지 않았다는 사실에 깊은 경외감을 느꼈다. 인간의 인식 체계가 이성보다는 이미지와 상상력이라는 주관적인 인식이 먼저라는 그의 이론 자체가 어찌 보면 사람과 사물에 대한 따뜻한 시선, 또는 그런 그의 본성이 아니었다면 그 출발부터 형성되기 어려웠을 이론은 아니었을까? 백발이 성성한 수염과 머리, 그리고 그 가운데서 반짝 반짝 빛나는 영롱한 눈. <상상력과 가스통 바슐라르>를 읽고 나서 나는 바슐라르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커져서 <촛불>을 읽게 된다.


<촛불>은 어쩌면 요즘의 내가 읽기 딱 좋았던 그런 책이 아닐까 싶다. 몸이 좀 아파서 누워 지내다 보니 머릿속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고, 살아온 날들이나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들에 대한 생각도 많아지는 그런 때. 만일 꽃이 피고 날마다 초록빛이 화사해지는 봄날이 아닌, 잎이 떨어지는 계절인 가을에 읽었다면 더 금상첨화였겠지만, 그럼에도 <촛불>은 조용히 사색하고 명상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친구가 된다. 어쩌면 바슐라르가 임종 일 년 전에 집필한 마지막 저서라서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사실 철학서라 부르기에도, 문학서라고 부르기에도, 그렇다고 시(詩)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아니, 그 모두를 아우른 독특한 책이다. 아마도 바슐라르가 ‘시인 가운데 가장 훌륭한 철학자이며, 철학자 가운데 가장 훌륭한 시인’으로 평가받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에서 바슐라르는 촛불이 불러오는 온갖 이미지와 그 몽상의 힘을 역설한다. 



불꽃은 우리에게 상상하도록 강요한다. (9쪽)


외로운 사람에게 촛불은 하나의 세계다. (12쪽)


작은 빛에 대한 몽상은 우리를 친숙함의 골방으로 데려간다. 우리 내면에는 오직 가물거리는 빛만 용인하는 어두운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예민한 마음은 부서지기 쉬운 가치들을 사랑한다. 그런 마음은 투쟁하는 가치들과 하나가 되기에 어둠에 맞서 싸우는 미약한 빛과 하나가 된다. 그래서 작은 빛에 대한 우리의 모든 몽상은 오늘날의 삶에서도 심리적 실재성을 유지한다. (14~15쪽)


촛불은 기억 속의 몽상을 부른다. 그것은 아득히 먼 추억 속에 있는 고독한 밤샘 상황을 되돌려준다. (47쪽)


지금은 그런 일이 거의 없지만, 10대 시절에는 괜히 촛불을 켜놓고 일기를 쓰곤 했다. 방안에 스탠드를 켜놓고 일기를 쓸 때보다 신기하게도 그 작은 촛불에 기대어 무언가를 끼적일 때 생각은 더 자유롭게 펼쳐지고, 글은 더 잘 흘러갔다. 바슐라르가 말하듯이 촛불이 무제한으로 사유를 부르고 한없는 이미지들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바로 ‘그때 불꽃은, 세계들을 꿈꾸는 몽상가에게 하나의 세계 현상’(31쪽)이 된다. 그 작은 ‘불꽃 앞에서 우리는 세계와 정신적으로 소통한다. 그저 하룻밤 밤샘을 할 때조차, 촛불은 고요하고 은은한 삶의 모델’(32쪽)이 되는 것이다. 


<촛불>은 이렇게 몽상의 탁월한 질료로써 촛불이 불러일으키는 이미지들의 시학을 탐구한다. 그 어떤 다른 것이 아닌, 오직 한 줄기 촛불의 몽상만을 뒤쫓는다. 바슐라르는 인간의 정신이 초의식에 이르는 길을 둘로 보았다고 한다. 하나는 과학적 사유로써 ‘개념’에 이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적 몽상을 통해 ‘이미지’에 도달하는 것이다. 개념과 이미지, 과학의 길과 시의 길, 이것이 인간이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두 가지 방식이며, 그는 이 두 개의 길을 규명하는데 일생을 바쳤다. 


바슐라르에게 인간의 정신은 사유의 축과 몽상의 축이라는, 상반되는 두 축 위에 있었다. 사유를 사유하거나 몽상을 몽상하거나 둘 중 하나이다. 인간의 정신은 원초적 양성, 아니무스와 아니마를 지녔으며, 사유는 아니무스, 몽상은 아니마의 발현으로 여겼다. 그러므로 현대인은 탐구자이자 몽상가여야 하며, 이 두 활동을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이것이 과학철학자이자 시학자인 바슐라르의 사상 전체를 일관하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는 과학적 사유가 우리에게 우리 자신으로부터 빠져나오도록, 우리의 편견으로부터 해방되도록 요구한다면, 시적 몽상은 정반대로 우리의 가장 깊은 곳으로 내려가 우리 자신의 뿌리들을 되찾도록 초대한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우리 자신의 뿌리로 되돌아가 시적 이미지의 새로움을 얻는 것, 그것이 바로 바슐라르의 몽상 시학의 핵심이다.


사람들이 사유하면서 꿈꾸고 꿈꾸면서 사유하던 시절, 촛불은 영혼의 고요를 재는 압력계일 수 있었고, 결이 고운 평온, 삶의 세세한 부분까지 내려가는 평온 -평화로운 몽상의 흐름을 수반하는 시간에게 연속성의 은총을 베푸는 평온-의 척도일 수 있었다. 평온해지고 싶은가? 조용히 빛의 작업을 수행하는 가벼운 불꽃 앞에서 가만히 숨 쉬어보라. (33쪽)


평온해지고 싶다면 조용히 빛의 작업을 수행하는 작은 불꽃 앞에서 가만히 숨 쉬어 보라는 그의 제안. 자신의 존재를 재발견하게 하는 몽상으로의 초대는 이 소란스럽고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잠시나마 조용한 휴식을 제공한다. 촛불을 켜고 무언가를 끼적이거나 몽상 또는 명상에 잠기지는 않았지만 <촛불>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 시적 문장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그런 기분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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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2018-05-01 0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바슐라르! 늘 감동하는 바슐라르! 촛불의 미학을 읽고 바슐라르에 대해 알게 되고 너무너무 좋아서 주변에 마구마구 추천했더랬는데 욕만 얻어 먹었던 기억이 있네요. ㅎㅎㅎㅎㅎ 바슐라르가 딸에게 깎아준 오렌지에도 뭔가 바슐라르적 상상력과 같은 감동이 있네요. 상상력과 가스통바슐라르는 읽어 보지 않았는데 구입해서 읽어 봐야겠어요. 순전히 오렌지 때문에. 순간, 눈물날만큼 뭉클한 기분이 들었거든요.

잠자냥 2018-05-01 09:52   좋아요 1 | URL
네~ 저하고는 반대의 순서대로 읽으시겠군요. 가스통 바슐라르 ㅎㅎㅎ 좋아도 주변에는 왠지 막 추천하기 뭐한 면이 있지요. ㅎㅎ <상상력과 가스통 바슐라르>는 책이 얇아서 금세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즐거운 독서 되시길~

다락방 2021-06-04 0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18년의 페이퍼에 땡투 누르고 갑니다, 잠자냥 님. 아니, 여기서 만나게 될줄은 제가 미처 몰랐습니다..

잠자냥 2021-06-04 09:32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제가 쫌 알고 보면 독서폭이 은근 넓답니다? ㅋㅋㅋ(부장님께 배운 자뻑 실천 중)
그나저나 다부장님은 이 예전 포스팅까지 어찌 왕림을?
이렇게 독서폭 넓은 우리 좀 멋지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바슐라르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사람입니다-

다락방 2021-06-04 10:45   좋아요 0 | URL
바슐라르 살림 책 사려다가 땡투할 사람 누구 없나~ 하고 보다보니 잠자냥 님이 이렇게 똭!!!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