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1월에 무슨 일이야. 집에 있는 책부터 읽자고 다짐하더니, 흥미로워 보이는 책들이 마구 쏟아져 나와서 사고 또 사고.... 이제 정말 자제하고 산 책부터 읽어야지.
엘리아스 카네티, <자유를 찾은 혀- 어느 청춘의 이야기>
<군중과 권력>으로 유명한 엘리아스 카네티의 자서전이다. 소싯적 <군중과 권력>을 읽다 만...(-_-) 처지로서 항상 이 책을 마저 다시 읽어야한다는 부채감을 안고 살아가던 바, 이 책이 출간되었다. 자서전 따위 안 읽는 나이지만 이 책에 혹했던 것은 엘리아스 카네티의 16세까지의 삶을 다룬 자서전이라는 점 때문이다. 16세 이전의 삶에 대해 이토록 많은 것을 쓸 수 있다니! 역시 비범한 자는 다르구나. 엘리아스 카네티의 자서전 5부작 중 첫 번째 책으로 카네티라는 비범한 인물의 정신적 삶을 형성한 사건, 인물 등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내 16세 이전의 삶은..... 이번 생은 망...
허먼 멜빌, <사기꾼 - 그의 변장 놀이>
멜빌이란 인물도 참 흥미로운 사람이다. 이 책은 멜빌의 마지막 장편 소설. 만우절인 4월 1일 미시시피강을 따라 운항하는 증기선 피델호에서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일을 보여준다는데, 무려 포스트모던한 작품인 데다가 폴스타프&골드문트 님이 쌍코피 줄줄 흘렸다고 해서 급 흥미가 생겼다. 나도 쌍코피 나는지 체험해보겠음.
에두아르트 폰 카이절링, <파도>
국내 초역작. 19세기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탐미주의 소설인 <하모니>, <파도>, <무더운 날들>이 실려 있다. 내 관념 속에서는 독일과 유미주의/탐미주의는 좀 거리가 먼데, 독일의 탐미주의 소설이라니 흥미가 생길 수밖에. 독일 문학 특유의 우울함과 섬세함을 만끽할 수 있다고.
막상스 페르민, <꿀벌 키우는 사람>
막상스 페르민의 <눈>, <검은 바이올린>은 늘 읽어보려고 생각하다가 미뤄왔는데 <꿀벌 키우는 사람>이 나오면서 이른바 색채 3부작이 다 출간되었다고 한다. 바로 이 시점에 이 3권을 몰아서 읽어보는 것도 좋으리라 판단. 리뷰대회도 있어서 겸사겸사샀다. 그런데 다락방님의 <눈> 리뷰 읽고 나닌 급 읽기 싫어지네....; 그래도 읽고 몇 자라도 써야지 리뷰대회 참가자 모두에게 5천원 준다고. 쿨럭;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저주받은 도시>
스트루가츠키 형제 책은 무조건 사야 해! (읽어라 좀) 정체불명의 인도자가 수수께끼의 실험을 진행하는 고립된 기이한 도시에 대한 우화를 들려준다고.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작품 중 여러 가지 면에서 가장 무거운 소설이라는데, 일단 두께부터 가장 무겁긴 하다.

이 책들도 나란히 놓고 보니 아름답지 않습니까? >_<
에인 랜드, <파운틴 헤드>
(골드)문트 오별 책. 뉴욕의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하워드 로크라는 이상주의적 건축가의 모험담을 다룬 이야기이자, 미국 객관주의 철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작가 에인 랜드의 인생관이 고스란히 담긴 철학 소설이라고. 출간 당시 열두 개나 되는 출판사들에서 ‘너무 지적이고 논쟁의 소지가 크다’며 출간을 거부당했다고. 문학에서 작가가 지나치게 자기 사상 드러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간 읽을까 말까 중 고민하다 늘 내려놓은 책인데 직접 한번 경험해보고 싶은 생각이 마침내 들었다. 1월 1일에 마침 동네 알라딘 중고에 들어와 있기에 망설임 없이 구매.
마사 C. 누스바움, <교만의 요새 - 성폭력, 책임, 화해>
리베카 솔닛 책이 나올 때마다 읽어야지! 하면서 사는 것처럼 누스바움 언니의 책도 그렇게 된다. 그런데 두 언니들의 책은 어느 순간 사기만 하고 읽지 않고 있다는 게 함정. 이 책에서 누스바움은 “모든 차별과 폭력이 ‘교만’에서 비롯된 것이며, 오랜 시간 외면하고 은폐해 온 성범죄의 기저에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권력을 비호해 온 법과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다락방 님께 땡투.
<마거릿 생어의 여성과 새로운 인류 - 피임할 권리와 여성 해방의 시작>
이 책 사실 펀딩하는 것도 몰랐는데 수하 님 서재에서 발견. 그 이전에 이번에 정희진 쌤 강연에서 쌤이 마거릿 생어 언급하면서 “아 이분도 내가 존경하는 분인데”하면서 피임이 불러온 혁명에 대해 잠깐 스치듯 말씀하셔서 오호라, 이 사람 책 읽어봐야겠다 했던 참에 이 책이 출간되었다. 마거릿 생어는 ‘우생학자다 인종차별주의자다’라는 공격과 비난을 받았다는데 그래서 나도 좀 실눈뜨고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으나, 그 부분에 관해서는 이런 글도 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수하 님이 읽어보시기에도 좋을 듯. 아무튼 이 책은 수하 님 땡투.
[문제적 인물로 본 의학의 역사] 마거릿 생어, 피임의 권리를 위해 싸워 이긴 전사는 왜 우생학자라고 비난당했을까?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08449
<성스러운 동물성애자 - 종도 편견도 넘어선 사랑>
와, 이 책 1월의 발견이다. “책은 도끼다”에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책. 읽는 내내 자세한 묘사 부분에서는 좀 역겨웠으나 분명 생각과 사고의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어제 받자마자 두 시간 좀 넘게 쭉 내리 읽었다. 이 책의 한줄 평. “역겨움으로 시작된 편견의 붕괴” 리뷰라기보다는 이 책을 읽으며 고민했던 지점이나 아직 고민이 남은 부분은 곧 끼적거려 올릴 예정. 은오 님께 땡투. 은오 님 인생에 생애 첫 땡투를 선사한 잠자냥. 그런데 공교롭게도 왜 하필 이런 책이야 ㅋㅋㅋㅋㅋㅋ
수지 덴트, <옥스퍼드 오늘의 단어책- 1일 1단어 1기쁨>
와, 이 책도 정말 재미나 보이지 않습니까? 머리맡에 두고 하루에 한 챕터씩 읽는 중.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오늘의 단어를 선정하고, 그 단어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반전 있는 단어, 기막힌 역사를 품은 단어,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지금은 시들해진 단어, 지금 막 생겨난 단어까지. 미처 몰랐던 단어들의 이야기- 이 책 받아들고 훑어보던 중 오디오에서 푸파이터스(Foo Fighters) 음악이 흘러나왔는데, 때마침 이 단어가 눈에 들어와서 진짜 재미나게 읽었다. 근데 책 사고 나니까 굿즈로 ‘암기 노트 + 워크북 PDF’ 주더라. 이래서 너무 빨리 사면 안된다능... 물론 난 단어를 외울 목적으로 산 건 아니지만.
이춘재, <검찰국가의 탄생- 검찰개혁은 왜 실패했는가?>
검찰개혁 외치다가 사상최악 검찰공화국 탄생에 기여한 문재인 정권의 과오를 여러 각도로 분석한다. 이 책 읽다보면 한 나라의 지도자에게는 사람을 잘 판단, 볼 줄 아는 능력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의 3대 악은 검찰&언론&국회의원이라는 생각도. 검찰공화국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앞으로도 얼마나 심각할지 걱정스럽기 짝이 없는데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른 한동훈 지지율 보면 이 나라는 답이 없다.
은유,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 계속 쓰려는 사람을 위한 48가지 이야기>
글에 대해서는 계속 쓰고 싶고 더 잘 쓰고 싶은 욕심이 늘 있다.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라면 한번 믿고 가볼 마음이 든다. 그것이 특히 ‘계속 쓰려는 사람을 위한’ 이야기라면. 저자는 쓰고자 하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가질 여러 가지 의문과 질문들을 모아 그에 대한 대답을 하나씩 하나씩 내놓는다고.
강남순, <질문 빈곤 사회 - 나는 질문한다, 고로 존재한다>
나는 사적인 대화에서도 좋은 질문을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럼 점에서 이 책은 제목부터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게다가 저자가 강남순이니, 안 읽을 수가 있겠는가. 저자는 한국을 다양한 영역에서 “예”를 미덕으로 간주하는 ‘질문 빈곤 사회’라고 판단하고 ‘왜?’라는 물음표를 허용할 때, 진보와 변화가 시작된다고 말한다. 나와 내가 속한 세계를 바꿀 ‘좋은’ 질문에 대한 탐구.
슈테판 츠바이크, <츠바이크가 본 카사노바, 스탕달, 톨스토이>
마리 앙투아네트 때문에 츠바이크의 전기를 다시 들춰보니, 츠바이크는 정말이지 전기의 대가답다. 이 책은 카사노바, 스탕달, 톨스토이의 삶을 다룬 평전으로 츠바이크는 이들 세 작가는 자신의 ‘실존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끊임없이 자아로 회귀함으로써 자기 인생을 문학작품으로 재창조한 인물들’로 판단한다. 타 출판사에서 츠바이크 평전시리즈로 낱권으로 나온 게 있던데 이 책은 그 책들의 합본인 듯.

1월엔 더 안 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