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5
다나베 세이코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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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다나베 세이코 라는 작가는 생소하다.   워낙에 일본 작가는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책 제목은 익히 알고 있었다.   똑같은 이름으로 영화가 존재하기 때문에 익숙하다.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려면 책 한권 분량의 내용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당연히 이 책 한권이 영화 한편을 표현하고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보기좋게 틀렸다.  이 책은 다나베 세이코의 단편 소설집으로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은 그 여러 편 중에 하나다.

1. 어렴풋이 알고 있었어
2.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3. 사랑의 관
4. 그 정도 일이야
5. 눈이 내릴 때까지
6. 차가 너무 뜨거워
7. 짐은 벌써 다 쌌어
8. 사로잡혀서
9. 남자들은 머핀을 싫어해

총 9편의 짧은 소설이 이어진다.  소설들의 공통점은 모두 사랑과 연애에 대한 이야기가 소재로 들어있다는 점이다.
소설이든 수필이든 시에서도 마찬가지로 ’사랑’은  제일 많이 사용되는 주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사랑이야기를 빼면 할 말이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제각각 사람들의 서로 다른 사랑 얘기는 언제 들어도 지루하지 않는 법이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한다.  그 사랑은 처음엔 열정적으로 시작하지만 비극으로 끝나기도 하고, 아름답고 순수했던 사랑이 추잡하게 끝나기도 한다.  시간이 갈수록 열기는 점점 식고,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기도 한다. 

여기 이 책에 수록된 사랑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쿨~ "  하다.  울며 불며 마음이 떠난 사랑에 매달리고, 의처증/의부증 증세를 보이며 집착하는 사랑도 없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그녀들은 자신 위주로 사랑을 하고, 멋지게 산다.  구차하지 않고 사랑에 목매달지도 않으며 쿨하고 산뜻하게, 자신이 즐기는 사랑을 한다.  사랑에 끌려다니는게 아니라 자신이 사랑을 끌고 다닌다.  철저하게 내가 행복하고 원하는 사랑을 한다. 그래서 더 그녀들이 매력적으로 보인다.

단편으로 딱! 딱!  끊어지는 사랑이야기라 가볍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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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미술관 -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정혜신 지음, 전용성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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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정혜신 작가의 이름은 익숙한데, 책으로 만나는 건 처음이다.  
정신과 전문의 이기도 한 작가의 에세이는 고요한 마음의 호수에 돌을 던져 깨운다.  잔잔하던 연못에 크지 않은 파문을 일으킨다.  그 돌은 가볍게 여러번 통통통 튀어 오르며 가라 앉기도 하고, 때론 물 속 깊이 퐁당 하며 빠져버리기도 한다.  대체적으로 신선함을 안겨준다.  가볍게 즐기는 글 이기 보다는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진정성과 지혜를 느끼게 해준다.

왼쪽에는 전용성님이 그린 그림이 배치되어 있고, 오른쪽에는 그림에 어울리는 짧은 형식의 에세이가 이어진다.

 
 
 

1부  즐거움
2부  충분한 슬픔
3부  공감
4부  사랑의 이유


산술적으로, ’의식 상실시의 몸무게 = 평소 몸무게 - 의식의 질량’ 이어야 맞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의식을 잃고 축 늘어진 사람을 들쳐 업으면 평소 그 사람의 무게보다 훨씬 무겁습니다.
생기가 있어야 비상하는 에너지가 생겨나서 인간의 몸에 ’부력’으로 작용하는데 생명력을 잃은 사람은 그 같은 부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무거워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두둥실, 구름과자 같은 부력의 핵은 ’자발성’입니다.
고강도 노동자의 한 전형이랄 수 있는 농부가 새벽잠을 털어내면서 ’조금 더 자고 싶다...’ 고 이불 속 투정을 하며 등 떠밀린 하루를 시작하는 광경은, 상상만으로도 어쩐지 생소합니다.  하지만 ’십분만 더...’ 를 입속으로 웅얼거리며 눈도 뜨지 못한 채 팔을 뻗어 자명종 시계를 눌러버리는 도시인들의 피로와 고단함은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일상화된 우리의 아침 풍경입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 매번 몸이 무겁다면 부력을 감소시키는, 생명력이 결여된 일을 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생명력이 충만한 일을 해야한다고는 생각하지만, 세상에 그런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잠시 생각해 본다.  좋아하는게 무엇이 되었든 좋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업이 되면 더이상 그 생명력을 유지하기란 힘이 드는게 현실인 것 같다.  

일에서 부력을 찾는 사람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일이 아닌 다른 것에서 찾는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이라던지,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이라던지... 부력을 찾기 위한 이벤트를 만들어 낸다.  두둥실 떠오르기 위해 부력이 될 만한 꺼리들을 쉼없이 찾으며 삶을 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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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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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을 피우지도 않은 어린 여자이며, 손녀뻘이나 되는 고등학생의 아이를 여자로 보고 있다고 고백하는 순간 일흔을 바라보는 이적요시인이 매우 불편하고 불편하다.  내가 은교가 아니지만 내 전신을 낯선 남자가 훑고 지나는 느낌의 소름돋음도 느낀다.  하지만 이게 모든(?) 남자들이 갖고 있는 몸속 저 밑에 숨겨진 본능이며 생체학적으로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머물면 불쌍하게도 느껴지면서 비도덕적인 상상을 하는 것도 어느정도 이해할 수 도 있을 것 같다. 

이적요 시인은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은교를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지금껏 소나무처럼 살아온 그 한평생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걸 느낀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여자를 품어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 어떤 대상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욕망에 시인 자신도 갈등을 겪는다.  은교를 통해 느끼는 감정이 70년을 살아온, 이제 죽음을 얼마 앞두지 않은 늙은 시인에게 젊음이 뿜어내는 부러운 광채인지, 그저 젊고 싱그러운 여자를 품고 싶은 욕망인지 알 수 없다.   이유는 혼란스럽지만 자꾸 그녀를 보고싶다.  그녀를 통해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된 꿈틀거리는 자신의 욕망이 신선하다.  아직 늙지 않았다는 자신감도 기분 좋아지게 한다.  

이적요 시인의 단 한명의 수제자 서지우작가.  단 하나의 핏줄인 ’얼’ 보다도 더 자식 같은 제자이다.  서지우 작가는 사람을 신뢰하지 못하는 늙은 시인에게 세상에 믿을 수 있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게 해준 유일한 사람이다.  그런 믿음이 탄탄한 시인과 서작가의 사이에 은교가 들어오면서 이들의 관계는 계속 어긋나기만 한다.  질투심과 욕망과 서로를 보호하고 싶은 순수한 마음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당사자들도 그 마음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 

흔한 말로 ’가는 여자 붙잡지 않고, 오는 여자 마다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바람둥이가 즐겨쓰는 말인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지만, 쿨 한 척 하거나 심각하지 않는 선에서 즐기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뭣이되었든 ’영계’가 맛있다는 말도 함께 떠오른다.  (사람에 빗대어 얘기하려니 적나라하게 느껴져서 쓸까 말까 고민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어린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것은 남자들이 꿈꾸는, 실현해 보고 싶은 것 중에 하나이지 않을까.  (모든 남자들이라고 하기엔 오류가 있을 수 있겠다.  아니라고 말하는 남자도 물론 있겠지?)

이런 남자들의 속내를 끄집어내어 소설로 만든 작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속으로 꽁꽁 싸매고 있는 것보다는 오히려 더 쿨 하게 느껴진다.  덜 속물처럼 생각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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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밭 위의 식사
전경린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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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가 있다.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시작하려고 하면 통속적인 전제조건이 있을거다.  그 전제 조건이란 뭐가 있을까?

나이?     요즘 연예인 중에는 12살이나 차이나는 띠동갑 커플도 종종 있어서 나이를 조건에 붙이기는 살짝 어색해 진다.  
국경?    사랑은 국경도 초월한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국제결혼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이다.
돈?  학벌?  직업? 

남자와 여자 모두 다른 배우자가 없이 혼자라면, 친인척이라는 범주에 들어있지 않은 남남 이라면 별다른 조건은 필요 없을 거다.
사실 남과 여 당사자만 놓고 본다면 무.조.건 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둘이 좋다는데 나이가 뭔 상관이고, 다른 조건이 뭐가 필요한가?  저 사람만 내 옆에 있어 주면 다른 건 다 필요없다고 느껴지는게 사랑이다.

모든 드라마나 영화에서의 힘든 사랑은 당사자 말고 그 주변사람들 때문이다.  나이차이가 많고, 집안이 어떻고, 부모가 있느니 없느니, 돈이 많네 적네, 학벌은 어떻고 저떻고, 직업까지도 마음에 안드는 조건으로 내놓기도 한다.  어디까지나 당사자 주변 사람들의 논리다.  정작 당사자들은 다 이겨내고 견딜 수 있다고 하는데도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누경은 시작하지 말았어야 하는 사랑, 어긋난 사랑, 옳지 못한 사랑을 한다.  안타깝게도.  세상에 그 많은 사람 중에 왜 서강주와 서로 큐피트 화살을 나눠 맞았을까.  본인도 어긋난 사랑임을 알기 때문에 더 괴롭다.  더 그립고 아픈 사랑이다.  사랑이란 게 머리로 지식으로 하는게 아니라서, 어쩌면 사랑하면 안되는 금지된 상황에서 더 애절해지고 독해지는 것 같다.  ’사랑’이란 녀석의 짓궂은 너무나 고약한 장난이다.   장난 치고는 너무나 치명적인 장난이다. 

"옛날 착하고 가난한 남자가 살았는데, 어느 날 신이 그에게 선물을 주었대요.  눈물을 담으면, 그 눈물이 진주로 변하는 마술 유리잔이었어요. 남자는 진주를 얻기 위해 매일 눈물을 흘렸어요. 매일 눈물을 흘리기 위해 점점 더 슬픈 일들을 만들어야 했죠. (...) 더이상 눈물이 흐르지 않자, 어느 날 남자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자기 아내를 칼로 찔러 죽게 했어요. (...) 이 이야기를 들은 아이가 물었다고 해요. 그 남자는 왜 양파를 쓰지 않았을까요?(...)"

몇 걸음 더 걷던 누경이 말했다.

"...... 난, 양파를 쓰지 못했어요.  양파로도 눈물을 흘릴 수 있는데 말이에요.  난 내 스스로 나쁜 인생을 만들어요."

나 자신이 잘못인걸 알고 있으면 어쩌면 노력하면 정상으로 되돌릴 수도 있었을 거다.  평범한 다른 사람처럼 평탄한 길을 걸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기엔 자기 감정에 충실하고 싶어했고 순수했던 것 같다.

"유리는 과학적으로는 액체예요.  아무리 높은 열에 끓여도 끓지 않고 아무리 높은 열을 가해도 수증기로 변하지 않는 액체죠.  고무같이 신축성 있는 물질로 변했다가 식어서 단단한 덩어리로 굳는 거예요."

"액체면서 산산조각으로 깨어지다니 뜻밖이군."

"다시 열을 가해주면 산산이 깨어진 조각도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어요."

처음엔 액체였다가 딱딱하게 굳은 다음엔 사람에게 상처를 내는 유리처럼... 처음 그들의 사랑은 부드럽게 시작됐으나 빠져들면 들수록 치명적인 독과 같이 딱딱하게 살을 찌르는 상처가 되는 그들의 사랑.   그들의 사랑도 열을 가해주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지만 원래대로 돌아간다고 해도 처음의 마음으로는 아닐거다.  유리와는 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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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시대 일반판 박스세트 (10disc)
한지승 감독, 감우성.손예진 외 출연 / 이엔이미디어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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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워낙에 보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영화나 연극은 약간의 수고와 돈이 필요하다.  극이 상영하는 장소에 가야하고, 때에 따라 미리 예매도 해야하고 또 뮤지컬 같은 경우엔 한번 보려면 큰 맘을 먹어야 한다.  (뮤지컬은 여태 내 돈 주고는 못 봤다. ㅠㅠ) 그런 나에게 드라마는 아주 딱 좋은 취미활동이다.  어디서든 TV만 있으면 되고 따로 돈을 내야하는 경우도 없다.  그런데 어느날 TV 가 없어졌다.  TV가 고장이 났는데 내다버리고 아직도 구매하지를 않았다.  아이교육도 그렇고 주연이와 놀아줘야 하는데, TV에만 너무 빠져있어서 각성을 하는 의미로 또 그 당시 유행하는 [거실을 서재로] 의 열풍에 힘입어서 결정을 내렸다.

그 이후로 내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 갤럭시 탭!!!  그동안 놓친 드라마를 탭을 통해 다시 보고 있다.  
이번에 보게 된 드라마는 손예진, 감우성 주연의 <연애시대> 이다.
매니아들 사이에서 많은 찬사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들었던 터라 주저없이 다운로드 결정. ^^;

역시 네티즌이 극찬하는 드라마는 뭐가 있어도 있다.  실망을 안겨주지 않았다.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도 들고, 나에게 좋은 건 남에게도 좋게 느껴지는 게 인지상정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주인공 은호와 동진은 이혼한 부부이다.  초반에는 드라마를 보면서 좀 이상했다. 
이혼한 부부의 결말은 항상 철저하게 웬수가 되는게 내가 가진 이미지였다.  싸우다 싸우다 지쳐 한줄기 희망도 보이지 않고, 더이상은 꼴도 보기 싫어 헤어지는 커플이 이혼이라는 절차로 이어지는 거라 생각했다.  아이가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아이도 없는 경우라면 이혼 후에 최대한 마주치지 않는게 서로의 정신건강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들은 자주 서로를 한 공간에 두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저렇게 매일 얼굴보며 함께 도넛츠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술도 마시면서...  저럴거면 뭣하러 이혼을 했을까?  물론 만날때마다 서로 으르렁 거리며 티격태격 하곤 한다.  하지만 서로를 많이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때론 알콩달콩 사랑싸움 하는 것 처럼도 보였다.  "이상하다! 특이하네!"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혼한 속내가 궁금해 지면서 이제 서서히 드러나겠지 하는 은근한 기대도 천천히 즐기면서...

그런 이별도 사랑도 아닌 생활을 하다 서로에게 다른 애인이 생긴다.  처음에는 질투심에 방해를 하기도 하고 훼방을 놓기다 한다.  또 쿨한 척 상대의 행복을 빌어보기도 한다.  극이 후반으로 치닫을 수록 결말에 대한 예측이 힘들었다.  ’뭐야!  이 커플 다시 잘 되는거 아닌가?’  했다가 ’새로운 사람과 시작하나보다’ 했다가 나 혼자서 드라마 보며 소설을 쓴다. 

내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혼란 속에서 은호가 했던 이런 말이 기억난다. 
"나와 인연이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내 반쪽인지 아닌지 알 수 있었으면 좋겠어.  내 반쪽이라면 어딘가에 표식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대충 이런 의미였다.  (정확한 대사는 아님.)
너무나 답답한 마음에 이런 생각이 들었겠지만, 정말 그런 표식이 있다면 세상이 얼마나 재미없을까?  뻔히 다 아는 결말이 눈앞에서 펼쳐진다면 아무도 노력이란 걸 하지 않을거고 ’우연’이라는 만남도 그다지 두근거리는 일이 아닐거다.

또 이런 대사도 기억이 난다.  은호의 혼자말 이었는데...
"지구상에 65억 인구가 있고 신이 아무리 전지전능하다지만, 그 많은 사람의 앞날을 미리 알고 정해 놓을리가 없다.  그런 불필요한 수고를 할리가 없다.  그래서 나는 운명을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순간 그것은 운명이었다고 믿고 싶을때가 있다. 지난 날을 돌아보며 ’그것은 운명이지 않았을까’ 변명하고 싶을때가 있다."

운명을 믿니? 안믿니? 하는 질문에 이렇다 저렇다 할 답을 못 내리는 내게 무릎을 치고, 박수치며 동조하고 싶은 명쾌함이 이 대사에 들어있었다. 머리속 한 곳에 이 멋진 말을 조용히 담아본다.

드라마의 축이 되는 아이를 잃은 상실감이나 이혼한 경력 등은 내 삶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다.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커플이었지만, 15회째에는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서 정말 많이 울었다. 한 밤중에 달콤한 잠을 반납하고, 가족들 모두 잠이 든 고요함 속에서 감정이입이 제대로 되었나 보다.  잠 안자고 혼자 쇼하고 있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소리죽여 울었다. 
마지막 1편의 시청은 다음날로 미루고 남편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어졌다.

모처럼 재밌게 본 감동적인 드라마 였다.  후련함과 행복감이 밀려오는 드라마였다.   ^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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