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미술관 -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정혜신 지음, 전용성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정혜신 작가의 이름은 익숙한데, 책으로 만나는 건 처음이다.  
정신과 전문의 이기도 한 작가의 에세이는 고요한 마음의 호수에 돌을 던져 깨운다.  잔잔하던 연못에 크지 않은 파문을 일으킨다.  그 돌은 가볍게 여러번 통통통 튀어 오르며 가라 앉기도 하고, 때론 물 속 깊이 퐁당 하며 빠져버리기도 한다.  대체적으로 신선함을 안겨준다.  가볍게 즐기는 글 이기 보다는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진정성과 지혜를 느끼게 해준다.

왼쪽에는 전용성님이 그린 그림이 배치되어 있고, 오른쪽에는 그림에 어울리는 짧은 형식의 에세이가 이어진다.

 
 
 

1부  즐거움
2부  충분한 슬픔
3부  공감
4부  사랑의 이유


산술적으로, ’의식 상실시의 몸무게 = 평소 몸무게 - 의식의 질량’ 이어야 맞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의식을 잃고 축 늘어진 사람을 들쳐 업으면 평소 그 사람의 무게보다 훨씬 무겁습니다.
생기가 있어야 비상하는 에너지가 생겨나서 인간의 몸에 ’부력’으로 작용하는데 생명력을 잃은 사람은 그 같은 부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무거워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두둥실, 구름과자 같은 부력의 핵은 ’자발성’입니다.
고강도 노동자의 한 전형이랄 수 있는 농부가 새벽잠을 털어내면서 ’조금 더 자고 싶다...’ 고 이불 속 투정을 하며 등 떠밀린 하루를 시작하는 광경은, 상상만으로도 어쩐지 생소합니다.  하지만 ’십분만 더...’ 를 입속으로 웅얼거리며 눈도 뜨지 못한 채 팔을 뻗어 자명종 시계를 눌러버리는 도시인들의 피로와 고단함은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일상화된 우리의 아침 풍경입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 매번 몸이 무겁다면 부력을 감소시키는, 생명력이 결여된 일을 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생명력이 충만한 일을 해야한다고는 생각하지만, 세상에 그런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잠시 생각해 본다.  좋아하는게 무엇이 되었든 좋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업이 되면 더이상 그 생명력을 유지하기란 힘이 드는게 현실인 것 같다.  

일에서 부력을 찾는 사람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일이 아닌 다른 것에서 찾는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이라던지,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이라던지... 부력을 찾기 위한 이벤트를 만들어 낸다.  두둥실 떠오르기 위해 부력이 될 만한 꺼리들을 쉼없이 찾으며 삶을 사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