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시대 일반판 박스세트 (10disc)
한지승 감독, 감우성.손예진 외 출연 / 이엔이미디어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워낙에 보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영화나 연극은 약간의 수고와 돈이 필요하다.  극이 상영하는 장소에 가야하고, 때에 따라 미리 예매도 해야하고 또 뮤지컬 같은 경우엔 한번 보려면 큰 맘을 먹어야 한다.  (뮤지컬은 여태 내 돈 주고는 못 봤다. ㅠㅠ) 그런 나에게 드라마는 아주 딱 좋은 취미활동이다.  어디서든 TV만 있으면 되고 따로 돈을 내야하는 경우도 없다.  그런데 어느날 TV 가 없어졌다.  TV가 고장이 났는데 내다버리고 아직도 구매하지를 않았다.  아이교육도 그렇고 주연이와 놀아줘야 하는데, TV에만 너무 빠져있어서 각성을 하는 의미로 또 그 당시 유행하는 [거실을 서재로] 의 열풍에 힘입어서 결정을 내렸다.

그 이후로 내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 갤럭시 탭!!!  그동안 놓친 드라마를 탭을 통해 다시 보고 있다.  
이번에 보게 된 드라마는 손예진, 감우성 주연의 <연애시대> 이다.
매니아들 사이에서 많은 찬사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들었던 터라 주저없이 다운로드 결정. ^^;

역시 네티즌이 극찬하는 드라마는 뭐가 있어도 있다.  실망을 안겨주지 않았다.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도 들고, 나에게 좋은 건 남에게도 좋게 느껴지는 게 인지상정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주인공 은호와 동진은 이혼한 부부이다.  초반에는 드라마를 보면서 좀 이상했다. 
이혼한 부부의 결말은 항상 철저하게 웬수가 되는게 내가 가진 이미지였다.  싸우다 싸우다 지쳐 한줄기 희망도 보이지 않고, 더이상은 꼴도 보기 싫어 헤어지는 커플이 이혼이라는 절차로 이어지는 거라 생각했다.  아이가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아이도 없는 경우라면 이혼 후에 최대한 마주치지 않는게 서로의 정신건강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들은 자주 서로를 한 공간에 두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저렇게 매일 얼굴보며 함께 도넛츠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술도 마시면서...  저럴거면 뭣하러 이혼을 했을까?  물론 만날때마다 서로 으르렁 거리며 티격태격 하곤 한다.  하지만 서로를 많이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때론 알콩달콩 사랑싸움 하는 것 처럼도 보였다.  "이상하다! 특이하네!"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혼한 속내가 궁금해 지면서 이제 서서히 드러나겠지 하는 은근한 기대도 천천히 즐기면서...

그런 이별도 사랑도 아닌 생활을 하다 서로에게 다른 애인이 생긴다.  처음에는 질투심에 방해를 하기도 하고 훼방을 놓기다 한다.  또 쿨한 척 상대의 행복을 빌어보기도 한다.  극이 후반으로 치닫을 수록 결말에 대한 예측이 힘들었다.  ’뭐야!  이 커플 다시 잘 되는거 아닌가?’  했다가 ’새로운 사람과 시작하나보다’ 했다가 나 혼자서 드라마 보며 소설을 쓴다. 

내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혼란 속에서 은호가 했던 이런 말이 기억난다. 
"나와 인연이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내 반쪽인지 아닌지 알 수 있었으면 좋겠어.  내 반쪽이라면 어딘가에 표식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대충 이런 의미였다.  (정확한 대사는 아님.)
너무나 답답한 마음에 이런 생각이 들었겠지만, 정말 그런 표식이 있다면 세상이 얼마나 재미없을까?  뻔히 다 아는 결말이 눈앞에서 펼쳐진다면 아무도 노력이란 걸 하지 않을거고 ’우연’이라는 만남도 그다지 두근거리는 일이 아닐거다.

또 이런 대사도 기억이 난다.  은호의 혼자말 이었는데...
"지구상에 65억 인구가 있고 신이 아무리 전지전능하다지만, 그 많은 사람의 앞날을 미리 알고 정해 놓을리가 없다.  그런 불필요한 수고를 할리가 없다.  그래서 나는 운명을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순간 그것은 운명이었다고 믿고 싶을때가 있다. 지난 날을 돌아보며 ’그것은 운명이지 않았을까’ 변명하고 싶을때가 있다."

운명을 믿니? 안믿니? 하는 질문에 이렇다 저렇다 할 답을 못 내리는 내게 무릎을 치고, 박수치며 동조하고 싶은 명쾌함이 이 대사에 들어있었다. 머리속 한 곳에 이 멋진 말을 조용히 담아본다.

드라마의 축이 되는 아이를 잃은 상실감이나 이혼한 경력 등은 내 삶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다.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커플이었지만, 15회째에는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서 정말 많이 울었다. 한 밤중에 달콤한 잠을 반납하고, 가족들 모두 잠이 든 고요함 속에서 감정이입이 제대로 되었나 보다.  잠 안자고 혼자 쇼하고 있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소리죽여 울었다. 
마지막 1편의 시청은 다음날로 미루고 남편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어졌다.

모처럼 재밌게 본 감동적인 드라마 였다.  후련함과 행복감이 밀려오는 드라마였다.   ^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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